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방영되었던 <무한 도전> 예능 총회, 새해를 맞이하여 이른바 예능계의 대부 이경규에서 부터, 막내 김구라의 아들 mc그리까지, 예능계의 인물들이 나름 총망라된, 말 그대로의 총회였다. 그 자리에는 2015년 mbc 연예 대상에 빛나는 김구라에서 부터, 2015년 예능계에 첫 발을 디딘 서장훈까지, 신구 예능인이 함께 한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2015년에도 여전하 대세, 혹은 대세의 가능성을 가진 예능인들이 모인 자리에 여성은 jtbc <님과 함께>를 통해 대중적 호응을 얻은 김숙 한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홍일점이 무색하게, 이날 김숙의 활약은, 그녀와 함께 예능적 화제가 된 윤정수와 커플로써일 때가 대부분이었다. <님과 함께>의 가모장 김숙이 여전히 예능적으로 감이 둔한 윤정수를 어르고 달래는 것이 그녀가 한 대부분의 일이었다. 이경규가 예능의 대부로 여전한 예능감을 뽐내고, 김구라라 노회하게 예능계를 점칠 때, 김숙은 여전히 쇼윈도우 커플의 아내로써 그 역할을 부여받았다. 




송구영신, 여성 개그맨에게 2016년 새로운 기회가 
이날 <무한 도전>에서 김숙은 2015년이 여성 예능인으로서 힘든 한 해였음을 토로했다. 오죽하면 유재석과 동년배인 송은이가 나이 마흔 셋에 '적성 검사'를 할 정도로. 우스개 소리였지만, 적성 검사에서 사무직이 나온 송은이는 뒤늦게 '엑셀'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한 해 동안 많은 개그맨들이 방송이라는 수면 위로 뜨고 지지만, 최근 몇 년간 여성 개그 우먼들에게는 유독 가혹한 시절이었다. 방송가의 대부분 뜨는 예능 프로그램은 남성 집단 체제로 전환되어져 가면서, 여성들의 입지가 적어져 갔고, 심지어 그나마 남은 자리도 개그우먼이 아닌, <런닝맨>의 송지효처럼 비 개그 우먼인 여성이 차지하기가 십상이었다. 그나마 버티고 있었던<해피 투게더>의 신봉선, 박미선도 결국 개편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여성 개그우먼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2013년 특별편에서 호응을 얻고 2014년에 정규로 편성된 <인간의 조건-여성판>이 그것이다. 하지만, 개그우먼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미션의 제한이 가진 한계를 넘지 못하고, 이런 프로그램 특유의 호흡을 결국 개그 우먼에게 맡기지 못한 채, 비 개그우먼 여성들을 끼워 넣음으로써 출연자의 호흡도 스스로 무너뜨리고, 미션도 뻔해지는 그저 그런 프로그램으로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그 이전에도 시즌 3까지 이어진 <무한 도전>의 여성판 <무한 걸스>도 있었다. 이렇게 여성판으로 이어진 <인간의 조건>, <무한 걸스>는 하지만 언제나 소재 고갈과 캐릭터의 소진으로 스테디셀러가 되지 못했다. 

<웃찾사>나, <개그 콘서트>, 혹은 <코미디 빅리그>에서 이국주, 홍윤화, 장도연, 박나래등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개그 프로그램 이외에서 그녀들의 활약은 그다지 용이하지 못했다. <라디오 스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장도연이 그 기세로 <썰전>2부에 참여했지만, 시사 경제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아직도 그녀에겐 역부족인 듯 보이듯, 그녀들의 활약은 단발성을 넘기 힘들었다. 

