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재야~!'

하는 이휘재씨 아버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이휘재의 눈물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 이휘재처럼 시청자들도 뭉클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게 되었을 것이다. 지난 주에 이어, 1월 13일 이번 주까지 2주에 걸친 <힐링 캠프> 동안, 이미 이휘재란 사람에게 충분히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이휘재 폭풍눈물이 화제인 가운데 이휘재가 점점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 SBS 방송화면
(사진; 스포츠 서울)

마지막 <힐링 캠프> 제작진이 준 운동화 세트를 받아든 이휘재가 장인, 장모님꺼가 빠졌다며 선물 중 일부를 그분들께 드리고 자기 부부꺼는 사면 된다는 말이 굳이 덧붙이지 않았어도 <힐링 캠프> 이휘재편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성유리의 '이가정'이란 말이 얼마나 그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되었는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결혼 전의 지나온 시절이 '이바람'이란 단어 한 마디로 정리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그 시절조차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푸근한 미소가 지어지듯 들어줄 수 있었고, 이제는 '놀만큼 놀았다'는 그의 평가에 함께 수긍할 수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놀고 싶다'는 앙탈에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시간이 되었다. 

2주에 걸친 그의 시간을 되돌아 보건대, 대상을 받았건, 받지 못했건 지난 23년을 한결같이 대중들 옆에 존재해왔던 시간이라는 것이다. 갓 스무살이 넘긴 나이부터 스타가 되어 당대 최고의 인기남으로서 홍보 한번 하지 않은 음반이 17만장이 나갈 만큼 인기를 누렸고, 한참 인기 가도를 누릴 때 군대를 다녀와, 인기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고, 다시 거기서 치고 올라와, 가장 연애하고 싶은 남자로 잘 나가던 때도 있었다. 그러던 그가, 이제 23년의 연예계 생활을 회고하며, 스트레스와 가족력으로 인한 실명 위기를 고백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토로하는 나이가 되었다. 

지난 해 돌아가신 김열규 교수님이 마지막 까지 쓰신 글들이 모여있는 [아흔 즈음에]라는 책을 보면, 나이듦의 허무에 대한 글이 나온다.
'내가 무슨 빈 고무주머니인듯 느껴진다. 머리며 가슴만이 비는 게 아니다. 온몸이 허물 벗은 매미 껍질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의 존재 자체가 빈털터리가 된다. 내 속은 무슨 바람이 지나가도록 텅텅 비어 있다'.
독보적인 한국학자이자, 70여권이나 되는 저서를 남긴 노학자도 늙음 앞에서는 무기력했던 순간이다. 

하물며 득도의 경지에 이르른 학자가 그럴 진대, 범부는 오죽하겠는가. 하물며, 대중들의 호불호에 따라, 하루 아침에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는 연예인들의 처지는 오죽하겠는가.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은 나이듦에 대해 그 자신도 보기 싫은데 어떻게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들보고 좋으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 자신도 버거운 나이듦에 대중들의 시선까지 얹고 가야 하는 연예인의 숙명이다. 그래서, 실명 위기와 정신과 상담을 토로하는 이휘재나, 그리고 그의 앞에서 공황장애와 사지 경련을 앓았다고 공감하는 이경규나 김제동의 처지는 더 안쓰럽다. 하지만 안쓰러워 하면서도 이제는 어린 시절의 장난감을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어른이 된 아이처럼 대중들은 한편 냉정하기도 하다. 그런 냉정한 잣대로 재단되는 세계에서 23년을 버틴 이휘재가, 그럼에두 불구하고 여전히 대단하기도 하다. 

(사진; tv리포트)

하지만 이휘재가 안쓰러운 이유는, 23년을 버텨오느라 그의 몸을 습격한 질병들 때문만이 아니다. 23년의 관록에도 불구하고 늘 대중의 호불호로 인해 뭇매를 경험하는 그의 애매한 위치때문이기도 하다. 마흔 세살의 지긋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인 이휘재는, 젊은 아내가 무색하리 만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여전히 리듬을 타는데 손색이 없고, '놀고싶다'는 그의 말이 무안하지 않은 젊음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그런 느낌은 다른 한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철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철이 없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복은 없어도 인복이 있다는 그의 평가처럼, 그는 주변에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가 아는 사람들에게 대하는 스스럼없는 태도로 인해, 아는 사람과 덜 아는 사람들에 대하는 태도의 차이로 인하여 여전히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힐링 캠프>에서도 그렇다. 아내와의 연애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종종 그의 이야기는 수위를 찰랑 거렸고,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아내의 이야기를 하다, 그녀의 몸매 이야기까지 나갔을 때는 그의 토크의 잔은 순간 넘쳐 버렸다. <힐링 캠프> 만이 아니다. 지난 연말 sbs연기 대상에서도, 그의 진행은 다른 방송사 그 누구보다도 매끄러웠지만, 순간 순간 그가 좀 아는 연예인에게 다가가, 쓸데없다 싶은, 혹은 과하게 친한 척을 한다 싶은 이야기들로 인해, 다시 한번 이휘재라는 사람에게서 연상되는 편협함을 상기하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늘 그가 하는 이야기는 재미있고, 매끄럽지만, 찰랑거리다, 때로는 넘치는 것들이,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부디 한 살 더 먹은 그의 철듬이, 그 순간순간 넘치는 경계를 잘 다루어 두 아이의 아빠로서, '이가정'으로 회복한 좋은 이미지로, 오래도록 좋은 mc로 남아있도록 만들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1. 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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