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 '꼴페미', 아니면, 반대로 '한남', 이런 말을 써본 적이 있는가? 이런 말들을 쓰면서 그런 자신의 표현이 '혐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는지. 어느덧 우리 사회 일부 집단에서 일상화되어가고 있는 저 표현들, '혐오'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기사들의 댓글만 봐도 우리 사회에서 '혐오'가 얼마나 일상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는 '혐오', 이에 대해 4월 26일 kbs1의 <시사기획 창>이 집중 탐구한다.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 
프랑크 제임스, 그는 그 자신이 흑인임에도 흑인들은 고통받으며 살 수 밖에 없다며 '인종'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혐오'는 폭력적인 말에서 그치지 않았다. 4월 12일 뉴욕 브루클린 역에서 지하철을 탄 그는 연막탄을 터트리고 열차가 연기로 가득차자 총기를 난사했다. 그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10 여 명이 부상을 당했고, 그 중 5명이 중태에 빠졌다. 

미국에서 '혐오 범죄'는 이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동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한 아시아계 여성을 따라가서 130여차례나 가격을 하고 침까지 뱉은 흑인 남성, 그가 '혐오 범죄'를 저지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90초였다. 지난 2월 13일에는 아파트 복도를 걸어가던 한국계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백주대로에 동양인을 폭행하는 것이 빈번해 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까지 지적한 '혐오 범죄', 하지만 그렇게 일상화된 '혐오 범죄'의 증폭기가 된 건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다. '중국이 코로나를 은폐하여, 질병이 전세계로 퍼졌다.', '불법 이민으로 인해 미 노동자층이 각종 부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등등 그가 공적인 현장에서 쏟아놓은 말들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sns를 통해 내뱉은 짧고 거친 발언들이 논란을 유발하여 미국민들을 갈라치기한다. 

앞서 프랑크 제임스의 범죄에서 보여지듯이 '혐오'는 결국 '발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미 의회 의사당 점거 사태를 벌였다. 혐오는 더 큰 혐오를 낳고, 결국 민주주의를 위기로 이끌어 간다. 안타깝지만 현재 미국의 가장 유력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다시 '트럼트'이다. 

도대체 저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거친 트럼프의 표현들이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는 미국 역사에서 최초로 노골적으로 '혐오'를 자기 정치적 수단으로 삼은 정치인이다. 그런 혐오에는 사회 경제적 불만이 자양분이 된다. 불만을 가진 유권자층을 상대로 그들의 '불안'을 '핑계'댈 대상과 이유를 들어 국민을 갈라치기 한 겅이다. 그 대상이 바로 이민자와 소수자들이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혐오 정치 기간 동안 실제 남미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현격하게 늘어났다고 한다. 

우리 안의 혐오 
그렇다면 '혐오'를 도구로 사는 정치는 미국만의 일일까? 최근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전장연'의 시위가 있다. 이 시위에 참여한 정기열 씨는 대학 때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가 없이는 이동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그가 2년 여 병원 생활을 마친 후 나온 세상은 비장애인으로 살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고 한다. 지나가던 사람이 대뜸 천원 짜리 한 장을 적선하는데서 느끼는 자괴감은 둘째치고, 생활이 곧 전쟁이 되는 장애인으로써의 삶이 더 문제였다. 장애인으로써 사회 적응의 첫 연습이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는 연습이었다고 한다. 노동을 하든 뭘 하든 집밖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런 장애인의 기본권을 보장해 달라고 '전장연'은 자신의 몸을 무기 삼아 지하철에서 시위를 했다. 

 

 

그런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사람들은 처음에는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할 지 몰라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이에 대해 발언을 한 후 사람들이 달라졌다고 한다. 대놓고 공격적인 발언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려 하기도 한다. '너희들 때문에 나라가 힘들다.'는 식의 반응들, 사회적 약자인 자신들이 나쁜 사람이 되어가는 것같다고 정기열 씨는 힘들어 한다. 이렇듯 정치인들의 '발언'은 사람들의 '혐오'를 부추키거나 조장한다.

