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종의 '멸종'은 자연현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멸종이 '인위적'이라는데 있다. 매일 150종, 매년 55,000 종의 생물이 멸종 중이다. 정상보다 1000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인간도 그 멸종의 대열에서 예외는 아니다. 

'모든 게 사라질 겁니다!'
2020년 4월 미국 항공우주국 NASA 등의 과학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과학자들이 '눈물'로 호소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는 종을 '상징'하는 붉은 물감을 뿌려대다 결국 경찰에 연행됐다. <시사 직격>의 다큐 제작진이 NASA 소속의 기후학자 피터 칼 머스를 찾았다. 그는 초조하게 말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확실한 경고가 필요한 때입니다.'

 

 

과학자들은 말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정상적인 속도보다 수백 배나 빠르다고. 이걸 회복하는데에는 수백반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여섯 번째 대멸종을 수백 배나 빠르게 만드는 건 두말 할 나위없이 '화석 연료'에 의존한 인간의 문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 사회의 결정은 느긋하다. 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197개국의 정상들이 모였다. 석탄화력 산업의 단계적 퇴출을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단계적 감축을 하겠다는 의견 조정만을 이루었을 뿐이다. 

이렇게 급속도로 진행되는 '여섯 번째 멸종'의 시대, 그에 반해 여전히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고 각국의 이해 관계만을 앞세우고 있는 현실에 기후 위기 활동가들이 거리로 나섰다. 

방관자가 될 수 없다!
지난 5월 30일 영국의 리치몬드 역에는 6구의 시신들이 놓여졌다. 브라질에서 벌목꾼 총에 맞아 숨진 사람, 미국 산불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사람 등  '기후 위기'로 죽어간 사람들이다. 잠시 뒤에 하얀 천을 씌운 시신이 움직인다. 기후 활동가들이다. 이들은 이렇게 '시신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프랑스 브장송 거리의 기후 활동가들은 보다 적극적이다. 기습적으로 등장한 이들이 상점의 불을 끈다. 전자 광고판을 뜯어 게재된 광고를 버리고 대신 온난화 지구를 상징하는 붉은 원의 포스터를 붙인다. 이들은 지난 2018년 결성된 '멸종 반란' 그룹이다. 소멸을 상징하는 모래 시계를 내건 이들은 더는 어설픈 방법으로는 빠른 멸종의 시대에 대처할 수 없다며 요란하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을 통해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겠다고 선언했다. 멸종 동물의 죽음을 상징하는 가짜 피를 뿌리거나, 의사당을 점거하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멸종 반란', 남아공에서 부터 호주, 그리고 아시아 등 84개국 1200 개 지부가 결성되었다. 

지난 3월 우리나라에서도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한' 장례식 퍼포먼스가 거행되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자 민주당을 점거하여 경찰과 충돌했다. 위법 행위도 불사하겠다는 기후 활동가들. 자신들에게 '절차'를 밟으라지만, 그 '절차'를 밟을 기회조차 쉽게 얻을 수 없다는 활동가들은 시끄럽게 해서라도, 위법 행위를 불사하더라도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한다. 

'이 시기를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
벌처럼 인간에게 필수적인 곤충이 사라진다면 과연 인간은 '생존'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기후 위기는 북극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 폭염으로 초과 사망자가 8천 명에 이르렀는데, 이게 '인간 멸종'의 신호가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그 '멸종'은 늘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더 빨리 다가간다니. 

경남 통영 20여년 동안 어업에 종사한 어부의 통발이 비었다. '잡을 게 없어요.'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연안 양식장도 다르지 않다. 6월 말까지 수확하던 멍게 어장이 5월 말에 막을 내렸다. 2년 이상 키워야 하는 멍게 양식, 지난 여름 고온으로 수확량이 70%나 줄었다. 전세계의 해수면 온도가 0.52도 상승하는 동한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1.35도 상승했다. 매우 빠른 속도다. 

그런가 하면 육지에서는 가뭄으로 21세기에 기우제를 지낼 정도다. 평년 절반에 못미치는 강수량, 강원도 고냉지 배추가 노랗게 타들어 간다. 건조한 기후는 '산불'을 초래한다. 3월 경남 밀양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건조주의보 상태에 강한 바람으로 축구장 1000 개 면적을 72시간 동안 태우고 나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다. 동해안에서도 10일 이상 산불이 이어져 1700여 억의 손해가 났다. 평생을 살아온 집들이 '소실'되었다. 6월초 이미 30도를 육박하는 기온, 그러면 건설 현장은 50도 가까이 올라간다. 지난 해 갑자기 올라간 더위로 건장했던 40대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5월에 발생한 사고였다. 

