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대머리'란 글자만 봐도 웃음을 터트린다. tv 속 개그맨들의 대머리 분장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주된 웃음 코드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머리'란 한 마디로 '웃음거리'다. 그렇다면 '웃음거리'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살아내야 하는 대한민국에서의 삶은 어떨까? 그 대한민국에서 대머리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9월 14일 <mbc다큐 스페셜>이 다루었다. 


국민건강 보험 공단에 따르면 전국민의 14%, 탈모 인구 1000만 시대이다. 다섯 명 중 한 사람이 '탈모'의 고민을 앓아가고 있는 시대, 하지만, 그 '일상'이 된 '탈모'가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차라리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없는 게 더 나은 '고통'과 '치부'의 상징이 된다. 





뒤집어쓰거나, 이식하거나, 대머리의 삶

<mbc다큐 스페셜>은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는 '탈모'의 현상, 하지만 여전히 사회 속 타자로, 그 '다름'으로 인해 손가락질 당하고 고통받는 사회 속 '타자'로서의 '대머리'의 삶을 지켜본다.


그 시작은 '대머리'와 관련된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하여 '대머리' 연예인들의 섭외이다. 하지만, 자타공인 대머리인 연예인들이 막상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 출연에 미온적이거나, 외면을 한다. 결국 또 의탁하게 된 것은, '게이'로 커밍 아웃을 한 홍석천, 그의 말대로, 자신이 게이인 것 다음으로, 자신을 힘들게 한 것이 '대머리'라는 사실인데, 여기서 또 '총대'를 매라는 말이냐는 볼멘 소리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용감한' 홍석천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렇게 '대머리'인 홍석천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 프로그램, 카메라는 머리숱이 풍성한 한 남자의 일상을 따라간다. 집으로 돌아와 화장실로 들어간 그 남자, 조심스레 머리의 중앙 부분을 들어낸다. 대머리였다! 하지만, 그도 잠깐, 헤어스타일링이 가지런히 된 가발을 벗어놓은 그는, 조금 더 편한 스타일의 다른 가발을 집어든다. 집에서도 '가발'을 쓰는 것이다. 심지어, 들키기 전까지, 그가 가발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아내도, 가족 중 누구도 몰랐었다는 것이다. 대머리가 유전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고민, 하지만, 그것은 '가족'과도 나눌 수 없는 그가 짊어져야 할 '개인'만의 고통이었다. 심지어, 첫 아들 탄생의 반가움마저, 유전적 형질이 계승될까 하는 두려움이 상쇄시키는 무시무시한 고통이다. 





제작진이 만난 대부분의 대머리들은 가발을 사용했다. 그게 아니면 이식을 준비 중이거나, 이식을 했다. 홍석천의 민머리는, 그의 말 그대로, 게이에 이은 또 하나의 커밍 아웃같은 상징처럼 보인다. 왜 대한민국 사회는 대머리로 사는 걸 부끄럽게 만들까?


하지만 대머리가 바다를 건너면 사정은 달라진다. 남성 호르몬의 과잉으로 생겨난 대머리는 서양에서는 '남성성'의 상징이다. 그래서 근육질의 대머리 연예인들이 액션 영화에서 자신들의 민머리를 드러낸 채 한껏 남성성을 뽐낸다. 실제 동양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수의 대머리들이 있는 서양에서, 대머리가 숨겨야 할 부끄러움이 아니다. 


그러나, 동양으로 건너오면 달라진다. '관계 지향 사회'인 아시아 중국, 일본, 한국에서, 대머리는, 남과 다른, 특이하고 이상한, 심지어 우스운 그 어떤 것이 된다. 똑같은 사람의 머리가 있고 없는 모습을 본 여성들의 반응이 그랬고, 몰래 카메라로 대머리 가발을 씌운 젊은 남성의 태도의 변화가 그걸 여실히 증명한다. 더구나 세계 남성 화장품 소비 1위인 한국,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사회에서, '대머리'는 경쟁력이 젬병이다. 한때는 '사장님'같다던 '대머리'가 어떻게든 숨겨야 하는 치부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렇게 '다름'이 '틀림'이 되어가는 '대머리'의 삶을 다큐는 주목한다. 





<mbc 다큐 스페셜-대머리라도 괜찮아>는 그저 '대머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외모 지상주의 사회의 상징적 단면이다. 또한, 나와 다름을 쉽게 '타자화'시키는 '관계 지향 사회'의 잔인한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 함몰된 사람들은 쉽게 그 '다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아니, '개인'의 짐인 자신의 모습을 홀로 감당하기엔 '사회'의 편견은 깊다. 


하지만, 우리나라 못지 않게 관계 지향적인 일본에서, '대머리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겠다며 노래까지 만들어 부르는 '대머리'클럽은 희망적이다. 홍석천의 자신의 딜레마를 넘어섰을 때 느끼게 되는 카타르시스는 용기를 준다. '대머리'들의 이야기는, 그저 대머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 지향 사회' 속에서 누구나 하나씩 자신의 '다름'으로 인해 고민하는 요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한번씩 생각해 볼만한 지점을 남긴다. 




by meditator 2015. 9. 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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