지난 10년간 sns를 중심으로 '혐오' 키워드가 4배 이상 증가했다. 여성, 장애 관련 기사의 댓글 5만 여건을 다큐 제작진은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여성 혐오와 관련해서는 '페미' 등의 부정적 표현이 증가했고, '남성을 차별'한다거나, 남성을 벌레취급한다'는 역차별의 표현도 늘었다. 

아이러니한 건 중국에 대한 양가적 표현들이다.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 혐오 범죄 앞에서는 같은 편처럼 대하던 중국에 대해 베이진 올림픽 편파 판정이 문제가 되자 '혐오'가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장애와 관련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반응이 비슷한 반면, 장애 단체로 가면 불편하다. 피해를 겪는다의 부정적 표현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전문가는 이런 혐오 관련 시민들의 반응에서 공통점을 도출한다. 바로 '내가 손해를 보는 건 못참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의 기저에 경쟁의 장으로서의 사회, 그 안에서 내가 먼저 차지하지 않으면 내 몫은 없다는 '제로섬 게임'의 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런데 이런 '손해'는 정당한 근거가 있는 것일까? 경북대 주변에는 무슬림 유학생과 그 가족들이 산다. 하룬 컨씨처럼 바이오 공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무슬림 공동체를 이룬 이들, 그래서 이곳에 무슬림 사원을 짓고자 했다. 그러자 '사람을 죽이는 무슬림 테러리스트'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치안이 불안해지고 슬럼화의 우려가 있다는 주민들, 막상 한 사람씩 붙잡고 물어보니 뾰족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 그저 싫다는 식이다. 

이런 '혐오'에 대해 김승석 교수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본성처럼 진화한 인간의 특성이라고 안타까워한다. 피부색, 나이, 옷차림을 근거로 타인을 판단하는데 불과 0.1초도 걸리지 않는게 인간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자신이 정의롭다고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에 기반하여 '폭력', 혹은 '폭력적인 태도'를 보일 때 가장 위험하다고 김교수는 경고한다. 

실제 예일대에서 실시한 실험, 선생님에게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문제 행동을 보일만한 아이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선생님은 무의식중에 흑인 남자 아이를 주목했다고 한다. 평소 스스로 인종 차별을 한다고 전혀 생각지 않았던 선생님, 하지만 그 선생님처럼 '주목'하며 특정인을 지켜보면, '침소봉대'라, 그의 실수나 잘못이 더 눈에 들어오고, 그로 인해 그가 가진 무의식적인 신념이 강화된다고 실험을 말한다. 

특히 이런 '혐오'의 신념이 강화되는 과정에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북대 무슬림 사원 사태에서 기초 단체는 혐오스런 플랜카드를 용인하는 등 암묵적인 조장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의 이준석 대표의 발언, 그리고 경북대 무슬림에 대한 지자체의 태도 등은 일반 시민들에게 일종의 '메시지'가 된다고 다큐는 지적한다. 개인의 자유의사 표현을 강제할 수 없다고 하지만 과연 이게 '자유로운  의사 표현'일까? 

실제 국회 앞에서 노골적인 '동성애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 다큐는 묻는다. 노예제 찬성을 과연 오늘날 백주대로에서 주장할 수 있냐고. 그렇듯 표현의 자유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혐오가 될까? 욕설이나 비난만이 아니다. 성별, 장애, 인종, 성적 지향 등 집단의 정체성을 이유로 어떤 집단에 대해 편견을 조장하는 그 모든 것들이 바로 '혐오'라고 전문가들은 정의내린다. 특히 정치인들이 메시지를 던지고, 그로 인해 시민들의 혐오를 조장하게 되는 식의 '투사적 혐오'가 바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좀먹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혐오'지수는 어떨까? 다큐는 '시민을 위한 혐오 리스트'를 제시한다. 이 '리스트'로 지금 당신의 '혐오'는 어떤 수준일지 한번 체크해 보시길.

 

by meditator 2022. 4. 27. 16:06

28일 밤 당신은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셨습니까? 아, 인기리에 방송 중인 월화 드라마 <닥터스>가 있으니 그걸 보셨겠군요,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또 오해영>도 있으니 이걸 보셨나요?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볼까요? 혹시나 이들 프로그램이 아닌 동시간대 다른 프로그램을 보신 분이라면 어떤 걸 보셨나요? <시사 기획 창>을 보셨나요? 아니면 <피디 수첩>? 또 다른 질문을 해볼까요? 29일 당신이 클릭할 기사는 어떤 것일까요? <피디 수첩>에서 방영한 박유천씨 관련 기사일까요? 아니면 <시사 기획 창>에서 방영한 대우 해양 조선 구조 조정과 관련된 기사일까요? 


