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라디오 스타다.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이제 더 이상 메인 mc로서 프로그램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패널로서 장렬하게 산화하겠다고 선포했던 이경규, 그의 공약은 현재 진행중, 그 도정이 드디어 <라디오 스타>까지 도달했다. 6월 29일에 이어 7월 7일 연달아 <라디오 스타>는 '킹경규와 네 제자들'을 내걸고 이경규 사단을 소집했다. 




6월 29일 프로그램 초반, 이경규는 <라디오 스타> 출연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히 토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자를 '탈탈' 털어내는 것이 장기인 <라디오 스타>에 제 아무리 예능의 제왕으로 오랜 시간 군림해 왔던 이경규라 한들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라디오 스타>의 mc진들 김국진을 비롯하여 김구라, 윤종신은 다들 한때는 이경규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기에, 이경규를 너무도 잘 알아, 그래서 더 이경규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은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김구라를 붉은 장군 복식의 이경규에 대비하여, 푸른 장군복을 cg로 입히며, 전의를 돋구웠지만, 정작 이경규가 부담스러워한 것은 김구라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시간'의 내공을 자랑하는 꼿꼿한 김국진이었다. 어쨋든 선비같은 김국진이든, 물불 안가리고 떠들고 보는 김구라든 부담스럽긴 매일반, 하지만 부담스럽다고 하면서, 종종 그들의 노골적인 언사에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시늉을 하면서도, 백전 노장 이경규는 이젠 그런 '폭로' 조차도 여유롭게 자신의 일부분인 양 여유롭게 '패널'로 2회분 <라디오 스타>를 장악해 냈다. 엠씨들의 '폭로'조차도 결국은 이경규라는 웃음의 제국에 또 다른 '경의'가 되었다. 

츤데레 이경규와 나이불문 우정어린 벗들 
이경규를 제외한 출연자의 면면은 익숙한 듯 새로웠다.  이경규라고 하면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다니는 규라인 서열 이윤석, 거기에 서열 2위라고 주장하지만 늘 어딘가 아쉬운 윤형빈, 그리고 그의 출연만으로도 검색어에 올랐던 배우 한철우에, 최근 이경규와 <예림이네 만물 트럭>을 함께 하고 있는 음악인 유재환까지. 이경규야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출연하자마자 '눕방'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듯이 그의 등장만으로도, 그리고 그의 몇 마디 말 만으로도 스튜디오를 흥건한 웃음으로 채우기엔 넉넉했지만, 6월 29일 첫 회 방영분에서 그의 규라인 '제자'들의 소개 분량은 언제나 그렇듯 버럭 이경규와 그의 그늘에서 전전긍긍하는 '라인'들의 에피소드로 친근했지만, 종종 그래서 지루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함께 한 패널이 좀 약하지 않냐는 mc의 지적에 이경규의 솔직한 토로가 이어졌고, 한철우가 한번이라도 웃기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자폭성 멘트까지 덧붙여 졌다. 

하지만 2부의 분량을 장담했던 이경규의 확신답게, 익숙한 웃음으로 판을 벌렸던 규라인의 출연은 2부인 7월 6일 방송분에서는 그저 방송가의 흔하디 흔한 줄타기 '라인'을 넘어, 그들의 '진한 우정'으로 넘어가면서 '감동'으로 진해진다. 

