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극한 직업 유병재 코너가 화제다.

snl 작가였더 유병재는 까메오로 snl에 출연하기 시작하다, 아예 극한 직업이라는 코너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이제는, tvn에서, 극한 직업 유병재라며, 유병재가 출연했던 코너만 따로 떼어내어 재방송을 할 정도로 인기 코너가 되었다. snl의 극한 직업 코너는 유병재가 그 회차의 출연 연예인들의 매니저가 되어 각종 수모를 겪는 고난기가 웃음의 포인트이다. 갖은 잔꾀를 써보아도 결국은 '을'인 매니저 유병재와, 각종 진상을 피는 '갑'인 연예인의 해프닝이 인터넷에 회자되며 작가 유병재를 snl의 인기인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무엇을 해도 억울한 '을'의 대명사 유병재가, 또 다른 '을'이 되어, <오늘부터 출근>의 신입사원으로 등장했다.

 

똑같이 회사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미생>이 장안의 화제가 된 것과 달리,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오늘부터 출근>이 1%의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극한 '을'의 대명사 유병재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11월 27일부터 시작된 3기 신입사원들은 유병재를 비롯하여, 유병재만큼이나 억울한 '을'에 어울려 잔존하게 된 봉태규, 사유리, 차학연이란 본명으로 등장한 빅스 엔, 그리고 역시나 무념무상 캐릭터로 두각을 나타낸 김도균과, 그와 똑같은 장발에 음악인지만, 김도균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진 미노가 신입사원으로 등장했다.

 

거기에, 사무실에 여성 속옷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속옷 회사와, 가발로 만들어질 인무가 박스채 배달되는 가발 회사는, 제작진이 선택한 또 하나의 강수다.

2기까지 무사 입성하던 경우와 달리, 출연진은 쟁쟁한 시험관들이 있는 방 안에 홀로 들어가 갖은 까다로운 면접 과정을 거쳐 신입 사원이 된다. 결국은 채용이 되는 요식 행위이지만, 다짜고짜 자리배정부터 받고 시작하던 이전 기수에 비해, 진땀을 흘리는 신입 사원 면접은, 나름, '미생'의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한 제작진의 배려다.

 

(tv리포트)

 

덕분에, 출연진들은 첫 출근부터 땀이 흠씬 나도록 선배 직장인들의 갖은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 디자인실과 영업부라는 두 가지 부서의 선택을 두고, 이전 직장에서 영업부의 고뇌를 잘 아는 봉태규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디자인실 선택 몰빵이었던 속옷 회사 신입 사원 지망생들은, 왜 자신이 디자인실에 근무해야 하는가라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나름 고심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들의 전략이 주효하지는 않는 법, 자신의 특기가 자신의 실수를 쉽게 인정하는 거라, 써낸 유병재는, 그의 캐릭터답게 어눌한 답변 끝에, 자신이 디자인실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만다.

가발 회사로 간 김도균과 미노도 그리 처지가 다르지 않다. 간밤에 아내의 도움을 얻어, 몇 마디 영어 소개를 외웠지만, 면접관들 앞에서, 그 문장들은 뒤죽박죽이 되고 만채,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하얀 시간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뻔한 결과지만,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신입사원이 된 3기 출연진들의 첫 날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속옷 회사 답게, 유병재등은 선배 여사원이 강의하는 여성 속옷, 그 중에서도 브래지어에 대한 장황한 강의를 들어야 한다. 직접 유병재들이 사원들 앞에서 브래지어를 입어보이는 실험까지 해보이는 상황을 연출하며, <오늘부터 출근>은 미묘한 선정성과, 속옷 회사 남자 사원의 난처함의 경계를 오간다. 가발 회사의 첫 날을 맞이한 김도균과 미노 역시 그리 다르지 않다. 어쩐지 섬뜩했던 누군가의 머리채는, 그것이 몇 박스 채가 되는 순간, 그저 산더미같은 일에 불과해진 것처럼, 역시나 호러와 직장물을 오가는 상황을 선보인다.

