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와 성형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가장 잘 나가는 사업이 되었다. 이미 충분히 말라보이는 여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성형은 이제 젊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년의 여성도, 남성도, 젊은 남성도, 이제 '시술' 정도는 성형이 아니라 입을 모아 말한다. 

왜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아름다움'이 이 시대 '적자 생존'에 필수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sbs스페셜은 창사 특집으로, 우리 시대가 골몰하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첫번 째 서두를 땐 것은, '권력이 된 아름다움'이다. 11월 16일 11시 15분에 방영된 1부, 美, 권력을 탐하다는 소비 문화의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확산 일로에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탐미적 집착의 현재와 과거를 짚어본다. 


아름다움의 정점은 정점은 미인대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인대회 수상자를 많이 내기로 유명한 베네수엘라의 아이들은, 우리 나라의 아이들이 입신양명을 위해 입시 학원을 찾듯, 미인 양성 학원을 찾는다. 미인 대회에서 우승만 하면 바로 돈과 권력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 부촌에 이십대의 켄이 살 수 있는 건, 바로 그가 성형을 통해 획득한 바비 인형 남친을 닮은 외모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돈과 권력을 낳는 것일까?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사용했던 불편하기 짝이 없는 가발과 코르셋은 당장 귀족들 사이에 유행이 되곤 했다. 일본 귀족들 사이에 유행한 검은 먹물로 칠한 이도 마찬가지다. 돈과 권력이 오히려 개연성없는 아름다움을 부추키기도 한다. 
이렇게, 아름다움과 부와 권력은 서로 밀고 당기며, 인간의 역사를 꾸려왔고, 많은 사람들이 그 물결에 기꺼이 자신을 내맡겨 왔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아름다움에 집착하게 되었는가? 그 유래를 11월 23일 방영된 2부 생존의 비밀이 밝힌다. 
아름다움과 생존의 관계에 대한 서론은 코소보의 신부 화장으로 시작된다. 결혼식날 화려한 베일이 벗겨지고 나타난 신분의 얼굴, 잔뜩 회칠을 한 듯한 허연 얼굴에, 점점이 얼굴을 가득 채운채 분포되어 있는 빨갛고 파란 점들, 그리고 양쪽 볼 중앙을 채운 문양, 아름답다기 보다는 이방인의 눈에는 기괴하다고 느껴지는 이 화장에 신부의 친구들과 신랑, 친척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거기엔 평범한 아름다움의 시각으론 설명할 길이 없는, 코소보 문화의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 반도에 자리 잡은 코소보에서도 소수 민족에 속하는 신랑과 신부, 이 소수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 그것을 위해, 그들이 신성한 결혼을 통해 비는 것은, 다산과 생명이다. 그리고 기괴하게 보이는 신부의 화장은, 바로 그런 그들의 소망을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이렇게 문화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아름다움'의 근원을 찾아들어가면 궁극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생존'이라고 다큐는 말한다.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보디족의 남성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배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도, 타지마할의 완벽한 대칭도, 그리고 인도 락슈미 축제의 갖가지 문양도, 모두 인간의 안전한 생존과 유지를 지향한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의 육중한 몸, 균형잡힌 신체가 지니는 건강성, 그리고 오랜 삶을 누리는 갖가지 것들의 모사는, 딱히 다른 동물군에 비해 특출난 신체적 특징이 없는 인간이 험난한 역사 속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지혜의 원천 중 하나이다. 신석기 시대를 살던 인간의 유전자가, 여전히 생존을 위해 '비만'을 지향하듯, 선사 시대 이래 생존에 성공한 인간의 문화는 저마다, 생존의 지혜를 문화의 흔적으로 남긴다. 



생존의 흔적이요, 그래서 부와 권력의 증표가 된 아름다움,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인간의 역사가 흘러감에 따라, 질곡이 되어 나타난다. 어린 시절부터 미인대회에 몰려드는 아이들처럼, 아름다움에 탐닉한 인간들은 그 아름다움에 짖눌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안은 없는가. 그것을 3부, '美는 자유다'가 말하고자 한다. 

네팔의 살아있는 여신이 된 아이 쿠마리, 여신으로 칭송받기 위해 겨우 다섯 살 남짓한 아이를 자유를 포기한다. 말도 하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사원에 갇혀 여신처럼 화장을 한 채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성장은, 곧 여신의 지위 박탈이다. 자유는 주어지지만, 여신으로 길들여진 아이에게, 적응해야 할 사회는 버겁다. 
이렇게 여신과 그녀에게서 빼아겨진 자유를 통해, 美와 자유를 대비시키며 다큐는 시작된다. 그리고, 아름다움 대신, 자유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55세의 도날루와 친구들은 나이든 자신들이 육체를 한껏 내보인 뮤직 비디오를 선보여 유투브에서 화제에 올랐다. 평생 날씬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느라 섭식 장애를 겪은 도널루는 세상이 요구하는 미의 기준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됨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워졌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세상 사람과 공유하고자 한다. 
美에 대한 자유는 기준의 자유를 의미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품을 전시하는 트리팔가 광장에, 밀로의 비너스와 실제로 닮은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임신한 나신상이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반대를 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자, 그녀의 몸을 인정하고 각자가 가진 편협한 美에 대한 기준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밀로의 비너스처럼 양 팔이 없이, 거기에 짧은 다리를 가진 앨리슨 래퍼의 당당한 삶은 그 자체로 새로운 자유로운 美의 기준을 제시한다. 
8월의 네바다 사막 40도가 넘는 기온을 넘나드는 이곳에서 일주일 간 갖가지 전시물을 선보이는 사람들, 마지막 날 자신들의 작품을 불태우며 '자유'의 궁극을 누린다. 이들이 추구하는 자유는, 작품이 아니라, 작품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나누었던 행복한 교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3부작 '아름다울 美'3부작은 미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미의 유래로 부터 시작하여, 미의 의미, 그리고 그 미래적 담론까지, 전세계를 누비벼 거시적, 혹은 미시적으로 훑어 내린다. 특히 다양한 지향, 혹은 통념을 거스른  미적 가치에 대한 재고, 그리고, 미적 성취물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자유'가 된 美는 생각해 볼 여지를 많이 남기는 철학적 화두로 남는다. 단지 아쉽다면, 그런 거시적 담론이,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란 곳에서 어떤 의미로 공유되고 있는가를 함께 짚어 주었다면, 조금 더 현실적인 美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란 점이다. 전세계 거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아름다울 美의 한국편을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4. 12. 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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