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자협회와 pd 협회의 제작 거부로 <취재 파일 K> 대신 재방영된 <소문난 삼형제>에서는 강원도 덕실리에 사는 백발의 삼형제가 소개되었다.  그 중 가장 큰 형인 최돈춘 옹은 올해 나이가 무려 103세이지만, 여전히 스스로 농사일을 짓고, 돋보기 없이 신문을 볼 수 있는 노익장을 과시한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나는데, 똑같은 치매를 앓아도 도시 노인들이 급격하게 생활력을 잃어가는 등 증상의 심화를 겪는 반면, 농촌에서 사는 노인들은 대부분 약간의 기억 상실 등 약한 증상을 겪으며 일상 생활에 큰 지장없이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똑같은 병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증상과 결과를 나타내는 차이를 보여주는 이유를 바로 <소문난 삼형제>의 최돈춘 옹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100살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삼형제의 맏이로, 아들이 없는 며느리와 함께 사는 집안의 가장으로 삶의 몫을 수행해 나가고 있는 최 옹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 나이를 잊고 나이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최옹 삶의 비밀을 <EBS다큐 프라임>은 다시 한번 증명해 낸다. 


5월 25일 8시부터 연달아 방영된 <EBS다큐 프라임-황혼의 반란> 3부작은 이미 20113년에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고, 그 결과물이 2014년 책으로 발행된 작품이다. 하지만 5월 19,20,21일에 다시 한번 방영되었고, 그 종합편이 25일 연달아 재방영되었다. 

<EBS다큐 프라임-황혼의 반란>3부작의 학문적 근거가 되는 것은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앨런 랭어 교수의 연구이다. 1979년 7,80대 여덟 명의 노인들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이십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데리고 간 연구팀은 1959년이 고스란히 재현된 마을로 데려가 생활하게 하고, 그들의 신체 나이와 지능을 50대로 되돌리게 만든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앨런 랭어 교수는 하버드 대학의 종신 교수가 되었고, 그 결과물을 [마음의 시계]라는 책으로 펴내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EBS다큐 프라임-황혼의 반란>3부작은 바로 이 앨런 랭어 교수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를 재현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그 누구보다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던 노인 8명, '노랸 샤스의 사나이'의 주인공 한명숙, 코미디계의 대부 남성남, '오발탄'의 성우 오승룡, 1세대 프로레슬러 천규덕, 한국의 오드리 햅번으로 불리던 하연남, 최초의 상업 사진 작가 김한용씨까지 7,80대의 노인 여덟 명의 시계를 7일 동안 30년전으로 돌리는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실험의 내용은 간단하다. 노인들 자신은 1982년에 있으며, 그 시대에 맞게, 즉 그 또래 나이에 맞게 말하고, 생각하며, 스스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실험에 참가한 노인들은 한명숙씨의 나레이션, '나는 마흔 여덟입니다'를 시작으로 삼십년전으로 돌아간다. 함께 그 시절 인기를 끌었던 <전원일기>를 시청하고, 그 시절의 신문과, 그 시절에 배달되던 우유를 만난다. 당연히 오늘날의 문명의 이기인 휴대전화 같은 건 쓸 수도 없다. 

당연히 노인들은 혼란을 겪는다. 현재 익숙했던 물건들을 쓸 수 없는 것에서 부터, 노년이 되어 늘 누군가에게 의탁해 왔던 삶을 삼십년 전으로 돌린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또한 삼십년 전처럼 활동하기 위해, 그 시절의 무대에 다시 서는 등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혼자 활동해야 하는가 싶었는데 느닷없이 등장한 자원봉사자들에 노인들의 결심은 흔들리고, 함께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사이에 고성이 오갈 정도로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혼돈스러운 시간을 견딘 7일 후 여덟 명의 노인들은 놀라운 결과를 맞이한다. 무엇보다 여덟 명의 노인 중 지팡이를 짚어야만 겨우 걸음을 걸을 수 있었고, 기억력이나 인지 능력이 많이 떨어져 보이던 한명숙씨는 겨우 7일 만에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되고, 서예를 배우는 등 삶의 의욕을 보이게 되었다. 시간 관념이 희미해졌던 하연남씨는 이제 더 이상 지각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울증' 등에 시달렸던 노인들은 웃음과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물론, 이런 <황혼의 반란>의 결과가 단지 시간을 거스르는 마법에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한명숙씨처럼 오로지 홀로 견뎌야 하던 노년의 삶이 여덟 명이 함께 사는 공동체 라는 삶의 조건과,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젊은 자원 봉사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노년의 외로움을 덜어 주었기 때문에 오는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어떤 의학적 시술이나, 건강 제품이 아닌, 오로지 마음의 시계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긍정성을 되찾는 이 실험은 경이롭다. 실제 7일간의 실험을 통해 여덟 명의 노인들은 신체, 정신 기능 뿐만 아니라, 피부까지 좋아지게 되었다. 우리가 늙는다는 건, 어쩌면 진짜 늙음에 앞서, 나이듦에 포기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될 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이 실험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시술이나, 명약이 아니라도, 돈없이도 얼마든지 시간을 거스르는 마법, 그것은 생각 외로 명쾌하다. 마음에 달린 것이다. 
젊은이 한 사람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노년 인구 과잉의 시대, 건강한 노년의 삶은 노인 그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 문제이기에, 노년의 건강한 삶의 비밀을 주체적 삶의 자세로 풀어낸 <황혼의 반란>은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by meditator 2014. 5. 2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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