 

유병재가 여성 속옷을 입고, 예의 그 난처한 표정을 짓고 선배 여사원 앞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동료 사원들의 웃음 속에 서있는 그 장면은, snl 극한 직업 유병재를 고스란히 연상케 한다. 속옷이라는 극단적 설정과, 거기에 가장 엇물리는 속옷에 대한 별 지식도 없는 남자 사원이라는 설정을 통해, '미생'의 극한 직업 버전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snl이 19금의 야한 농담과, 그 상황에서 빚어지는 페이소스에서 재미를 승부하듯, 유병재를 출연시킨 <오늘부터 출근>의 3기 승부처는, 리얼리티로 온 snl과도 같다. 그래서, 여성 신체 부위를 거침없이 설명하고, 짚어가는 어쩐지 낯부끄러운 상황의 당연함에서 오는 미묘한 껄끄러움이 새로운 재미의 포인트가 되고, 그래서 또 그것이, '선정성'이라는 아쉬움을 낳는다.

 

결국, snl 극한 직업이라는 타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빌려와 인공 호흡을 시도하고 있는 <오늘 부터 출근>,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다음에 선택할 카드는? 이란 질문이 던져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오늘부터 출근>은 꼭 '화이트 칼라'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따라 붙는다.

 

익히 알려지다시피, 애초에 극한 직업이라는 코너는, 말 그대로 ebs의 <극한 직업>을 차용한 코너이다. 그리고, ebs의 <극한 직업>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그간 미처 몰랐던, 정말 '극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각종 직업들을 소개해 왔다. 빌딩에 매달리고, 산속을 헤매고, 바닷길을 헤치는 극한의 직업들 말이다. 세상에 출근해야 할 곳은, <오늘부터 출근>에서 보여지는 칸막이로 나뉘어진 덩그런 사무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속옷이 주렁주렁 걸려있건, 가발이 박스채로 배달달되건, 거기는 결국 대학물 먹은 사람들이 가는 화이트 칼라의 세상이다. 그 화이트 칼라의 세상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언제나 <오늘부터 출근>은 '미생'의 아류작이며, '미생'의 감동을 뛰어넘을 수 없다.

 

오늘도 아침 잠을 쫓으며 출근해야 하는 직업에는, '카트'를 밀고 다니며 하루 종일 물건을 날라야 하는 마트의 임시직도 있고, 화장실 구석 공간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청소원에, 전봇대에 매달려 평생을 보내는 기술직도 있다. <오늘부터 출근>이 '미생'의 아류를 벗어나, 결국은 거짓말인 '리얼리티'의 한계를 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정적인 속옷 회사에,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 유병재가 아니라, 어쩌면, 화이트 칼라라는 벽을 넘어선, 오늘도 출근하는 세상의 다양한 직업군이 아닐까? 기왕에 직업인들의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면, '창조 경제'의 눈치를 보지 말고 , 좀 더 실감나는 '밥벌이'의 고달픔을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11. 28. 11:53

<미생> 6회 영업을 하러 간 업체에서 발주 담당자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게 되었던 오과장(이성민 분), 반가워 했던 것도 잠시, 학창 시절 오과장에 대해 열등감을 느꼈던 친구는, 마치 그 시절을 보복이라도 하듯, 오과장에게 '갑질'을 한다. 고등학교 동창에게까지 '접대'를 하며 영업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사표를 꺼내들었지만, 유치원 재능 발표 시간에, 슈퍼맨조차 팔아제끼는 '상사맨'이라며 아버지를 자랑하는 아들의 모습에 그만 그는 사표를 다시 넣어둔다. 오과장이 자랑스레 내세우는 '상사맨', 세계를 누비며, 그 무엇이라도 팔아제끼는 그들, 그들의 현실 버전을 보고 싶다면, <오늘부터 출근>을 보면 된다.

 

<미생>에는 '상사맨'이 있다면, <오늘부터 출근>에는 '영업맨'이 있다. 장그래의 리얼리티 버전, 봉그래(봉태규)가 출근하는 아이들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 * 실업에는, 봉그래의 선배 영업맨들이 있다.

