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밥상의 신>이 마무리 된 목요일 밤 8시 50분에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 한 편 찾아왔다. <도서관이 살아있다>

마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연상되는 이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도서관이 살아있다>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출연진들이 각종 게임을 벌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심지어, 우승한 사람은 영국 도서관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단지 영국 도서관 탐방인지, 탐방의 미명 아래, 영국 관관인지는 알 길 없으나)

그런데,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물들이 살아남으로써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선보였던 영화처럼 <도서관이 살아있다>도 생생한 도서관 체험이 되었을까? 요즘 도서관이야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책을 보러 가는 곳이다. 그렇다면, 파일럿 <도서관이 살아있다>를 보고 기억하는 한 권의 책이라도 있을까?

 

오히려, 한 권이라도 기억나는 책이 있기보다는, <도서관이 살아있다>는 오히려, <런닝맨> 도서관 특집 같았다. 아니, 도서관 특집도 아니다. <런닝맨> 도서관 특집이라면 조금 더 서가에있는 책을 활용하기라도 할 것 같았다. <무한도전>이 잠깐 이용한 도서관보다 책의 활용 방식이 낮다. 책장을 들춰 본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책을 찾고, 정보를 이용하는 도서관의 기능은 소개가 되었지만, 정작, 그것을 통해 찾아 본 책에 대한 접근도는 낮다. 오히려 종회무진 도서관을 뛰어다니기만 한다.(사실 도서관은 그렇게 뛰어다니면 안되는 곳이다) 그렇다고, 장소를 제공한 국립 세종 도서관의 웅장한 외관과 달리, 도서관으로서 그곳의 고유성이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저 서가와, 컴퓨터, 어느 도서관에나 있는 그런 것들이 보여질 뿐이다. 그래서, 파일럿 <도서관이 살아있다>를 시청하고 난 후,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라고, 그저 도서관이란 지리적 공간을 배경으로 <런닝맨> 같은 예능하기 였는지, 예능을 통해 도서관을 알리기였는지? 그 목적 여하에 따라 이 파일럿 프로그램의 성패를 판단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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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스타)

 

두 명씩 짝을 이뤄 네 개로 팀을 나눈 출연자들은 도서관 광장에 제시된 힌트에서 전화 번호를 유추해 내는 것으로 첫 번째 게임을 시작한다. 출연자들은 각자 자신이 가진 상식에 따라, 혹은 도서관에 비치된 사전의 도움을 받아 전화번호를 알아내 다음 힌트를 얻는다.

두번 째 힌트로 제시된 것은, 도서관 서가 분류 번호를 찾아, 책을 찾아내, 그 제목으로 부터 힌트를 얻는 것이다. 몇 권의 책의 제목에 붙여진 스티커의 단어를 모아, 한 인물을 연상해 내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인물 추적에 성공한 팀은 다음 단계로 올라가, 제작진이 제시한 이순신 장군의 해전 순서를 알아내는 다음 단계의 퀴즈를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알 수 있는 책을 이용하고, 도서관 정보 이용을 위한 컴퓨터를 활용해 문제를 풀어간다.

이렇게 두번 째 과정까지 넘어 최후의 승자가 된 커플은 이제 마지막 영국 도서관 탐방을 위한 티켓을 걸고, 주어진 택들의 제목들 속에서 한 권의 책 제목을 찾아내는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결국 영국 도서관 탐방권은, 한 팀이었던 줄리안을 제치고 '홍길동전'을 알아낸 신봉선에게 돌아갔다.

 

mc 김국진과,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도서관이 살아있다>는 그 분위기에서는, <느낌표>의 책책책을 읽읍시다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 도서관을 소개하고, 매주 한 권의 책을 베스트 셀러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도서관이 없는 곳에 새로운 도서관까지 만들었던 '계몽주의적' 예능이었던 '책책책을 읽읍시다'와 달리, 첫 방송을 한 <도서관이 살아있다>는 먼저 달려 힌트를 선점하고, 문제를 맞추는 <런닝맨>의 포맷에 가까워 보인다. 사전을 뒤적이고, 서가에서 책을 찾지만, 그들이 찾아낸 책에서 소용된 건 그 제목들 뿐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참가한 해전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책을 뒤적이지만 어떤 책을 찾아보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책이 매개가 된 퀴즈이지만, 거기서 소용된 것은 책의 제목들 정도지, 그 이상, 책에 깊이 접근하는 문제는 없다. 서가에 책은 잔뜩 쌓여 있건만, 진득하게 다가간 한 권의 책이 없다. 그들이 책 제목을 통해 찾아낸 인물은 책 속의 주인공도, 위인전의 인물도 아닌, 뜬금없는 슈퍼맨이다. 단계별로 도서관 이용이 심화되지도 않는다. 마지막 결승자를 가리는 문제는 심지어, 책들을 늘어놓고 또 다른 책 제목 유추하기 같은 책과 관련있지만, 독서와는 별 상관이 없는 문제이다.

 

<도서관이 살아있다>는 도서관을 매개로 예능을 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으나,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도서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책에 대한 관심을 키울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게임이 아주 기발하지도 않다. 재밌기는 했지만, 다음에 또 그걸 보기 위해 채널을 고정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의문부호다.차라리 도서관에서 만난 한 권의 책에라도 조금 더 천착하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추리 였다면 신선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과연 이 프로그램의 주시청층이 누굴까 라고 한다면, 케이블의 현란한 프로그램에 눈을 빼앗긴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이 싱거운 도서관 게임에 눈을 돌릴까 싶다. 그렇다고 중장년이 보기에도 어정쩡하다. 공중파 예능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도 명색이 <도서관이 살아있다>라면, 생생한 도서관을 남녀노소를 불문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해줄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 싶다. 아니 애초에 주중 8시 50분 예능에 도서관이 어불성설일까?

 

by meditator 2014. 11. 1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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