한때 규라인이었으면서도 연신 '규라인'의 '이간질을 시도하는 김구라의 방해 공작에 때론 넘어가는 듯하면서도, 결국 이경규의 제자들은, 그저 독불장군 이경규의 그늘 밑에서 숨죽인 '시녀'들이 아니라, 그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벗'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천하의 박찬욱 감독을 한 대 패버리겠다면서 웃음을 주었던 이윤석은 그저 이경규의 시중드는 사람을 넘어, 믿음과 존경의 관계가 되었고, 이경규 성대 모사에 재미가 들렸던 윤형빈을 통해 '츤데레'한 형님 이경규의 면모가 드러났다. 무엇보다, <나쁜 녀석들>출연자 중 유일하게 뜨지 못한 한철우에 대한 '치킨집 알바' 운운에서 부터, 시작된 에피소드는, 윤종신의 말처럼, 막연한 위로나 동정이 아니라, 어려움을 나누는 벗의 자세를 알게된다. '선배님~' 외에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유재환조차 '공황장애'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환우가 된다. 때론 이경규의 전화가 부담스럽고, 이제는 '폭로'에 재미가 들린 '제자'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라인을 기꺼이 자부할 만큼, 이해에 맞춰 기꺼이 이합집산하는 방송가의 풍토에서 진득한 우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웃음의 제왕 그 비결은?
이런 나이를 막론한 우정과 더불어, 2회분의 <라디오 스타>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이경규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웃음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면모이다. 자신의 입으로 B급 방송이라며 출연을 위해 방송 작가가 귀찮을 정도로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는 이경규에서부터, 결국 <라디오 스타>의 출연 자체도 더 이상 나이가 들면 할 수 없을 공연을 위해 기꺼이 나왔다는 노골적인 홍보에, 혹시나 방송인이라는 편견이 자신의 작품을 훼손할까 시나리오를 2년에 걸쳐 고치고 또 고치는 프로패셔널한 예술인으로서서의 면모까지, 나이가 무색하게, 스스로의 일에 완벽하게 매진하는 열정적인 한 인물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그런 열정 속에서 얼핏얼핏 비춰지는 '공황 장애'나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이루는 연예인의 압박감과 딸의 사춘기보다 자신의 갱년기가 더 고통스러웠던 유명세의 그늘은 웃음기 머금은 페이소스로 남는다. 한 시대 '웃음의 제왕'으로 머물기 위해 기꺼이 '패널'로 연예대상을 넘보는 이경규가 감당한 열정 페이 역시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이경규의 2회 보장 장담에도 불구하고, 2회분의 <라디오 스타>는 웃음 폭탄으로서의 성과로서는 아쉬운 성과로 마무리되었다. 첫 회에서 보여진 익숙한 '규라인'의 면면이 아마도 더 감동적이었던 2회의 시청으로 이어지지 않은 듯하다. 또한 '패널'로서 '폭주'하고 있는 이경규의 출연이 잦아진 만큼, 그가 보여준 웃음 폭탄의 여파도 그 파급력이 줄어든 탓도 크다. 이는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젼> 출연의 소모성으로 지적된 바 있다. 공연이 아니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경규의 지적이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의 운명을 예견한 셈이 된 것이다. 최근 <런닝맨>에 이어, <snl코리아>, 그리고 <라디오 스타>까지 이경규의 행보는, <런닝맨>과 <snl코리아>를 통해 '갓경규'의 면모를 확인했다면, '츤데레'한 형님 이경규를 알 수 있어 좋았지만, <라디오 스타>는 조금은 더 아껴 두어도 좋았을 패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부디 '패널' 이경규가 소모되지 않고, 종종 웃음의 폭탄으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by meditator 2016. 7. 7. 15:45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갓경규'로 새로이 등극한 이경규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 3월 19, 26일 방송에서 애견 뿌꾸의 갓 태어난 여섯마리 강아지를 분양하는 방송에서 1위를 쟁취했던 이경규는 4월 2일과 9일의 낚시 방송을 통해 다시 한번 1위에 등극, 그의 방 채팅창에서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 '갓경규'의 위엄을 확인했다. 


3월 19일 프렌치 불독 강아지 여섯 마리와 함께 개인 방송을 시작했을 때, 이경규가 방송을 한다 하여 그의 개인 방에 들어가 본 인터넷 유저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노안으로 채팅 창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 그의 말대로 그저 갓 태어나 발바닥이 분홍빛의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보는 것 외에 이렇다할 상황을 연출하지 못한 이경규의 방은 방송 분량을 채우기 위해 야심찬 준비를 하고 등장한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심심하기 이를데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저들은 명망에도 불구하고<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통해 무기렸했던 박명수, 정준하의 예를 들며 이경규의 몰락을 예견했다. 



