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편의 무지막지한 예능이 왔다. 바로 <에코 빌리지 즐거운 가>가 그것이다. 

취지는 목가적이다. 최근 문화적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5도2촌, 즉 5일은 도시에서 보내고, 나머지 2일은 시골에서 생활을 즐긴다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시골에서 지낼 집을 자연친화적으로 직접 지어보는 예능이다. 

제작진이 마련한 단 돈 1억으로 자연친화적인 주택을 짓기 위해, 자신의 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달인' 김병만과, 십수년 째 무료로 집짓기 봉사를 하는 '해비타트' 운동에 꾸준히 참여해 오고 있는 이재룡이 주축이 된다. 이들과 함께 집을 짓기 위해, 배우 송창의, 정겨운, 아이돌 걸스데이 민아, 비투비 민혁, 그리고 개그맨 장동민이 함께 한다.

내 집을 짓는다. 말은 참 아름답다. 하지만, 출연진들이 첫 날부터 맞이한 집짓기 현장은 아름답기 보다는 처절하다. 노동의 땀방울이 아름답다고 하기엔, 35도를 오르내리는 한낮의 더위와, 밤이 되어도 쉬이 끝나지 않는 하루 일과는, 쉽게 아름다움을 논할 계제가 아니다. 

앞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뒤로는 숲과 들이 펼쳐져 있는, 이른바 '배산임수'의 명당, 하지만, 허허벌판에 집을 짓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출연진들이 스스로 해내야 한다. 집을 짓기 위해, 굴착기 기능사 자격증을 딴 김병만에, 여자의 몸으로 트렉터를 배워 온 민아까지, 의욕은 대단하지만, 직접 집을 짓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기초 공사를 위해, 김병만은 하루 종일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9시간을 넘게 굴착기에 앉아 있어야 하고, 여자 아이돌이라는 특권은 커녕, 그녀보다 허당인 다른 남자 출연자들이 미처 해내지 못한 일까지 처리하느라, 민아의 손놀림은 분주하다. 날 것도 이런 날 것이 없다. 


3회의 걸친 방영 횟수 동안, <즐거운 가>의 식구들은 자신들이 꿈꿔온 집을 각자 설계를 해보고, 모두의 의견을 조율하면서도, 에너지 제로 하우스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설계를 채택한다. 또한 1억원이라는, 실질적으로 집을 짓기에는 부족한 금액으로 집을 짓기 위해 프리캐스트 공법(공장에서 미리 규격화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와서 설치하는 공법)에 의거한 규격화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집구조 기반으로 설치하는 것까지 완성한다. 

하지만 이 첨단의 혹은, 신공법의 집집기를 채운 것은, 출연자들의 땀이다. 하필이면 35도가 넘는 한여름 시작된 공사는 하루 안에 일정을 끝내기 위해 느린 자신들의 일손을 하염없이 재촉하는 출연진들을, 오히려 탈진한 제작진들이, 쉬기를 종용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되풀이 된다. 
그 과정에서, 예능으로 재미를 주는 것은, 지지대를 고정하기 위해 굳이 햄머를 옆으로 치는 못 한번 쳐보지 않은 티를 푹푹 내는 허당 송창의와, 허우대는 멀쩡한 채, 말끝마다, '나만 믿어'라고 하지만, 결국은 여자 아이돌 민아에게 의지하고 마는 허세남 정겨운 등 초짜 일꾼들의 고군분투이다. 
김병만의 성실함과, 이재룡의 노련함으로 일정이 밀어내어지고, 거기에 초짜 일군들의 허덕이는 삽질이 따른다. 그리고, 서로가 그저 일하느라 말 한 마디도 잊을 팽팽한 긴장이, 잔머리 장동민의 한 마디로 풀어진다. 늘 가장 쉬운 일자리를 그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는 장동민이지만, 동네 터줏대감 못지 않은 그의 실전 생활 경험은, 요소요소에서 초짜 일꾼들의 튀어나온 입을 막아버린다. 

하지만 제 아무리 초짜라고 해도, 저녁 늦은 시간까지 강행되는 하루 일정에서 그들의 허당과 허세는, 늘 땀으로 마무리 되곤 한다. 제 아무리 못을 제대로 빼지 못해도, 페인트 뚜겅 하나 따지 못해도, 결국은 그날 하루 그들이 해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콘크리트 붓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가, 다음날 구조물 하나를 설치하는데 두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듯이, 스스로 집을 짓는 과정은 그 무엇하나 만만치 않다. 그래서, 민혁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가슴이 옥죄어 오는 고통이 생겨나도록 발에 땀나도록 뛰고, 김병만은, 모두가 예민해지는 위기 상황에서, 화를 내는 대신, 햄머 드릴을 챙겨든다. 일은 버겁고, 늘 상황은 여의치 않지만, 그 극한의 상황에서, 함께 하는 멤버들은 늘 지혜와, 여유를 놓치지 않는다. 흉통으로 인해 하루 종일 일을 못해 미안해 하는 막내 민혁에게, 오늘 하루만 일을 할 거 아니니 체력을 챙기라는 이재룡의 한 마디와, 괜찮다며, 니 체력만큼만 하라는 김병만의 한 마디가, 그 어느 때보다도 든든하면서도,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비처럼 땀을 흘리고 난 다음이기 때문이다. 

<에코 빌리지 즐거운 가>는 역설적으로 즐겁지 않다.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자막은 '모두가 말을 잃었다'라는 문구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잃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일하고, 가끔 웃기는 그 사람들이, 한 회, 한 회,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 첫 회에는 집을 계획하고, 두번 째는 땅을 파고, 집 앞의 텃밭을 만들더니, 이제 세번 째는 집의 기초가 될, 프리캐스트 구조물을 세웠다. 헛 망치질을 해도 결국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 막 웃기지도 않고, 별 이야기가 없는데, 끌리는 묘한 성취의 시간이다. 


by meditator 2014. 9. 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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