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11시 30분 kbs1tv를 통해 방영된 <kbs특집 다큐-섬의 선택, 다리의 두 얼굴>은 지난 17일 kbs 광주 방송국을 통해 방영된 후 호평을 받아, kbs1을 통해 전국에 방영하게된 작품이다. 


'연륙교',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를 말한다. 우리나라 전체 섬 3천3백39개 중 65%인 2천2백19개가 몰려있는 전라남도, 그 중에 104개의 연륙교가 놓이거나, 놓일 예정인 상황에서, kbs광주 총국은 연륙교가 놓인 후 변화된 섬의 사회상을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한 섬들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과연 연륙교가 섬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되짚어 본다. 

최초의 연륙교는 무려 80년 전 부산에 놓인 '영도다리'라 불리는 영도 대교이다. 그 이후 숱한 연륙교, 혹은 연도교가 놓여지고, 놓여질 상황이다. 정부와 각 지방 자치 단체는, 국토 개발 방안의 일환으로 연륙교를 접근한다. 
육지에서 공간적으로 소외된 섬주민들의 소원은, 의료나, 문화적으로 소외된 섬 생활의 편의가 대부분이다. 응급 환자가 생겨도 헬기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육지와 이어지는 다리는 섬이 상징하는 '고립'을 해소하는 가장 완벽한 해결책이다. 
뿐만 아니라, 육지와 이어진 다리를 통해 유입되는 외부 사람들은, 한정된 경제 자원에 기대어 살아가는 섬 경제의 희망이기도 하다. 
또한 농촌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문제로 고민이 깊어가는 섬 주민들에게서, 육지로 나간 자식들이 그 이어진 다리로 돌아올 기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주민들의 기대와 달랐다. 
다리로 육지와 이어진 '슬로시티' 증도, 하지만, 증도는 올해 가까스로 '슬로시티'의 명예를 이어갈 수 있었다. 육지와 고립된 삶이 가져온 , '슬로우 라이프'의 장점이 점점 없어져 가기 때문이다. 
증도의 빼어난 자연환경이 입소문을 타고, 외지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차를 가지고 다리를 건너왔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건, 증도가 소화해 내지 못할 쓰레기이다. 하루에 열 차례를 치워도 끝없이 나오는 쓰레기는 쓰레기라기 보다는 증도의 자연을 훼손하는 재앙에 가깝다. 
그렇다고 엄청난 쓰레기를 남기는 만큼 경제적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이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나아졌다는 중론이기는 하지만, 섬의 곳곳에, 다리가 생기기 이전에 잘 운영되던 작은 식당들이 문을 닫은 모습이 눈에 띤다. 배로만 이곳을 다닐 수 있던 시절, 사람들은 배를 타고와, 쉽게 나가기 힘든 이곳에 머물며, 이곳의 식당을 이용했다. 하지만, 다리가 생긴 이후 사람들은 차를 이용해 먹을 꺼리를 싸들고 와, 먹고 쓰레기만 남기고 떠난다. 


또 다른 경제적 타격도 만만치 않다. 연륙교, 육지와 연결되었다, 아니 육지가 되었다 좋아했던 주민들이 이제 그 다리를 통해 육지민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거가대교'를 통해 부산과 불과 40분 거리가 된 거제도, 이제 거제도민들은,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장을 보러 나간다. 그 덕분에, 거제의 상권을 심대한 타격을 받는 중이다. 

그렇다고, 섬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사람들이 섬으로 유입되지도 않는다. 자식들은 이제 다리로 연결되었으니, 언제든 부모님들을 보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예전보다 소원해졌다. 다리가 연결 된 후, 사람들이 유입되기는 커녕, 섬 인구는 오히려 줄어드는 형편이다. 섬이 육지가 된 것이 아니라, 다리가 육지로 나아가는 보다 용이한 통로가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섬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국토 개발'이라는 개념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이미 시행착오로 결론난 일본이 밟았던 전철을 따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도, 연륙교 연결이 빈번하게 시행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폐해를 겪으면서, 일본 자체 내에서는 연륙교 연결 방식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 지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문화유산이 있는 사슴이 뛰어노는 가고시마 섬의 경우, 겨우 1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는 거리에 있음에도, 섬의 문화재와 자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연륙교를 거부한 케이스다. 지방 자치단체에서 연륙교를 건설한 곳은, 연륙교 통행료를 설정해, 유입 인원을 제한하고자 한다. 

연륙교 건설에 따른 명암에 대해 연구진은 무엇보다, 섬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느냐가 고민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섬은, 그저 또 하나의 땅이 아니라, 육지와 고립되면서, 각자의 특성을 가지면서, 살아남은 존재로, 섬의 존재론에 대한 고민은, 바로 , 이런 섬만이 가진,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대안을 모색하는 섬도 있다. 예전 섬 주민들이 다니던 길 '비렁길'이 트레킹하기에 좋은 곳으로 소문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금오도는 주민들의 결의로 연륙교를 거부했다. 쓰레기 더미 대신, 자연 훼손 대신, 불편함을, 금오도의 정취를 택했다. 그 과정에서 뜻밖의 소득도 있다. 작지만 알찬 학교로 소문난 금오도의 고등학교에 도시의 아이들이 찾아오고, 고립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다리 대신 배를 타고 금오도를 찾는다. 

그저,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편리한 다리, 그 이상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연륙교, 하지만, 무심쿄 건설된 다리 하나가, 섬 하나의 운명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 놓을 수 있다는 걸 <섬의 선택, 다리의 두 얼굴>을 통해 알게 된다. 무엇보다, 그저  또 다른 '땅'인 섬이, 삶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또한, 여전히 '국토 개발'의 관념에서 한 치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행정의 한계가 이젠 너무도 익숙하지만,  그런 와중에서 스스로 대안을 모색해가는 주민들의 선택이 한줄기 희망처럼 빛난다. 


by meditator 2014. 9. 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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