눕방에 이어 낚방까지 성공
하지만 이경규는 달랐다. 채팅장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번잡한 마이 리틀 텔레비젼 방송의 리듬을 거스르며 갓 태어난 강아지를 보는 것 그 자체가 '힐링'임을 강조하며 묘하게 채팅장 유저들을 설득해 갔다. 간간히 정 지루할 만하며 강제 모유 수유를 하던가 그도 안되면 억지 '투견'을 해보이며 채팅창의 지루함을 달랬다. 하지만 긴 촬영 시간 동안 자신이 지쳐 누워 버리는 사태까지 초래하며 일찌기 <무한도전>에서 예견했던 '눕방'까지 선보인 이경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전후반 모두 1위를 달성했다. 

그렇게 신개념 '눕방'이란 단어를 만들어 내며 1위가 된 이경규는 애견 분양에 이어 이번에는 '낚시'라는 또 한번의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다. 
이미 '낚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케이블 방송들이 있는 것처럼, 낚시는 매니아들을 확보한 취미 생활이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의 사람들만이 즐기는 '편향된' 취미 생활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낚시'를 내세운 케이블 프로그램을 보면, 낚시가 다양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생소할 뿐만 아니라, 스포츠라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정적인 분야라, 실제 케이블 방송도 낚시 그 자체보다 몸매가 늘씬한 여성들과 경치 좋은 곳에 놀러가 먹방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여사이기 때문이다. 즉, 낚시 tv인데 낚시가 없는 그 자체의 함정을 지닌 아이템인 것이다. 

그런데 강아지 분양에 이어 이경규는 다시 한번, 지극히 정적인 아이템을 들고 다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찾았다. 하지만 이경규의 낚방은 일반적인 케이블의 낚시 방송과는 달랐다. 낚시를 표현하는 말로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있듯이 하루종일 기다려 몇 마리를 잡을까 말까한 기존의 낚시 방식 대신, 떡밥으로 붕어들을 모아 빈번하게 낚는 신기술로 스펙타클한 낚방을 선보였다. 하지만 제 아무리 신개념의 낚방이라 하더라도 아직은 추운 날씨, 밤에, 촬영을 위해 조명이 잔뜩 켜진 열악한 조건은 이경규가 내세운 20마리의 승률에 도달하기엔 무리한 목표였다. 결국 이경규는 18마리의 성적으로 한 밤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이날 이경규의 낚방은 결국 목표를 채우지 못한 '입수'로 화제가 되었지만, 이경규의 입수는 방송이 마무리된 이후의 벌칙이었다. 즉 생방송의 분량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입수'를 매개로 고군분투한 스펙타클한 낚시 전반이다. 방송 마지막 '이게 뭐라고 내가 나가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다'는 채팅창의 말처럼, 과연 이경규가 자신이 내세운 20마리의 공약을 달성할까에 함께 노심초사한 그 과정 자체가 '이경규 낚방'의 매력인 것이다. 

'갓경규'의 내공, 유연함과 끊임없는 도전 
그간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는 먹방의 붐을 탄 백종원 등의 쉐프 그룹과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성 방송을 마련한 김구라를 제외하고는 연배가 있는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이렇다할 효과를 내지 못했었다. 나름 예능계에서 이름값을 한다는 박명수도, 정준하도, 연예인이 아니라도 나이가 제법 있었던 만화가 김충원도 무기력했다. 대부분 나이든 출연자들이 무기력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인터넷 채팅방'과 소통하며 방송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호흡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창의 내용과 자신이 준비했던 내용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관심도를 끌어 올려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대부분 융통성있게 대처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경규 방송의 거듭된 승리의 가장 요인을 꼽을 수 있는 것은 절묘한 채팅창과의 호흡이다. 무언가 보여줄 것을 잔뜩 준비한 채 정해진 시간 안에 그걸 풀어놓기 위해 분주한 여타 출연자들과 달리, 이경규가 준비한 컨텐츠는 정적이다. 강아지 분양이라 하지만 그저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이 꼬물거리거나 엄마 젖을 먹는 외에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의도적으로 투견 상황까지 만들어야 한다던가, 기껏해야 낚시 찌가 흔들리거나 손바닥만하거나 피래미만한 붕어가 잡혀 들어오는, 애초에 이렇다할 박진감 넘치는 내용이 없는 방송 내용으로 이경규는 방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이경규는 채팅창의 요구에 적절하게 응답하고, 또한 채팅창의 반응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방송을 흥미롭게 끌어간다. 심지어 채팅창에 올라온 딸 예림이의 동정까지도 여유롭게 받아치고, 승률이 좋은 낚씨에 잠수부 운운하는 채팅창의 멘트를 이어받아, 상황을 설정해 가는 유연성과 순발력은 유저들이 이경규에게 '갓경규'란 찬사를 그저 붙인 것이 아님을 증명해 낸다. 방송을 보면 이경규는 분명 여느 아저씨와 다를바가 없는 묘하게 그의 아저씨스러움에는 공감하며 거부감을 들지 않도록 만드는 유연함이 있다. 

