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1월 15일 16회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국가대표 축구 경기로 늦게 방영된 jtbc 뉴스룸을 상대로 10.0%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하지만 마지막 회를 제외하고는 주욱 8~9%로 주중 월화 미니 시리즈 중 2위를 유지하며 미묘한 포지션을 유지해왔다. 소위 쉽게 '망했다' 거나, '흥했다'라고 판단할 수 없는 경계선의 성과이다.
이 성과를 좀 더 파고들어가 보자. 법정 드라마를 내세운 장르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나름 '선방'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지우'라는 '스타'를 내세운 '로맨스' 드라마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리 흡족한 성과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늘 지난 몇 십년간 '멜로'의 대명사로 '발음' 문제가 그녀를 따라붙었던 연기력 논란의 배우 최지우가 능력있는 사무장에서 성공한 변호사로 거듭난 전문직 드라마를 깔끔하게 이끌어내다는 지점에서 본다면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최지우라는 배우에게 있어서는 또 한번의 질적 전환을 가능케 해준 드라마가 된다. 드라마가 한 편 마무리되었다고 해서 그걸 꼭 편가르듯 가를 필요가 있겠냐 싶지마는 그래도 그 성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볼 때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생각해 볼 많은 여지를 남긴다.
선방한 스릴러
올 한 해 여러 편의 장르 드라마가 선을 보였다. 그리고 하나같이 모두 저조한 시청률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최고 시청률 7.6%(16회), <원티드>가 역시나 최고 시청률 7.8%(2회), 그리고 <뷰티플 마인드>로 가면 최고 시청률이 4.7%(3회)였다. 심지어 요즘 대세라는 박보검, 서인국이 주연으로 나온 <너를 기억해>도 최고 시청률이 5.3%(14회)였으니 누가 나온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심각한 드라마 기피증'으로 인해 아니 진지하게 주제에 천착하면 천착할 수록 드라마의 시청률은 반비례하는 암울한 성과를 올 한 해도 넘지 못했다. 이 상황이라면 공중파에서 주제에 천착한 장르물의 시도는 더더욱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법정 드라마'에 '스릴러'를 가미한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평균 8~9%대의 시청률, 그리고 마지막 회에서 두 자리를 찍은 성과는 굉장히 흡족한 결과물이다. 결국 <시그널>이 공중파로 오면 '사랑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우스개를 '법정 로맨스'라는 장르물로 나름 넘어선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증명해 버린 셈이 된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능력있는 사무장이었던 차금주(최지우 분)가 의도치않게 노숙 소녀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백마탄 왕자, 아니 찌라시 언론사주 k팩트의 함복거(주진모 분)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의 양식을 띠기 시작한다. 거기에 순정어린 연하남 변호사 마석우(이준 분)까지 합류하면서 삼각 관계의 구도는 완벽해진다.
하지만 드라마는 전직 검사였던 함복거가 사표를 던지게 했던, 그리고 차금주의 모든 것을 빼앗은 노숙 소녀 살인 사건과 그 배후의 '오성'이라는 로펌, 그리고 재벌가, 그리고 그들의 부도덕한 성스캔들을 '법정'을 배경으로 풀어내며 '법정'과 '사랑'이라는 양 날의 검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리고 그 벼려진 두 날을 자유자재로 휘두르기 위해 배후의 사건은 다분히 '음모'적이고, 매우 구조적이지만, 그 다루는 방식에서는 찌라시 언론사 사주가 남자 주인공이고, 짝퉁 빽에 연연하는 속물 사무장이 여주인공이듯, 적당히 '통속적'이고, 적절히 코믹하게 강온 전략을 쓴다.
