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락음악이라 하면 이제는 고전이 된 <스쿨 오브 락>이 떠오른다. 우연히 음악 교사가 된 로커 듀이 핀(잭 블랙 분), 자신이 혹한 그룹에서 쫓겨나 학교 대리 교사인 친구 집에 얹혀사는 신세이지만, 고답적인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던 아이들과 '락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함께 성장하는 영화이다. 학교로 간 락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신선했던 영화, 이제 또 한 편의 락 영화가 학교로 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락을 하는 선생님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락을 선택한 아이들 케빈과 헌터, 그리고 에밀리의 이야기다. 

왕따, 부적응자, 그리고 감정 조절 장애 학생의 선택 
헌터(에드리언 그린스미스 분)는 아버지와 둘이 산다. 아버지는 매냥 헌터가 비아냥대듯이 여성들의 가슴에 '식염수 주머니'를 넣는 성형외과 의사이다. 어릴 적 엄마가 아버지와 이혼 후  떠나고 그 엄마 얼굴이 가족 사진에서 잘려 나간 이후 늘 일과 연애로 바쁜 아버지, 헌터는 자신의 외로움에 대한 구원을 '락'에서 찾았다. 지하의 그의 방 곳곳을 메운 메탈리카 등 메탈 락 밴드의 사진들(실제 메탈리카 멤버들이 결정적인 장면에 까메오로 등장한다), 긴 머리, 가죽바지, 그에게 메탈은 '구원'이자, 삶의 열쇠이다. 하지만 그 거친 복장에도 불구하고, 학교 주먹 좀 쓰는 애들한테 맥없이 나자빠지고 마는 헌터의 모습처럼 그 '구원의 열쇠'는 어쩐지 '찌질'한 헌터의 어색한 포장지같다. 

또 한 명 <그것>의 제이든 마텔이 분한 케빈은 헌터의 유일한 친구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친구가 된 계기가 헌터처럼 케빈이 친구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걸 헌터가 구해줘서이다. 체육 수업을 받는 대신에 고적대를 택했듯이 케빈은 학교 생활의 주변을 조용히 맴돈다. 그런데 고적대 작은 북이나 겨우 치는 케빈에게 락에 심취한 헌터가 드러머의 길을 종용한다. 헌터가 만든 '고문 기계'라는 곡, 하지만 그걸 치기 위한 장비도, 능력도 케빈에게는 없다. 

그런 케빈의 눈에 들어온 한 소녀가 있다. 같은 고적대에서 클라리넷을 불던 에밀리(아이시스 헤이스워스 분)다. 감정 조절 장애가 있는 에밀리는 약을 끊는 바람에 혼자 다른 음악을 하듯 부는 클라리넷을 지적하는 선생님께 욕을 하며 대들고 만다. 근데 그런 에밀리가 어쩐지 케빈은 맘에 든다. 더구나 에밀리가 첼로를 연주하는 것을 본 케빈은 그녀가 헌터와 함께 하는 메탈 밴드의 '베이스' 파트를 맡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청소년 영화'라고 해도 '청소년 관람 불가'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메탈 로드>도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막상 영화는 '순한 맛'이다. 상대 밴드의 드러머의 상습 약물 복용, 폭력, 베드씬 등 적나라한 내용들이 들어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머리를 밀고 검고 하얀 색으로 칠을 해도 무시무시하게 '메탈릭'해 보이기 보다 어쩐지 애잔하고 심지어 귀여워 보이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그런 장치들이 세 주인공들의 우정과 애정의 삼각 관계 속에서 적당하게 양념처럼 뿌려진다. 

아마도 <메탈 로드>의 가장 큰 미덕은 왕따이거나, 부적응자, 그리고 감정 조절 장애를 겪는 청소년들이 '메탈'이란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려 애쓰는 지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 카드는 허용해도, 아들을 위해 시간과 맘을 허락해 주지 않는 아버지 대신, 아버지의 카드로 '메탈' 장비를 사서 학교의 '배틀 오브 밴드'에 출전하고자 한다. 사실 '메탈 밴드'를 표방하지만 헌터의 겉멋과 어설픈 케빈의 연주가 버무려진 상황이었을 뿐인데, 그래도 두 사람은 열심히 준비해 간다. 무엇보다 겨우 작은 북 리듬 정도를 연주하던 케빈이 헌터가 준 음악을 들으며 메탈릭한 연주자로 거듭나는 부분이 흥미롭다.

청소년 영화답게 이들의 밴드 출전은 험란하다. 물론 그 험란함은 충분히 해피엔딩을 예상할 정도의 험란함이다. 둘도 없는 친구 헌터와 케빈은 케빈의 여자 친구가 된 에밀리와의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는다. 게다가 늘 카드만 쥐어줄 뿐 무관심했던 아빠는 헌터의 폭주를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처방을 내린다. 물론 '영어'의 몸이 된 헌터를 케빈이 구하며 두 사람은 결국 애초에 목적한 대로 '베틀 오브 밴드' 경연에 나서게 된다. 


 

어설프기만 했던 두 찌질한 소년이 '메탈' 정신을 표방하며 좌충우돌한 끝에 선 경연장, 거기에 에밀리가 합류한다. 예의 '메탈' 정신을 늘 운운하던 헌터의 연주와, 앳된 미소년에서 제법 거친 드러머가 된 케빈의 성장도 볼만 하지만, 소심과 폭주를 오가며 자신없어 하던 에밀리가 케빈의 응원에 힘입어 약대신, 메탈릭한 첼로 연주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한껏 뿜어내는 장면은 통쾌하다. 청소년의 불안정한 감정을 그저 '약'으로만 다스리려는 오늘날의 세상에 한 방을 먹이는 듯한 설정은 주목할 만한 장면으로 남는다. 

'순한 맛'이라고 했던 것처럼 <메탈 로드>는 예측 가능한 설정과 스토리의 영화이다. 마치 예전에 주말마다 하던 디즈니랜드 아동물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 지는 이유는 그저 잡풀처럼 밟힐 것 같은 아이들이 그 누구의 도움없이 밟혀도 다시 일어서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우정과 사랑을 일궈가며 영화의 제목처럼 자기 삶의 'Lords'가 되어가는 과정은 '순한 맛'이지만 보는 이를 미소짓게 만든다. 게다가 <스쿨 오브 락>의 한 주인공이 음악이었던 것처럼 클래식에서 부터 메탈에 이르기까지 음악들은 빠질 수 없는 듣고 볼 거리이다. 


by meditator 2022. 4. 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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