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연습1'을 통해 배우 이재은과 안무가 이경수 부부의 실감나는 '이혼 롤플레잉'을 다루어 화제가 되었던 <sbs스페셜>은 9월 20일 '이혼 연습' 그 두번째 시리즈를 방영했다. 첫 번째 '이혼 연습'에서 이혼의 당사자가 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다큐는 이제 두번 째 이혼 연습으로 '이혼을 마주한 아이들'을 다룬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는 아이들

첫 번째 이혼 연습과 마찬가지로 두번 째 이혼 연습도 '이혼'의 시뮬레이션에 참가할 부부로 시작된다. 벌써 8년전이 된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고스란히 한 광고를 통해 전달되며 전 국민의 감동을 자아냈던 전수아 이도엽 부부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렇게 전국민들의 눈시울을 흘렀던 시절이 무색하게 더 이상 손을 잡고 걷지 않는 건 물론, 남편 이도엽이 아내로 부터 이혼 결정을 들을 지로 모른다고 덤덤히 말하는 지경에 이르른 결혼 8년차의 부부, 이들 부부가 '이혼 연습'에 돌입한다. 


'가상 이혼 프로젝트'에 돌입한 전수아 부부는 실제 이혼 과정의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 소송을 준비하던 한 주부, 남편 측의 과실로 인해 자녀 양육에 유리한 위치였지만, 남편과 시어머니는 어느날 친정 어머니와 돌아오던 아이를 납치해서 돌려주지 않은 채 2년이 흘렀다. 법은 '약취 유인'의 판결을 내렸지만, '법'의 처벌은 친권자의 영역에서 그저 '벌금형' 정도로 미약했고, 법적 제재는 더 이상 가해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하며 놔두었던 아이들의 옷이 작아진 지금, 이제 아이들은 엄마를 낯설게 바라본다. 


법적인 이혼 과정 중 아이들의 '약취 유인'은 생각보다 빈번하다. 그에 대해 법적인 처벌은 취약하고, '약취 유인' 당한 아이들조차, 데려간 과정에서 얻은 심리적 충격, 그리고 이어진 데려간 측의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남겨진 부모를 오해하고, 원망하며, '약취유인'한 부모를 선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이들에게는 지금 자신들에게 잘해주는 현실의 부모가 의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 중 그 누구를 선택한다 해도 아이들에게 남겨진 상처가 덜해지지는 않는다. 


이혼 후 직장 생활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 아이들이 자신을 잘 따라준다 위안을 삼았지만, 아빠가 없는 시간의 몰래 카메라는 충격을 준다. 엄마의 재혼과 새로운 출산 이후 달라진 아이들, 그 중 큰 아이는 부쩍 폭력적이 되며, 그 화풀이를 동생에게 퍼붓는다. 심리적 분석의 결과, 오랫동안 누적된 분노가 그 아이의 마음 속에 켜켜이 쌓아있다는 것이다.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이, 역설적으로 부모가 이혼했는데도 잘 자랐다는 말에도 분노를 느끼듯이, 부모 중 한 사람이 사라진 가정에서 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혼 가정 아이들에게는 상처로 남는다. 그렇다고 부모의 사정으로 이미 저질러진 이혼을 아이들에게 마냥 숨길 수도 없다. 또한, 홑부모와 살아가는 생활고의 무게도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으로 남는다. 



이혼의 그림자, 아이들의 무게 

2013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이혼, 2014년 11만 5천5백건으로 소도시 수준의 인구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여전히 OECD이혼율 1위의 자리는 부동이다. 그런 형편에, SBS가 꾸준히 내보내고 있는 <이혼 연습>은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문제인, 그리고 개별화된 문제인 '이혼'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유의미하다. 


특히 첫 회 이혼 연습이 배우 이재은 부부의 이혼 시뮬레이션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어, 그에 이은 <이혼 연습2> 역시 전수아 부부를 가상 이혼 프로젝트에 불러들인다. 하지만, 부부의 문제와 아이들의 문제는 달랐다. <이혼 연습1>의 이재은 부부는 부부 모든 자신들의 문제를 실감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들의 가상 이혼 프로젝트가 현실만큼 실감나게 다가왔지만, 아이들의 문제에 이르면, 다큐에서 보듯이 전수아 씨가 대역 배우처럼 타인의 이혼 과정에 참여해 실감을 느끼는 이상, 직접 자신들의 아이와 '이혼'을 연습하기엔 너무 무리수였던 것이 드러난다. 


그 이유는 다큐 과정에서도 드러나듯이, 아이들은 그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부모에게 태어났듯이,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도 역시나 자신들의 뜻과 상관없이 상처를 받는 상황이기에, 더구나 어린 전수아 부부의 아이에게 부모들은 '이혼'이란 말 조차 꺼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큐의 마지막 '아이'때문에 이혼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전수아 부부의 멘트 역시 안일해 보인다. 내내 이혼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의 문제를 이렇게 저렇게 다루다가, 마지막에 아이를 생각해서는 이혼할 수 없겠다는 마무리는 어쩐지 이율배반으로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OECD이혼율 1위의 현실에서,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이미 '이혼'이라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과정에서, 아이를 생각해 보니 안되겠다는 잔뜩 문제만 벌려 놓은 셈이 된다. 


즉, <이혼 연습> 1이 이혼의 과정을 복기하며 결국 그 과정과 이후의 여파가 생각보다 여의치 않다는 것을 전달하려 했듯이, <이혼 연습>2 역시 마찬가지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뜻밖에도 아이들이 많은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전달하여, 이혼 자체에 대한 고민을 보다 심도깊게 하려는 의도인 것은 알겠지만, 이미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다수의 아이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태에서 처방은 어쩐지 눈가리고 아웅하는 느낌인 것이다. 오히려 '이혼 과정'에 상처받는 아이들에 촛점을 맞춘다면, 그 아이들이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미 현실 속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아이들의 상처를 운운하기에 대한민국의 '이혼'은 너무 '기정 사실'인 것이고, 과연 아이들만을 생각하며 연장해 가는 부부의 삶이란 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이혼하는 부부들은 아이들을 외면하는 것이 되는 것인지, 부부를 대상으로 한 <이혼 연습>1과 다르게, 이혼 과정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에게 촛점을 맞춘 <이혼 연습>2는 그 과정에 끼인 아이들만큼이나 딜레마에 빠진 듯 보인다. 

by meditator 2015. 9. 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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