하루 하루 자신의 삶을 살기에도 바쁜 당신이지만, 그래도 '고소녀 인터뷰'라고 잔뜩 홍보를 했던  박유천 씨 관련 기사는 놓칠 수 없었다구요? 아닙니다. 이 또한 전제가 잘못되었습니다. 28일 방영된 <피디 수첩>은 방영 전부터 이날 프로그램과 관련된 홍보 기사를 다수 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방송 시간을 전후로 해서, 이날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내용은 캡춰 본과 함께 '무수한' 기사로 재양산됩니다. 물론 당신은 흥미로웠다고 했지만, 이 '흥미'는 다분히 '조장'된 것일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한 도시와, 그 도시에 살던 수만의 사람들, 그리고 그 일가들이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생긴, 그리하여, 차후 한국 경제의 진앙지가 될 대우 해양 조선을 다룬 <시사 기획 창>에 대한 후발 기사는 단 한 줄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난다 하더라도 '박유천'씨의 기사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일 겁니다. 이 상황이야 말로 <곡성>의 '무엇이 중하냐고? 무엇이 중한디?'라는 대사가 딱입니다. 



길을 잃은 조선업, 그리고 갈 곳을 잃은 사람들
6월 28일 <시사 기획 창>은 '긴급 르뽀, 구조 조정 현장에서 길을 묻다'를 방영했다. 프로그램 제목에서 '긴급'이란 수식어가 들어갔듯이 최근 한국 사회 전체를 위기롤 몰아넣을 진원지가 될 조선업의 구조 조정 위기를 다룬 것이다. 격세지감이다. 1972년 조선소도 지어지지 않은 울산 백사장에서 현대 조선 기공식으로 첫 삽을 떴던 우리나라의 조선업, 1989년  대우 조선 직장 폐쇄라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2000년 세계 1위의 혁혁한 성과를 이루었던 한국의 대표적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카메라가 처음 향한 곳은 거제의 인력소개소이다. 새벽 인력 시장, 거기서 만난 것은 'dsme'라는 대우 해양 조선 이니셜이 새겨진 작업복을 아직도 입고 있는 한때 그곳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다. 이 새벽 인력 시장을 찾은 일용직 노동자들의 60%에 해당하던 이들은 대부분 '물량팀'이라는 이름으로 대우 조선 인력의 7~89%를 채웠던  협력업체 직원들이거나, 재하청 계약직들이다. '구조조정'의 파고는 이들에게 제일 먼저 들이닥쳐 이제 이들은 조선소에서 일하던 그 복장으로 새벽 인력 시장을 찾는다. 거리로 내몰린 것은 하청업체 직원들만이 아니다.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피해를 감당했던 하청업체들도 휘청거리거나 연쇄 도산 중이다. 그들이 머물던 주거지와 상가 거리는 이제 네온 사인 불빛만 적막하게 빛난다. 정규직이라고 안심할 것은 아니다. '솔선수범'을 외쳐보지만, 하반기부터 들이닥칠 구조조정으로 위기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조선업계의 불황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시사 기획 창>의 진단은 다르다. 이미 <썰전>을 통해 '해먹어도 너무 해먹었다'는 주인없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로 말미암은 총체적 부실은 물론, 근본적으로 '해양 플랜트'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력 부족'등으로 빚어진 경영 전략의 부재 혹은 판단 미스는 '분식 회계'를 불가피하게 만들 정도로 '불황'을 핑계 대기엔 너무나 치명적이란 분석이다. 그리고 그런 말 그대로 '부실' 경영은 고스란히 '경영 손실'로 이어지고 이제 '구조 조정'이란 이름 하에 조선업계 노동자들과 그 일가족, 그리고 한국 경제의 몫으로 귀착된다고 다큐는 밝힌다. 

