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은퇴 공연을 앞둔 패티김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간대 공중파와 케이블의 두 방송에 출연했다. 바로 kbs2의 <이야기쇼 두드림(이하 두드림)>과 m.net의 <음악 이야기 봄여름가을겨울의 숲(이하 숲)>이다. 더구나 <숲>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전태관이 mc가 되어 아트스트를 초대해 노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이야기쇼로 15일이 첫 방송이었다. 하지만 <두드림>도 mc진이 조영남, 김구라, 조우종, 조주희로 mc진이 개편되었지만, 수요일 11시대로 시간을 옮겨 방송된 건 처음이니, 나름 개편된 첫 방송이나 다름없다. 은퇴를 앞둔 거장 패티김을 모신 두 방송은 어땠을까?

 

 

 

 

<두드림>; 김구라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아침 방송 분위기 어쩔거야!

제 아무리 부인을 해도 <두드림>에겐 원죄가 있다. 바로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어 왔던 전통의 프로그램 <추적 60분>을 주말로 밀어내고, 꿰어 찬 그 자리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내어야 하는. kbs2는 개편을 통해 <추적 60분>의 자리를 변경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와야 할 프로그램으로 처음 오르내렸던 것은, 일요일 밤의 <드라마 스페셜>이었다. 그러더니 어느새 슬그머니, <두드림>이 수요일 밤을 차지하고 들어 앉았다. 물론, sbs의 <짝>과, mbc의 <라디오 스타>가 시청률의 수위를 다투고, 상대적으로 보도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이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해낸 고육지책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결과, 수요일 밤 시청자들은 kbs2를 틀거나, mbc를 틀어도 똑같이 연예인 누군가가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신변잡기식 토크 프로그램을 봐야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주말 밤 11시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 vs. <추적 60분>이란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률 확보를 위한 맞불작전이라지만, 볼모가 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은 어느 곳에서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두드림>을 신변잡기식 토크 프로그램이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제작진들은 반기를 들 수도 있겠다.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 시대의 청춘들과 교감을 나누는 프로그램이 <두드림>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한창 유행하던 '멘토링' 프로그램을 본따 만들어진<두드림>의 초창기 방식일 뿐이다. 오글거리던 어쨌든 멘토가 나와, 짧은 강연을 하고, 그에 이어 mc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은 그래도 형식적이라도 '멘토링'의 모양새를 갖추어 보였다. 더구나, 영화감독 이해영, 가수 김c 등의 mc는 이질적이었지만, 각자 독특한 자신의 세계를 가진 사람들로써, 틀에 박힌 멘토링을 벗어나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왔었다.

그런데, 새로 바뀌어진 <두드림>은 나름 구색을 맞추느라 출연자가 자신의 강점과 약점 등을 제시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지만, 그 내용은 그 예전 이상벽이 진행하던 아침 프로나, 조영남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과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푸근하지만 새롭거나 신선하지 않은 어디선가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 그나마 멘토링이라는 <두드림>의 일말의 미덕마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시간들이다.

복귀한 강호동의 무르팍 도사도 안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늘어진 런닝같은 분위기의 <두드림>으로 수요일 밤의 시청률을 노려볼 수 있을까?

 

 

<숲>; 아티스트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

<두드림>을 통해 패티김의 이혼이야기, 유방 이야기, 외국 가서 싸운 이야기를 설레발치는 조영남의 오버 액션을 통해 뻔하게 듣다가, 선배 패티김에서 봉여름가을겨울을 지나, 후배 조현아에, 기타리스트 박주원까지 어우러진 <숲>으로 채널을 돌리니, 이게 바로 아티스트를 제대로 예우하는 방송이 아닐까란 생각이 절로 든다.

한 사람의 가수가 과거 얼마나 위대했는가를 접근하는 방식은 그가 한때 얼마나 이뻤으며, 잘 나갔는가를 후일담으로 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그 사람의 역사를 함께 즐기는 것이다.

<두드림>이 장황하게 외국 공연의 후일담을 줏어 담는 시간, <숲>은 이제는 보기 조차 힘든 패티김의 첫 번째 앨범, 붉은 LP를 걸어 놓고, 차근차근 이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어보았다. 명작은 시간의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듯, 그 예전 종이에 또박또박 연필로 글씨를 쓰는 듯한 LP의 음색은, 비록 텔레비젼이라는 또 다른 매개를 통해서였지만 충분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청자뿐만이 아니라, 출연자 패티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은 한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에 <두드림>과 <숲>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두드림>이 한때 잘 나가던 왕년의 가수라는 느낌이 더 진하게 다가온 반면, <숲>의 마지막, 김종진의 눈물에서 하염없이 흐른 눈물처럼 이제는 추억이 되어갈, 하지만 끝내 명작으로 남을 전설의 아티스트의 시간이 공감되었었다.

교훈은 굳이 이러이러하다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슴을 울리는 교훈, <숲>의 첫 회가 우리에게 남겨준 멘토링이었다. 또 다음의 감동의 멘토링이 기대된다.

 

 

 

 

 

 

 

by meditator 2013. 5. 1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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