그런 가운데, 2015년 10월 김숙이 윤정수와 함께 <님과 함께>에 첫 선을 보였다. 김숙과 윤정수는 여태까지 이런 가상 부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뻔히 사전에 각본에 의해 정해졌음에도 마치 진짜 부부인 듯 행세하는 것과 달리, '쇼윈도우 부부'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가상 부부 리얼리티에 새로운 질감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이제는 뻔해져 가는 가상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또 다른 생기를 부여하면서, 대중의 열렬한 환영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김숙과 윤정수는, 여전히 '가부장적' 가족 제도가 우월한 우리 사회에서, '가모장'이라는 새로운 부부의 형태를 제시하며 또 다른 예능의 영역을 개척하며 스스로 자신들의 예능적 입지를 만들어 갔다. 이제는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는 그들의 진짜 결혼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스스로 기회를 꿰어 찬 그녀들
물론 김숙의 이런 기회가 그냥 돌아온 것은 아니다. 우스개로 송은이가 적성 검사를 하고, 엑셀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중년의 개그우먼들에게 돌아오지 않는 방송의 기회를 이들은 2015년 4월 '팟 캐스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통해 개척해 나갔다.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빠진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라는 모토로 시작한 이 방송은 팟 캐스트 인기 순위 상위권에 랭크될 만큼 호응을 얻었고, 방송이 외면한 그들의 능력을 만천하에 알렸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런 입담은 잊혀져 가는 두 개그우먼의 능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님과 함께>의 출연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돌아온 김숙은 달랐다. <인간의 조건>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그저 맏언니로써, 동생을 챙기고, 마흔 줄의 싱글로써 건강을 챙기는 별다른 특징없는 캐릭터 대신, 여전히 빚에 시달리는 윤정수를 들었다 놨다 하며 수틀리면 언제라도 나가라 할 수 있는 당당한 가모장이란 캐릭터로 자신을 드러냈다. 그런 그녀의 색다른 캐릭터는 그녀와 송은이가 단발이지만, <해피 투게더> 걸크러쉬 특집에서 시청률을 올리는 견인차로 매력을 뽐내게했고, 이어서 모바일 예능이지만, 다섯 명의 개그우먼들이 평소에 이상형이었던 남성 게스트를 초대해 팬심 사심을 뽐내는 <마녀를 부탁해>로 이어졌다. 안영미, 이국주, 박나래가 그들이 출연하는 개그 프로그램과 단발로 출연했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캐릭터를 연장한 것이지만, <님과 함께>의 김숙의 활약이 컸던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그간 방송가의 '남성 중심주의 '덕에 입지가 좁아지고, 사라져 갔던 개그우먼들은 이렇게 자력갱생하여 자신들만이 가능한 캐릭터를 통해 방송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부디 이런 그녀들의 '귀환'이 <인간의 조건-여성판>의 트라우마를 벗어나, 여성 개그우먼만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김숙의 가모장 캐릭터는 그리고, 박나래, 이국주가 보여주는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그녀들의 캐릭터는 '가부장제 세상'의 안티 히어로같은 캐릭터이다. 그녀들의 새로운 캐릭터가, 그저 뻔해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잠시 잠깐 '바람'처럼 소모되지 않고, '가부장제 사회'의 틈이 될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들의 '가모장'에 또 다른 변주가 필요할 것이다. 

2월 7일 방영된 <문제적 남자> 설날+발렌타인=설렌타인 특집은 개그우먼들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보인다. 이날 특집에서 가모장 김숙은 그 누구보다 비상한 두뇌 플레이를 보였고, 김민경은 우람한 덩치로 먹는 것 이상의, 섬세한 언어적 감각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김영희는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그녀만의 감성을 선보였다. 단발의 특집이지만, <문제적 남자>의 그녀들은 예의 웃음기 외에도 또 다른 능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문제적 남자>는 개그우먼들을 또 다른 효용으로 활용함으로써 프로그램 자체의 영역 확산은 물론, 개그우먼들의 가능성조차도 타진했다. 부디 <문제적 남자> 셀렌타인과 같은 기회가 그녀들에게 많이 주어지는 2016년이 되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6. 2. 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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