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가 과연 대세일까?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박미선을 하차시키고, 요즘 대세라 불리우는 전현무, 김풍을 합류시킨 <해피 투게더3>, 찜질방옷을 벗어 던진 채 작업복을 입고, 출연자의 집에서 들고 온 헌 '물건'을 스튜디오에 정리하느라 쩔쩔매는 출연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유재석을 비롯한 <해피 투게더3> 제작진이 이 새로운 포맷을 위해 얼마나 고심을 했는가가 전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뿐이다. 애썼다. 하지만, 그 노력이 가상하다고 재미없는 걸 봐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날 합류한 전현무에 대해 김풍은 말미에 안쓰럽다는 표현을 숨기지 않는다. 늘 케이블 방송 등에서 펄펄 날던 전현무가 그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kbs, 그것도 유재석의 곁에서 어색해 하며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해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나보다. 그런 김풍의 평가에 대해 전현무는 명쾌하게 정리한다. 아마도 내일의 시청률이 안나오면 그건 오로지 자신의 탓일 테고, 혹시나 시청률이 잘 나오면 유느님 탓일 거라고.
그런 전현무의 자조적인 평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간 온라인 상에서 회자되던 예능 신4대 천왕이라 지칭되는 사람들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견을 표시한 사람이 다름아닌 전현무였고, 전현무에 대한 과대 평가에 문제 제기가 많았음에도, 정작 kbs는 물의를 일으키고 나간 전현무를 '금의환양'식으로 추석 특집 <전현무 쇼>에 이어, <해피 투게더3>에 합류시킴으로써, 그의 아직은 미흡한 자질을 빠르게 드러내고 말았다.
유재석 옆에 선 전현무는 그의 말처럼 그간 어느 방송에서보다 어색했다. 아니, 정확하게 전현무에게 어울리는 방송이 아니라는 것이 정확한 평가다. 그간 전현무가 빛을 발한 경우는 <히든 싱어>처럼 양념같은 진행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것 조차도 과연 전현무가 아니라면 안되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오히려, 신 예능 4대천왕에 김성주가 빠진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처럼, 전현무는 김성주의 마이너한 대체재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이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아니 대체재라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 <해피 투게더3> 첫 방송에서 본인조차 갑갑해 하는 것이 드러나듯, 유재석처럼 그 누군가의 곁에서 그와 함께 방송을 꾸려가기에는 전현무라는 캐릭터는 미흡하거나, 적합지 않은 존재이다. 늘 어느 자리에서거나 '자뻑'혹은 '안하무인'에 가까운 자기애로 튀어오르는 캐릭터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 전현무였으니까, 그 튀어오른 캐릭터의 도드라짐으로 그가 대세가 되었을 지는 몰라도, <전현무 쇼>에 이어, <해피 투게더3>에서도 보여지듯이, 그가 진짜 4대 천왕이 될 길은 아직 요원한 듯 보인다.
지금 유재석에게 필요한 것은?
하지만 유재석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전현무냐 아니냐가 아니다. <해피 투게더3>의 mc진 유재석, 박명수, 조세호, 전현무, 김풍의 전열을 보면 기시감이 느껴진다. 20부작으로 종료된 <나는 남자다>가 떠오른다. 그 당시 한창 대세라 지칭되던 장동민에, 허경환, 배우 임원희 등이 합류한 집단 mc 체제와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말이다. 당시에 예능 블루칩이라 지칭되는 인물에, 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좀 재밌었다고 평가받던 사람들을 불러다 만든 어색한 조합, 그 팀웍을 만들기에도 한참이 걸렸던, 아니 유재석과 예능을 하면 오래할 지는 몰라도, 온리 유재석만 남는다는 박명수의 평가처럼, 유재석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기억되지 않는 그런 조합의 연속이다.
이렇게 대세라, 혹은 예능에서 좀 화제가 된다는 인물들을 모아 새로운 군단을 만든, 거기에 누군가의 안쓰는 물건을 가져다 그것을 매개로 토크를 나누고, 재발견해주고, 나누어 준다는 의도는 좋은 예능, <해피 투게더3>는 안타깝게도 강호동의 <달빛프린스>가 떠오른다. 의도는 좋지만, 재밌지도, 어울리지도 않았던.
헌 물건을 가져다 애써 늘어놓고, 그걸로 퀴즈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새로운 포맷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게도 그 이전 목욕탕에서 나누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이제는 한류가 돠었다는 지석진이지만, 유재석에게는 언제나 나이많은 철부지같은 형이다. 심지어 개리는 kbs 첫 출연이 무색하게 신선하지 않다. 결국 포맷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 아무리 옷을 바꿔입고 장소를 달리 해봐도, 여전히 지석진은 유재석에게 여전히 유에프오나 믿는 기러기 아빠이기를 즐거워 하는 철딱서니없는 형이요, 개리는 런닝맨의 동료일 뿐이다, 제 아무리 주변에 기지 넘치는 김풍이 있고, 자뻑인 전현무가 있어도, 포맷이 달라져도 <해피 투게더3>는 유재석에 의한, 유재석의 쇼이기에, 그가 바라보는 게스트, 그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프로그램을 채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 그런 우수리를 다 떼어 버리고 이 즈음에 유재석의 홀로서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제 아무리 유재석이 새롭게 하는 프로그램들마다 시원찮은 성적을 내세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유재석은 여전히 예능의 선두주자이다. 해마다 연말 시상식이 열리면 스테디셀러 유재석에게 어떤 상응을 해주어야 할지 방송국들은 고심한다. 심지어 대상을 받은 사람들이 유재석에게 민망해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아직도 그럴진대, 유재석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자신을 내세우는 대신, 여전히 낯선 포맷과 어색한 조합의 출연진들과 씨름을 한다. <힐링 캠프>가 김제동으로 승부수를 내세웠듯이, 이제 <해피 투게더>도 어차피 유재석에 의한 프로그램이라면, 유재석 한 사람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것이 어떨까? 정 불안하다면, 그래도 그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박명수나, 박미선 정도의 보조는 괜찮을 듯하다. 포맷도 꼭 목욕탕 옷을 입거나, 작업복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출연진에 따라, 셰프복을, 운동복을 입을 수도 있는 유연한 컨셉으로 가면 될 터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대한민국에서 게스트로 나온 출연자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고, 그의 장점을 가장 예능에 맞춰 잘 끄집어 내주는 능력에 있어서는, 그리고 게스트에게 한바탕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데 있어서는 유재석만한 mc가 없다. 그런 그의 능력에 이즈음이라면 자신감을 가지고 한번 밀어붙일 때도 되지 않았을까? 저 웃지못할 10월 8일의 <해피 투게더3>의 조합보다야 적어도 나을 듯하다. 전현무도, 김풍도, 가장 빛을 발할 때는 게스트로 나올 때였다. 그리고 그걸 만들어 준 사람은 바로 유재석이다. 이제, 유재석 자신을 믿고 나설 때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유재석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노회해가는 유재석이다. 10월 8일 방송에서 보여지듯이 개리의 자기 개발서에 반색을 하고, 지석진의 ufo에 면박을 주는 유재석의 시각인 것이다. 더 이상 자기 계발서가 좋은 책이라 평가받지 않는 세상에서, 유재석의 토크 내용은 그의 나이와 함께 진부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 '필요 없어서' 명품이 필요없는 유재석이라면, 그 본연의 진솔한 모습으로 그만의 쇼를 기대해 볼 가치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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