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ebs다큐 프라임>은 9부작 '가족 쇼크'로 1,2부 세월호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다룬데 이어, 3부로 이주 노동자들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흔히, 우리가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연상되는 '행복' 혹은, '화목'의 정반대편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두 부류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족 쇼크'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은, 가족이라는 내부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하고 있는 구조적 고통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다큐 프라임>의 시각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의 두 번 째 이야기, 바로 마석 가구 공단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사연이다.
남양주군 화도읍, 마석 가구공단,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공장들, 그리고 그 공장안에서, 가구를 만들기 위해 톱밥이 날리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각국으로 부터 돈을 벌기 위해 이곳 마석으로 온 사람들이다. 건강을 해치는 작업 공정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하는 3d 직종에 속하는 가구 공정 과정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다.
3부 '가족 쇼크' '마석, 집으로 가는 길'의 서두는 공항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새 신부 간치히이다. 홍콩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모처럼 휴가를 맞이하여 한국으로 와, 결혼식을 올린다. 일주일 전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전통적 방식에 따라 치뤄진 결혼식, 그리고 꿈같은 신혼여행, 하지만 남편 차마르는 아내 간치히를 다시 홍콩으로 떠나 보내야만 한다. 네팔에서 한국으로 와 마석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팔남매 중 맏이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에서 일하던 그는 어렵게 간치히를 소개받아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각자 여전히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두 사람은 꿈같은 결혼식과 신혼 여행도 잠시,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해야 한다.
그나마 만나서 결혼식을 올리는 차마르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고국에 결혼을 약속한 신부를 둔 다른 이주 노동자는 서른 중반을 넘어서야 핸드폰 영상 화면을 통해, 고국의 신부와 결혼 서약을 한다. 온 가족이 축하 해주어야 할 결혼식, 한국의 동료들은, 그의 곁에서 덕담을 하지만, 고국의 가족들은 결혼식조차 화상 통화를 통해 해야 하는 처지의 아들과 손자를 생각하며 눈물 바다다.
그래도 화상 통화를 통한 결혼이든, 견우직녀같은 결혼이든 결혼을 할 수 있다면 그건 나은 형편에 속한다. 33살 핫산은 결혼은 꿈도 꿀 수 없다. 대학을 가고 싶던 핫산에게, 부모님은 가정 형편이 어려우니 한국에 나가 돈을 벌기를 부탁했다. 가족을 생각한 핫산을 두 말하지 않고, 그 길로 마석으로 왔다. 이제 마석이 집같은 핫산, 하지만 마석이 제 2의 고향이 되는 동안, 그는 아버지의 부음을 전화를 통해 전해 들었다. 하지만 아직 고향에는 위암으로 투병하는 어머니가 계시다. 하지만, 전직장에서 채불 임금이 남아있는 핫산은 아직도 어머니의 치료비를 넉넉하게 부쳐드리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가족을 남기고 온 가장도 있다. 역 기러기 아빠다.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핸드폰 화상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아내는 그에게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갑상선 암을 앓은 그가 그나마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한국이기에, 또한 고국에 돌아가면 그나마 먹고 살 길조차 막막하기에, 아내는 눈물을 머금고, 이별을 택한다. 가족과의 생이별을 택한 그는, 대신, 월급날 부쳐 준 아이의 학용품과, 온갖 고향에는 없는 가전제품으로 아버지의 몫을 대신한다.
가족이 함께 있는 경우도 형편이 낫지는 않다. 출산을 앞둔 이주 노동자 부부의 고민은 출산이 다가올수록 깊어진다. 한국민으로서 정상적인 신분을 확보하지 못한 그들은 언제 쫓겨날 지 모르는 처지이다. 당연히 그들의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이를 낳는다 해도, 그 아이를 한국에서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처지에서 학교조차 가지 못하는 아이로 키울 지, 아니면 고향 필리핀으로 생이별을 해야 할 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을 받아주는 곳은 종교 기관이 유일하다. 그 마저도 마치 비밀 조직처럼 은밀하게 아이들을 보살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친구는, 어느날 말도 없이 사라진다. 당국의 갑작스런 검거 과정에서 잡히면, 살림살이 하나 챙기지도 못하고, 고국으로 송환되기 때문이다.
'마석, 집으로 가는 길'의 이주 노동자들은, 1960년대부터 독일로 돈을 벌러간, 광부와 간호사들을 연상케 한다. 어려운 집안 형편을 위해 두 말 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타국으로 온 그들, 핸드폰 화상 결혼식을 올리는 이주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결혼식은, 사진 결혼을 했다던 하와이 이주 노동자의 사연이 오버랩된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이민자들도 사회 복지의 혜택을 받는다. 건강 보험은 물론, 자녀들은 의무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우리의 역사의 한 구비에서, 우리 역시, 다른 나라에서 돈을 벌어와, 고국의 가족들을 먹여 살렸던 역사를 가진 경험을 가졌건만, 2014년 현재의 우리는 우리 사회의 한 편에 엄연히 존재하는 이곳을 또 하나의 고향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가혹하다. 그들의 임금은 종종 체불되어, 고향의 아픈 가족들의 약값을 걱정해야 하고, 그들의 신분은 불안정하여, 아이조차 마음놓고 키울 수 없다. 그들의 노동력이 없이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사회이면서도, 여전히 그들의 존재는 불법적이다. 그들도, 그들의 가족도, 우리의 배려 대상이 아니다. 고국보다 낫다는 의료 환경은, 가끔 오는 의료 봉사 회원들이고, 아이들의 교육은 종교 기관의 호혜적 활동에 의존해야 한다.
'가족 쇼크' 1,2,3회를 통해, 이야기 하고 가족들, 세월호, 그리고 이주 노동자의 가족들, 다큐는 말한다. 우리가 '가족'하면 떠올리는, 그런 이상적인 가족만 가족이 아니라고, 우리가 우리 가족의 행복을 떠올리고 꿈꿀 때, 그늘에서 우리의 행복을 위해, 짖눌려지고, 상처받고, 외면받는, 또 하나의 가족이 있다고, 그리고 그들 역시 우리 사회의 가족이라고. 그렇게, <다큐 프라임>은 이 시대 가족 이야기의 말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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