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9월 15일 방영된 <한식 연대기> 3부는 한식을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들어간다. 개미투자자로 분한 주상욱과 그런 개미투자자를 이끄는 주식 크리에이터 슈카가 하나의 기업으로 '한식'을 투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식이다.
한식이란?
왜 이런 식의 '접근'을 했을까? 들어가기에 앞서 <한식 연대기>는 서울대 문정훈 교수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한식이란?' 그런데 각 분야에서 트렌드로서의 한식을 이끌어내고 해석해낸 전문가들이 쑥쓰럽게 머리를 긁적인다. 딱 맞춤한 답이 떠오르질 않아서이다. 일본식 간장으로 부터 시작된, 이른바 '왜간장'이라고 불리던 샘표 간장은 한식일까? 아니, 일본 라멘이 원조인 우리의 라면은? 예전 조상님들은 드시지 않았다는 튀긴 닭은 또 어떨까? 그렇다면 '집밥'이 한식일까? 집밥보다 '햇반'이 익숙한 세대는 '한식'을 안먹는 세대일까?
<3부 한식 주식회사> 바로 이렇게 이제는 '모호'해진 '한식'의 정의를 추적해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통 집밥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k푸드로 거듭난 '미래 성장 가치'가 좋은 우량주 '한식'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한식 주식회사'가 처음 시작된 때는 언제일까?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샘표 간장의 cm송을 자연스레 기억해낸 주상욱은 그 자신도 의아해한다. 그처럼 그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나이가 많은 연배가 자연스레 기억해 낼 샘표 간장 cm송처럼, 샘표 간장은 오랜 기간 간장의 대명사였다. 그리고 <한식 연대기>는 이 샘표 간장을 한식 주식회사의 시발점으로 본다.
한식의 핵심 구성은 밥과 반찬으로, 반찬은 '간'이 되어있다 이 '간'의 베이스가 되는 간장, 그런데 오랜 시간, 아니 지금도 우리 민족은 '간장'을 담궈왔다. 그런데 그 간장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1년 여의 숙성 기간과 그에 걸맞는 공간이 필요했다. 해방 후 월남민들, 그리고 이어서 터진 6.25전쟁은 우리 전통의 간장을 담글 수 있는 '환경'을 앗아갔다. '불하'받은 일본 간장 공장에서 만들어진 간장, 아직 낯선 간장을 팔기 위해 주부 사원들이 집집마다 방문을 했다는데, 집집마다 다른 '장맛'이 '판매용 간장'의 일률적인 맛으로 변화되었고, 이 '간장'을 기반으로 한 달달한 불고기가 '꿀맛같은' 고기 요리로 자리잡았다. 2013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2320억 병의 양조간장이 팔렸다.
집밥, 그 패러다임의 변화
집밥 한 상이 '한식 주식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한식 연대기>는 그 변곡점을 '포장 기술의 혁신'에서 찾는다. 그리고 '음식'을 '포장'해서 파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끈 주역은 다름아닌 '두부'이다.
나이가 좀 있는 연배들은 기억할 것이다. 저녁 무렵 딸랑딸랑 울리던 두부 파는 아저씨의 종을, 그처럼 두부는 '판두부'로 거기서 한 모씩 떼어서 팔던 음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두부를 만드는 데 쓰이는 '간수'에 공업용 석회가 들어간다는 두부 파동을 거치며 시중 두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갔다. 또한 때는 바야흐로 1980년대 국민총소득 증가와 함께 먹거리에 대한 가치 기준이 높아져 가던 시기였다고 한다. 바로 이때, 깨끗한 물로 포장한 두부가 등장했다. 또한 이른바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콩나물과 두부가 냉장 유통으로 통해 대중의 '위생 욕구'에 호응했다. 이러한 냉장 유통을 통해 위생 관리 '콜드 체인 시스템'은 전문가들이 식품계의 반도체가 평가할 정도로 '한식'의 앞선 기술을 선도한다. 이제는 2021년 기준 하루 50만 모 5400억 규모의 시장이 되었다.ㅣ
반찬의 베이스가 되는 간장, 그리고 포장 기술의 혁신, 그렇다면 다음 '한식'의 변화를 이끌 주역은 무엇일까? 바로 '밥'이다. 1996년 방부제 없는 즉석밥 '햇반'이 등장했다. 햇반을 만든 CJ는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변화되고 있으며 특히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삶의 변화에 주목, 즉석밥을 착안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여전히 밥은 밥솥에 해먹어야지 하던 시절, 밥은 모성의 상징이자 자존심이었다. 과감한 투자를 했지만 엄청난 손해가 따랐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는 급속하게 변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바빠졌다. 6880억 시장, 100배나 성장했다. 매년 40억 개의 햇반이 생산된다.