심각한 것은 이런 대우 해양 조선의 침체가 그저 한 도시 '거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큐는 거제를 떠나 전남 광양으로 카메라를 돌려, 조선업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하지만 역시나 낙하산 경영진의 무책임한 경영이 문제가 되었던 전남 광양의 포스코로 전해진 여파를 전한다. IMF 시절에도 불황을 몰랐던 포스코, 하지만 779만톤의 생산 능력을 가진 포스코는 작년 자체 생산량을 577만톤으로 줄여 생산하며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체감 온도는 그 지역의 경기로 곧장 전해진다. 하지만 그런 포스코와 달리, 선제적인 구조 조정을 한 '동국제강'은 조선업계의 불황에도 4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불황의 늪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결국 세계적 불황이 조선업계 구조 조정의 '면피'가 될수 없음을 다큐는 밝힌다. 나아가 현재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감당하기 힘든 '해양 플랜트 사업'에 대한 향후 전략과 경영 방식이 현 조선업계의 불황 해소의 관건이 될 것임을 다큐는 밝힌다. 덧붙여, 현재 정부가 '능사'로 삼고 있는 '인력 감축' 등의 구조 조정 방식이 유일한 '해답'이 아니라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법보다 앞선 가십 
이렇게 거제 현장에서 새벽 인력 시장으로 내몰린 대우 해양 조선 노동자의 모습을 담으며 거제, 그리고 우리 사회에 몰아닥친 조선업계 구조 조정을 생생하게, 하지만 차분한 분석과 대안까지 마련하려 애썼던 <시사 기획 창>과 달리, 28일 방영된 <피디 수첩>은 그야말로 '가십'의 결정판이다. 

그간 <피디 수첩>은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은 다루지 않았지만 박유천씨 사건은 워낙 중한 사건이라 다루었다 라고 스스로 밝혔지만, 아직 '법률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이 사건이 왜 '시급한'지 이날의 피디 수첩은 설득하지 못했다. 박유천씨와 그의 소속사가 법률적 판단 이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또 한 명의 피해자를 앞세워 박유천이란 연예인의 '관뚜껑'을 덮기에 급급했던 이날의 방송이 과연 필요했는지 여러모로 의문스럽다. 

이미 '민언련'을 통해 박유천씨의 고소 사건이 드러난 후 종편 방송 분량의 70%가 여기에 할애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피디 수첩>이 철저하게 한쪽의 입장에 의거하여, 자신들이 밝히듯이 '한류 스타'라는 연예인을 파렴치범으로 단죄하는 방송을 했는지 의문스럽다. 

최근 박유천씨의 국내외 팬클럽 등이 밝힌 성명서에 따르면, 아직 법률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보도로 박유천씨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28일의 <피디 수첩>은 종편의 방식을 고스란히 되풀이했다. 마치 법률적으로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가십'성 폭로로 연예인 박유천의 '생명'을 끊어놓아야 겠다고 작심이라도 한듯이. 해외의 한류 팬들조차 불공정한 한국의 언론을 개탄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디 수첩>은 같은 양상을 반복한다. 이미 박유천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일말의 범죄 사실이 법적으로 인정될 경우 '은퇴'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며, 그게 아니라도 범죄가 성사될 경우 '처벌'을 받게 될 것인데 방송들은 서로 앞다투어 '여론의 뭇매질'을 선동하기에 급급한다. 




문제는 <시사 기획 창>에서 다룬 정말 우리가 심각하게 지켜보아야 할 대우 해양 조선 등 조선업계의 구조 조정이 이런 일련의 '가십'성 기사로 인해 묻히거나, 아예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희한한 일은 한국 사회의 '위기'라 할만한 사건들이 연일 터지고 있는 가운데, 마치 작정이라도 한듯이 연일 '연예인'들의 '가십'성 기사가 함께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유천씨의 고서 사건 이래, 종편의 방송분 70%가 그것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은 물론, 수천 건의 이와 관련된 기사들이 양산된다. 마치 사람들이 시들해져서 관심이 딴데로 돌려질까봐, 종편에 이어, 이젠 공중파까지 '가십' 보도에 가세한다. 어디 그뿐인가? 박유천에 이어, 이미 법적으로 의미가 없는 홍상수-김민희의 불륜이 가세한다. 대중들이 신선해 하지 않자, 홍상수 감독 부인과 김민희 어머니의 카톡 내용까지 만천하에 공개된다. 이미 '김현중과 그의 약혼녀 사이, 그리고 이병헌과 그의 고소녀들 사이의 '카톡' 내용에 이어 같은 방식이다. '정보 공개법'이나 '사생활 침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것도 시들하자, 이젠 주식 투자와 관련된 아이돌 경제사범까지. 

