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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싫다! 꽃중년, 미중년이라 불러다오
요즘 꽃중년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배우 조성하씨는, ‘어렸을 때 내가 중년이 되면 그냥 아저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꽃중년이라니, 뭔가 샤방한 느낌에, 참 멋있는 말인 거 같다’라며 꽃중년으로 불려지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기존의 가부장적 권위의 타성에 젖은 답답하고 고리타분함의 대명사였던 ‘아저씨’가 어느 틈에 잘생긴 배우 ‘원빈’의 대명사가 되더니, 외모는 물론, 새로운 문화와 사고를 능동적으로 수용해 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멋진 중년 남성, 꽃중년이 이 봄의 대세다.
꽃중년의 속사정
예전과 달리 30~40대 여성들은 ‘애’를 낳아도, ‘애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때 이른 골다공증 예방에, 보톡스 등 시술을 넘어 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단다. 남자라고 다르랴. 30~40대를 겨냥한 화장품 시장이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며, 피부관리실 정도는 애교라는데....... 의학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예전 보다 10년 정도 더 살게 되었지만, 노인만이 아니라, 노인이 되려면 한참 남은 이들까지도 세대를 뛰어넘어 ‘길고 오랜 젊음’을 향해 역주행을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역 전력질주, 그저 겉멋이라기엔 속사정이 만만치 않다.
의학의 발달(100세까지는 너끈하다는 과학적 주장이 있다)과 베이비 붐(세계적으로는 2차 대전 이후,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 전쟁 이후 20여 년 간 출산율이 급격하게 늘어나던 시기의 세대) 세대의 노화로 전 세계 연령층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한국은 경제 성장만큼 빠르게 고령화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중이다. 1960년 평균 수명 52.4세에 불과했던 한국인은 2006년 기준 77세로 불과 40여년 사이에 평균 25년 이상을 더 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기반을 닦은 40대에서 은퇴를 하기까지의 어언 30여년 정도가(서드 에이지, Third Age) 하늘에서 뚝! 예전처럼 적당히 아저씨였다가 할아버지였다가 하며 보내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 주어지게 된 것이다.(교육이 완성되는 퍼스트 에이지First Age가 20대 중반까지, 사회생활 적응기 세컨드 세이지Second Age가 30대 중반, 70대 정도 진정한 은퇴 후 죽기까지 포스 에이지Forth Age가 10여 년간 이라면 서드 에이지 30년은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다)
살아야 할 시간이 길다는 것, 즉 평균 수명의 연장은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 온다. 60대 이상 노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60% 이상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고 싶다’라는 의욕적 응답을 내놓았다. 나이가 든다고 예전처럼 뒷방 늙은이 노릇이나 하다 가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아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뒷방 늙은이라기엔 정정하게 보내는 세월이 길기 때문이다. 요즘은 정년이 정년(停年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일은 필수이다. 그러니 언제라도 현직에서 뛸 수 있는 ‘청춘’이라고 느끼며, ‘청춘’이어야 하며, 70세가 될 때까지 ‘청춘’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니, 하물며 세 번째 인생의 초입에 들어선 그보다 젊은 4,50대들이야 어떻겠는가? 꽃중년이라는 말 그대로, 한참 만개한 꽃 그 자체다.
꽃중년의 도전
살아야 할 시간은 늘어났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20세 전후로 노화가 시작되는 생물학적 한계를 지닌 종이다. 그러기에 꾸준히 늙어가는 신체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경주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남자의 자격’이 했던 근육 특집처럼 운동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고, 후드티나, 캔버스화 정도는 거리낌 없이 착용할 수 있는 패션 센스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신 트렌드를 모아 놓은 편집 매장이나 남성 잡지도 기웃거려 봐야 하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에스프레소 정도는 기본, 콜롬비아, 코스타리카처럼 원산지 별 미각도 개발 중이다. 다행히도 꽃중년에게는 이십대의 파릇파릇한 젊음은 없지만, 그 젊음을 커버할 안정된 경제적 기반이 있다. 그 기반에 편승하여 불황도 불문, 자신에게 투자를 아낌없이 퍼부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꽃중년이 되겠다고 뽀샤시한 외모와 탄탄한 허우대만 떠올려서는 속빈 강정이다. 진정한 꽃중년은 결국,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의 주류의 자리를 떠억하니 차지할 수 있는 주체적 삶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노안이 오기 시작한 눈을 부벼 가면서도 스마트 폰 활용에 골똘하고, 조작이 까다로운 최신 유행인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사는데 주저치 않고 인문서 등의 책을 구입하는데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돈을 쓰고 있는 게 요즘 4,50대다. 아저씨라기엔 너무 멋지고 매력적이지만, 오빠라기엔 연륜 있어 보이는 꽃중년들에게 기존의 ‘꼰대’는 저리가라, 전통적인 수직적 대인 관계에서 탈피 남녀노소 누구와도 ‘프렌드쉽’을 나눌 수 있는 있는 세련된 의식은 필수다.
하지만 이런 ‘깨인 마인드’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학창시절 이래로 줄곧 IQ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인생이 EQ(감성 지수) SQ(사회성 지수)를 갖춘 전천후 인간형으로 거듭나려면 다방면의 학습이나 문화 활동, 심지어 동호회를 비롯한 커뮤니티 활동까지........ 늙을 틈이 없다. 게다가 그간 공부하랴, 한때는 민주화 운동하랴, 또 한 때는 돈 모으랴 억제했던 문화적 향수는 삶의 여유로움을 타고 서슴없이 지갑을 열게 만든다. ‘세시봉’이니, ‘7080콘서트’니, 심지어 ‘나가수’까지 꽃중년들이 즐기는 컨텐츠는 아이돌 음악조차 밀어낼 정도의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영화는 어떻고 ‘써니’에서 시작돼서 ‘댄싱퀸’까지 이들 세대의 공감을 바탕으로 승승장구다.
특히 386이니 486이라 통칭되는 우리나라의 꽃중년 세대들에게는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그들 스스로의 손으로 이른바 ‘민주주의’를 만들어 냈다는, 그래서 여전히 이 시대의 정치나 여론의 중심이라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소명 의식은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사회 주류에서 밀려나지 않겠다는 버둥거림 정도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이 사회의 당당한 주역이라는 주인 의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저 의식의 짱짱함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 문화적 트렌드에 발맞추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샤방샤방한 꽃중년’으로 도전 중이다. 자고로 나뭇가지는 유연할수록 쉽게 꺾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 시대 가장 낭창낭창한 젊음 꽃중년의 활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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