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지고 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한 해를 보내며 '회자정리'의 많은 회고들이 등장한다. 방송사마다 자신의 방송국에 기여한 출연자들에게 무수한 상을 수여하고. 그런데, 2015년이나, 2016년이 사실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에 인간의 잣대로 꾸역꾸역 새겨 넣은 것처럼, 사실 2015년을 지나 2016년이 된다한들, 천지개벽이 되어,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마침표와 쉼표를 찍으며 한 시름 덜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은 저마다의 규정을 내리지만, 그 속에서 그저 너도 주고 나도 주고, 좋은 게 좋은 거였지를 넘어, 결국은 '병신년'을 진짜 '병신'스럽게 만들지도 모른 우려의 예능 경향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돌아온 예능의 귀재, 이수근과 노홍철, 그리고 
10월 27일 기준으로 5183만 4318뷰를 기록한 <신서유기>는 침체된 강호동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또한 케이블 예능의 부흥과 이제 그 여세를 몰아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에서조차 성공 신호탄을 쏘아올린 나영석 피디의 전성시대를 검증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드러난 성과의 수면 아래, 잠시 수면 위로 오르다 사라진 화제가 하나 있다. 바로 '도박'으로 물의를 빚고 자숙을 했던 이수근의 복귀이다. 영리한 나영석 피디는 그런 세간의 문제 제기를 의식하고, 돌아온 이수근을 '서유기'의 말썽꾸러기 캐릭터 '손오공'으로 설정하여 그에게 금테두리를 씌웠다. <서유기> 속 천하의 불한당 손오공을 부처가 머리띠를 씌워 꼼짝 못하게 복종시키듯. 마치 그간 사회적 물의를 빚은 '속죄'의 양으로 이수근은 손오공을 연상시키는 머리띠를 한 채, <신서유기> 속에서 온작 굴욕적 상황에 던져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에게 따라붙었던 섣부른 복귀에 대한 구설수도 사라졌다. 부처처럼 예능신 나영석의 품 속에서 이수근의 원죄는 사함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신서유기>를 통해 예능 신고식을 혹독하게 하지만 무난하게 치뤄낸 이수근은 발빠르게 예능으로 복귀했다. <신서유기>를 함께 했던 강호동과 함께 한 jtbc의 <아는 형님>, 그리고 역시나 <신서유기>를 함께 한 은지원과 함께 xtm의 <타임 아웃> 등이다. 또한 일일 mc로 <냉장고를 부탁해>에 참석하여, 정형돈의 후임 물망에 섣부르게 회자되기도 한다. 

이수근만이 아니다. 지난 9월 2부작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단발로 모습을 보였던 노홍철은 2016년의 콘텐츠로 예견되는 '집방'을 노리는 tvn의 <내 방의 품격>으로 돌아왔으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노홍철의 길바닥 쇼> 또한 예정되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김용만 역시 tvn의 8부작<쓸모있는 남자들>에 이어, mbn의 <오시면 좋으리>에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도박'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예능 스타들이 속속 2015년의 끝무렵에 돌아왔다. 그런 가운데 섣부르게 신정환 등의 복귀를 점치는 사람들 조차 등장하고 있다. 이들 스타들은 이수근이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에서 시작하여, jtbc로, 그리고 노홍철이 단발성 예능으로 시작하여 케이블로, 그리고 김용만이 케이블에서 시작하여 종편으로 에서 보여지듯이,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공중파 예능을 피하여,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복귀의 첫 발을 디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이들 중 김용만은 <쓸모있는 남자들>이 8부작으로 종영되듯이 아직은 몸이 덜 풀린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수근과 노홍철은 <아는 형님>에서 혹한의 날씨에 알몸으로 고군분투하거나, <내방의 품격>에서 녹슬지 않은 입담으로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몇 년여의 자숙 기간을 거쳐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게 복귀의 기회를 주는 것에 토를 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물의를 빚은 지난 몇 년여의 시간이 흘러서도 여전히 '노홍철'과 '이수근'이 명불허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예능 환경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듯하다. 



