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곳에 모인 다섯 쌍의 커플, 그들에겐 이상한 과제가 주어진다. 그건 바로, 본인의 연애 상대가 누군인지 숨기는 것!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던 그 혹은 그녀와의 낯선 3일이 시작된다'

스릴러 소설, 혹은, 라이어 게임의 한 단계와도 같은 이 문구는 새로 시작한 jtbc의 예능<비밀 연애>의 기획의도이다. 프로그램의 부제도 '사라진 연인들'이라니, 무시무시하다. 

외딴 곳의 아름다운 팬션, 그 거실에 모인 다섯 명의 여자들, 딩동 벨이 울리고, 한 남자가  그녀들 앞에 나타난다. 그는 바로 사진을 통해 그녀들이 뽑은 호감 1순위, 1위를 한 그는 당당하게 소파에 앉은 다섯 여자 중 한 명을 선택해 그녀의 옆에 앉는다. 그가 선택한 그녀, 그녀가 그의 연인일까? 진실은 누구도 모른다. 차례차례로 등장한 남자들이 한 명씩 여자를 선택하고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맞춰 그녀의 옆에 앉는다. 그들의 이름도 모른다. 그저, 사진을 보고, 그녀들이 떠올려 낸, 고지용, 강백호, 이적, 김지훈, 온유 등이 그들의 닉네임이 된다. 여자들도 다를 바 없다. 커플이 정해지고, 그녀 앞에 놓여진 이름표를 뒤집으니, 거기엔, 정니콜, 구하라, 박규리, 강지영, 한승연 등 다섯 카라 멤버들의 이름이 쓰여있다. 

선남선녀들이 짝을 이뤘으니, <짝>이라도 찍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란다. 그들 중 누가 진짜 연인인지를 밝혀내라는게 미션이다. 함께 장을 보고, 음식을 하고, 서로의 얼굴을 그려 주고, 사연을 읽어가면서, 은연 중에 드러난 커플의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들 중 한 커플을 하루에 한 팀을 탈락시키는 것이 그날의 미션이다. 만약 커플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그들 중 한 사람이 그곳을 떠나야 한다. 떠나기 아쉬운 이유는? 상금, 바로 최후의 생존 커플 남겨진 천 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상금때문이다. 물론 커플에게만이다. 둘 중 한 사람만이 생존하면, 상금은 훨씬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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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선남선녀들이 새롭게 만나 한 커플이 되었는데도, 자신의 짝은 물론, 상대방 짝의 동정까지 하나라도 놓칠까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고지용'을 안다는 이유를 들어, 예리하게 나이를 추적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떠보는 말도 불사하고, 어림짐작으로 눙쳐보는 건 예사다. 실제 하루를 보내고 나서 한 팀의 커플을 탈락시키는 시간이 되어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증거는 사소한 말 실수,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숨길 수 없었던 사소한 반응들이었다. 하루 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던 열 명의 남녀들을 기가 막히게, 자신이 아닌 실제 커플의 징후들을 예리하게 읽어냈다. 

첫 선을 보인, <비밀 연애>는 <짝>인가 싶었는데, 일반인들이 참가한 <지니어스 게임>에 가까웠다. 단지, 누가 커플인가를 밝혀내는가가 미션으로, 실제 연인들인 그들의 사랑이 게임의 화두가 되었을 뿐, 서로를 탐색하고, 속고 속이기 위해 진력하는 과정을 통해, 다음 단계로, 최종 우승 상금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 자신의 연애를 하소연하는 사연에 대해 연애 상담을 하는가 싶으면서도, 서로 누가 진짜 연인인지 짝대기를 긋느라 여념이 없다. 용의자가 된 출연자가 가장 그럴듯하게 자신의 결백을 둘러대던 <크라임씬>과 계보를 같이 하는 프로그램이다. 드라마 <라이어 게임>, 그리고 그것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져 시즌을 계속하고 있는 <지니어스 게임>의 일반인 버전, 연애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첫 회, <비밀 연애>를 보면서 든 첫 번 째 생각은, 천 만원의 상금은 어마어마하지만, 그걸 위해, 진짜 커플들이 자신들의 연애를 속이면서 이 게임에 참가하는 이유는 어쩐지 씁쓸하다. 이미 첫 회에서 등장했지만, 카톡을 너무 자주 해 피곤하다든가, 모임이 너무 많아 만나니가 힘들다던가, 심지어 엄지 손가락으로 코를 쑤신다던가 하는 식의 연애 사연이 커플 자신들의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는, 그리고 진짜 연애 상대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눈빛을 교환하는 그 이상의 미션이 주어질 수도 있는 그 상황을 선택한, '요즘'의 연애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마녀 사냥>의 위조된 목소리로 연인의 사연을 들려주는 건 양반인가 싶다. 
연인이기에, 첫 번째 탈락한 커플에서도 보여지듯이, 떨어진 사람들이 오히려 홀가분해 하고, 자신들의 사랑은 속일 수 없었음을 자부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탈락해야, 더 사랑하는 증거가 되는 이 묘한 게임의 우승 상금이 어느 커플에게 주어진다 해도, 자신들의 연애를 깜쪽같이 속인 그들이 정말 부러운 연인이 될까? 연인 같지 않아 주어진 천 만원의 상금, 이들의 연애를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가상의 스토리가 아닌, 진짜 자신들의 연애사를 속이면서까지 우승 상금을 거머쥐기 위해 달려가는 커플들의 해프닝은 리얼리티 쇼의 또 한번의 진화다. 하지만 어쩐지 웃픈 진화다. 드라마 <라이어 게임>의 매 단계 승자였고, 최종 우승자가 된 것은, 거짓말을 못하는, 그리고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남다정이었고, 그런 남다정을 둘러싼, 하우진과 강도영의 진실 게임은 바로 '진실'을 향해 가는 <라이어 게임>의 묘미였다. 속고 속이는 <지니어스 게임>이나, <크라임 씬>도 서로가 치열하게 속고 속이지만, 그것이 만들어진 상황, 가상의 게임이라는 것이 바람막이가 된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비밀 연애>는 그, 그녀들의 진짜 연애를 담보로 삼는다.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묘미가 되고, 재미가 되지만, 그래서, 위험하고, 아쉽다. 그렇게 이젠 누군가의 연애사까지 담보로 한 오락 프로그램이 만들어 져야 하나 하고. 재미로 하는 건데, 라지만, 재미로 그런거 까지 해? 라는 반문이 떠오르게 된다. 

<라이어 게임>, <지니어스 게임> 그리고 <크라임 씬>에, 이제 <비밀 연애>까지 '추리'와 '유추'라 프로그램의 관건이자, 재미라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 매개가 되는 건, 서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고 속여야'하는 그것이, tv  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세상의 가장 적나라한 속살을 드러내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묘미를 가지지만, 낱낱이 드러내는 속살들이 민망한 건 어쩔 수 없다. '속고 속이는' 인간의 한 속성이, 시대적 상황에 부응하여 더욱 부각되고, 강조되는 것 같아 아쉬운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2. 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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