연예인들의 직장 체험담을 리얼리티로 다룬 <오늘부터 출근>은 회를 거듭하면서, 드라마틱하게, 연예인 신입 사원과 기존 직장인들이 어우러진 직장 생활을 그려낸다.

특히나, 출근 첫 날 부터, 천만원에 달하는 주문을 받고서 희희낙락한 것도 잠시 발주처를 미처 기록해 놓지 못해 진땀을 뻘뻘 흘리는 봉태규의 해프닝은, 그를 봉그래라고 부르기에 주저치 않도록 만든다. 또한 그의 멘토로 등장한 <개그콘서트> 유민상, 김준현을 저리 가라할 넉넉한 덩치의 선배 사원, 실수한 봉태규를 옥상으로 불러, 당신과 나 모두 팀장에게 죽을 거라는 계시를 날리는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미생>의 또 다른 회차를 보는 듯하다.

 

(OSEN)

 

11월 6일 방영된 8회의 <오늘부터 출근>은 왁자지껄한 영업 팀의 회식으로부터 시작된다. 봉그래의 천만원 해프닝도 무사히 수습되고, 흥겹게 시작된 영업팀의 회식,1차, 2차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은지원의 잦은 지각이 오르내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 시간을 둔, 팀장과 신입 사원들의 내기에 이르게 된다.

다음날 과음으로 인해 지각을 한 은지원과 달리, 은지원이 도착한 사무실에 어제은지원과 함께 한 선배 사원들은 멀쩡하게 출근해 있다. 결국 내기에 져 은지원이 돈을 내게 된 점심 시간, 봉태규가 호기롭게 육전까지 시킨 화려한 밥상에도 불구하고, '영업맨'인 선배 사원들은 각기 거래처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제대로 밥술을 뜨기가 힘들다.

 

물론,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오늘부터 출근>에는 사표가 꺼냈다 들어갔다 하고, 목이 간당간당한 극적인 상황은 없다. 하지만, 이 시대의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소소한 삶의 애환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제 아무리 밤을 새워 술을 마셨다 하더라도, 다음날 업무를 위해서는 제 시간에 자리를 지켜야 하는 버거움부터 시작하여, 영업을 하는 상대방의 단호한 거절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재차 삼차 영업적 요구를 설득해야 하는 영업 사원의 숙명, 가는 곳마다 접대라며 대접하는 음료수를, 거절하지 않고 마셔야 하는 사소한 고달픔까지, 연예인 신입사원들의 에피소드를 넘어선 현실 직장인의 고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영업사원만이 아니다. 먹는 걸 좋아해서, 신제품 개발팀에 발령받은 것을 좋아한 것도 잠시, 늘어나는 몸무게는 약과요, 이젠 신제품을 개발할 때까지 먹고 또 먹다보니 '음식을 먹는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어디 가서 음식 하나를 사 먹어도, 자기 회사 제품과의 비교를 하느라, 제대로 맛도 느끼지 못할 지경이 된, 신제품 개발팀의 애환도, 신선한 고달픔이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한 연예인 신입사원들은, 이제 지나쳐가는 직장인들은 예전처럼 예사로 보게 되지 않고, '떠나요~ 모든 것 훌훌 버리고, 더 이상 얽매이긴 싫어요, 월급 봉투에'하는  '제주도 푸른 밤'같은 노래를 들으며 비애까지 느끼는 처지에 이른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지켜본 시청자들 역시, 그런 연예인들의 마음에 동조하게 되면서, <미생>을 보며 느꼈던 슬픈 공감의 또 다른 결로 현실의 '밥벌이의 고단함'에 공감하게 된다

by meditator 2014. 11. 7. 12:35

'미생'처럼 대기업에 들어간 신참 직장인들의 민낯을 가감없이 들여다 보고자 시도했던 <오늘부터 출근>이 4회의 정규 방송과 1회의 하일라이트 판으로 마무리 되고, 23일 방영된 6회부터, 2기가 시작되었다. 8명의 1기 멤버 중 박준형, jk김동욱, 은지원, 홍진호 등이 생존한 가운데, 새 푸대에 담길 새 술과 같은 신입 멤버로, 무려 51살의 밴드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 카라의 박규리, 그 존재만으로도 신입 사원같은 앰블랙의 미르와 배우 봉태규가 합류했다.