 

 

현재 세대의 탄소 배출,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문제는 이런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불평등하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3일 5살 이하 아기 40명을 포함한 62명의 어린이들이 헌법 소원을 냈다. 세계 최연소 당사자들이다. 현재 세대의 탄소 배출이 앞으로 성장하고 살아나갈 미래 세대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청년들이 주축이 된 기후 행동 페스티벌에서는 '기후 정의'를 외친다. 앞선 세대들이 전기를 쓰고, 고기를 먹으며 탄소를 배출해서 지구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가뭄, 산불, 멸종 등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물려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정책에 정작 자신들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 중 64.5%가 현재의 기후 위기를 '나의 문제'라 인식하고 있다. 2020년 출생한 세대는 평생 30여 차례의 기후로 인한 위기를 겪을 거라고 예상한다. 이는 1960년 생보다 7배나 많은 예측 결과이다. 40세 이하의 세대는 전례없는 기후 위기로 인한 고통을 받을 거라는 것이다. 

내년에 꽃이 안피면 어떡하지? 
이런 현실에 깨었는 이들 중에는 '우울감'을 호소하기도다. 18세의 도영이는 기후 재난 뉴스 등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고 말한다. 막막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잠이 안오기도 한단다. 이렇게 도영이와 같은 증상이 바로 '기후 우울증'이다. 

2011년 토마스 J 도허티 교수가 처음으로 '기후 우울증'을 정의했다. 젊은이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느끼는 만성적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태어나보니 기후 위기인 시대, 앞선 세대가 만들어 놓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진 자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문명' 속에 사는 자신이 또한 기후 오염의 원인이며, 그래서 스스로 행복해져서는 안된다고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18살의 도영이는 자신의 우울감을 또래 청년들과 함께 기후 행동에 참여하며 해소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베트남 석탄 발전소 건설에 참여한 두산 중공업에서 시위를 벌인 기후 활동가들은 천 만원이 넘는 민사 소송까지 당하는 처지이지만 '늘 하던대로 하면 결코 바뀌지 않는다'며 더 과감한 행동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이것이 무기력과 허탈감을 벗어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고 말한다. 젊은 청년을 주축으로 한 기후 활동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아직도 환경 에너지에 기반한 전기료 2배 인상에 주춤거리는 현실은 실천과 우선 순위의 간극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by meditator 2022. 6. 18. 02:15

2014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염전 노예 사건', 그 후로 8년이 지났다. <시사 직격> 다큐 제작진이 당시 '염전 노예' 당사자였던 57살의 백성종 씨를 만났다. 그런데 백씨는 태연하게 당시 소금을 날랐던 일을 재연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드러난 건 백씨 자신이 당시 자신이 당한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국민 분노할 정도의 일을 당한 당사자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바로 백성종 씨가 '경계성 지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4월 15일 방영된 kbs1 <시사 직격>은 우리 사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계성 지능인들에 대해 다룬다. 

 

 

피해자임을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아이 
2년 전 갓 중학교에 입학한 우희(가명)가 세 명의 고등학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런데 경찰은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우희가 자신이 당한 상황에 대한 진술이 정확치 않고 피해자답지 않다며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왜 이런 결과가 벌어졌을까? 

사건 속 CCTV에서 우희는 가해자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성폭행을 당하고도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만난다. 그렇다면 정말 우희는 '자발적'이었을까? 그런데 재수사 과정에서 심리 검사를 하게 되자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우희는 이른바 IQ 70~85 사이의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였다. 언어 이해와 작업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처리 속도가 평균 이하라서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회적 대처 능력이 떨어지니 당연히 자신이 당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거나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러니 성폭행을 당하고 나서도 웃는다던가, 먼저 연락한다던다 하는 등 일반적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현재 교육 과정에서 '지능 검사'를 더 이상 진행하기 않기에 우희의 아버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경계선 지능'은 1995년에서야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드러난 개념이다. 그런데 전체 인구 중 약 14%나 차치한다고 한다. 7명 중 한 명인 셈이다. 즉 한 교실에 적어도 3명의 아이들이 이런 경계선에 놓여있는 것이다. 

방과후 지역 아동 센터에 다니는 재훈이, 4학년인데도 리본을 묶는 것조차 어려움을 느낀다. 오른쪽과 왼쪽의 방향 감각도 헷갈린다. 웩스터 아동용 지능 검사 기준에 따르면 학습 부진을 겪는 '보더 라인'에 해당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집에 온 재훈이는 여동생의 기저귀를 척척 갈아주는 등  맞벌이 부모님을 도와주는 든든한 아들이 된다. 그러기에 아빠는 자신의 아들이 '경계선 지능'이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일상의 반복되는 일은 해낼 수 있지만, 공교육의 교육 과정을 따라갈 수는 없는, 말 그대로 '경계'에 서있는 아이들. 아직 우리 교육 과정과 복지 정책 그 어느 곳에서도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 그래서 더 위태롭다고 다큐는 말한다. 