결국 '법정'과 재벌가의 부도덕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정의'를 다룬 장르물이라는 지점에서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달달한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새로운 '법정 로맨스'방식은 시청률 면에서 그 이전 장르 드라마들과 달리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래서 아쉽다. 노숙 소녀 살인 사건으로 시작하여 결국 재벌가의 부도덕한 성스캔들, 나아가 스폰서 의혹의 상징 '미식회'라는 드라마를 끌고 갔던 굵직한 줄기가 속시원하게 풀어졌는가라는 기본적인 의문에서 볼 때 물론 15,6 회 마지막까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며 주제에 천착하려 했지만 어쩐지 아쉽다.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의 주범과 배후와 미식회의 핀트가 어긋나며, 시청자들이 '분노'의 촛점이 애매모호해졌고, 물론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 쓴 소년은 재심으로 굴레를 벗어났지만 과연 무엇이 해결되었는지 어리둥절한 채 드라마는 마무리되었다. 과연 그 악의 주체가 오성이라는 재벌이었는지, 그 재벌가를 장악한 며느리의 위악이었는지, 그게 아니면 재벌의 개라는 오성 로펌이었는지, 정작 드라마는 '개'들만 이리저리 몰다 끝난 건 아닌지 고개가 꺄우뚱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잔뜩 심각하게 벌여놓고 마치 실밥 풀리듯 쉬운 마무리에 결국은 '로코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아쉬움의 원인이 드라마 중반부에 들어서서 작가가 천착한 '로맨스'가 오히려 이들 장르물의 사건 전개에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건 '공중파'라는 한계 때문이었을까? 사실 그렇다고 말하기도 그렇다. 권음미 작가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갑동이>에서도 이와 같은 갈짓자 행보로 인해 드라마의 완성도에서 아쉬움을 남긴 바 있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은 연쇄살인, 그 와중에 등장한 모방범, 그리고 이제서야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한 가장 가까이에서 암약했던 진범, 하지만 드라마는 애초에 드라마가 천착했던 연쇄 살인의 본질에 다가가는 대신, 카피캣이었던 류태오(이준 분)과 갑동이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형사 하무영(윤상현 분)과 오마리아(김민정 분), 마지울(김지원 분)간의 지리한 애증으로 시간을 허비하며 궤도를 이탈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참 차금주에 의한 '오성' 로펌에 대한 수사로 속도를 붙여할 드라마는 뜬금없이 함복거와 마석우 사이의 애정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해 버린다. 물론 애초에 <갑동이>와 다르게 '법정 로맨스'라는 취지를 내세운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로맨스'에 천착한다는 게 어패는 없지만 최소한 드라마가 이끌어 가는 본래의 궤도에서는 이탈하지 말아야 하는데, 권음미 작가는 <갑동이>에 이어 또 한번, 드라마를 전혀 다른 드라마로 만들어 버리며 호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버린다. 덕분에 <갑동이>에서 양철곤(성동일 분) 형사의 활약이 아쉬웠든, 초반에 흥미진진했던 이동수(장현성 분)나, 강 프로(박병은 분)의 캐릭터가 서사의 횡보와 함께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그와 그녀보다, 오히려 신선했던 그녀들의 이야기
그 뻔한 첫 눈에 반한다는 식의 함복거와의 오글거리는 사랑도 그렇고, 다짜고짜 순정파인 연하남 변호사의 저돌적 애정도 그러려니 하면서 보긴 했지만, 오히려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신선했던 것은 '여성'들이다.
최지우라는 배우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준 사랑스러운 속물 사무장 혹은 변호사 차금주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고, 그녀와 견원지간처럼 으르렁거리다 동료가 된 구지현(진경 분), 그리고 16회까지 애증의 롤러코스터를 탔던 배다른 동생 박혜주(전혜빈 분)의 캐릭터도 신선했다. 거기에 재벌가의 며느리에서 재벌가의 비자금을 장악하고 안주인이 된 조예령(윤지민 분)도 매력적이었다. 차라리 어설픈 '로맨스' 대신 이들 여성들의 '육박전'으로 드라마를 치열하게 전개했다면 더 신선하고 멋진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마석우가 가장 멋있던 장면은 안타깝게도 16회 마지막 그가 검사가 되어 차금주와 법정에서 팽팽하게 대립했을 때였다. 차금주가 멋졌던 것도 함복거처럼 법정에서 능력자로 그 능력을 십준 발휘할 때였다. 물론 장르물로써의 고심을, 그래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지만, 좀 더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위해, 권음미 작가가 잘 하는 것에 좀 더 천착한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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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심과 소신 대신 이익을 쫓는 전문가는
연쇄살인범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악한 존재, 가장 나쁜 사회 악입니다.