인류는 진화론적으로 '풍문'에 약하다고 한다. 일찌기 '언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신석기 시절' 생존을 위해 '소문'에 귀기울였던 유전자 정보가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록 우리가 여전히 그 신석기적 유전자로 살아가고 있다지만, 우리에겐 언론이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 대중의 언론은 '정론' 대신, '가십'으로 연명한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진실'에 대한 예리한 시선 대신, '유병언'과 관련된 '가십'으로 대중을 인도했다. 그 결과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야 우리는 그 당시 세월호에 실려있던 것이 제주 해군 기지로 가는 철근 400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그조차도 제대로 보도되지 못한 채 여전히 세월호 가족들은 청와대로 시위를 하다 잡혀가는 신세가 될 뿐이다. '박유천으로 인해 덮인 7가지 사건'이라고 하자, 누군가는 박유천이 아니라도 다 볼 건 찾아본다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수천 건의 박유천 가십을 뚫고, 세월호 400톤 선적을 찾아볼 눈밝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애쓰던 잠수사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마찬가지다. 한 건도 제대로 기사화되지 않는 대우 해양 조선 구조 조정에 대한 르뽀를 역시나 쏟아져 나오는 박유천 기사를 뚫고 찾아볼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니 다시 정치의 세월이 돌아와 그 구조 조정조차 '정치'의 흥정거리로 뒷방에서 거래가 된다 한들, 사람들은 또 누군가의 '가십'에 정신팔려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현실처럼. '가십'에 길들여 지는 사회, 그것이 바로 '박유천'과 관련된 기사를 클릭하는 우리의 현주소다. 
by meditator 2016. 6. 29. 06:32

강준만 교수는 5월1일자 한겨레 신문 칼럼 <언론도 소통합시다>를 통해 관성에 젖은 언론 행태를 꼬집는다. 강교수는 '각자 당파성에 기인해 반대 정당이 압승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캠페인성 기사를 양산해 내거나, 각 정치 세력과 정치인들의 유불리나 이해득실을 분석하는 일에만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독자가 그런 기사를 좋아한다며 독자의 뒤에 숨지만, 결국 '싸움과 당파성을 파는 상인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 이유로 '당장 여기서'라는 목전의 사태에만 집중하느라 10대 재벌 사내 보유금 분석 같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소통'의 방식을 놓치고 있다고 통탄한다. 


그렇다면 강교수가 주장하는 바 '소통 불능'에 빠진 언론이 스스로를 '언로의 죽음'에서 구제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가능성을 5월 3일 방영된 <시사기획 창>이 보여준다. 



샅샅이 훑어 본 19대 정치 자금 보고서
외람되게도 2016년 정치 개혁을 내걸은 이 다큐가 다루고 있는 것은 이제 새롭게 열릴 20대 국회가 아니라 조만간 폐업할 19대 국회이다. 

<시사 기획 창(이하 창)> 탐사팀은 지난 4년간 19대 국회의원들이 쓴 정치자금 1448억원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국회의원은 한 명당 1년에 1억 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엔 최대 3억원의 정치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지난 4년간 19대 국회의원 292명이 쓴 정치 자금 내역서인, '정치 자금 수입 지출 보고서'를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 지난 3개월에 걸쳐 5만 3천여 페이지, 52만 4천여건의 정치 자금 내역을 데이터화하고, 분석했다. 

도대체 이런 긴 시간을 들인 정치 자금 분석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건 다큐의 내용을 통해 명확해 진다. 

