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힐링 캠프>가 볼만하다 느껴질 때는, 그 어떤 명사가 나와 멋진 말을 들려줄 때보다, 오히려 오랜 무명, 혹은 오랜 고생 끝에 뒤늦게 빛을 본 사람들이 나올 때이다. 그건 그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자랑을 하건, '자뻑'을 하건, 그것들이, 우리들이 이미 그의 시간 속에 목격한 바 허투루 얻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5월 12일의 <힐링 캠프>도 그랬다. 21년만에 떴다는 장현성의 출연, 그가 한껏 들떠서 자신이 힐링 캠프에 출연했다는 자체가 뜬 게 아니냐는 반문이 그 어느 때보다도 보기 좋았다.
mc 이경규는 장현성을 두고 번번히 21년 만에 떴다고 말한다. <쓰리데이즈>에서 반전의 존재감을 보인 함봉수 비서실장 역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었고, 또 그런 연기만큼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준우, 준서 아빠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 자신에 대해 장현성 자신도 가득찬 쥬스 병을 들고, 차곡차곡 쌓여 아슬아슬하게 떴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그런 표현은 옳지 않다. 장현성 자신도 인터뷰를 통해 말한다.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장르도 중요하지 않고 주연과 조연도 따지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맡은 역할과 연기에 대한 만족감으로 산다. 더 빛나는 역할, 더 많은 부에 대한 욕심보다 현재 위치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나보다 훨씬 더 잘 생기고 더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더 못 한 환경에서 연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해야지 개런티가 얼마인지, 주연인지 조연인지 그런 건 쓸 데 없는 생각이다. 그런 욕심을 부리느라 내가 할 장면을 제대로 못 해 내는 게 가장 어리석다'고.
그런 그의 정의가 빈말이 아니듯, 그는 우리가 보았던 수많은 드라마에서, 빛나는 주연은 아니었지만, 꼭 있어야 할 자리에서 꼭 필요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내의 자격>에서 아내의 외도를 필연적으로 만든 파렴치한 남편이었으며, <하얀 거탑>에서 주연과 힘겨루기를 하는 변호사였고, 영화 <화이>에서 괴물이 된 아빠들 중 하나였으며, <쓰리데이즈>에서 대통령을 저격한 경호실장이었다. 종횡무진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묵묵의 그의 존재감을 쌓아왔다.
인터뷰를 통해 밝힌 그의 신념과, 그런 신념을 뒷받침한 그의 성실한 연기는, 오히려 그래서, <힐링 캠프>에서 떴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그를 역설적으로 빛나게 한다. 지나온 시간 동안 쌓인그의 연기와, 앞으로 해나갈 그의 연기가, 지금의 떳다고 하는 그 사실 자체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존재 덕분에.
(사진; tv리포트)
21년의 연기 내공 덕분에, 그가 자신의 친구들을 대놓고, '그 정도 뜰 수준은 아니라고' 말해도, 그것이 그의 오만이 아니라, 장현성만 하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고, 장현성만 하니까 그런 친구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 그런 표현조차 정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도, 예능과 최근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덕분에, <힐링 캠프>를 통해 멋진 배우, 좋은 사람, 훌륭한 가장인 장현성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그 자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초등 학교 시절부터 무조건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배우 장현성 이면의 예술가 장현성을 엿볼 기회를 갖게 된 것처럼 말이다. 시나리오를 썼던 내공으로, 이경규가 제시한 봄이란 주제를 가지고, 찬란한 계절과, 그 계절에 맞는 꿈과,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mc들의 면면까지 담아내는 내공의 시작을 선보인 장현성은 우리가 예능이나, 드라마를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장현성의 또 다른 '멋짐'이다.
뿐만 아니라, 21년을 올곧게 배우의 길을 살아내기 위해 겪은 가난과,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겪은 고생조차도, 흥겹게 풀어내는 그의 내공이 오히려 만만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시간에 대한 유쾌한 정의 후에 아버지에 대한 회고에서 내보인 그의 눈물이 더 진심으로 다가온다.
죽어서도 꿈을 향해 하늘로 날아가는 노고지리와, 남겨진 아들들에게 멋진 아빠, 멋진 남자로 남고 싶은 그의 소박한 소망이,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고, 이미 그가 충분히 멋진 아빠, 훌륭한 배우,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에 보는 사람의 얼굴에 공감의 미소가 지어진다.. 21년을 한 길로 달려와, 그 성과로 <힐링 캠프>를 출연하게 된 걸 천진난만하게 기뻐하고, 자신의 지난 날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장현성에게서 소박함 속에 옹이진 단단한 내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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