빈익빈 부익부의 예능 카르텔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2015년을 보내면서 진짜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은 빈익빈 부익부의 예능 mc군의 카르텔이다. mbc 연예 대상의 대상을 받은 김구라의 경우 공중파 mbc<복면 가왕>,<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비롯하여 케이블 jtbc의 <썰전>, <헌집 줄게 새집다오>에서 종편<솔직한 연예 토크 호박씨>까지 십 여개의 프로그램을 맡고있다. 그렇다면 이런 다작이 김구라뿐일까? 2014년 백상 예술 대상 남자 부문 예능상을 받은 신동엽의 경우 역시 공중파 kbs2의 <안녕하세요>를 비롯하여 케이블 <수요미식회>, <성시경신동엽의 오늘 뭐 먹지?>를 비롯하여 연예가뒷담화를 다루는 <용감한 기자들>까지 우후죽순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진행중이다. 마치 남자 예능상은 다수의 출연과 그 중 타율이 높은 사람에게 주는 듯 2014년의 신동엽과 2015년의 김구라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그리고 대세 예능에서 부터 연예계 잡담에 이르기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예능의 진행자로 활약하였다. 

문제는 소위 빚을 갚아야 한다며(?) 자신들의 바쁜 출연을 합리화하는 이들 두 사람만이 아니다. 마치 이들이 모범 답안이라도 되는 듯 그 뒤를 후배 mc들이 따르고 있다는 데 것이다. 연말 이상식에서 이들만큼 분주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전현무 역시 공중파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를 비롯하여 케이블<히든 싱어>, <문제적 남자>, <헌집줄게 새집다오>까지 이들 두 사람 못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전현무만은 아니지만, 장동민은 그의 지난 과한 언사로 인해 공중파 예능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지만, <더 지니어스>,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 , <속사정 쌀롱> , <도시 탈출 외인구단> 등 종편과 케이블 예능의 출연이 빈번하다. cj의 적자라 자부하는 이상민의 활약 또한 장동민 못지 않다. 

심지어 예능 mc들만이 아니다. 올 한 해 대세가 되었던 '먹방'의 주역들인 쉐프들 역시 빈익빈 부익부가 드러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두 개나 하는 백종원을 비롯하여 최현석, 샘킴, 이연복 쉐프의 활약은 웬만한 예능 mc들 저리 가라다. 

또한 영화계가 몇몇 거대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듯 예능계 또한 몇몇 기획사를 중심으로 출연이 번복되는 현상 또한 깊어졌다. 위에 나열된 연예인들 중 신동엽, 전현무, 이수근이 smc&c소속의 연예인이며, <아는 형님>에 강호동, 이수근, 김희철 처럼, sm과 그 계열인 smc&c의 나눠먹기 식 출연도 여전히 빈번하다. 또한 smc&c를 비롯하여, 유재석이 합류한 fnc엔터테인먼트, 장동민, 이휘재등이 소속되어 있는 코엔 엔터테인먼트의 과점 또한 두드러진 현상이다. 

즉 노홍철, 이수근이 명불허전의 존재감을 가진 것은 맞지만 과연 이 두 사람이 fnc엔터테인먼트나, smc&c 소속이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쉽게 기회가 주어졌을까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몇 년간 자숙의 기회를 가졌어도 기회가 다시 주어지는 두 사람과 달리, 2015년의 한 해 기존의 mc군이 과점에 가까운 활약을 보이는 반면 신선한 mc군의 등장은 미흡했다. 그나마 <무한도전>이 다양한 기획을 통해 서장훈, 현주엽 등 스포인들과, 류승수 등의 연기인들을 계발했고, <라디오 스타>가 다수의 예능 신인을 개발했지만, 그들의 후속 활동은 아직 대세의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부디 카르텔을 넘어선 신선한 예능 스타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5. 12. 3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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