 

이 중 박준형의 잔존은 놀랍다. <룸메이트>에서의 넉넉한 큰 오빠 같은 호감 이미지와 달리, 대기업의 신입 사원으로 출근한 박준형은, 그의 자유분방한 태도로 인해, 불성실한 신입사원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 쭈니가 달라졌어요'를 표방한 제작진의 박준형 이미지 쇄신 과정과, 4회, 팀원들 사이에서 눈물까지 보인 박준형의 진심어린 태도가, 그로 하여금 2기의 멤버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1기 멤버 중 도드라지게 제작진의 편애를 받았던 멤버보다, 오히려 무난하게 직장 생활에 어우러진 듯한 모습을 보였던 은지원, 홍진호, jk김동욱이, 다시 한번 출근의 기회를 얻었다.

 

 

 

(사진; osen)

 

또한 첫 회 박준형의 비호감 이미지를 염두에 두기라도 한 듯, 두번 째 직장에 간 박준형은, 예의 자유분방한 태도를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제품 리서치 과정에서 기존 직원조차도 연예인이 과연? 이라는 선입관을 깨뜨릴 만큼 진지한 접근과 센스있는 태도 등이라던가, 혹은 광고 제작 과정에서, 예전 광고 회사 경험을 살린 현장감등을 강조하면서, 박준형이, <오늘부터 출근>에 어울리는 멤버라는 걸 강조했다.

 

한 직장의 서로 다른 부서에 배치된 8명의 사원들을 다루면서, 다른 부서로 인한 업무의 차별성을 보이려고 했지만, 결국 한 회사라는 울타리의 한계로 인해, 출연자들의 업무 차별성을 똑부러지게 드러내지 못했던 1기와 달리, 새로운 각오로 시작된 2기에서는 장난감 회사와, 국내 유명 외식업체로 근무 업체를 다각화한다. 온통 분홍빛 인형들로 둘러싸인 회의실, 다짜고짜 요리 실력부터 확인하는 신제품 개발팀 등, 삭막했던 대기업의 근무 환경과 달리, 2기의 근무 환경은, 그 자체로부터 리얼리티의 보는 맛을 살린다.

 

덕분에 8명의 출연자들은, 첫 회부터, 누구 한 사람에 대한 편애 없이, 새로운 성격의 직장 생활에 던져진 각자의 캐릭터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옷차림이 자유분방해, 오히려 조끼까지 갖춰입은 jk김동욱이 민망해 지고, 팀장이 나서서 위화감을 주니, 그런 옷차림을 하지 말라는 완구회사와 달리, 일반 회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외식업체에 배치된 김도균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가죽 자켓과, 치렁치렁한 머리가 처치곤란이 된다.

 

1기 멤버 중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박준형이 부각되었다면, 2기 멤버 중 직장과 가장 언밸런스인 멤버는 김도균이다. 거의 퇴직을 할 나이에 가까운 그가, 찰랑이는 로커의 머리와 가죽옷을 착장하고 직장에 나타났다. 직장인이라도 아무나 주차할 수 없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해프닝에, 회의 시간을 앞두고 무념무상 로비의 전시물을 보는 여유로움에서, 직장이라는 조직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김도균을 느낄 수 있는 반면, 1기 때 박준형의 오해를 학습했던 제작진은 김도규의 부조화를 양념삼아 치고, 대신, 새초롬하게 머리를 넘기며 안내 전화에 열중하는 신입 사원 모드에 적응하려 애쓰는 51세의 늦깍이 직장인을 부각시켜 비호감을 피해 오히려 8명의 신입 멤버 중 박규리보다 더 귀여운 캐릭터로 등극시킨다.