또한 대부분 출연자들이 채팅창의 유저들을 '갑'으로 여겨 그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송 분위기를 흔들렸던 것과 달리, 이경규는 오히려 그들을 설득해 낸다. 방송 내용이 없다는 유저들의 불만에, 그저 갓 태어난 강아지를 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며 반문하거나, 불평을 제기하는 유저에게 강아지 좋아하지 않으면 나가라고 대차게 대응하며 방송의 중심을 놓지 않는다. 낚방도 마찬가지다. 물고기가 잘 낚이면 낚이는 대로, 못낚이면 못낚는대로 이렇게 저렇게 잔소리를 해대는 유저들의 불만을 유연하게 받아쳐서 오히려 실제 물풀을 제거해 주는 잠수부가 있다던가, 나이든 사람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취미 생활이라며 낚시를 선전하며 특별한 취미 생활 애견과 낚시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설득해 낸다. 달콤한 디저트와 변신에 가까운 미용, 그리고 이제 새롭게 시작한 야구 시즌의 여러 정보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치고 그저 낚시를 던지고 붕어를 낚는 그 평이한 과정에 주목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내공, 거기에 '갓경규'의 마력이 있다. 

<예림이네 만물 트럭>을 시작하며 개그맨 생활 내내 처음으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이경규, 하지만 일찌기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등 한국 예능사의 신기원을 이끌어 갔던 그 전설은 나이가 들어서도 변치 않고 여전한 도전의 발길은 멈추지 않는 듯하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후 잠시 주춤했던 이경규의 도전이 그가 해보지 않았던 리얼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을 시작으로 당시 트렌드가 되었던 '힐링'과 토크쇼의 콜라보레이션 <힐링 캠프>로 이어지며 제 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힐링'이 지겨워지듯, 이경규의 새로운 도전은 또 다른 예능 트렌드와 함께 <힐링 캠프>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이경규의 예능은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올해 초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메인이 아니라면 객원으로라도 남은 불꽃을 태우겠다는 이경규는 그의 말처럼 이제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처럼 첨단의 예능 콘텐츠에서 '갓경규'로 등극하며 여전한 이경규 월드의 건재를 확인시켜 주는가 하면, <나를 돌아봐>나, 새로이 시작한 <능력자들>에서 처럼 박명수나 조영남의 매니저나, 김성주와 함께 하는 감초로서 그 자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 거기엔 <예림이네 만물 트럭>에서 이제 자신만으로 어려우면 딸과 함께 라도, 그게 부족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자신의 애견까지 동원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새로운 도전 의식과, 그를 뒷받침하는 열정이 있다. 

by meditator 2016. 4. 10. 14:20

3월 13일 방영된 427회 <sbs스페셜>에서는 sns 상에서 회자되는 '개저씨'를 다루었다. 여기서 말하는 개저씨는 개+아저씨의 줄임말로 한 마디로 개같은 아저씨를 이름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다룬 개저씨의 체크 목록은 다음과 같다. 




**개저씨 체크리스트
□ 식당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을 한다.
□ 상대방을 잘 알기 위해 사생활을 묻는다.
□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벼운 스킨십이나 성적 농담을 한다.
□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에게 폭언 또는 폭행을 했다.
□ 회식도 업무의 연장!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 직장후배에게 업무 외의 일을 시킨 적이 있다.
□ 자신의 가부장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을 주변에게 강요했다.

