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싱어>를 통해, 관객과 가수가 혼연일체가 된 새로운 예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jtbc가 또 하나의 관객과 가수가 소통하는 예능을 발주했다. 31일밤 9시 30분 첫 선을 보인 <백인백곡-끝가지 간다(이하 끝까지 간다)>가 바로 그것이다.

 

가수가 나와 자신의 곡이 아닌 곡을 불러 '서바이벌'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은 tvn의 <퍼펙트 싱어vs>가 있었다. <퍼펙트 싱어vs>(2013,8~2014,2)는 기존 가수와, 가수가 아닌 타 분야의 출연자가 나와, 노래방 기기 앞에서 한 곡을 놓고 우열을 가르던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서 가수들은 미리 정해진 곡을 연습하고 나올 수 있는 장점이 있었던 반면, 그와 동일한 곡을 연습한 기성 가수가 아닌 라이벌에, 그것을 판정하는 것이 관객이 아닌, 노래방 기계라는 함정을 지닌 프로그램이었다. 때문에 가수가 제 아무리 관객을 감동시킨 절창을 해도, 노래방 기계가 요구하는 정확성을 놓치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퍼퍽트 vs>의 매력이자 한계가 되었다.

 

이런 <퍼펙트 싱어vs>가진 기계에의 의존을 <히든 싱어>는 뛰어 넘는다. 대신, <히든 싱어>라는 제목에서부터 보여지듯이, 부르는 가수의 존재가 훼이크(fake)가 되는 것이다. 1회전부터 시작된 미션은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만, 그와 함께 부르는 몇 명의 모창 가수가 등장하여, 시청자들을 비롯한 관객들은, 진짜 가수를 알아맞추는 것이, <히든 싱어>의 매력이자, 관건이 되는 것이다.

 

 

<끝까지 간다>는 거기서 성큼 한 발을 더 내딛는다. 가수는 <끝까지 간다>에서 아무 준비 없이 등장한다. 노래를 준비해 온 것은 관객이다. 가수는 100 명의 관객 중 한 사람을 선택하고, 그가 준비한 노래를, 그와 함께 성공적으로 불러 마지막 라운드까지 진출하면 '미션'이 클리어' 된다.

 

첫 회를 연 <끝가지 간다>에서 관객과 함께 노래를 부를 가수로 등장한 사람들은, 김태우, 이정, 문희준, 김현숙, 김소현이다.

가수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무대에 등장하여, 100 명의 관객 중 한 사람을 선정한다. 그러면 mc인 김성주와 장윤정이 관객이 선정한 노래와, 그 사연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어 노래가 시작되면 그 노래를 선택한 관객의 선창이 이어지고,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가서, 노래 가사가 퍼즐처럼 제시되고, 가수는 그것을 조합하여 성공적으로 노래를 부르면, 미션이 성공되는 것이다. 물론, 가사 퍼즐은 1,2,3차 미션이 거듭할 수록 복잡해 진다. 3차에 이르면 화면을 가득 메운 뒤섞인 가사에, 그 노래를 잘 알았던 이정조차 혼란을 느낄 정도로 난해함을 준다. 하지만, 그 난해한 퍼즐을 잘 맞춰서 김현숙처럼 미션을 성공하면, 그녀가 선택했던 관객들과 함께, 선택한 여행지 보라카이의 여행 상품권이 주어진다.

 

첫 회 성공을 거머쥔 사람이 뜻밖에도 가수가 아닌, 그녀의 전작 드라마에서 '개똥벌레'를 부르는 장면이 운좋게 있었던 김현숙이었듯이, <끝가지 간다>에서 가수란 직업은 큰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 그저 예전 아이돌, 그것도 H.O.T의 서브 보컬이라 가창력에 믿음이 가지 않았던 문희준의 절창을 확안하게 되는 뜻밖의 재미도 있다.

 

오히려 가수의 노래보다는 <끝까지 간다> 첫 회가 보여준 묘미는, 각양각색 100명의 관객들이 보여준 연예인 못지 않은 흥과 끼와 사연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가 더 어울리겠다는 언급이 손색이 없을 정도로, 머리가 희끗해진 나이에 바닥을 훑으며 보여주는 격한 댄스에, 결혼을 해주기를 고대하는 구혼곡에, 죽은 아내의 노래 음성이 담긴 감동적인 핸드폰 녹음 메시지까지 구구절절 다양한 사연이 한 회를 가득 메운다.

또한 누가 어떤 곡을 가지고 나왔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션을 맞이한 가수가 관객과 '딜'을 벌이는 광경 또한 <끝까지 간다>의 또 다른 묘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희준의 숨겨진 노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는 하지만, 김태우나, 이정의 절창을 그저 한 마디의 클라이막스로 만족해야하거나, 그 마저도 초반에 탈락하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 김태우같은 가수가 등장하여, 한 회 내내 제대로 된 노래 한번 부르지 못하고, 리액션이나 하다 마치게 되는 것은, 예능적으로는 재미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의 출연을 통해 기대했던 부분이 만족된 것은 아니었다.

즉, 노래의 주도권이 관객에게 있고, 또한 노래의 대부분을 관객이 부르고, 그저 클라이막스 한 소절의 흥망성쇠에 프로그램의 열쇠가 주어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가수가 무대 중앙에 등장해도,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이런 아쉬움이 개선된다면, <끝가지 간다>는 <히든 싱어>에 이어, 불타는 금요일의 시청자를 ,tv앞으로 불러모을 jtbc의 효도 상품이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1. 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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