-표창원
10월 11일 방영된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건이 법정에 올랐다. 극중 야구선수 강현호가 수술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르자 그의 아내는 남편의 사인을 '의료 사고'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의료 과실이라는 아내의 주장을 '묵살'하기 위해 과실의 주체가 되는 의사 및 그의 재판을 맡은 오성 측이 남편 강현호가 1차 수술 뒤 무리하게 음주를 했다는 주장을 하여 강현호 선수의 죽음이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다. 뜻밖의 의료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신해철씨의 죽음이 떠올려지는 사건이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는 신해철 씨의 사건 외에도 최근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무고'범죄와 관련된 사건을 k-fact의 대표 함복거가 억울하게 연루된 범죄로 고스란히 재연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그 피해자인 연예인들만이 그 이름이 까발려지며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사건, 그리고 그에 이어 신해철 씨의 억울한 죽음과 같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극중 주인공들이 맡은 사건의 내용으로 등장하며 시선을 끈다.
이런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시의적'이어서 접근성이 좋지만, 동시에 '소재주의'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즉 최근 이슈가 되는 사건을 다루는 것만으로 '화제성'에 기대어 가고자 하는 안이한 의도말이다. 더욱이 아직도 신해철 씨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아픔으로 남겨진 상황에서 더더욱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이런 '소재주의'의 함정을 넘어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주제 의식을 북돋우는 소재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의료 사고의 화제성을 넘어 '쯩'의 존재론을 묻다
즉 사건 그 자체로써의 화제성을 넘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전문가와 비전문가,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구축된 기득권층의 비리'와 '존재론'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11일자 경향 신문의 김민아 논설 위원 칼럼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법학자 손기병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 양극화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때문에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실력주의, 업적주의로 번역되는 메리토크라시는 능력을 스스로 증명한 사람만이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체제로, 지능 지수와 노력에 의해 수월성(merit)을 획득한 사람들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그 메리트를 오직 시험에 의해서만 증명할 수 있기에 전형적인 메리토크라시 사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5,6회에 걸쳐 벌어진 사건 강현호 선수의 죽음과 관련된 의료 과실 사건은 위의 '메리토크라시'의 부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술 시 과오로 인해 강현호 선수의 몸에 ;천공(perforation 장기의 일부에 어떤 병적변화가 일어나거나, 또는 외상에 의하여 구멍을 만들어, 장기외의 부분과 통하는 것) 을 만든 심원장(김원해 분),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병원 내 권력을 이용하여 조수였던 강선생을 비롯한 수술방의 스태프들에게 함구를 요구한다. 이런 심원장의 파렴치한 부인과 왜곡은 최근 백남기씨 부검 논란과 관련하여 더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와 오성의 사건 연습을 거듭한 작전 앞에 골든트리의 반격은 쉽지 않다. 심원장과의 의료 분쟁에서 진 피해자들을 방청성에 앉히고 거듭 심원장에게 천공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지만 결정적 증거는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한 줄기 희망이었던 강선생이 심원장의 결백에 동의하고 법정을 빠져나가자, 방청석에 앉아있는 간호사가 증인을 자처하며 재판은 판도가 달라진다. 심원장의 잘못된 시술로 인해 생긴 천공으로 잘려지게 된 소장을 스스로 폐기했다고 증언하는 간호사, 하지만 앞서 강선생의 증언을 들먹이며 오성은 '간호사'와 '의사', '비전문가와 전문가의 격을 들먹이며 반발한다.
