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은 지난 12월 2일 방영된 <나를 찾아줘>에서부터 이른바 MZ세대라 하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탐구 보고서'를 방영 중이다. 12웧 2일 방영분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MBTI 붐을 분석하였다. 이어진 12월 14일 방영된 <N잡시대 부캐로 돈 버실래요?>에서는 최근 유행어가 되고 있는 '부캐'로 이어지는 N잡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MZ세대,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를 합친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X세대 처럼 2020년대의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부캐(부캐릭터)'라는 단어가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N잡러라는 단어도 더는 생소하지 않다. 평생 직장의 시대를 살아오던 아버지 세대와 다른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 그 이유는 뭘까 다큐가 찾아든다. 

다큐를 이끄는 건 우리에게는 여전히 '플라이더스카이'의 멤버로 익숙한 브라이언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알려진 '가수' 외에 플로리스트와 크로스핏 코치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진 N잡러이다. 가수 활동을 하며 악플로 마음 고생을 하던 브라이언은 꽃을 만지며 '힐링'을 하게 되었고 그게 그의 또 다른 직업이 되었다. 

이렇게 브라이언처럼 또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이 더는 생소하지 않다. 직장인 10명 중 3사람이 N잡러인 시대가 되었다. 그 중 20대가 25.7%, 30대가 34.6%로 주로 2,30대 직장인이 주를 이룬다. 

 

 

MZ세대 부캐를 갖다 
회계벌인에서 일하는 윤혜진 씨의 또 다른 이름은 혜강사이다. 프리다이빙 강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사로 하루 종일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자세로 일을 하던 그녀는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2년전 프리 다이빙을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보다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향하고 싶은 그녀의 열망이 강사 자격증까지 이어졌다. 

수입으로 따지면 본캐(본 캐릭터)의 1/5~1/20에 불과하지만 좋아해서 하던 일에 수입까지 생기니 액수로 따질 일이 아니라고 혜진씨는 말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오로지 자신의 숨소리만 온갖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그동안 '부캐'없이 어찌 살았나 싶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MZ 세대에게 자기 성장은 더는 승진이 아니다. 대신 자아 성취를 위해 그들은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 공교롭게도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의 증가가 그런 그들의 선택을 도왔다. 

 

 

회사원 이강원 씨의 '부캐'는 캐릭터 디자이너이다. 회사간 합병으로 인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외국계 회사로 옮기게 된 그는 회사에 모든 걸 걸고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그는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재택근무의 시간 그간의 '취미'를 '부캐'로 승화시켰다. 테니스를 좋아하던 그가 즐겨그리던 테니스 선수들을 옷에 도안으로 옮겨 이윤을 창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그의 그림이 '부태'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재능 거래 플랫폼'의 도움이 필수였다. 올 한해 프리랜서 등록건수만 작년 대비 2배나 늘었다는 플랫폼에는 이미 25만개 서비스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직장을 다니며 '부캐'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디자인, IT프로그래밍을 비롯하여 전자책까지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직업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 전자책 분야는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 각종 전문적 영역을 중심으로 한 전자책이 2000 여권 등록되어 있다. 백화점 영업직으로 12년동안 근무했던 김용환 씨도 인턴 사원을 위한 메뉴얼을 만들다, 그 내용을 '직무 기술서'로 등록했다. 일반 출판과 달리 인세의 80%를 작가가 가지는 플랫폼의 구조 덕에 김용환씨의 부캐 수입은 쏠쏠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직장인 22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장 선호하는 부업의 종류는 이처럼 취미나 직무 관련 분야이다. 실제 추가 수입을 올리는 부캐의 분야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는 동영상 크리에이터나 SNS운영이 가장 많다. (44.5%) 그 뒤를 잇고 있는 건 헬스, 요가 등 운동 레슨 분야이다.(25.2%) 그 외에서도 소설 등의 창작과 요리 등도 있다. 

 

 

군대와 대학 친구들로 이루어진 오진승(정신의학과), 이낙준(이비인후과), 우창윤(내과) 세 사람은 의학 분야의 동영상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63.4 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이들 세 사람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의학계의 다양한 이야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팔로워의 수만큼 수익도 늘어났지만 다양한 기부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그저 이윤을 내는 부캐 이상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또한 이들 중 이낙준 씨의 경우 홀로 지방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쓴 웹소설이 7편, 그 중 인기작인 <골든 아워>의 경우 다운로드 수만 1700만에 이르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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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냐? 부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부분 '본캐'가 안정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새로이 선택하는 '부캐'의 경우 이윤만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도전'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5년차 N잡러인 주대성 씨의 경우 컴퓨터 관련 직종이 '본캐'였지만 컴퓨터 앞에만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음식 배달, 대리운전, 탁송, 크리에이터 등으로 변신했다. '부캐'가 본캐가 되어버린 경우, 안정적인 직장 대신 하루 대부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지만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수입도 만만찮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부캐'를 가진 사람들은 '부캐'를 위해 '본캐'를 포기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그러다 당장 이번 달 카드값을 걱정하며 '포기'를 '포기'하게 된다는데. 하지만 또 다른 '부캐'를 가진 사람들은 꼭 '부캐'가 '본캐'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 지가 아니라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본캐에 시너지 효과를 낳으면 되지 않느냐고도 한다. 

취미로 부터 시작되었든, 이윤을 위한 선택이었든 그 무엇이든 '부캐'는 미래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일단 해보라고 한다. 유연해지고 다원화되어 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부캐'는 필연적인 과정이라 전문가는 해석을 더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20대도, 30대도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N잡러의 대열에 속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아이들 논술을 가르치던 기자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에 한계를 느끼며 오마이뉴스에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어언 10여 년, 코로나로 인해 정작 본캐였던 논술 수업이 멈추게 되었다. 모두가 홀로 버텨야 하는 시절, 그래도 글을 쓸 수 있어 침잠하는 나의 일상을 버티게 해주었다. 본캐와 부캐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본캐가 상실되는 상황에서 그림책 심리를 배우며 부캐였던 글쓰기에 새로운 '장르'를 더하게 되었다. 논술도, 글쓰기도, 그리고 그림책 심리 지도도, 말 그대로 N잡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프리랜서의 삶은 고달프지만 다큐에서 말하듯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내 삶에 고스란히 통한다. 


by meditator 2020. 12. 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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