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서현진'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서현진? 배우 서현진? 아니다, 전 mbc아나운서이자, 현재 프리랜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아나테이너 서현진을 지칭함이다. 그리고, 서현진 전 아나운서가 등장한 이유는, 그녀가 출연하게 된 채널A의 신규 프로그램<동갑내기 여행하기>에서 나이로 인한 그녀의 발끈한 해프닝이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종편의 한 신규 예능 프로그램이 그만큼 세간 화제로 떠올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청률 1%를 넘으면 대박이라고 하는 케이블, 혹은 종편에서 여전히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시청률이라고 할 수 없는 성과를 보이고 있고, 동시간대 시청률면에서는 여전히 공중파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절대 강자의 지위를 점하고 있지만, TVN의 드라마, 예능들이 야곰야곰 성장하여, 이젠 공중파를 찜쪄먹을 기세가 되었듯이, 이젠 종편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그 지분을 살그머니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종편 예능의 공습
종편이라고 한다면, JTBC를 제외하고는 TV조선, 채널A, MBN은 모두 마치 언어가 다른 북한 방송을 보듯이 집권 여당의'프로파간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식당에 들어서면 그 날선 언어가 음식을 제대로 목구멍으로 넘기기조차 힘들게 '프레임'으로 짜여진 명확한 당색의 선전, 선동 문구가 자기 편이 아닌 그 누군가를 마구 찔러 넘기지 못해 분노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조선', '동아'라는 전통의 언론 구도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조차도 역시나 '언론'의 대명사로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된것 역시 작금의 현실이다. 맨 처음 종편이 생길 때, 우리 편이라 생각된 그 누군가가 종편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을 받던 그 시기가 무색하게, 어느덧 우리의 TV 문화 속에 종편은 편안하게 안착하게 되었다. 그래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인데도, 그 누군가는 광화문 시위에서 물대포로 그 누가 생명이 위독하게 되었는지조차 모르고, 그저 시위하는 사람들한테 손가락질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미디어는 발달했지만, 진실을 알기기 위해 불법 유인물 '피'를 뿌려야만 했던 그 시대와 실상 언론의 자유는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는, 아니 오히려 철저하게 자유롭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처음 종편이 만들어 졌을 때만 해도, 그 날선 언어의 뉴스를 빼놓고는 볼만한 것이 없는 종편을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호박씨>니, <속풀이쇼 동치미>니, <아궁이>가 등장하고, <TV주치의 닥터 지바고>에 <내 몸 사용 설명서>, <엄지의 제왕>까지만 해도 그저 하릴없이 건강 염려증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을 위한 소일거리라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해를 거듭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종편이 점점 세련된 면모를 갱신해 가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선정적 뉴스쇼의 연예판으로 <연예가 X파일>등이 있지만, 그런 한편에서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릴 만큼 신선한 '화제성'을 뿌리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9월 1일 초창기의 TVN을 이끌었던 송창의 TV조선 제작본부장은 '제2의 '개국'이라며 젊은 콘텐츠로서의 TV조선 예능을 개편했다. 지금까지 중장년층 중심의 콘텐츠를 개편하여, 리얼 야외버라이어티, 요리쇼, 육아 예능, 경제 예능, 토크쇼 등을 통해 다양한 세대의 입맛에 맞춘 신선한 개편을 지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에 따라, <이경규의 진짜 카메라>, <인스턴트 재발견, 간편 밥상>, <난생 처음, 영수증을 보여줘> 등이 신설되었다. TV조선만이 아니다. 채널 A 역시 화제가 된 여아나테이너들의 여행기 <동갑내기 여행하기>를 비롯하여, 같은 날 밤 11시 <개밥주는 남자> 등을 개설했다. MBN 또한 <도시탈출 외인구단>을 신설했다. 방송국은 다르지만, 송창의 본부장이 밝힌 바 각개 각층의 세대를 지향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발진'이다. 



새롭지는 않지만 신선한 신규 예능들
이들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공중파와 케이블에서 입증된바 있었던 프로그램들을 나름 차별화된 출연진과 내용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검색어에 오른 <동갑내기 여행하기>는 콘텐츠 자체는 그저 출연자들의 해외 여행이다. 그런데 그 출연자가 바로 지금까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다루지 않았던 '방송의 꽃'이었던 아나운서들이라는 점과, 이제는 '프리 선언'으로 아나테이너로 돌아온 그녀들의 적나라한 소탈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또한 같은 날 방송되는 <개밥 주는 남자>도 흔한 동물 키우기 예능이다. 하지만, 이 리얼 버라이어티는 지금까지 한번도 리얼 버라이어티에 출연한 적이 없는 주병진과, 그의 꿈인 펜트하우스를 등장시키고, 동물을 싫어하는 아내 앞에서 쩔쩔매는 현주엽 네를 출연시켜 이야기를 꾸린다. 그들의 특별한 사연 속에 등장한 강아지는 이미 여느 동물 키우기 예능의 귀여움 이상이 된다. 거대한 펜트하우스에 사는 주병진은 강아지를 위해 단돈 22만원을 거침없이 지불할 수 있는 그의 부와 상관없이, 그저 외로운 중년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뿐인가, 매주 목요일 밤 11시 이후에는 TV조선 예능 <엄마가 뭐길래> 역시 흔하디 흔단 육아 예능이다. 하지만, 그 육아가 육아가 아니라 거의 전쟁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조혜련, 최민수네 가정사를 놓고 역시나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마치 노이즈마케팅처럼 도저히 평범하다고는 볼 수 없는 이네들의 가족사에, 시청자들은 때론 분개하고, 때론 감놔라 콩놔라 자신들의 일처럼 열중하며, 어느 덧 빠져든다. 



종편 중 손석희의 JTBC 뉴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잡은 JTBC가 다양한 시청자의 시선을 끌게 된 것은 중년층을 위한 육아 토크쇼 <유자식 상팔자>,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녀사냥> 등을 통해서이다. 그런 면에서 '더 젊게 , 가족적으로 콘텐츠만 좋으면 본다'는 TV조선 송창의 본부장의 믿음은 이미 검증을 거친 셈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순조로웠던 검증에 따라 지금까지 중장년층의 고정 채널이었던 일부 종편이 변신을 모색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에 대해, 과연 종편이 어쩌고 할 수 있는 상황인가? 하면 현재 방송가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손석희의 JTBC 뉴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젊은 이미지를 선택한 JTBC는 하지만, 드라마 <송곳>과 같은 송곳같은 선택을 제외하고는 여타 예능과 드라마에서의 선택에서는 오히려 한 발 물러선 느낌이다. 예능의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종편과 차별성이 없다. 그런가 하면 공중파는 나은가? 마찬가지다. 어디를 돌리나, 가족 지상주의요, 여유로운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다루는 것은 매한 가지다. 창조 경제비어천가를 울리던 CJ 계열 YTN이 종편을  뺨치게 보수화되었고, Tvn의 <응답하라 1988>이나, <삼시세끼>가 '가족주의'에 천착할 뿐이다. 예능만 놓고 보자면 이젠 '종편'이 어쩌고라 하기에 무색하게 차별성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마치 영화 <국제 시장>을 보고 눈물 흘리는게 중장년층만이 아닌 젊은 세대들도 있었듯이, 다같이 '가족'말고는 공감할 것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12. 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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