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김미화, 지드래곤, 그리고 차인표, 거의 일면식이 없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최고, 혹은 제법, 그리고 한때 이름을 날린 네 사람이 제주도에 모였다. 이 이질적인 조합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48시간 '땡큐'가 될 수 있을까?

 

낯선 곳에서 함께 하는 시간

동네에선 옆집 사람이랑도 인사 한 번 제대로 나누지 않던 사람도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면 괜히 말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다. 낯선 산장에서 이름 모르는 이들이 얼콰하게 어울려 너니내니 하면서 형제처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바로 '여행'의 마력이리라.

15일자, <땡큐>는 발레를 시작하고 제대로 된 여행을 거의 해보지 못했다는, 신혼 여행조차 가본 적이 없었다며 아이처럼 설레여하는 현존하는 최고령의, 그리고 최고의 발레리나 강수진으로 문을 열었다. <땡큐>는 바로 이렇게 여행의 설레임에 들뜬, 새로운 이들을 만나는 긴장감에 달뜬 그 감정을 함께 공유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함께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땡큐>란 프로그램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좁은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는 토크 프로그램이었다면, 아마도 첫 방부터 진부하다, 뻔하다는 평가가 나왔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였다 해도, 물론 예능 프로에는 생소한 인물들이지만, 사람 사는게 거기서 거기인 이상 뭐 그닥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기 십상이니까. '지드래곤'이 과거의 잘못을 자숙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오만했었음을 뼈저리게 반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과연 제주도 푸른 밤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나이많은 누님과 형을 위해 손을 떨며 요리를 한 다음이 아니었다면, 진실한 '공명'이 느껴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제주도'의 푸르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짙은 먹빛의 바다와, 한없이 펼쳐지는 하늘, 그리고 대화의 배경이 되는 거대한 아쿠아리움에, 오붓한 저녁 식사를 나눌 수 있는 외딴 집의 부엌들은 보는 사람조차 긴장의 끈을 늦추고, 여행지에서 정든 낯선 이의 사연에 귀 기울이듯 출연자의 토로에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게 만든다.

 

 

 

 

 

주제가 있는 힐링

지금까지 파일럿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3회를 거쳐 온 <땡큐>의 가장 큰 장점은 우선 식상하지 않은 출연자의 조합을 들 수 있겠다. 첫 회 이 시대 대표적인 멘토 '혜민스님'을 비롯하여, 두번 째, 사진작가 김중만과 만화가 이현세에, 이제 세번 째, 강수진에 지드래곤, 김미화까지, 그 한 사람만으로도 '힐링 캠프' 2회분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는 출연진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과 진지함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땡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저 중구난방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통 분모를 찾아내어, 하나의 주제로 프로그램을 끌고 간다. 아직 프로그램의 성격을 찾아가는 시기의 첫 회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땡큐>의 지향점을 찾는 시간이었다면, 늙수그레한 이현세와 김중만을 위해서는 '아버지'라는 주제를 끌어와,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그리운 아버지와, 아버지가 되어가는 자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풍부하고 깊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세번 째, 과연 강수진, 김미화, 지드래곤 이라는 이질적 조합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증을 자아냈던 <땡큐>는 그 주제로 '당신의 인생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제시했다.

한때 개그우먼임에도 불구하고 시사 프로까지 진행하는 저력을 내보이던 하지만 단 한 번에 그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일터에서 밀려나 3년의 시간을 보낸 김미화, 타의에 의한 김미화와는 다르지만 역시 단 한번의 실수로 무대에서 떠나 있어야 했던 지드래곤, 현존하는 최고의 발레리나이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오랜 시련의 시간을 거쳐야 했던 세 사람에게서 <땡큐>는 시련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본 이야기를 꺼내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전혀 달랐던 세 사람이 그 이야기를 하게 되니, 활동 영역의 차이, 나이의 많고 적음의 유무와 상관없이 공감대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끌려 들었고, 더불여 시청자들도 그들의 사연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돋보인 것은 MC격인 차인표였다. 최고의 배우는 되지 못했을 지 몰라도, 차인표로서 성실하게 살아낸 그의 삶이, 종교가 다르든, 나이가 많던 적던, 그 누구를 만나도 대화가 되고, 어우러질 수 있는 넉넉한 품새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땡큐>라는 프로그램을 여유롭게 이끌어 가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15일 방송에서도 보여지듯이, 강수진이라는 발레리나를 만나기 위해 실제로 주변 지인에게 부탁해 발레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이 어떤가 알아보고, 강수진과 지드래곤의 책까지 읽어가며 만남을 준비해온 철저함이, <땡큐>라는 프로그램을 그저그런 토크쇼에서 출연자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결정적 견인차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3. 3. 16. 09:20
  • 익명 2013.03.16 10:18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meditator 2013.03.16 17:17 신고 EDIT/DEL

      뭘요, 안그래도 굳이 매달 만날 필요까지 있을까? 바쁜 세상에 ....그랬답니다. ㅎ 다 사정 봐가면서 모임도 하는 거지요, 박창우 님도 바쁘셨다고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