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컬투의 <어처구니>, 5월 1일 강호동의 <별바라기>, 그리고 5월 8일 <연애 고시>를 마지막으로,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목요일 밤의 파일럿 예능 삼부작이 막을 내렸다. 과연 이 중에 정규 편성되어, KBS2의 <해피 투게더>와 SBS의 <자기야>를 상대할 만한 예능이 있을까? 그 결정은 두고 볼 일이지만, 시청률로 보나, 화제성으로 보나, 심지어 재미로 봤을 때도, 이 들 중 정규 편성될 예능을 고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5월 8일 파일럿 예능의 마지막 작품인 <연애 고시>가 방영되었다. 
연애 고시의 취지는 그렇다. '비주얼과 스펙을 모두 갖추었지만, 반쪽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솔로로 지내고 있는 남자 연예인들이 연애 고시를 지원해 연예 능력을 평가 받고 , 솔로 탈출 가능성을 체크해 보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란다. 

첫 회이자, 마지막 회가 될 5월 8일의 방영분에서, 40대의 한정수를 비롯하여, 30대의 이지훈, 정기고, 손호준, 장동민 등 다섯 명의 남자 연예인으로 초대 받아, 세 명의 MC 노홍철, 전현무, 백지영의 주선 아래, 다섯 명의 여자들 앞에서 연애 고시를 보았다.
연애 고시답게, 프로그램 첫 머리부터, 각 출연자에게 질문을 하고, 그들의 질문이 맘에 들면 여성 출연자가 꽃을 들고 나와 그에게 건네는 식으로 간택(?)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남자들의 언어와 다른 여성들의 언어와 그 속에 숨겨진 생각을 알아 맞추는 게임을 하고, 그 과정에서 남자들의 생각이 여성들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그 만큼의 공이 쌓여, 연애 고시 탈락자가 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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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타뉴스)

다섯 명의 남자가 나와, 여성의 취향에 맞춰 선택을 받는 방식은 이미 <짝>을 통해 익숙해진 방식이다. 1차전을 통해, 한 명의 탈락자를 거르는 방식 역시 낯설지 않다. 단지, 그것을 <짝>이 했던 일반인에서 연예인으로 달리했을 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방식이, <짝>이 가졌던 그나마의 신선함조차 갉아먹는다. 한정수, 이지훈, 정기고, 손호준 등은 분명 이런 프로그램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반응과, 그들의 멘트들은, 예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런 것들의 연속이었다. 

게임에서는 한 술 더 뜬다. 기껏 여심을 확인해 보겠다는 질문이, '오빠는 내가 좋아? 일이 좋아?'식이다. <마녀 사냥> 등을 통해 섬세하고 현실감있는 연애 코치가 난무하는 세상에,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그런 식의 질문을 연애 고시라고 내건다. 

무엇보다, <연애 고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다수의 연애 프로그램들이 그러하듯, 여성들이 바라는 남성상을 자상하고 여자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그 규정된 캐릭터에 맞춰, 거기에 맞는 남성만이 좋은 연애 상대인양 몰아가는 편협한 남성관에 있다. 하지만 그런 상투적인 연애관은 이미 <연애 고시> 프로그램 내에서 궤멸되기 시작한다. 여자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남자여야 연애를 잘 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출연한 여자들은 거친 남성상을 보이는 장동민에게 생각 외로 많이 끌려 했으며, 남자에 대한 생각에서 출연한 다섯 명의 여자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한데서 부터, 애초에 연애라는 사안을 두고,  답이 정해진'고시'라는 과정을 거친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였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또한 그렇게 기껏 여자 맘에 들만한 남자를 골라놓더니, 1등한 남자에게 주어진 혜택이란게, 다섯 명의 여자 중 마음에 드는 여자랑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권리란다. 선택을 받은 여성에게는 그 흔한 거부권조차 없다. 내둥 여성 편향적 사고 방식을 강요하더니, 그 중 낫다싶은 남자에게는 여성의 선택권을 주는 남성 중심적 결론이라니! 제작진의 사고 방식 자체가 의심되는 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 이야기를 모아 놓겠다는 컬투의 <어처구니>로 부터, 텔레비젼을 통해 팬미팅을 하겠다는 강호동의 <별바라기>를 거쳐, 이제 <연애 고시>까지, 세 편의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재미도, 감동도, 의미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과연 예능이란게, 무엇이어야 하는 것일까?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예능이라면, 스타들을 모아놓거나, 남녀간의 연애 놀음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농담 따먹기식의 이야기들로 채워나가야 하는 건지, 타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을 이겨야 한다는 얕은 수에서 시작한 발상의 결과물은 아닌지, 정말, 이 시대, 요즘과 같은 시기에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의 역할이 무엇인지 한번쯤 진지한 고민은 있었던 것인지, 안타깝다. 이렇게 뻔한 웃음과 발상의 예능이라면, 그 마저도 어차피 상대 방송국을 이길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 시간을 진지한 토론이나, 양질의 다큐를 위해 할애하는 건 어떨지?


by meditator 2014. 5. 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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