이 체크 리스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개저씨는 '가부장제 사회'의 그 분이다. 여전히 남성이 군림하고 있는 당신의 세상에서, 남성인 당신의 아랫 사람을,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을 함부로 다루며, 자신의 사고 방식을 강요하는 그 사람들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저씨'라고 칭한다. 그 이전 세대의 '꼰대'와 비슷하지만, 꼰대가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없는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에 방점이 찍힌다면, 개저씨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상'인 남성 우월주의 추태가 곁들여 졌다는 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시절의 '꼰대'이건, 요즘의 '개저씨'이건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퇴행하는 중장년층을 지칭한다는 의미에서 공통적이다. 

그렇게 아저씨들이 시대에 뒤쳐져서, '개'와 동급이 되는 세상, 자청해서 '개저씨'가 되는 분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개저씨'들은 개같아서 개저씨가 아니라, 개와 함께 해서 '개저씨'라는 점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이 개저씨들은 '먹방'이 한 풀 꺽인 방송에서 이른바 '펫방'으로 신조류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트렌드를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sns 상의 개저씨와 차별성을 지닌다. 



이경규 강아지들과 함께 누워 방송하다  
지난 3월 13일 <마이 리틀 텔레비젼>인터넷 실황 방송에서 부터, 20일 정규 방송에 이르기까지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이경규의 '눕방'이다. 말 그대로 누워서 방송하는 이경규, 그런데 심지어 그랬는데도 전반전 1위라는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이 관심을 끌었다. 

물론 애초에 시작부터 이경규가 누워서 방송을 한 건 아니었다. 이경규가 애견가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이날 방송은 그의 애견 중 한 마리인 '뿌꾸'가 갓 낳은 여섯 마리 강아지를 분양하는 방송이었다. 방송 당일날 겨우 눈을 떴다는 꼬물거리는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 데리고 대담하게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한 코너를 맡은 이경규, 하지만 방송은 그의 의도와 다르게 시쿤둥한 반응으로 흘러가고, 강제 수유와 강아지 소개에 지친 이경규는 결국 어미와 강아지들과 함께 지쳐 누워 버리고 방송 사상 전무후무한 '누방'의 신세계를 열었다. 올 초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예능 대부로서 예언한 '누워서 하는 방송'을 실천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누워서 방송을 마무리했음에도 이경규라는 방송 대부의 저력, 거기에 이경규의 말처럼 그저 보는 것만으로고 경이롭고 귀여운 여섯 마리 강아지들의 마력은, 좌충우돌 추신수, 김동현의 이벤트와 늘씬한 모델들의 활보, 거기에 귀여운 쿡방까지 제치며 전반전 1위를 성취했다. 그리고 그런 '펫방'에 힘입어 이경규는 수요일 밤 딸 예림이와 함께 하는 <예림이네 만물 트럭>에서도 또 다른 애견 두치를 합류시켜 시골 노인들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한다. 



삼둥이 아빠 주병진과 강호동과 작은 마리들
하지만 동물과 방송하는 '개저씨'의 테이프를 끊은 것은 이경규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마리와 나>를 통해 각종 동물과의 교감을 실천하고 있는 강호동이 그 시초였고, 송일국의 아이들 삼둥이 못지 않게 인기있는 웰시코기 삼둥이 아빠  <개밥주는 남자> 주병진이 있다. 

jtbc와 손을 잡은 강호동이 함께 한 프로그램은 <아는 형님>에 이어, 생뚱맞게도 동물 돌보기 프로그램인 <마리와 나>이다. 더구나 <마리와 나>에서 그에게 보호가 맡겨진 동물들은 덩치 큰 강호동과 대비되는 아주 작은 동물들이었다. 쥐면 꺼져버릴 것같은 작은 동물들이 커다란 강호동의 품 안에서 편안히 쉬는 그 장면은, 늘 큰 목소리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했던 강호동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런가 하면 싱글이란 말이 무색할 나이의 주병진의 화려한 펜트 하우스에 침입한 웰시 코기 삼형제와 주병진의 해프닝, 그리고 가족 만들기는 타 출연자의 지지부진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개밥주는 남자>를 살려내는 효자 아이템이 되었다. 외로움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하지만 주병진의 손길이 여기저기 숨쉬는 정갈한 펜트하우스, 거기에 들이닥친 무법자 삼형제가 대번에 싸대는 똥, 오줌에 정신을 놓다시피하면서도 그들과 하루하루 정을 쌓아가며 가족이 되어가는 주병진의 모습은 그 어떤 육아 프로그램보다도 훈훈하다. 