물론 드라마는 차금주의 설득으로 다시 돌아온 강선생으로 인해 골든 트리의 승소, 강현호 선수의 명예 회복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라마는 결정적 순간, 똑같이 수술방 스태플로 참여했음에도 '간호사 주제'라며 제쳐지는 우리 사회의 고착화된 '메리토크라시'에 의한 계급 폐해를 고발한다. 그리고 이는 주인공 차금주의 문제로 회귀된다.
차금주를 통해 '쯩'을 반문하다.
도망치다시피하는 강선생을 맨발로 쫓아간 차금주, 그녀는 자신을 사시만 5번 떨어져 '면허'의 중요성을 모를 수도 있다며 말문을 연다. 그에 앞서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의 집에 찾아갔다가 배가 부른 남편의 동거녀를 마주하게 된 차금주, 그 이혼의 울분을 남편의 차에 마구 퍼부은 바람에 경찰서 신세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경찰은 자신의 신분을 보증할 그 무언가를 묻고, 그런 경찰에게 차금주는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꼭 무엇이어야 하는 사람이냐고 반문한다. 무엇이어야 하는 사람,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여주인공 차금주는 사시는 비록 5번이나 떨어졌지만, 가장 유능한 변호사 사무장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늘 그녀는 밀려나고 무시당한다. 그런 그녀의 울분이 응축되어 그녀의 신분을 묻는 경찰에게 '아무것도 아니면 어떠냐고' 반문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차금주의 설움은 바로 다음 장면 디스패치가 연상되는 가쉽지 함복거가 등장하자, k-fact가 안기부 소속이 아니냐고 굽실거리며, 마치 그녀가 정부 요원일 지도 모른다며 운을 띠우는 함복거의 한 마디에 허리가 꺽어지는 경찰. '면허'쯩과, 그 면허 쯩을 가진 전문가에 약한 우리 사회를 보여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간 암약하며 존재를 드러내지 않던 해결사의 뒷배가 어쩌면 오성의 이동수(장현성 분)일 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며, <캐리어를 끄는 여자> 속에서 벌어지는 부도덕한 범죄의 최종 보스가 결국 로펌, '법조계의 신성 가족'임을 드라마는 암시한다.
결국 심원장도, 그리고 이제 그 그림자를 드러내고 있는 이동수도, 의사 면허를 따고, 변호사 쯩이 있는 메리토크라시의 핵심인 그들이야말로 '민나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 놈みんな泥棒です) 이며 연쇄살인범 저리가라할 파렴치범이자, 진짜 사회악인 것이다. 일제강점기 추악한 관료를 빗댄 저 단어가, 1982년 드라마 <거부실록>을 통해 당시 전두환 정권의 비리를 빗댄 단어로 회자되었고, 이제 2016년 한국 사회을 좀먹는 연쇄살인범보다 더 악독한 기득권층이 되어 고발당한다. 결국 그간 법조계를 다룬 다른 드라마들처럼 결국 기승전 최종 보스로서의 로펌을 등장시킨 <캐리어를 끄는 여자>, 하지만 그저 사회악의 고발과 폭로만이 아니라, 쯩이 없는 여주인공을 통해 '면허'의 존재를 묻는다. '쯩'에 약하지만, '쯩'이 '의무'보다는 '권리'로 쓰이는, 어쩌면 그저 종잇장에 불과한 허상은 아니냐고 묻는다.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니어서 설움을 받은 차금주에게 함복거는 '억울하니 출세하라'고 권유한다. 즉 다시 변호사 시험을 보라는 것이다. 실력에 없어서가 아니라, 동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변호사 시험을 포기했던 차금주, 그 쯩이 없어 설움을 당하던 차금주, 도망치던 강선생을 붙잡고 면호는 '권리'이자, '의무'라며 의사로서 진실을 밝혀줄 것을 호소하던 차금주는 과연 변호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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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얼마전 인터뷰에서 배우 윤여정은 자신이 tvn의 열혈 시청자라며 그 이유를 새로운 것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단 윤여정씨만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아예 tvn에 채널을 고정해 놓는 사람들도 있다. <시그널>이 tvn에서 방영했으니 망정이지, 공중파에서 했다면 아마도 '러브 라인'에 치중했을 것이라는 우스개처럼 공중파 드라마하면, '사랑 이야기'라는 공식이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전 조기 종영한 <뷰티플 마인드>의 경우 애청자들은 차라리 ocn이나 tvn으로 갔다면 드라마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라 안타까워 했으니. '신선한 시도'로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tvn 을 비롯한 케이블 드라마의 성공은 곧 공중파의 위기가 되었다. 