가정 간편식으로 '밥'이 나왔다면, 그 다음은? '국'이 그 뒤를 따른다. 물론 국은 즉석밥처럼 처음부터 맛있지는 않았다. 예전만 해도 국은 건조된 덩어리에 분말 엑기스를 넣어 끓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 간편식으로 사먹는 국은 집에서 끓인 음식과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탕'이 바로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고깃국', 그 중에서도 육개장이다. 육개장을 비롯하여 품목만 해도 38952개의 가정 간편식, 밥, 국, 찌개, 구이, 튀김, 전 등등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린 한식 상차림, 그걸 이제는 '가정 간편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엄청난 시장이다.
삶의 질과 함께 한 음식 문화
밥도 나오고, 탕도 나오고, 하지만 사람들에게 '소울 푸드'를 물어보면, 밥도 아니고, 탕도 아니고, '라면'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1961년 첫 등장한 한국인의 소울 푸드, 처음 사람들은 그 이름만 보고 옷감이라 착각하기도 했단다. 물론 개발을 한 건 '일본'이다. 하지만, 일본식 라멘을 우리의 국밥 문화에 맞게 변화시켜 나갔다. 특히 '소고기 국밥'을 좋아하는 우리 식문화에 착안한 1970년에 판매를 시작한 '소고기 라면'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여전히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일년에 70개에서 80 개 정도, 연간 생산량 39억 개의 라면으로 속도 풀고 마음도 푼다.
많이 먹는 걸로 치자면 '치킨을 빼놓아서는 섭섭하다. 체인점과 개인 업주를 합쳐 전 세계 맥도날드 점포를 앞선다는 우리나라의 치킨집, 그런데 '치킨이나 '라면'을 즐겨먹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제된 기름의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는 전제가 필요하다. 원래 '한식'에는 튀긴 음식이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튀기는 기름을 위한 산업도 불모지였다. 하지만, 정치적 격변기를 겪고 자리잡은 정부는 국민들의 안정적인 식품 공급을 위해 콩기름 공장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에 힘입어 대형 식용유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콩 100톤으로 식용유를 만들면 생산량은 17톤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두박이라는 단백질 부산물이 나오고, 이는 돼지들의 단백질 사료로 쓰인다. 즉 식용유의 대량 생산은 뜻밖에도, 혹은 정책적으로 축산업의 부흥을 유도했고 '돼지 고기'의 대중화를 이끈다.
해방 후 양조 간장의 등장으로 부터 시작된 '한식 주식회사', <한식 연대기>는 우리 민족의 삶의 질과 음식이 궤적을 맞추어 발전해 온 과정을 조망한다. 70년대의 쌀부족이 제분 산업 발전을 낳았고, 80년대의 국가적 발전이 식품 산업의 생산을 선도했다. 90년대 나아진 삶의 질은 식품 산업의 고급화를 선도했고, 2000년대 이후 가족 형태의 변화는 간편식 시장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더는 집에서 곰국을 끓이지 않는 시대, 제품으로서의 한식의 발전이라는 기반 위에서 이른바 'K푸드'의 발전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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