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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1.25 오만과 편견> 돈없고 빽없는 당신을 위한 제언-포기하지 마세요, 끝까지 싸우는 겁니다 2
<오만과 편견>의 날라리 검사 이장원(최우식 분)이 이른바 '칼퇴'를 하려하지만 수사관 유광미(정혜성 분)는 담당 사건의 피해자가 내원하기로 되어 있다며 말린다. 사건의 피해자는 자신이 시험을 친 수출입 은행 신입사원 모집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며 수출입은행 은행장을 비롯한 다수의 고위 관료를 고소한 사건 당사자이다. '또라이'가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신청한 말도 안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 이장원은 학원이 끝난 후 겨우 시간을 내서 법원을 찾아온 취준생에게 당신이 고소한 이 사람이 취직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 차례는 아니라며 갖은 모욕을 준 후 돌려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정오까지 사건들을 해결해 놓으라고 한 문희만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흥겹게 '칼퇴'를 하는 이장원을 지켜 본 취준생, 그는 이장원이 클럽 스테이지에 나가 춤을 추느라 놓은 가방을 들고 나른다. 그가 가지고 가버린 가방에는 다음날 정오까지 해결해야 할 피해자들의 정보가 담긴 온갖 사건 서류들이 들어있다. 서류를 들고 간 취준생의 조건은 단 하나, 그가 의뢰한 사건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이장원의 부탁을 받고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한 구동치(최진혁 분), 하지만 그저 취준생의 억울한 사연인 줄만 알았던 사건이, 그가 해결하려 했던 성형외과 간호 조무사의 자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문희만 부장검사가 그냥 던져 준 사건이 아닌 것이다. 즉, 간호 조무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성형외과 의사 집안은, 취준생 대신 수출입은행에 들어간, 스펙도 없고, 토익 점수도 낮은, 심지어 입사지원서도 쓸 줄 몰랐던 빽이 좋은 친구의 그 집안이었다. 그리고 그 집안은 국회의원의 두둑한 후원자들이었다. 그렇게, 간호조무사의 자살 사건과, 억울한 취준생의 사연은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간호 조무사는 죽음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포기하려 했지만, 검사의 가방을 들고 날르며 협박까지 불사하며 고깃집 알바를 하면서 어렵게 도전한 취업 시험의 결과를 포기하지 않은 취준생의 열의가, 사회적 비리의 그림을 제대로 그려내게 한 것이다.
그런 돈없고 빽없는 취준생의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어서는 열의는, 한열무(백진희 분) 동생 사건을 포기하지 않은 한열무 아버지의 열의로 이어진다. 동생의 사건이 누군가 이름모를 검사의 지시로 석연치 않게 종지부를 찍게 되었지만, 한열무의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지는 그날까지 억울한 아들의 죽음을 풀기 위해 법원 앞에서 샌드위치 맨이 되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동생 죽음의 범인은 구동치라 오해한 한열무는, 즉 검사란 권력를 가진 구동치라 오해한 딸은 이제 그만 포기하라 읍소한다. 동생을 죽인 범인은 우리처럼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그러면 더욱 포기할 수 없다고, 가진 것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곤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아버지, 한열무는 그런 아버지의 말을 되새기며 검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동생의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그녀에겐, 역시나 자신이 놓친 유괴 사건으로 인해, 검사가 된 구동치란 든든한 동지가 있다.
돈있고 빽있는 동료 학생에게 취업의 자리를 빼앗긴 취업 준비생, 그는 세상이 그렇지 하며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낙방시킨 관련자들을 고소한다. 그가 고소한 면면을 보면, 그건 몇몇의 사람이 아니라, 그를 세상에서 배제시키려 한 이 사회, 그리고 이 사회의 부도덕한 비리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합법적 고소가 뜻을 꺾였을 때, 그는 검사를 협박하는 불법적인 수단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행동은, 같은 날 한겨레 신문의 후지이 다케시의 칼럼, '신호등 안지키기'의 '아나키스트적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
후지이 다케시는 최근 번역된 미국의 인류학자 제임스 스콧의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를 소개한다. 제임스 스콧은 그의 책에서 자동차가 지나다니지도 않는데 신호등을 지키는 길에서 신호등 어기기처럼, '합당하지 않은 사소한 법들을 매일 어기도록 하라'고 주장한다.
이런 황당한 '아나키스트적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제임스 스콧은 이런 일상적인 법에 대한 저항이, 앞으로 언젠가 정의와 합리의 이름으로 중요한 법을 어기라는 요청을 받을 때를 대비하는 '아나키스트식 유연체조'로, 모든 것을 규격하고 관리하려는 국가에 대항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보하기 위한 작은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아나키스트'란 파괴적인 아니다. 그는 국회에서 하는 법의 제정 조차, 기존의 국가적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로, 그 역시 '아나키스트'적인 행위로 규정하며, 근본적으로, 정치가 그런 것이라는 것이다. 즉, 국가는 우리를 의지하려 하게 만들려 하지만, 우리가 그 안에서 안존할 것이 아니라, '주체'로서 국가를 건강하게 만드는 행위가 바로 '아나키스트'적인 것이라는 것이 인류학자 제임스 스콧이 주장하는 포기하지 않은 건강한 정치의 시작이다.
이런 제임스 스콧의 주장한 '아나키스트적 행위'의 정신은, 묘하게도 <오만과 편견> 9회 취준생의 불법적 일탈과 연관된다. 그의 합법 불법을 넘나드는 비리를 파헤치려는 의지가, 문희만이 그려가고자 하는 거대한 권력의 그림자를 파헤치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그런 취준생의 의지는, 죽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열무 아버지의 억울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가난한 공장 수위의 아들로, 그리고 역시나 공장 노동자의 딸로 검사까지 되며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구동치, 한열무로 이어진다.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라고 <오만과 편견> 9회는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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