수요 예능의 후발 주자 <맘마미아>가 새해를 맞이하여 승부수를 던졌다. 엄마들과 함께 스튜디오 토크쇼 꼭지 대신에, 이영자, 박미선, 허경환 세 mc들이 엄마와 함께 24시간을 보내는 리얼리티 꼭지에 도전한 것이다. 


승부수라고는 하지만, 현재의 <맘마미아>에게는 불가피한 모색의 시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지금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하는 주말 예능 황금 시간대에서 시작하여, 부족한 화제성과 시청률로 인해 수요일 밤 11시 예능 시간대로 밀려왔고, 이제 그 마저도, 늘 <라디오 스타>와 <짝>과의 경쟁에서 늘 2인자나, 꼴찌를 면치 못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신년 특집이라지만, <맘마미아> 입장에서 엄마와 함께 하는 24시간이라는 꼭지는 일종의 팡일럿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청률만 놓고 봤을 때, 엄마와 함께 하는 24시간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듯하다. 3부작의 프로그램 속에 이영자의 가짜 신랑감, 허경환의 스타킹 사건처럼 몰래 카메라 컨셉까지 도입했지만, 의붓 부모님을 모시고 리얼리티를 찍는 <사남일녀>의 김민종 몰래카메라 보다도 화제성을 얻지 못했다. 

(사진; osen)

애초에 <맘마미아>란 프로그램은 그  자체가 가지는 태생적 진부함이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 나와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미 아침 방송 프로그램에서 매일매일 반복하고 있는 컨셉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튜디오에 한 가족을 불러와 듣는 심도깊은 이야기와 여러 가족들이 한 주제를 가지고 나누는 시너지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의 성격의 차별성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아침 방소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맘마미아>에서 다시 재탕 삼탕 울궈먹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굳이 신선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맘마미아>에 채널을 고정시켜놓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엄마와 함께 하는 24시간 역시 아침 프로그램 어디선가 본듯한 포맷이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하고, 시간을 보내는 건, 스타의 집을 탐방하는 아침 방송에서 마르고 닳도록 써먹은 풍경인 것이다. 
하지만, 아침 방송에서 스타를 초대해 그들과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듣는 것과, 그들 가족의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을 써먹고 또 써먹을 수 있는 것처럼,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내 밖의 가족 스타들의 이야기가 가지는 정겨움이라는 고정적 재미 요소 역시 놓칠 수 없는 <맘마이아>의 강점이기도 하다. 

더구나 늘 스튜디오에서 진행만 하던 mc들이 자신들의 가족과 함께하는 24시간은 진부한듯 하면서도 신선한 기대를 심어주기에 나쁘지 않았다. 물론 허경환의 어머님이 그간 <인간의 조건>을 통해 제법 많이 노출이 되시긴 했지만, 이영자, 박미선의 어머님들은 처음이시니 신선함이 배가되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자면, 제 아무리 그간 방송에 노출되지 않으셨던 부모님들이라 해도 24시간의 여행을 3부작으로 구성한 것은 무리수였다. 시청률 그래프로만 봐도 그렇다. 첫 회, 늘 4%대의 시청률을 보이던 <맘마미아>가 부모님과의 여행 포맷을 도입하자 반짝 6
% 대로 반등하는가 싶더니, 다음 회 5%대, 그리고 마지막 회 다시 4%대로 주저앉은 것만 봐도 3부작은 무리수였다는 의미를 여실히 내보인다. 심지어 마지막 회에서는 몰래 카메라 등 새로운 컨셉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시청률이 오해려 떨어졌다는 건, 오히려 그런 시도가 하지 않으니만 못했다는 결론이 되는 것이다.


(사진; 리뷰스타)


<맘마미아>는 기본적으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직접적으로는 엄마와 딸이 가지는 세대적 괴리에서 오는 미묘한 어긋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유대에서 빚어지는 정을 프로그램의 토대로 삼는다. 엄마와의 24시간을 위해 제작진은 이영자와 허경환의 집으로 오신 어머님, 그리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박미선과 어머님을 내용으로 담아냈다. 그러기에 기본적으로 허경환과 이영자의 경우는 아들과 딸이지만, 자식의 집으로 온 어머니라는 컨셉에서 겹친다. 차라리, 둘 중 한 사람은 부모님의 집으로 간 딸이었다면 프로그램의 공간적 확장을 조금 더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모님과 함께 한 24시간은 마지막 박미선의 말처럼, 주어진 24시간에 한껏 해드리려는 자식과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그것마저도 때로는 버거우신 부모님의 모습으로 상징된다. 그리고 한때는 한 집에서 얼크렁덜크렁 어우러져 살던 가족이지만, 이제는 서로의 취향마저도 달라진 엄마와 딸의 간극,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유대로 넘어가는 소소한 갈등들이 프로그램의 잔재미를 부여한다. 

물론 아직 젊으신 편에 속한 허경환의 어머님은 다르지만, 찜질방을 즐기는 이영자와 달리 그곳에서 힘들어 하시는 어머님과 제 아무리 제주도 풍광이라도 힘드니까 만사가 귀찮은 어머니의 모습 그자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젊어 한 때 수산물 도매상을 한덕에 수산물 도매시장에만 가면 활기가 넘치시는 이영자 어머님과, 딸내미는 안중에도 없이 자신이 즐겨하시는 갈치 조림을 맛나게 드시는 박미선 어머님, 그리고 쇼핑 삼매경에 빠진 멋쟁이 허경환 어머님의 모습에서는 우리의 어머님들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하는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마지막 회, 버거웠던 24시간이 막상 종료되고 후기를 말하는 순간, 혹은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순간, 세 명의 mc 모두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울컥하거나, 심지어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자식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나면 서로 뻔해서 지겨워하고, 머리큰 자식이라 달라서 힘들어 하면서도, 그래도 내 부모라서 아쉽고 미안한 그 마음들이 후기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하지만 박미선, 이영자 두 사람 모두 온천과 찜질방이라는 컨셉이 중복되듯, 이 모든 정겨움도 3회에 걸쳐 나열되다 보니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들 처럼 전달되는 것이다. 후기는 감동적이지만, 늘어진 3회 동안 시청자들의 감성지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그들의 눈물은 후기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맘마미아>의 신선한  모색을 위해 도입한 새로운 시도였다면, 그저 어느 아침 방송의 한 꼭지식의 나열형이 아니라, 모자, 모녀의 화음과 불협화음의 정수가 메시지있게 전달되는 특별한 24시간이 되어야 했었다. 그들의 눈물은 후기의 몫이 아니라, 24시간의 감성으로 전달되어야 했었던 것이다. 결국 이렇게 3부작의 시도가 뒷심없게 끝나버리니, 이제 <맘마미아> 입장에서는 신선한 시도조차도 해보기도, 그렇다고 이렇게 머물 수도 없는 자중지란의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 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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