 

그런가 하면, 봉태규의 존재는, 영화 속 그의 캐릭터가 그러하듯이, 조직사회의 전혀 없다는 그의 실체와 달리, 그의 존재만으로도, 또 하나의 '미생'을 보는 듯한 현실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봉태규는 그런 존재론적인 이미지에서 머물지 않는다. 미리 학습을 하고 온 듯, 완구회사 정문에 진열된 캐릭터를 yg의 빅뱅과 위너를 빗대 설명하는 촌철살인의 센스에서 부터, 마주 앉은 은지원의 어부지리 영업 성과에 고무된 듯, 영업 실적을 위해 고군분투 애쓰는 모습까지, 신입사원 코스프레를 넘어선 봉태규의 매력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진지한 고군분투는 영화 속 그의 캐릭터처럼, 운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무시무시한 상사의 질책을 예고함으로써, <오늘 부터 출근>의 다음 회를 기약하게 만든다.

 

첫 회, 새로이 등장한 김도균, 박규리, 봉태규, 미르의 난처한 신입사원 신고식에, 꼴랑 4회차의 경험이지만, 이미 한번의 직장을 경험해 보았던 '신입사원' 선배 은지원, 홍진호, jk김동욱, 박준형이 새로운 직장 속에서 보여주는 파열음이 <오늘부터 출근>의 묘미이다. 거기에, 상황을 설몀하고, 도발하기까지 하는 자막이 옵션처럼,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린다.

 

 

by meditator 2014. 10. 24. 12:06

새로운 예능 또 한 편이 등장했다. tvn의 <오늘부터 출근>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봉급 생활자 1404만명 시대, 한국 경제의 든든한 기둥, 샐러리맨, 그들의 일상으로 뛰어든 연예인 8명의 리얼 입사 스토리'
그에 따라, 마흔 여섯 살의 박준형, 역시나 사십대의 jk김동욱, 그리고 삼십대 은지원, 김성주, 이현이, 홍진호, 그에 이어 이십대 김예원, 로이킴이 신입사원으로 일주일 동안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 

회사 생활의 첫 시작은 만만치 않다.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회사 생활을 위해 여덟 명의 연예인들은 8시25분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한다. 이른 아침 이른 시간에 회사에 가기 위해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연예인들 여덞 명 모두는 그 생활이 너무나 낯설다. 심지어, 마흔 여섯 살, 대부분 미국에서 거주하는 박준형의 입에서 '토큰'이 튀어 나온다. 세 아이의 아빠로, '퇴직'과 관련하여 아픈 기억이 있는 김성주에게 신입사원으로서의 새로운 출근은 감회가 남다르다. 연예계에서는 각자의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저 한낯 회사원으로서의 첫 발은 그 누구에게나 어설프다.

회사 들어가는 입구에서 부터 엘리베이터까지 줄을 서야 하는 출근길 진풍경에, 회사 사원카드가 없이는 층 조차 제대로 찾아가기 힘든 출근길을 거치고 난, 회사 생활은 첫 날 부터 녹록치 않다. 시간에 딱 맞춰 가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겨우 도착해도, 청바지에, 짧은 치마, 나름 챙겨 입은 의상이 말썽이다. 
업무는 한 술 더 뜬다. 천하의 프로그래머 홍진호가 컴퓨터를 켜고, 켬퓨터와 프린터를 연결하는 걸 몰라서 선배에게 배우는 처지이고, 겨우 기다렸다 맡은 업무 택배 부치는 일조차 시간 내에 제대로 못해 지적을 받는다. 심지어, 재고가 뒤죽박죽 쌓인 창고 정리가 첫 번째 임무이자, 새로운 일에 부풀었던 마음은 지레 주저앉아 버린다. 점심 시간조차 상사와 밥 먹은 속도를 맟춰야 하는 등 쉬운 일이 없다. 심지어 퇴근 후의 회식 조차 회사 생활의 연장이다. 하루 일을 마친 여덟 명의 연예인들은 다같이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의 일주일을 막막해 한다. 그렇게 <오늘부터 출근>은 첫 날부터 만만치 않은 '샐러리맨'의 생활을 가장 근접하게 그려내고 애쓴다. 