주중 미니 시리즈가 20%를 넘기는 경우가 가물에 콩나듯 쉽지 않은 상황, 안되면 심지어 케이블보다 낮은 3%의 수모를 겪는 상황에서, 그 위기를 타파하고자 공중파가 꺼내든 칼은 바로, 케이블의 인기 작가들의 공중파 유입이다.
<W>의 송재정 작가
그 대표적 작가가 바로 얼마전 종영한 <W>의 송재정 작가다. 송재정 작가는 1998년 <순풍산부인과>를 시작으로 <똑바로 살아라(2002)>, <거침없이 하이킥(2007)>, <크크섬의 비밀(2008)> 등 공중파에서 시트콤을 주로 집필해왔다. 그러던 중 2012년 <인현왕후의 남자>를 시작으로 TVN으로 자리를 옮겨 미니 시리즈를 전환을 한다. <인현왕후의 남자>,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 시대의 인연이 현대에 다시 만나 이어지는 '운명적 사랑'을 통해 방영 당시는 물론, 종영이 된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TVN의 작품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늘의 송재정을 있게 한 것은 표절 시비에도 불구하고 2013년 방영된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이다. 향 9개로 20년전 과거로 돌아가 미스터리한 인연의 끈을 풀어가는 이 드라마는 '시간'을 매개로 삼는다는 점에선 <인현왕후의 남자>의 바통을 이어받지만, 흔한 역사적 시간과 현재의 타임워프물 대신, 주인공의 주변 인물과 얽힌 20년이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얽히고 설킨 '인연'과 '운명'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후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왕세자와 그 주변 인물들의 활약을 다룬 <삼총사>의 부진을 딛고, 송재정 작가는 2016년 MBC로 자리를 옮겨 <W>를 인기몰이를 한다.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역사적 인물의 타임 워프를 다뤘던 송재정 작가는 <나인>을 통해 주인공 가정사의 비밀이 벌어진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다. 그렇게 '시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한 송재정 작가가 <W>에선 시간 대신, 현실과 웹툰이라는 '공간'적 상황을 등장시켜 다시 한번 젊은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다. 2016년 서울이라는 공간은 같지만 만화 속 등장인물인 강철(이종석 분)과, 그의 열혈 독자 오연주(한효주 분)가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사랑과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이렇듯 송재정 작가의 작품에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미스터리와 운명적 사랑이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나인>에서 미스터리한 운명을 풀기 위해 진력했던 주인공은 이제 공중파로 오면, '사랑'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웹툰과 현실 세계를 오간다. 덕분에 <나인>의 치밀한 전개를 기대했던 전작의 시청자들은 <W>의 전개가 어설프다는 평가를 내리는 반면, 다양한 연령대를 흡인할 수 있는 복잡하지 않은 전개와 스타 배우들의 러브 스토리가 <나인>과 다른 <W>의 장점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간 공중파에서 접할 수 없었던 이야기라는 점에서 송재정 작가의 공중파 재입성은 의미있다. 엉성하던 혹은 단순하든 <W>는 일부 매니아 층을 거느렸던 <나인>과 달리, 최고 시청률 13.8(7회 닐슨 코리아 기준)를 찍으며 동시간대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에 가서 9.3%(16회)까지 하락한 시청률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이는 송재정 작가의 차기작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권음미 작가
