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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인터넷 상에서 비판을 했던 김기백씨는 선거법 위반으로 8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김기백씨는 이런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하여 헌법 재판소(이하 헌재)에 헌법 소원을 신청했고, 이에 헌재는 김기백씨의 사건에 대해 '위헌을 결정'했다. 하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김기백씨의 사건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4일 방영된 kbs1tv의 <시사 기획 창>에서는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대법원 등이 재심 청구를 기각하는 희한한 우리 법조계의 풍경을 다룬다. 이른바 '한정 위헌' 판례이다. '법률 및 법률 조항의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위헌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개념이 불확정적이거나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경우, 해석의 범위를 정하고 이를 확대하는 경우 위헌으로 보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내린 결정이다. 예를 들면 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에 관한 조항은 합헌이지만 그 조항을 근거로 사죄광고를 강제하는 행위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위헌 결정과는 달리 해당 법률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범위나 적용기준의 제한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불합치처럼 전면위헌은 아니다. 법 조문은 그대로 둔 채 특정한 법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의 해석과 적용범위에 관한 헌재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다'(네이버 지식 백과)
김기백씨의 인터넷 상 이명박 전 대통령 비판에 대해 헌재와 대법원은 서로 해석을 달리한다. 법원이 선거법 위반 사례에 인터넷도 들어간다며 위법이라는 입장인 반면, 헌재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한정 위헌'과정에서 헌재의 결정은 어떤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시 대법원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해석의 차이가 낳은 헌재의 결정에, 대법원이 권한이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헌재 결정의 유효성을 무화시킨다는데 있다.
김기백씨의 경우는 벌금 80만원 정도니 약소한 수준으로 보여진다. 묘봉산 환경 영향 평가 과정에서 개발 업자에게 돈을 받아 뇌물죄로 기소된 남모씨의 경우, 대법원이 심의위원을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으로 보고 공무원 법에 의거하여 3년 징역의 엄한 판결을 내린데 대해, 헌재는 심의위원은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며 '한정 위헌' 결정을 내린다. 이 경우는 벌금 얼마가 아니라, 징역 기간이 문제가 된다. 실제 남모씨와 함께 헌법 소원을 신청한 동료 심의위원의 경우, 헌재에 헌법 소원을 신청하고, 위헌 결정을 받고, 하지만 대법원에서 재심 청구를 기각하여 다시 헌재로 가는 과정에서 7년의 세월을 보냈으며, 징역살이는 덜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법률 기관의 '핑퐁 게임'에 가운데 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그것에 대해 <시사 기획 창>은 헌재 탄생하기까지의 숙명적 운명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그간 독재 정권에게 유린당해 온 헌법적 권리를 다시 심판해야 할 법률적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탄핵', '정당 해산' 등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것에 대해 대법원은 정치적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독일식 헌법 소원제도이고, 그 결과, 1988년 헌법 재판소가 설립되었다. 이런 설립 과정의 의도에서도 보여지듯이, 대법원은 각종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만 헌재가 다뤄주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제 독일 헌재 소원의 90%가 개인의 헌법적 소원이듯이, 헌재의 역할을 정치적 사안에만 국한 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헌재법에서, 68조 1항을 통해 대법원의 의견을 따라 법원 판결을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68조 2항, '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이 헌법에 위반한다고 생각될 때 당사자가 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해, 개인의 헌재 소원의 길을 열어두게 된 것이다.
이렇게 헌재에 대한 개인의 소원의 길이 열림으로써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은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어진다.
즉, 대법원은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현재 3심제도를 우리나라의 법률적 제도로 정해놓은 상태에서, 대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면, 결과적으로 3심제도를 무시하고 4심제도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라는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즉, 판결의 최고 기관으로서 대법원의 위상이 헌재로인해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불편한 속내이다.
이에 대해 법률적 판단으로 인해,침해받는 개인의 헌법적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 헌재의 존재는 불가피하며, 그 결정을 대법원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헌재측의 입장이다.
이런 대법원과 헌재측의 입장에 대해, <시사기획 창>은 '게임이론'을 통해 분석한다. 서울대 안도경 정치학교 교수의 해석을 통해, 양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하지만, 양자가 마땅한 타협점이 존재치 않음을 지적한다. 헌재는 한정 위헌 결정을 최소화할테니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기를 원하지만, 4심제도의 딜레마는 대법원의 발목을 잡는다. 무엇보다, 최고 법원의 위상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감정싸움의 양상으로 번지고,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법원과 헌재는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결국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헌재의 한정 위헌과, 법원의 재심 청구 기각 사이를 오가는 시민들 뿐이다.
막상 내가 당하지 않고서는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 대법원과 헌재 사이의 파워 게임에 대해,<시사 기획 창>은 그 유래에서 부터 시작하여, 힘겨루기의 실례까지를 들며 상세히 분석해 나간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김기백씨의 사건의 경우와는 다르게, 헌재 한정 위헌 결정의 사례로 등장한, 제주도 남모씨의 뇌물죄라던가, 양도 소득세 판결 등은, 실제, 헌법의 개인의 자유나 권한보다는, 사회적 정의가 앞서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들이다. 비록 심의의원이라는 공무원법에 애매한 직위이지만, 그 직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사람에게,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던가, 양도 소득세에서 기준시가가 아니라, 실거래가에 의거 엄중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상 전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사례들이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헌재가 개인의 헌법적 권한을 보호한다고 나서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헌법적 권한은 소중한 것이야 라고 해도, 그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내세운 사례로는 취약한 것들이었다. 개인의 헌법적 권리 보장을 위해서 좀 더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를 들어야 헌재의 권한에 대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암묵적으로 <시사 기획 창>이 대법원의 4심제도에 대해 동의하는 게 아니라면.
내세우기는 게임 이론에 의거하여 대법원과 헌재의 파워 게임을 분석하겠다고 했지만, 게임 이론에 의거한 분석 도구가 명확하지 않다. 굳이 왜 게임 이론을 현재의 법률적 상부 기관의 파워 게임의 해석 도구로 썼는지도 이유가 불분명하다. 이미 그 이전 헌재의 태생적 이유, 대법원의 정치적 사안을 피하고자 하는 꼼수를 설명하는 것으로 , 양자의 최고 법원 권한을 둘러싼 딜레마는 다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내가 그런 문제에 닥치지 않고서는 체감하기 힘든, 대법원과 헌재의 힘겨루기를 그 역사에서 부터 훑어, 3심제도 딜레마까지 설명해낸 시도는 좋았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건, 시민들이라는 해석은, 그 사례의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있게 다가온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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