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이건 EXO의 '으르렁'이란 노래다. 요즘 이 노래가 많이 들린다. 내가 좋아서 찾아듣는 것이 아니다. 아들이 보는 음악 방송에서, 거리에서, 원컨 원치 않건 내 귀에 들려온다. 노래만 자주 들리는게 아니다. 리모컨으로 여기를 틀어도, EXO 저기를 틀어도 EXO, 이른바 대세라는 걸 징그럽게 체험하게 해주는 중이다. 
그렇다, EXO는 SM 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선보인 새로운 신인 아이돌 그룹이고, 그들은 앨범이며 음원 등에서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순항 중이다. 


물론, 타 아이돌 그룹에 비해 돋보이는 탄성이 나올 만한 퍼포먼스에, 완성도가 높은 음악에,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미소년들이란 기본 조건 만으로도 충분히 이미 그들은 최고가 될 만 하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 존재하는  SM이라는 거대 기획사가 없다면 과연 그들이 지금처럼 비약적인 성취를 보일 수 있었을까? 
이미 그들이 누구인가를 사람들이 알기도 전에 SM이 제작했던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등장했으며, 같은 회사라 아니라고 하면서도, 신동엽, 강호동 등 SM C&C 소속 MC들이 등장하는 곳이면 어디든 EXO가 나타났고, 심지어 <무한도전> 같은 곳에서조차 EXO 특집을 해주기도 하는데, 이게 과연, SM이라는 후광이 없다면 가능할 일인가 말이다. 
많은 기획사에서 양산되는 신인 아이돌들이 텔레비젼 화면에 얼굴 한 번 비추는 게 소원인 상황에서, 모든 프로그램이다 할 만큼, 많은 곳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는 것은 '금숟가락을 물고 태어난' SM의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거대 기획사의 든든한 뒷배 덕분에 순항하는 EXO에게 또 하나의 호재가 있다면, 그건 바로 EXO에 필적할 만한,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SM 에 필적할만한 거대 기획사의 신인 아이돌 그룹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OT시절에는 젝스키스가 있었고, 동방신기 시절엔 SS501 혹은 빅뱅이라는 라이벌이 있어 혈전을 벌였다면, 최근의 EXO에게는 그럴만한 상대가 뚜렷이 없다보니, '내가 제일 잘 나가'가 어쩐지 맥이 빠지는 느낌도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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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후발 주자로써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획사 YG가 선택한 방법은 이미 '빅뱅'을 화제 속에 탄생시켰던 바로 그 방법, 연습생들의 서바이벌, M.NET과 TVN을 통해 금요일 밤 방영되는 <WIN>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YG 소속의 연습생들은 20세 이하와 20세 이상의 B팀과 A팀으로 나뉘어 노래, 춤, 랩 등, 각 분야, 각 미션 별로 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말이 서바이벌 미션이지, 이미 빅뱅의 탄생과정에서 그랬듯이, 연습생들은 그들 개개인의 캐릭터와 역량에 따라 시청자들의 인지도를 얻어가고, 데뷔할 때가 되면 신인이지만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즉 팬이 생긴 아이돌이 되어 있는 것이다. 빅뱅이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늦은 출발, 그리고 외양에서의 미진한 부분을 극복했고, 음악에 있어서의 실력자라는 캐리어를 쌓고 시작할 수 있었고, YG는 EXO라는 절대 강자와 군소의 집단들이 범람하는 아이돌계를 다시 한번 돌파하기 위해 '빅뱅'의 그 전략을 다시 꺼내들은 것이다. 말이 A팀, B팀이지, 어차피 미션이 거듭될 수록 부각되는 건, 팀이 아니라, 거기서 돋보이는 개개인이니, YG로써는 지난 번처럼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새로운 아이돌 한 팀을 추려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13일 방송된 <WIN>은 이제 자신들 내부의 배틀을 넘어, 연습생들을 데리고 JYP로 건너간다. 마치 무림의 고수들이 상대 도장을 찾아가 한 수 배운다는 명목으로 피튀기는 혈전을 벌이듯. 미소 가득한 양 기획사의 수장조차 뒤에서는 결코 질 수 없다며 이를 가는 배틀을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말이 SM, YG, JYP의 3대 기획사지, 현실을 보면, JYP의 위세는 한 풀 꺽인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모 사이트의 '만약 내가 아이돌이 된다면' 어느 기획사를 선택하겠냐는 앙케이트에조차 JYP는 초라한 성과를 낼 정도로. 그 수장인 박진영이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기획사가 적자가 아니며 수지 말고도 돈을 벌어노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해명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 지금의 JYP의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JYP와 YG는 왜 굳이 함께 배틀을 벌일까?

그것은 이미 SBS의<K팝스타>에서 차용했던 YG의 전략이다. 박진영과 뚜렷한 대결 구도를 벌이면서 YG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그러면서 아직은 SM에 비해 약한 자신들의 위상을 JYP와 함께 3자 구도를 만듬으로써, 일종의 JYP와 합종 연대를 하는 방식인 것이다. 
실제 방송에서, 양현석과 박진영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미 두 기획사의 선배들 사이에서 이러한 배틀이 있었고, 그들이 바로 세븐과 비, 그리고 2PM과 빅뱅이었음을. 그리고 덧붙인다. 그러한 배틀의 결과, 누가 이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두 기획사 소속 가수 모두 잘 되었다고. 그렇다. 바로 이것이 의도적인 라이벌 구도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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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라면 박진영은 섭섭하겠지만, 최근 보여진 그의 기획사 작품들의 형편없는 결과물에 비해, 13일 방송에서 보여진 연습생들의 위상은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결과를 논하지 않았던 방송과 달리, 방송이 끝난 후 여러 곳에서는 JYP가 이겼다는 호평조차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망한 부자 3년은 간다는 속담의 진면목을 보여준, JYP 덕분에, YG 역시 엎어치나, 메치나 YG였던 A팀과 B팀의 배틀에 생기를 더했다. 그들과 다른 기획사 아이돌과 붙으니, 그들의 섹깔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할까.

하지만 '빅뱅' 시절의 연습생 배틀이 독보적인 서바이벌이었던 데 비해, 지금의 <WIN>의 상황은 낙관할 만하지는 않다. 
이미 진격할 대로 진격해버린 EXO는 둘째치고, 13일 방송에서 JYP와  YG만 보면 대단해 보이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유혹할 꺼리가 한결 많아졌다는 것이다. 
<쇼미더 머니>를 통해 단련되고, 심지어 랩퍼들의 디스전을 찾아들으며 평가까지 할 식견을 가진 사람들은, 더 이상 JYP의 교포들이 다수 섞인 이국적인 프리스타일 랩과, 영글지 않은 YG의 랩에 찬사만을 보내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 더 직접적인 공격은 바로 그 다음 시간, 방영되는 <슈퍼스타 K5>이다. 검색어를 점령한 신예들의 노래 실력을 이겨내야만 새로운 무림의 실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O는 둘째치고, 연습생이라는 고된 시간과 격한 배틀만으로 그들을 포장해 주기에는 사방이 적이다. 하지만 그런 넉넉치 않은 상황이라도 사실 <WIN>만큼 소속 아이돌을, 그리고 기획사를 홍보하기에 적절한 프로그램도 없다. YG니깐 그것도 또 가능한 것이다. 


by meditator 2013. 9. 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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