애견의 강아지를 분양하는 방송으로 시작한 이경규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어린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 강호동, 그리고 자식을 키우듯 웰시코기 삼형제를 보살피는 주병진, 이 세 사람들의 공통점은 '펫방'이라는 것 말고 또 하나가 있다. 세 사람 모두 한 때 예능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예능계의 거목들이라는 점이다. 



예능 거목들의 자기 변신 
언제나 메인 mc로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단정한 주병진이 자신의 집과 속내를 드러내며, 거기에 한 술 더떠 강아지들의 아빠로 리얼 버라이어티에 도전한 점은 그 자체로 이미 새로운 도전이 된다. 동물에 익숙하지 않은 강호동의 펫방도 마찬가지다. 예능계 거두들의 ,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도전, 그 결과물로서 호응을 얻고 있는 '펫방'은 그래서 여러모로 신선하다. 개저씨이지만, 이른바 요즘 개저씨와는 다른 시대와 호흡하는 모습인 것이다. 

이미 이경규는 올 초 <무한도전>에서 스스로 중심이 돼서 방송을 이끌 수 없는 여건이라며 패널로서 마지막 예능감을 불태우겠노라고 단언한 바 있고,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그런 그의 결심의 첫 테이프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그런 단언이 일회성이 아닌 것은 이후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출연 예정에서 보여진다. <마리 리틀 텔레비젼> 출연을 놓고 이미 박명수 등이 고배를 마신 프로그램에 제 아무리 예능 대부라도 이경규의 출연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반응에, 이경규는 그런 무모한 도전이야말로 안되면 휩쓸려가지만 잘되면 반향이 크다며 거침없는 그의 행보를 정의내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경규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펫방은 '펫방'을 빌미로 삼는다기 보다는 '펫방'으로 시작된 이경규의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sbs스페셜에서 미흡하지만 개저씨가 개저씨가 아닐 수 있는 처방을 내렸었다. 결국 개저씨들이 웅크리고 있는 세계를 나와 젊은 세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해법을 '개저씨'들이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경규가 실시간 자막을 보며 '나가'를 외친다고 해서, 더는 이경규를 개저씨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막에 눈치보는 사람들보다, 그의 솔직한 한 마디에 열광한다. 심지어 개를 돌보다 누워 버린 그에게 그가 하고자 했던 눕방을 했다고 열광한다. 그건 그가 누워서 방송을 해서가 아니라, 이경규의 말대로 부딪치고 깨져도 멈추지 않는 부단한 자기 변신의 노력이 사람들을 호응케 하는 것이다. 결국 개저씨의 해법은 '구 시대'에 머물지 않는 자기 변화의 노력이다. 

by meditator 2016. 3. 26. 14:00

한때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유명세를 날리던 적이 있었다. 거기에 가면 초등, 아니 국민학교이던 시절의 동창부터 모든 동창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너도 나도 거기에 가입을 해 동창을 만났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어플에도 동창을 찾을 수 있는 어플이 있다고도 한다.

동창, 때로는 일면식도 없으면서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괜시리 친근해지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한국인의 '우리'라는 감성에 참 어울리는 단어다. 그런데 또 동창이란 단어만큼, 종종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난 뭘 하면서 살았나 하게 만드는 단어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동창회란 곳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만나서 꼭 좋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자기 자랑 경연대회 같은 식이 되버려 반가운 마음에 참석했던 누군가의 마음에 스크래치만 굵게 남기는 아픈 추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실제로,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첫사랑을 만날 수도 있다는 환타지를 심어주며 인기를 끌다 어느틈엔가 흐지부지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동창회의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동창회의 아이디얼 타입을 보여준 방송이 있다. 바로 <힐링 캠프>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이다. 