정치 자금이란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대신하여 국회에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십시일반 모아진 돈이다. 물론, 정치 자금과 관련하여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있었지만, 기본 취지는 그렇다. 그러기에 정치 자금은 국민들의 의혹을 살 일이 없이 공명정대하게 운영되어야 하고, 사적인 사용이나, 부당한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창>을 통해 살펴본 국회의원들의 정치 자금 사용 내역은 웃프다. 가깝게는 자신의 아들과 딸, 혹은 아내 등 가족들이 벌이는 사업을 돕기 위해 사용되는 것에서 부터, 단란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빵집에서 빵을 사고, 새로 산 와이셔츠, 넥타이 값에 동창회비까지 정치 자금으로 유용된다. 심지어 과속 벌칙금까지 이 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엄연히 정치자금 법을 통해 사용될 수 없다고 명시된 동창회비까지 버젓이 정치 자금으로 낸다. 이런 국회 의원들이 292명의 19대 국회의원 중 204명이나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부적절한 사용 내역에 대해 제작진이 문의를 하면, 그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반응이다. 어떻게 다 하나같이 '몰랐다'거나, '실수'이거나, 해당 관계자가 업무에 미숙해서 라고 답을 하는지. 국회의원들만이 아니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크건, 작건 정치자금 유용의 문제를 감독해야 할 '선거 관리 위원회'는 탐사 보도 팀이 데이터화한 내용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다. 아니 뒤늦게라도 알게 된다 하더라도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거나, 취해진다 해도 '경고' 등의 말뿐이다. 모두가 다 알듯이 이제 지는 해가 되는 얼마 남지 않은 회기에서, 이제야 밝혀지고 경고를 받는다 해도 유명무실하다. 



사후 약방문을 통해 20대 국회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다. 
그런데 왜 뒤늦게라도 19대 국회의원의 정치 자금을 들여다 보아야 했을까? 그건 바로, 사후 약방문인 19대 국회의원의 정치 자금 사용 내역을 통해, 20대 국회의원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고비용'의 정치 자금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치 자금과 관련된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국회의원과 일부 언론들은 현재의 정치 자금이 비효율적이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이상적 제도로, 결국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만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그럴까? <시사 기획 창>이 살펴본 우리나라 국회의원 한 사람이 쓰는 비용은 한 달에 천 여만이 넘는 세비를 비록하여, 사무실, 보좌관, 심지어 집기 사용에 필요한 비용까지 모조리 국가가 지원해준다. 영국의 국회의원이 자신의 사물실을 운영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과는 완연히 다른 형편이다. 

무엇보다 정치 선진국이라 하는 영국은 2009년 정치 자금과 관련된 스캔들 이후,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정치 자금을 감시할 수 있도록, 각 국회의원이 쓴 자금들이 상시적으로 공개된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쓴 자금을 데이터화 하여, 국회내 윤리 위원회에 제출하고, 이 윤리 위원회는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여, 감시를 일상화한다. 

이런 영국과 같은 제도에서라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처럼 주차하기 편하다 하여, 대부분의 만남을 호텔에서 뻔질나게 하는 '갑'의 행태를 보일 수는 없을 것이며. 또한 4년 동안 쓴 자금을 차기 국회의원 선거 관리에도 정신이 없는 선관위에 4년이 지난 후 보고하는 형식에서라면 현재와 같은 '눈가리고 아웅'의 형태는 얼마든지 방조될 수 있다는 것을 다큐는 지적한다. 

결국 19대 국회의원 정치 자금 보고서를 통해 <시사 기획 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20대 국회의원의 활동 방향이자, 고비용 정치 자금의 현재의 정치 구조에 대한 이의 제기이다.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갑질' 행태가 문제가 되자,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세비를 비롯한 항목을 30% 삭감하겠다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여타 정치적 사안이 등장하자, 세비 삭감은 어느새 없었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여론이 비난의 방향으로 가면 삭감하는 모양새만 취하다, 잠잠해지면, 자신들이 자신의 세비를 20%나 삭감하는 몰지각한 행태를 여야 막론하고 벌이는 현재의 국회의 관습, 국회법, 그리고 선관위법에서는, 정치 자금의 유용과 고비용의 정치 자금 관행은 사라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치 개혁의 시작은, 지금껏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눈가리기 식으로 넘어갔던 '정치 자금'에 대한 새로운 입법, 즉 '갑'이 아닌 '봉사'하는 존재로서의 국회의원에 대한 법적인 새로운 규정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3개월에 걸친 정차자금 보고서 분석은 밝힌다. 

by meditator 2016. 5.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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