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아이돌을 드라마에 넣는 것이 큰 화젯거리였던 적도 있었지만 이젠 드라마에 아이돌 한 둘쯤 들어가는 건 예사인 시대가 되었다. 오히려 아이돌이 투입되지 않은 드라마가 그걸 가지고 기사화시킬 정도로 연기란 아이돌이 해야 할 수많은 선택 중 가장 용이한 선택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대세인 흐름과 달리 드라마 속 그들은 여전히 툭 불거진 채 드라마의 흐름을 깨는 경우가 빈번하다. 끼워넣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세는 되었지만 아이돌의 명망을 뛰어넘는 연기자는 막상 쉽게 조우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리스2의 시청률이 자꾸 떨어지는 이유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 <아이리스2>가 안타깝게도 이번 주 드디어 시청률 한 자리대로 떨어졌다. kbs측은 떨어지는 <아이리스2>에게 꺽인 날개가 홍보라고 생각한 듯 지난 주 일요일 <다큐3일> 시간에 창사 특집이라며 <아이리스2>의 제작 과정을 보여 주었다.

다큐는 진실했으며 고생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보자니 굳이 이범수의 시청률이 아니라 전 스태프들의 노력의 결과로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그 말이 아니라도 <아이리스2>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 뭐하겠는가? 그 다큐를 보고 마음이 울려 <아이리스2>로 채널을 돌린 시청자 중 과연 몇 명이나 30분을 넘길 수 있었겠는가?

 

 

이번 주 수요일에 방영된 <아이리스2>는 시작과 동시에 비스트의 멤버, 그리고 <아이리스2>에서 서현우 요원 역을 맡은 윤두준의 사랑 놀이가 한동안 방영되었다. ppl이 분명해 보이는 제과점에 레스토랑에 심지어 놀이공원까지, 주인공인 정유건 역의 장혁도 해보지 못한 온갖 낭만적인 상황의 주인공이 바로 윤두준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윤두준 차례가 끝나자, 이번엔 엠블랙의 이준 차례였다. 뜬금없이 신입 요원들이랑 도복을 입고 힘겨루기를 했다. 뻔히 이준을 배려한 분량 챙기기였다.

그걸 보자니, 저절로 한탄이 새어 나왔다. 지금 <아이리스2>가 그렇게 여유있게 아이돌 챙겨줄 처지인가? 라고. <풀 하우스>에서 젊은 남자 가수를 데려다가 좋은 호응을 얻었던 표민수 피디에겐 여전히 아이돌 가수에 대한 환타지가 남아있기라도 하는 건지.

정유건이 기억을 잃은 채 켄이라는 아이리스의 킬러로 활동하는 상황임에도 여전히 극의 주도적 흐름은 nss요원들이 중심이 되어 끌고 간다. 이범수 쪽이나, 레이 쪽의 비중이나 파급력이 결정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이렇게 남자 주인공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놓은 상황에서 nss를 이끄는 것이 바로 아이돌 출신의 배우들이요, 그 중에서도 정유건을 대신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윤두준이다.

지수연 역의 이다해는 사실상 nss 팀장이라고 하더라도 '오로지 정유건'에 대한 상실감과 그를 되찾기 위한 열정으로 인해 nss의 활동과 흐름을 달리 한다.

그러고 보니 상사와의 지휘 체계도 윤두준을 통해서요, 정유건이 없는 틈을 타서 '꿩 대신 닭이 되어보려는' 사랑 이야기도 윤두준이다. 즉, 엄밀하게 지금의 nss의 실질적 리더는 윤두준이어야 하는 건데, 아쉽게도 배우 윤두준에게 그런 존재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범수의 반전'이라며 화제를 만들려 해도 이야기는 뻔해 보이는데, 그걸 끌고가는 배우의 연기 조차도 설득력이 없으니 그걸 참아낼 진득한 시청자가 몇 명이나 있겠는가 말이다.

 

 

 

장미인애 사용 설명서

얼마 전 인터뷰를 한 <옥탑방 왕세자>의 신윤섭 피디는 '연기는 타고나는'면이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탑스타라고 하는 배우들도 여전히 '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데 '아이돌'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이 공정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오랜 훈련도 없이 그 자리에서 그 배역을 하게 된 것은 그들이 '아이돌 출신'이기에 가능한 일이므로 연기를 하는 한에서 불가피하게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이름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그런 흐름이 대세가 되어간다면, 하지만 극중에 투입된 아이돌들이 함량 미달이라면 시청자들의 인내를 시험할 것이 아니라 제작진의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2012년 말에 방영된 <보고싶다>는 그런 의미에서 모범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에서 문제가 된 인물은 '아이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남자 주인공 박유천이 아이돌이었고, 그의 에이전시가 그와 함께 '끼워넣어' 팬들의 반대 서명 해프닝까지 불러 온 인물을 배우 장미인애 였다.

장미인애가 맡은 역할은 애초의 시놉시스 상 죽은 김형사의 딸로 한정우와 같은 집에서 지내며 한정우를 짝사랑하는 꽤나 비중있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장미인애는 그전에 출연했던 아침 드라마에서 연기력 부족으로 주인공이었지만 결국 비중까지 조연 이하로 줄어든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의 배우였다.

그런데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상 <보고싶다>가 방영되었을 때 장미인애의 연기력으로 인한 논란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정상 비중있는 조연이었던 '김은주'는 마치 황금율이라도 되는 듯이, 한 회에 한 씬 이상을 등장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절대 그 씬을 이끄는 적이 없이. 장미인애 개인으로 보면 안타까웠을 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드라마도 살고 배우도 크게 욕먹지 않고 끝낸 현명한 처사였다고 본다.

 

 

<야왕>의 백도훈 역의 유노윤호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주다해와 결혼을 한 '백학' 그룹의 왕세자 백도훈은 <야왕>이란 드라마에서 꽤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에서 백도훈은 언제나 극의 언저리에서 빙빙 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주 화요일 <야왕>에서 주다해의 비밀을 알게 된 백도훈이 절규를 하는데, 가장 비극적이어야 할 순간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삼켜야 했듯이, 백도훈 역의 유노윤호는 꽤 나아졌다고 하지만 이 사람을 아이돌 이상의 '배우'라 칭해주기에는 여전히 함량 미달인 것이다. 하지만 <야왕>이란 드라마에서 그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보니, 이 드라마의 시청률에 해가 되지는 않고 있다.

물론, <보고싶다>의 김은주가, 그리고 <야왕>의 백도훈이 원래 시놉대로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들에게 돌아갔다면 우리는 더 좋은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수출 산업'이 되고, '제작 환경'이 핑계가 되는 세상에서 이제는 '하지마라'가 아니라 그나마 '운영의 묘'라도 살려보라고 말하는 것이 '최선'이 되었다. <아이리스2>의 제작진 역시 '운영의 묘'를 더 늦기 전에, '운영의 묘'를 살리기 바란다.

by meditator 2013. 3. 8.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