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9회를 맞이한 <방자전>이 리뉴얼을 감행했다. 그간 mc를 맡아왔던 박미선과 함께, 김완성, 김태원이 물러남과 대신 노사연, 서인영이 합류했고, <근대가요사 방자전>이라는 간판을, 주병진의 방자전으로 바꾸어 달았다. 


무엇보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주병진이 있다. 
첫 포문을 연 <근대 가요사 방자전>에서 주병진은 메인 mc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그의 모양새는 그저 얼굴 마담같은 거였다. 진행은 거의 박미선이 도맡다시피 했고, 진행의 흐름에도 합류하지 못하고, 토크의 내용에도 제대로 끼지 못한 주병진은 마치 <해피 투게더>의 눈치없는 박명수같은 신세였다.  그리고 이제 9회를 맞이한 <방자전>이 이름마저 주병진의 <방자전>으로 갈아치웠다는 사실은, 8회를 걸치며 둔탁해 졌던 mc 주병진의 예능감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고, 프로그램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는, 능수능란한, 하지만 이제는 익숙한 박미선에 의한 진행보다는, 주병진이라는 색깔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결정은, 한때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통해 주병진과 함께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노사연을 보조 mc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보다 그 의도가 분명해 진다. 나머지 보조 mc의 잔류와 교체 역시, 주병진이라는 메인 mc로의 집중에 보다 적합한 인물인가의 잣대로 결정된 듯이 보인다. 

새로워진 그녀들과 함께하는 주병진의 방자전! 6월 19일(목) 저녁 8시 50분 방송!

그리고 그런 제작진의 의도가 틀리지 않았음을 주병진의 <방자전>은 증명한다. '자기 주도적'인mc로서의 칼라가 분명한 주병진은, 이제 온전히 프로그램이 그에게 집중되자, 한결 더 자신감을 얻었고, 그의 오랜 벗 노사연이 합류함으로써 한결 자연스러운 진행을 보인다. 항상 박미선보다 연장자이면서도, 이제는 관록의 mc가 된 박미선에 비해 공백기를 가져 이래저래 나잇값을 못해보이던 모습이, 노사연과 함께 하자, 오랜 벗과 함께 하는 편안함, 자유스러움으로 분위기조차 달라보인다. 

그렇게 mc진의 교체를 통해 주병진이라는 요소에 '선택'을 했다면, 프로그램의 내용면에서는 '집중'을 취했다.
그간 '영감 대 영감(young 感)을 통해 mc들이 활동했을 당시의 과거와 오늘날의 문물 등 다양한 주제를 비교하던 토크가, '오만방자전'이란 코너로 리뉴얼되면서, 과거에 집중한다. 대부분의  mc들이 요즘 사람들이 아니라서 어설프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토크가 되었던 부분을 지양한 것이다. 특히나 공백기를 가졌던 주병진에게 이런 변화는, 그의 진행에 날개를 달아 준 셈이다. 

변화의 첫 회, 노사연의 출격과 함께, 가장 노사연이 잘 할 수 있는 '추억의 오만 가지 먹거리'를 변화의 충격파를 최소화했다. 과거의 먹거리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진부한 주제이면서도, 하고 또 해도 침이 고이는 재미난 주제이기도 하다. 애초에 추억팔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과거에 집중한 코너는, 어설프게 과거와 현재의 비교보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렸다. 또한 젊은 세대로서 서인영이 합류하면서, 그저 어른들이 젊은 세대를 아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직접 합류하여 그들의 시각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동시에 가수라는 동일한 직종으로서의 공감대를 나누며, 신구 세대의 시너지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새롭게 변화된 <방자전>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전설 in가요'이다. 그간 '내 귀에 명곡'을 통해 '근대 가요'의 면면을 살펴보던 <방자전>은 하지만 단 8회만에, 소재의 고갈에 도달했고, 그런 내용의 장벽을, 전설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으로 돌파하고자 한다. 그래서 첫 회, 전설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는 '송골매'가 초청되었다. 
배철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로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지만, DJ가 아닌 송골매의 리더로서, 구창모와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보조 MC들의 추천을 통해, 모처럼 들어보는 송골매의 음악과, 그 음악이 발표될 당시의 여러 에피소드들은, 이미 알던 것임에도, 혹은 지금에 와서도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이어서 좋았다. 아니, 모처럼 송골매의 두 사람 구창모와 배철수가 한 자리에 앉아 지난 일을 이야기하고,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세상만사 등그들의 음악을 다시 한번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추억'의 값을 다한 시간이었다. 말 그래도 '근대 가요' 버전 고품격 음악 방송이었다. 물론 구창모나 배철수가 이른바 고품격 음악 방송을 표방한 <라디오 스타>에 나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거기에 나간다 한들, 6월 19일의 <방자전>의 이야기들을 되풀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과 동시대를 건넜던 주병진을 비롯하여 노사연, 정원관, 변진섭이 있기에 가능한 추억의 시간이었다. 송골매와 함께 '찐한' 추억을 나누면서 시작된 <방자전>의 '전설 IN 가요', 순탄한 리뉴얼의 출발이었다. 


by meditator 2014. 6. 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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