 

 

초등 4학년, 2학년 두 남매가 모두 경계선 지능을 가진 엄마 연수씨의 일상은 아이들의 학원으로 가득차 있다. 한 달 교육비만 200만원이 넘는다. 숫자 개념만 익히는데 3년이 걸렸다. 연수 씨는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학습 부진은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지고, 그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등 사회성 저하를 뒤따르게 하니 할 수 있는 한 그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라도 아이들을 이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려 애쓸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역부족인 한계가 있다. ;'느린 학습자'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이재경 박사는 말한다. 일반적인 아이들이 1+1을 가르쳐 주면 '맥락적' 파악을 통해 2+2를 아는 것과 달리,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그걸 다 따로 가르쳐 줘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교육 과정에서 이런 '느린 학습자'들을 위한 배려는 없다. 

결국 엄마들이 나섰다. 오산의 '느린 학습자'를 둔 엄마들의 모임, '동치미'는 학부모들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 중심에 11살 영호의 엄마 민정숙 씨가 있다. 7살에 '경계성 지능' 진단을 받은 영호는 어린이 집만 20곳에서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아이를 태우고 언어치료를 받고 가던 중 이대로 바다로 직진하면 모든 게 끝날 텐데 하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두 남매의 엄마 연수씨 역시 빛이 없는 터널을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느린 학습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하지만 정숙 씨 부부는 포기하는 대신 적절한 자극을 꾸준히 주면 인지 기능에 느리지만 유의미한 성취를 보이는 '느린 학습자'인 아이를 위해 대학원 진학을 하며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렇듯 지금 우리 사회에서 '느린 학습자'인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케어'는 오롯이 부모들의 몫이다. 하지만 한 달에 100 만원이 넘는 비용은 쉽지 않다. 실제 자신의 아이가 경계성 지능을 가졌다는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알아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일반 아이들의 10배나 되는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들, 하지만 장애 판단이 내려지지 않기 때문에 그 어떤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교육 방법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지지만 부모가 발버둥치는 것에 비해 성취는 느리고, 사회의 도움도 없으니 사회 부적응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복지시설에 머무는 26살의 이은호(가명) 씨는 25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구타와 학대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 어떤 도움도 요청할 줄을 몰랐다. '친구'들도 다르지 않다. 친구는 이은호 씨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해 현재 은호시가 짊어진 빚만 4천 만원이다. 아직도 친구 핸드폰 요금을 대신 내준다.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폭력에 시달린 은호 씨, 그런 은호 씨에게 친구들은 3만원을 빌리고, 젤리 한 통으로 때우는 식으로 이용을 했다. 그런 은호 씨인데도 '군대'를 다녀왔을 정도로 사회는 자비가 없다. 

은호 씨는 검사 결과 '지적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렇듯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제대로 인지적 훈련을 받지 않거나, 가정에서 방임, 학대 당하거나 학폭을 당하며 점점 그 '인지적 기능'이 떨어져 간다. 또한 지역내 골칫덩어리였다가 결국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된 김태준(가명 분) 씨처럼 사회적 부적응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정신병인가' 했다는 태준 씨의 아버지 이해하기 어려운 아들을 늘 '그것도 못하냐'며 때렸다고 한다. 모두로 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태준 씨는 그 '방어기제'를 분노로 표출했다. 실제 오랫동안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로 인해 고심해 왔던 일본의 학자들은 상당수의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나 '은둔형 외톨이'들의 상당수가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지고 있을 거라 추측한다. 실제 소년원생의 34%가, 그리고 보호 소년의 37%가 경계성 지능 장애나, 지적 장애를 가졌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경계성 지능 장애'의 경우 말 그대로 '경계'의 존재이기에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된다. 

정규 교육 과정을 따라가지 못해 중학교를 다니다 그만둔 후 대안 학교에서 배움을 마친 최원재씨는 2014년 장애 인권 대회에서 대표 연설을 하는 등 자립에 성공한 케이스다. 무엇보다 가족의 지지가 전폭적이었다. 원재 씨는 말한다. 조금 다른 사람들일 뿐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100의 속도로 갈 때 40~50의 속도로 가는 사람들이라고.  '지능의 경계가 삶의 경계가 되지 않도록' 사회의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by meditator 2022. 4. 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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