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방영된 사건은 거의 매번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오른다. 주인공이 된 인물의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행각에 다같이 공분한다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 행각에 공포 영화를 본듯 두려움을 공유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것이 알고싶다>에 등장하는 사건이 완전히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신문의 사회면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건이,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방송 포맷을 통해 재탄생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몇 배로 끌어 올리는 전형적인 엔터테인먼트화 된 다큐의 극대화된 모습이다.
다큐멘터리(이하 다큐)의 사실성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영화 <워낭 소리>와 <아마존의 눈물>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다큐를 통해 보여지는 '사실'의 질 문제에 대해 갑론을박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사실은 사실이되, 그 사실이 그 이면의 진실과는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인식 역시 늘 함께 병립하게 되는 것이 다큐 세계의 진실이 되었다.
<mbc다큐 스페셜>이 인물을 다루는 방식 역시 이런 의심을 피해갈 수 없다. 602회 '지금 다시 김광석을 부른다' 편은 1996년에 운명을 달리한 김광석을 오늘의 문화 트렌드가 된 입장에서 회고하는 자리였기에, 정말 김광석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느낄 아쉬움을 뒤로하고, 김광석이란 그 사람 자체를 다시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감회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2013 인물'의 첫 회로 등장한 봉준호를 다루는 방식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603회 <mbc다큐 스페셜> 2013 인물, 첫 회 봉준호 편은 봉준호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또 한편에서 생각해 보면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한 구석에 꿍친 혹은, 듣고 싶은 이야기의 포인트가 서로 달랐던 동문서답같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단 네 편의 작품 만에 세계적 감독이 된 봉준호, <괴물>을 통해 한국 영화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마더>등을 통해 세계적 평론가의 찬사를 받는 상업성과 예술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감독, <설국 열차>를 통해 이 시대의 한껏 뜨거운 화두로 올라 선 봉준호를 <mbc다큐 스페셜>은 2013 인물의 첫 번째 인물로 초대했다.
당연히 화제가 되는 <설국 열차>인 만큼 다큐의 초반은 당연히 <설국 열차>란 영화를 통해 봉준호를 설명하고자 한다. 세계적 배우인 틸다 스윌튼이 그의 전 작품에서의 촬영 태도를 지양하고 늘 현장을 지키게 만들었던 매력적인 감독 봉준호,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로 떠오른 크리스 에반스가 천리길을 마다않고 직접 오디션에 참가하게 만든 대단한 감독 봉준호를 그리는데 치중했다.
그리고 그런 봉준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혀간다. 감독이 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회학과 출신이 어떻게 감독이 되어가는지의 과정과, <플란더스의 개>의 실패를 딛고 <살인의 추억>이라는 명작을 만들어낸 '봉테일'이라는 특징을 잡아내는데 다큐는 집중한다. 또한, 프랑스의 영화 잡지에서 '삑사리의 미학'이란 제목으로까지 소개된 봉준호 영화의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어떤가, 이 정도면 봉준호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겠는가?
<mbc다큐 스페셜>은 묘하다. 그의 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이력을 훑고, 그의 영화적 특징과 매력을 샅샅이 설명해 가는데, 정작 다 보고 나면,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
그 이유를 다큐 속에서 <설국 열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홍대 앞 책방에서<설국 열차>의 원작을 찾아낸 봉준호는 꼬리칸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진 열차의 엔진 칸을 향해 나아가는 구조를 빼놓고는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열차라는 공간의 현실감을 위해 트레일러 위에 세트를 놓고 흔들리는 열차의 공간감을 창조해 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점은 <설국 열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아니다. 과연 설국 열차에서 꼬리칸 사람들이 엔진 칸을 향해 나아가는 지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이를 두고, 봉준호가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열차라는 세계를 설정하고, 그것을 냉정하게 관찰자적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하고, 허지웅은 꼬리칸을 민주당, 머릿칸을 새누리당에 비교하는 것에 반대하며, 오히려 새누리당은 열차를 둘러싼 세계적 재앙이고, 굳이 비교하자면 꼬리칸은 진보 세력, 머릿칸은 민주당에 가깝다는 정의를 내려 논란에 불을 붙였다.
(사진; tv데일리)
모두들, 봉준호가 <설국 열차>를 만든 진의를 궁금해 하는 가운데, 봉준호를 다루는, 그의 작품을 다루는 다큐에서, 그런 이야기는 쏙 빼놓은 채, 디테일이 강한,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 운명을 강조한 감독이라는 식으로 봉준호를 정의내리고 있다.
과연 <살인의 추억>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 것이 범인이 잡히지 못해서, 80년대를 천연덕스럽게 되살려 냈기 때문만일까? 국민 엄마 김혜자를 굳이 자식 사랑에 살인도 불사하는 파렴치한 모성으로 되살려낸 영화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mbc 다큐 스페셜>은 마치 서울 소개 다큐가 서울에 가면 광화문도 있고, 경복궁도 있고 하는 식의 겉훒기식 소개를 하듯, 봉준호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봉준호는 이런 사람이예요 라는 소박한 소개는 될 수 있을 지언정, 봉준호의 영화를 보고, 그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갈시켜 주는데는 역부족인 프로그램이 되었다. 핫한 배우 김수현의 나레이션까지 얹어, 흥행 감독 봉준호를 그럴싸하게 보이게는 했지만, 외국의 유명 배우들이 달려와 함깨 하는 세계적 감독이 된 봉준호의 세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것이 2013 인물의 첫 회라는 점이다. 2013년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을 이런 식으로 다룬다면, 그것은 인물의 개략적인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에 대해서는 그 논란에 대해 눈 질끈감고, 화제가 되는 부분만 조명하는 왜곡의 가능성 조차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부디 2013의 인물 시리즈가 어릴 적 우리가 읽던 번드르르한 위인전의 수준을 뛰어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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