오래 전부터 홍보를 해온 <오늘부터 출근>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홍진호의 출연을 강조한다. 그런데, 막상 첫 회를 마친, <오늘부터 출근>에서 홍진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루 일과를 마친 홍진호가 '어휴 힘들다'를 내뱉지만, 시청자들은 그가 무엇이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출근하고, 컴퓨터 연결하는 장면 몇몇을 제외하고, 홍진호는 실종되었다 마지막에 한 컷 등장했기 때문이다. 홍진호만이 아니다. 로이킴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곱 명이 출연자들 중 그들의 첫 회사 생활이 제대로 보여진 이는 거의 없다.

그렇게 <오늘부터 출근>은 말이 여덟 명의 연예인이지, 거의 대부분의 분량을 로이킴에게 의존한다. 물론, 로이킴이 가장 신입 사원 연령대에 맞는 연예인임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나머지 일곱 명의 분량이 너무 없다. 애초에 한 시간 안에 여덞 명을 다룬다는 것이 무리가 있겠다 싶었지만, 그렇게 한 사람에게 몰아 가려면, 뭐하려 애써서 여덞 명을 출연시켰는지 질문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더구나, 로이킴이 누구인가, '표절', '식언' 등으로 물의를 빚고, 쫓기다시피 미국으로 갔던 사람이다. tvn의 주회사 cj가 운영하는 또 하나의 케이블 방송, m.net의 <슈퍼스타k>의 우승자로 한참 인기 가도를 달리던 참에, 그 일을 겪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조용히 다시 등장한 로이킴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 프로그램에서, 나머지 출연자를 들러리로 만드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로이킴에 이어 가장 많은 분량을 얻은 사람은 박준형이다. 그런데, 이 사람, 마치 마흔 여섯 살의 '헨리'같다. 오랜 외국 생활에 한국의 정서, 사회를 전혀 모른 채 천방지축 날뛰는 한국 사람 얼굴의 이방인말이다. 
그런데, 박준형은 마흔 여섯 살이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god로 한국에서 연예인 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제 아무리 회사라는 조직 문화에 낯설다 해도, 나름의 연예계라는 사회에 몸 담았는 사람인데, 그의 태도는 과연 그가 연예계 생활을 제대로 해냈을까 의심이 들 정도이다. 모두가 자리에 앉아 일을 보는 업무 시간에, 회사를 '주유'하며 이 사무실 저 사무실 전전한다거나, 창고 정리를 하며 동료 김성주가 땀을 뻘뻘 흘리는데 즐겁게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거나, '악마의 편집'을 감안하더라도, 그가, 한 그룹 god를 이끌었던 맏형이었는가 의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더구나, 이제 마흔 여섯 살이나 되었는데, 이십대 헨리와 같은 모습을 보이다니! 그는 그간 무엇을 하고 살아왔단 말인가. 이제 <비정상회담>등을 통해, 더 이상 텔레비젼 속의 외국인이 낯설지 않은 세상에, 외국인보다 더 자유분방한 그를, 그저, '외국 생활을 오래 한'이유 때문에 접어주기엔 도를 넘는다. 

출연자의 면면을 떠나,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오늘부터 출근>이라는 샐러리맨 리얼리티의 배경이,  한 눈에도  어느 회사인지 알 수 있는 '대기업'이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1404만명의 샐러리맨 시대, 과연 이 중에 대기업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몇 %나 될까? 한 회사의 각 파트별로 사람들을 분산시켜 놓고, 제대로 분량을 뽑아낼 것이 없었다면, 차라리, 이들을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아주 조그만 개인 사무실, 생산직까지, 다양한 종류의 직장에 '취직'을 시켰다면 어땠을까? 신입사원의 취직이라며 대번에 대기업의 번듯한 사무실에 출근을 하는, <오늘부터 출근>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취직'하면 '대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은밀하게' 강화시킨다. 제 아무리 케이블이라지만, 이제 tvn하면 명실상부 공중파에 대적할 만한 심지어 그를 능가하는 화제성을 가진 방송국이 되었는데, 예능이라 하더라도, 조금 더 사회적 책임감이 뒤따르는 작품을 만들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4. 9. 2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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