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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22 <mbc다큐스페셜-집, 어디까지 고쳐봤니?> 셀프 인테리어, 그 자구지책의의 내막은? 2
셀프 인테리어 말 그대로 자신의 주거 공간을 스스로 고치는 인테리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인터레어란 또 무엇일까? 실내 마감재, 가구, 조명기구, 커튼 등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이들을 변화시키는 과정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여성 잡지를 사면 언제나 그 한 코너를 차지하는 것이 이른바 '인테리어' 파트이다. 한 눈에 봐도 몇 천 만원, 심지어 억을 호가하는 비용이 들었음직한 화려한, 혹은 멋들어진 인테리어가 우리의 인식에 박힌 '인테리어'였다. 그래서 새로 지은 아파트의 설비들을 몽땅 뜯어내고 완전 다른 집처럼 꾸미는 것이 인테리어였고, 거의 집을 새로 짓듯이 헌집을 싹 뜯어 고치는 것이 '인테리어' 인 줄 알았다. 그래서 '디자이너'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사람들에 의해, 비싼 자재와 가구들을 배치해 '잡지'에나 나올 그런 폼 나는 집을 만드는 것이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의 근저에 깔린 것은, 즉, 몇 천만원, 혹은 그 이상의 돈을 들여 집을 고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돈을 들여도 아깝지 않을 오래도록 지낼 수 있는 '내 집'이 선행 조건이 된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전셋값 폭등에, 심지어 돈이 있어도 전셋집을 구하기조차 힘든 세상이 되었다. 삼포 세대라 지칭되는 젊은 세대들이 포기해야 할 항목의 제일 첫 번째는 바로 집인 세상이다.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지 않고서, 자신이 돈을 벌어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대한민국에서, 잡지에 등장하는 비싼 인테리어는 딴 세상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데, 아니 그렇다면 남의 집을 잠시 빌어 사는 전셋집은 그냥 꾹 참고 살아야 하는 건가, 심지어 전세도 아니고 월세라면? 그런 월셋집을 고치겠다고 하면, '미친' 소리를 듣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평생을 벌어도 집을 살수 없는 세대라면, 퇴근 후 돌아와 머무는 '공간'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행복조차 포기해야 하는 걸까?
바로 이런 기본적인 욕망, 비록 나의 집은 아니라도, 내가 머무는 주거 공간을 내 맘에 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셀프 인테리어'이다, 합리적인 금액으로, 내 맘에 쏙 드는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셀프 인테리어, <mbc다큐 스페셜>은 바로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셀프 인테리어의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제이쓴과 함께 하는 셀프 인테리어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강남의 집을 단돈 97만원으로 180도 다른 집으로 변화시켜 화제가 되었던 셀프 인테리어계의 아이콘 제이쓴이 제작진과 함께 '셀프 인테리어'의 전도사가 된다.
제작진이 선택한 셀프 인테리어의 대상자가 된 집은 세 집, 고향에서 직장을 얻어 올라와 처음으로 자신의 공간을 가진 이상진씨,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남겨진 두 자매의 미완성된 집, 그리고 결혼 7년차, 결혼 생활만큼 쌓인 짐, 그렇다고 더 이상 큰 집으로 이사를 할 형편은 아닌 김선아씨의 집이다.
제작진이 사연을 보낸 신청자들 중 몇 집을 골라 집을 고쳐주는 컨셉은 마치 그 예전 신동엽이 진행하던 집고치기 프로그램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제이쓴이 합류한 셀프 인테리어의 시작은 집 주인의 눈을 가리고 집안으로 들어와 눈 가리개를 벗겨내면 신세계가 펼쳐지는 깜짝쇼와 다르다. 오히려 제이쓴이 제시한, 어떤 힘든 과정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싸인을 하는 '살벌한 (?) 과정으로 시작된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셀프 인테리어계의 아이콘이라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셀프 인테리어', 자신의 집을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고치기 위해, 집에 거주한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움직여 '인테리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첫 주거 공간을 가진 이상진씨는 제이쓴과 함께 도배를 하고, 김선아씨의 남편은 스스로 톱질을 한다. 겨우 스물 두살의 잔디씨는 자신들의 공간이 마련된다는 기대에 무거운 것을 마다치 않는다.
셀프 인테리어의 과정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온집이 '짐' 덩어리였던 김선아씨의 집에서 보여지듯이, '인터리어'의 시작은 '빼기'이다. 자신의 것이라 쌓아두었던, 하지만 결코 쓸 일이 없는 것들을 빼고, 자신의 공간이지만, 남이 살았던 흔적을 하나 둘 지워간다.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도배를 하고, 가벽을 세우고, 분위기에 걸맞은 조명을 설치하면, 끝난다. 간단하지만, 그 과정은 온전히 최소한 이 공간의 명목상의 주인의 땀과 노력을 통해 하나씩 채워져 간다. 이상진씨 집의 멋진 벽화는 알고보니 크레용을 녹인 것이요, 김선아씨 집 현관문은 집 식구들의 낙서로 채워진다. 그저 아파트 베란다에 인조 잔디를 깔고, 탁자를 놓았을 뿐인데 마음을 나눌 공간이 탄생되었다.
그렇게 하여, 남의 것같던 공간이 비록 월셋집이라도 퇴근 후 돌아와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안식처로 탈바꿈했고, 짐에 식구들마저 더부살이하는 것같던 공간은 가족들의 노력과 수고로 이루어진 스윗 홈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그저 돌아오면 설겆이 등 집안일만 남겨진 마음 붙일 곳이 없던 스트레스였던 집은 이제 난생 처음 자신의 꿈을 키울 '집'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공간은 그 누구 딴 사람이 아닌, 자신들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낸 곳이라 더 애착을 느끼게 된다.
셀프 인테리어는 삼포 세대가 스스로 삶의 숨구멍을 만드는 방식이다. 자신의 집을 살 수는 없어도, 비록 빌린 집이라도 잠시 머무는 그곳을 자신의 개성이 숨쉬는 공간을 재탄생시키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삼포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생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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