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9시 30분 새로운 예능 한 편이 찾아왔다. kbs2의 <두근두근 인도>

제목에서도 단번에 알 수 있듯이, 이 프로그램은 인도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가? 아이돌들이. 

tvn<꽃보다 할배>에서는 할배들이 그리스를 가고, jtbc<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는 외국인들이 그들의 고향을 찾아가고, sbs <정글의 법칙>에서는 세계의 오지를 휩쓴다. 그러니, 그 중 가지 않은 곳이 인도요, 그 중 동원되지 않은 인물들이 아이돌이란 생각이었을까? <두근두근 인도>는 슈퍼 주니어, 샤이니, 인피니트, 씨엔블루, 엑소 등 아이돌 각 그룹 중 한 명씩 선택된 멤버들(씨엔블루 종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sm 소속이다) 6명이 인도로 떠난다. 

인도에서 한류 찾기
이미 기존에 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의식한 듯, 초반 <두근두근 인도>는 차별성을 가지고자 애쓴다. 뻔히 예능 프로그램인 줄 아는데, kbs 보도국을 배경으로, kbs의 현지 특파원까지 동원하며 예능인데, 예능이 아닌 척, 9시 뉴스에 보도될 '탐사 보도' 프로그램인 양 코스프레를 한다. 하지만, 그래서 <두근두근 인도>가 취한 탐사의 방식이란? 다름아닌 한류다. 내로라 하는 한류 스타들을 동원하여, 과연 인도에 한류가 얼마나 자리잡고 있는가를 알아보고, 한류의 가능성을 짚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취한 방식은?
사람들이 밀집한 인도 광장에서, '한류를 아십니까?', 슈퍼 쥬니어를 아십니까? 샤이니, 엑소를 아십니까? '저를 본 적이 있습니까?' 이러고 다닌다. 그도 안되니, 기타를 들고 씨엔블루의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이 몰라보니 자유롭다면서도 고개가 한뼘쯤 빠진다. 그나마 카메라를 좋아하는 인도인들이 카메라를 대동하고 나타난 이방인이 신기해 사진을 찍어주니 고무된다. 

해외 연예 스타들을 만나면 우리나라 리포터들이 하나같이 하는 뻔한 질문이 있다. 한류를 아십니까? 물론, 최근 우리의 한류가 세계 여러나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내한한 스타에게 한류를 아십니까 라고 물어보며, 우리의 김치를 어거지로 먹이는 식의 해프닝에서 보여지는 '문화적 자격지심'이 <두근두근 인도>에서도 이어진다. 애초에 출발하기 전부터, 그리고 이미 영사관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시피 한 나라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심지어 한 언어로도 소통할 수 없는 대륙같은 인도에서 '한류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은 마치 연못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 마냥 공허하다. 

어렵사리 오랜 시간 비행을 하고 나서 인도에 도착한 출연자들은 인도의 문명을 보는 대신에, 거리에서 만난 도인들처럼 자신들을 아느냐며, '인지 구걸'을 한다. 솔직히 아이돌에 관심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조차도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되는 아이돌들이, 인도 한 복판에서, 한국을 아십니까? 샤이니를 아십니까? 슈퍼 쥬니어를 아십니까 라는 질문은 보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그들은 당연히 '스타'인데 그들을 몰라봐주는 인도인들이 안타까운 것이다. 다행히 겨우 인도까지 가서도 스타벅스에 들어가, 거기서 비로소 '팬'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지만, 그 한 시간 남짓의 여정은, 솔직히 '전파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던가, 보도를 하던가, 차라리 드라마 스페셜을 하던가 
여행 프로그램이라기엔 공감이 부족하고, 보도 프로그램이라기엔 어설픈 애초 프로그램 취지에는 술 친구 여섯 명의 신세계 개척기라던데, 차라리 소박하게 이십대 또래 여섯 명이, 스타인 그들의 존재에서 자유롭게 인도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그나마 소박한 미덕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마저도 이제 써먹을 대로 써먹은 여행 리얼리티의 재탕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악조건을 뛰어넘기 위해, 기껏 내세운 수가, 탐사 보도로서의 '한류'라는 것인데, '한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싶었다면 제대로 보도 프로그램으로서의 질을 답보하던가, 이건 보도 프로그램도 아니고, 예능도 아닌 인도 한 복판에서 나 스타인데 아세요? 라는 식의 방식은 안이함을 넘어 웃픈 지경에 이른다. 

술친구 여섯이라지만, 그 중 한 명 최강창민은 출발도 하기 전에 공연으로 빠지면서도 멤버의 일원으로 등장하고, 나머지 다섯 멤버들은 누가 누군지 캐릭터 구분이 되기도 전에, 그들은 슈퍼 쥬니어요, 샤이니요, 씨엔블루라는 자신의 이름표를 앞세운다. 여행 프로그램의 매력은 tvn의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에서 보여지듯이, 여행하는 사람과 여정에의 공감에 있다. 최근 새로이 시작한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최지우의 합류 이후 '할배들의 황혼녁 여행'이라는 컨셉이 희석되면서 불만이 등장하듯이, 무엇보다 시청자들과의 공감의 온도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굳이 금요일 밤 9시라는 메인 시간대에, 굳이 아이돌 스타들의 외국 여행을 리모컨을 고정시켜가면서 봐야할 이유를 설득하고 있는지 <두근두근 인도>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아이돌 중심의 음악 방송이 2%대의 시청률로 대중적 시청자층에게서 외면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아이돌을 내세운 여행 프로그램의 컨셉이, 과연 공중파가 금요일 메인 시간대에 내세울 프로그램이었는지 대해서는 더더욱 고민해볼 여지가 크다. 

제 아무리 그들이 '한류 스타'라 하더라도 인도라는 이방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인데, 출연자들이 보이는 모습은 '인도'라는 이방의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할 수 있는 학습이 부족하다. 마치 또 다른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보이듯, 21세기를 사는 인도를 찾아가면서, 여전히 '손'으로 음식을 먹을테니 숟가락을 준비한다던가, 마치 아프리카 오지라도 가는 듯 물을 캐리어 몇 개씩 담아가는 식의 행태를 만약 인도인들이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인도의 최신 유행 음악을 들으며, '아, 제법인데' 하는 반응은 인도가 그들이 알아 주기를 바라기 전에, 인도에 대한 기본적 지식부터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 할배가 찾아가는 국가의 책을 달달 독파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최소한 현재 그곳의 실정 정도는 제대로 알고 관심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더더욱 아쉬운 것은, <두근두근 인도>의 출현으로, 그나마 가물에 콩나듯 찾아온 <드라마 스페셜> 시리즈가 종영되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프로듀사> 이전까지는 명맥을 보전할까 싶었는데, 그 자리를 대뜸 차지하고 나선 <두근두근 인도>가 과연, 그 아깝다는 <드라마 스페셜>의 제작비보다 덜 들었으며, <드라마 스페셜>보다 값진 프로그램인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차별성도 없고, 개성도 없는, 한류에 편승한 어설픈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드느니 차라리 신선한 기획 의도와 실험성 높은 단막극을 한 편 방영하는 것이 공영방송 kbs로서 바람직한 시도가 아니었는지 여러모로 아쉽다. 
by meditator 2015. 4. 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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