송재정 작가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역시나 MBC 월화 드라마로 돌아온 권음미 작가이다. 권음미 작가는 화성 연쇄살인을 <시그널>에 앞서 다루어 화제를 일으켰던 <갑동이>의 작가이다. <살인의 추억>을 잊게 만들 정도로, 갑동이, 그 진범과 카피캣의 물고 물리는 흥미진진한 스릴러는 TVN 장르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 하지만 권음미 작가 역시 송재정 작가처럼 공중파 출신이다. 2008년 <종합병원>으로 첫 발을 내딛은 권작가는 이후 이제는 범사가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재벌가의 이면을 파헤친 <로열 패밀리(2011)>를 집필했다. <로열 패밀리>에서 크리에이터로서 박상연, 김영현 작가의 도움을 받았던 권작가는 이후 TVN으로 이적하여 드디어 자신의 색채가 듬뿍 담긴 <갑동이>를 통해 권음미라는 작가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이렇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연 권음미 작가는 역시나 공중파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9월 26일부터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시작했다.
독특하게도 사법 시험에 매번 미끄러져 사무장이 된 여자 차금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권작가는 앞서 <갑동이>처럼 잡히지 않는 연쇄 살인마를 최종 보스로 선정한다. 경찰의 손아귀를 비웃듯 그 뒤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주인공을 지켜보며 그의 목을 죄어오는 설정은 <갑동이>에서 <캐리어를 끄는 여자>로 이어진다. 하지만 좀 더 장르물의 색채가 강했던 <갑동이>와 달리, 역시나 공중파라는 다중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캐리어을 끄는 여자>는 그보다는 말랑말랑하게 로맨틱 코미디와 법정 드라마, 그리고 스릴러의 절묘한 배합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이혼녀가 된 차금주(최지우 분)와 그를 스카웃하여 함께 미지의 범죄를 해결하고자 하는 파파라치 언론 대표 함복거(주진모 분), 그리고 풋내기 변호사 마석우(이준 분)의 삼각 관계와 협업이 이 드라마의 묘미이다. <원티드> 등의 스릴러 드라마들이 고전했던 것과 달리,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그런 미스터리물의 단점을 로코라는 당의정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고, 이제 3회에 불과하지만 압도적 <구르미 그린 달빛>을 제치지는 못하지만 동시간대 2위까지 치고 오르는 성과를 보건대 어느 정도 그 전략이 성공하고 있는 듯보인다.
이에 앞서 TVN에서 <로맨스가 필요해>시즌을 썼던 정현정 작가가 이미 KBS2로 넘어와 <연애의 발견>에 이어 주말극 <아이가 다섯(2016)>을 선보이는가 하면, 일찌기 JTBC를 통해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통해 호평을 받았던 하명희 작가는 그 이후 <따뜻한 말 한 마디>, <상류 사회>, <닥터스>까지 공중파의 인기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정현정 작가나 하명희 작가가 특유의 '사랑 이야기'로 케이블에서 공중파로 재진입에 성공했다면, 위의 송재정 작가나, 권음미 작가의 경우는 그간 공중파가 시도하지 않았던 신선한 이야기를 통해 공중파 드라마의 경직된 영역을 뚫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작가들이 애초에 그 시작이 대부분 공중파였고, 자신만의 특별한 서사를 케이블을 통해 드러냈듯이, 그 반대의 경우로 그간 공중파에서 작업을 하다, 편성이 여의치 않자 케이블로 가서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다.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가 그 대표적인 경우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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