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5월 20일 한겨레 신문에 부산대 한문학과 강명관 교수의 <대학 구조 개혁의 속내>란 글이 게재되었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교수가 몸담고 있는 대학은 20년째 구조 개혁 중이라고 한다. 입학 제도에서 부터 시작하여, 교수 평가제, 학제 개편, 학과 개편 등등, 이런 구조 개혁의 목적은 바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하기 위한 것. 그런데 강교수는 반문한다. 그렇게 대학이 구조 개혁을 끊임없이 하며 기업에 맞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시절, 과연 취업률이 높아졌냐고? 기업에 맞는 인재가 과연 없어서 기업이 인재를 안뽑는 것이냐고?
강교수는 기업은 대학이 기업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지 않아 인재를 안뽑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인재를 뽑을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비정규직이 1천만 명이 넘는 시대, 기업은 사내 보유금이 넘쳐나도(2014년 기업 사내 보유금 500억 돌파), 기업은 일자리를 늘리거나 고용을 확대할 생각이 없다. 비정규직을 줄여도,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지 않아도 기업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잘 하고, 컴퓨터를 잘 다루고, 전공 실력이 출중한 인재는 널리고 널렸다. 대학이 구조 조정을 하지 않아도, 청년들 스스로 기업에 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 고 스펙 인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고스펙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
6월 2일 <pd수첩>은 바로 그런 청년 실업의 현주소를 샅샅이 살펴본다.
고스펙에도 취업이 안되는 현실
졸업에서 부터 취업까지 평균 11. 8개월, 하지만 <pd수첩>이 들여다 본 현실은 더 극단적이다. 하루 종일 꼬박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는 취업 준비생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건 수백 통의 이력서를 넣어도 취업이 안되는 현실이다. 이제 학점 4.0, 토익 점수 900, 3개 국어 구사능력, 공기업 인턴 2회, 상향 조정된 스펙 경쟁에서 이정도는 이제 여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취업이 안된다. 몇 백만원을 들여 취업 컨설팅을 받기도 하지만, 돈만 날리기가 여사다.
이런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기업의 대답은 냉담하다. 불황, 그리고 산업 성숙기에 굳이 더 많은 인재가 필요치 않단다. 심지어 여자라면 더더욱 좁은 문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한참 일하면서 꿈을 펼칠 나이에 취업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세월을 허비한다. 심지어 이젠 '경력직'이라는 모집 문구가 그들을 절망케 한다. 경력을 쌓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청년들, 그들은 세상에 발을 딛기도 전에 절망한다.
이런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한다. <pd수첩>은 그렇게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린 청년들의 사례도 다룬다.
중소기업에 들어간 청년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이다. 하다못해 청소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 중소기업의 현실, 거기에 남한테 말하기 조차 부끄러운 평균 대기업의 66%에 불과한 적은 월급, 그래도 참고 다니려고 해도, 그들을 품은 중소기업의 현실이 바람 앞에 촛불이다. 승자 독식 구조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기업의 전횡으로 중소기업은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되었고, 이것은 곧 중소기업을 선택한 청년들의 앞날을 어둡게 만든다. 결국, 눈높이를 낮추었던 청년들은 임금 체불, 도산, 그리고 미래를 기대하기 힘든 중소기업의 시스템으로 인해 다시 취업 시장으로 유턴하게 된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현실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면서. 신규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고착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이다.
그러니 결국 가장 안전하게 선택하게 되는 것이 공무원 시험이다. 서류조차 받아주지 않거나 취업 기준조차 모호한 대기업, 취업을 한다한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중소기업, 그런 취약한 취업 현실에서 청년들은 그래도 가장 분명한 선택 기중과 기회가 주어지는 공무원 시험으로 모여든다. 7,8급 공무원 시험 평균 경쟁률 80대1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낳은 청년 실업
몇 년 째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질문을 한다. 꿈이 취업이냐고? 청년들은 대답한다. 물론 취업 자체가 꿈이 아니라고. 일을 하면서 자신이 꿈꾸던 것을 찾아보고 싶다고.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런 청년들에게 꿈을 꿀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고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청년들, 그들의 메일함에 쌓이는 이력서, 자기소개서들, 그리고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추었지만 그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현실, 결국 끝을 알수 없는 공무원 시험을 보고 또 보게 되는 현실.
이렇게 꿈조차 꿀 수 없는 청년 실업을 짚어본 결과 드러난 것은, 대기업 중심의, 승자 독식 구조가 고착된 대한민국의 현재이다. 앞의 강명관 교수의 지적과는 달리, 대기업은 불황을 핑계로, 성숙기를 운운하며 취업 인원을 늘리지 않는다.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중소기업에 전가한 각종 부담으로, 다수의 청년들을 품어 줄 중소기업은 인력에 투자할 여력이 없거나, 생존 자체가 위기이다. 결국 일찌기 고도 성장기에서 부터 대한민국을 규정했던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 젊은이들의 앞길 조차 막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젊은이들의 선택은 그 좁은 문을 뚫기 위해 끝없는 경쟁의 대열에서 젊음을 허비하거나, 그 대열에서 이탈하는 선택 밖에 없다.
<pd수첩>은 취업 대란의 대열에서 스스로 이탈하여 또 다른 꿈을 찾는 젊은이를 등장시킨다. 서른 줄이 넘어 결국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던 취업 경쟁을 포기한 젊은이, 대신 오랫동안 꿈을 꾸었던 스포츠 펍을 열기 위해 준비중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안다. 그가 연다는 작은 점포가, 하루에도 여는 점포보다, 폐점하는 점포가 더 많은 대한민국 영세 자영업자들의 또 다른 현실이라는 것을.
결국 청년 실업의 문제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것은 세대 갈등이나, 대기업의 선심성 취업 확대 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 경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청년들의 실업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pd수첩-청년 실업 100만 시대, 꿈을 포기한 청년들>이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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