지난 주부터 이어진 <힐링 캠프> 100회 특집은 그간 힐링 캠프를 출연했던 게스트들 중 인기를 끌었던 게스트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법륜 스님, 윤도현, 김성령, 백종원, 고창석 등이 동창생이란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100회를 기념하는 자리 답게 왁자지껄 백종원 대표가 법륜 스님을 배려해 만든 '두부 자장면'도 나눠 먹고, 윤도현이 즉석에서 '행복송'도 만들며 잔치 분위기를 한껏 북돋았다. 

그리고 이어서, 지난 번 법륜 스님 출연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즉문 즉설'을 100회 특집으로 모든 게스트들을 상대로 고민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다시 진행시켰다. 

백종원 대표가 '당연한 말씀이신데'라며 서두를 뗀 것처럼 혹은 마지막에 고창석이 '귀여미'에 대한 자신의 고민이 풀어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결론처럼, 법륜 스님의 직문직설은 결론으로만 보자면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혹은 인정을 받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 것이며,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내가 키우는 내 아이들에 대해 부모로서의 제대로 된 자세를 가지라는 교훈적인 결론이었다. 잔뜩 움켜쥔 것은 덜어내고, 나누고, 배려하라는 원칙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정신과 상담을 하거나, 심리 상담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나면 뭔가 가슴이 뻥 뚤리는 거 같듯이, 법륜 스님의 직문 직설은 '이중 멤버쉽'아이라는 기막힌 비유와 종교인이지만 전혀 종교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그리고 난처해하거나, 돌려말하지 않는  솔직한 언어 구사로 보는 이의 마음을 홀린다. 듣고 나면 당연한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힐링 캠프>의 말미 제일 연장자인, 그리고 김성령의 지적처럼 항상 톱의 자리를 유지해왔던 이경규가 진지하게 묻는다. 50을 넘어서도 자꾸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러자, 법륜 스님이 말한다.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사는데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사니까 이유가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즉 사람이 태어나는데 이유는 없다. 그러니까. 무엇이 잘못되어서 태어나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단지 태어났기 때문에 그때부터 자신의 삶의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이유를 찾으니까 회의주의에 빠져서 자살같은 것을 하게 된다고 법륜 스님은 단호하게 정의를 내린다. 

이 직문직설에서, 법륜 스님의 명쾌한 '삶의 이유론'에 흔들리던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대답에 앞서 더 위로가 된 것은 그 자리의 가장 연장자인,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이경규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살 만큼 살았고, 이룰만큼 이룬 사람조차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듯한 그 솔직한 '직문이 사실, '직설'의 울림을 끌어내는 전제가 되는 것이다.


(사진; tv리포트)


 여배우로서는 가장 듣기 참아내기 힘든 말인 '늙었다'는 평가를 감수하며 오십이 된 여배우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고민을 솔직하게 터놓은 김성령,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고민이 많은 이경규, 맑고 착하기만 해서 오히려 고민이 생긴 한혜진,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인 김제동까지, 그 어느 누구하나, 들었을 때 '에이 거짓말~'이라고 일말의 의심도 할 수 없는 고민들을 털어 놓았다. 누군가는 미래의 시어머니로, 누군가의 또 미래의 며느리가 되어, 그리고 또 누군가는 남편의 입장이 되어, 남편이 되고 싶은 혹은 될 수 없는 입장으로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부딪치는 범사들을 똑같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법륜 스님이 자신의 힐링이 자신과 같지 않은 삶을 사람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그게 위로가 된다는 말처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그래도 나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 꾸러미씩 꿍치고 있는 고민의 허심탄회한 고백에 우선 마음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동창회가 대부분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원리로 입맛이 소태인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라면,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는 그 반대 급부의 원리로 모두를 힐링 시키는 것이다. 


<힐링 캠프> 100회 특집은 언뜻 보면  왁자지껄 잔치판이었지만, 보고 나면 어쩐지 보는 시청자조차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 놓은 것같은 집단 힐링 카운셀링이었다. 역시나 힐링 캠프다운, 힐링 캠프만의 묘미이다. 부디 오래도록 이 정신을 지켜나가시길~









by meditator 2013. 7. 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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