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이 있은 이후로 중지되었던 예능과 함께 휴방했던 <힐링 캠프>가 돌아왔다.

돌아온 <힐링 캠프>의 주인공은 90년대 틴틴 파이브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젠 시각 장애인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해진 이동우이다. 

결혼 한지 불과 100일 만에 망막색소 변성증이란 진단을 받고 급격하게 시력을 잃은 이동우가 그가 지나왔던 과정을 때로는 차오르는 눈물에 말문이 막히기도 했지만 씩씩하게 전한다. 

언제나 누구나 뜻하지 않은 고통을 맞닦뜨린 사람이라면 그렇듯이, 이동우도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겪으며 행복한 것도 잠시, 망막색소 변성증이라는 난치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혼란에 빠져들었다 한다. 그 병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병은 급격하게 진행되었으며, 거기데 업친데 덥친 격으로 임신을 한 아내는 뇌종양의 판정까지 받아 신혼 부부의 행복은 불행의 나날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다가올 불행이 너무 두려워 스스로 자신의 눈을 멀게 하려고 마음을 먹기까지 했던 이동우는 하지만 지금 우리가 그의 소식을 기사로 전해들은 것처럼 그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병을 거부하고, 혼돈스러워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간을 넘기고, 이제는 철인 삼각 경기에 출전하고, 재즈 가수로 이름을 날리며, 연극까지 출연하는 등 장애 이전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사진; 뉴스엔)

하지만 <힐링 캠프>를 통해 전해들은 그의 이야기는, 지금의 밝은 그가 되기까지, 그도 고통을 받아든 그 누구나처럼 힘든 시간을 겪어 왔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더구나 결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일이 벌어져 이혼이란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 여겨졌던,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기고 아이가 태어났지만 아이의 아빠로서 무능력했던 자신을 자책하던 시간들 밝은 목소리 중간중간 말문을 잇지 못하는 그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알수 있게 된다. 

간사하게도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을 전해들으면 같은 사람이기에, 그의 고통이 마음 깊이 전해져서 함께 아프면서도, 동시에 안도하게 된다. 아, 나만 아픈 것이 아니구나 하는, 미안하게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얍삽한 안도만이 아니다. 그런 동병상련을 넘어 진짜 위로가 되는 것은, <힐링 캠프>의 이동우처럼, 그 고통을 겪는 누군가가, 그것을 의연하게 넘기며 오히려 그 전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 나에게 다가온 이 고통도 언젠간 저렇게 넘어가게 되는거구나 라는 진짜 안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 고통을 넘어 그 전보다 나은 깨달음과 나은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에게 온 이 고통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라는 희망을 걸게 된다. 

바로 그런 고통의 카타르시스를 <힐링 캠프>의 이동우는 잘 전달해 준다. 
눈이 멀기 전까지는 오로지 연예인 이동우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세상 속에서만 살던 젊은이가, 결혼을 하고 뜻하지 않는 실명을 하고, 그러면서 아빠가 되고, 다시 생활인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그것이상, 그런 고통을 보다 나은 삶으로 승화키며 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린 딸에게 눈먼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시도했던 트라이애슬론 최종 도착 지점에서, 오히려 자신의 성취가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올 수 있었던 동인이 자신이 잘 나서가 아니라, 자신의 곁을 지켜준 많은 사람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그저 인간 승리의 장애인을 넘어선 삶의 승화를 얻어낸 모습이기에 더 감동적인 것이다. 고통이 그저 고통이 아니라, 때론 삶의 더 큰 가치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시각 장애인으로서의 당당함도 위로가 된다.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다니기 위해 하얀 지팡이에 벨을 달게 되었다는, 자칭 에디슨이라는 그의 평가는, 그 이면에, 세상 사람들의 편협한 불편함때문에 점점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장애인들의 현실을 오히려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장애가 죄냐 라는 그의 항변은, 우리가 무심결에 젖어든 우리의 편견을 일깨워준다. 
그건 시각 장애인만이 아니다. 오히려 멀쩡한 신체를 가지고도, 이 사회 속에서 늘 부족하다 하여 웅크리고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눈이 먼 이동우가 세상 밖으로 나오라 독려해 주는 듯했다.

이동우가 포크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싶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이 정말 힘든 것은,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유한 것임에도, 아니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임에도, 그 고통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자신의 딸을 5분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소망을 잃지 않는 이동우지만, 자신이 가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더 나은 삶을 성취하는 것으로 그를 보는 사람에게 위로를 전한다. 오랜만에 돌아 온 <힐링 캠프>는 모처럼 프로그램 본연의 '힐링'에 충실했다. 


by meditator 2014. 5. 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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