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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24 <오로라 공주> vs. <못난이주의보>; 당신의 선택은? 3
공교롭게도 라고 해야 할까? 약속이나 한듯이 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까?
하여튼 mbc와 sbs의 저녁 일일 드라마가 5월 20일 동시에 시작되었다. mbc는 불행한 가족사로 인해 칩거에 들어갔던 임성한 작가가 모처럼 작품을 재개한 것으로 소위 '임성한 월드'라고 칭해지는 특유의 '막장식' 색채가 두드러진다. 반면, sbs는 <가문의 영광>의 정지우 작가와 신윤섭 피디가 다시 합을 맞춰 만든 작품으로 화면에서부터 따스함이 넘쳐흐르고,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감동적인 가족애를 지향하고 있다. 빗대어 말하자면 <오로라 공주>가 극사실주의라면, <못난이주의보>는 낭만주의랄까? 그리고 시청자들은 지금까지는 <오로라 공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청률과, <못난이주의보>가 아직 성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오로라 공주, 자신의 이혼을 위해 아버지를 협박하는 아들 사진; 뉴스엔)
막장을 보는 이유는?; 오로라 공주
재미있는 사실이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오로라 공주>를 검색했을 때 드라마 소개에 피디가 아예 들어있지 않았다. <오로라 공주> 홈페이지를 클릭하고, 제작진 소개에 들어가서야 피디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흔히 어떤 작품이 들어간다고 하면, 작가가 누구냐? 피디가 누구냐?가 셋트처럼 따라 붙게 마련인데,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는 그게 없다. 오로지 임성한이란 이름으로 필요 충분조건이 다 갖춰지는 듯한 작품, 그게 바로 '임성한 월드'다.
흔히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 따라붙는 수사는 '막장의 대가' 혹은 '욕하면서 보는' 등이다. 그런데 다들 '어이없는'데 재밌단다. 그도 그럴 것이, <오로라 공주>에서도 그렇지만 우리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빚어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설정을 임성한 작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르르 늘어 놓는다. 마치<사랑과 전쟁> 특별판처럼.
계모임이나 동네 찜질방에서 들었을 법한 누구누구네 막가는 이야기들을 가장 번듯한 지위와 부의 계층을 배경으로 포진시켜 놓는다. 그뿐 만이 아니다. 머리 끄댕이 잡고 싸우면서나 할 수 있는 대사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마치 '가족'이라서 참고 넘겼던 그 모든 것들을 임성한의 드라마에선 화끈하게 건드려 준다. 속씨원~하게.
그런데 또 웃긴 게, 그렇게 건드려 놓고서는 결론은 '우리 엄마 스타일'이다. 속물이라고 욕했던, 하지만 '본데있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던 우리네 엄마 잔소리가 고스란히 드라마에서 재현되니, 참 익숙하다. 짜증을 내면서도 적응이 되는 묘한 중독성. 언제나 그렇듯, 주구장창 '무쇠솥' 찬양을 하고 있어도, 제일 어린 게 손위 시누이들 데리고 남자는 짐승과 사람의 중간 단계라느니, 그저 잘 먹여주고 잘 해줘야 한다느니, 이런 따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고 있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임성한의 드라마는 불편하면서도 편하다. 이성적으로는 말도 안된다 욕하면서도, 엄마 잔소리 듣다가 나도 나이 들어보니 엄마 같은 속물이 되어가듯, 그런 편안함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기자 사칭에, 이혼을 위한 아버지 협박에, 법에만 안 결린다 뿐이지 사건사고가 LTE급이다. 인간에 대한 환상도 없고, 환타지도 없는 거 같은데, 거기서 또 홀리고 낚이고 사랑을 한단다. 굳이 요즘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는 모 여가수네 가족을 들 것도 없이 딱 요지경 속 대한민국 가족, 고대로다.
(못난이주의보 사진; tv리포트)
따뜻하지만 진부한 걸; 못난이주의보
<못난이주의보>의 연관 검색어에는 <피아노>란 드라마가 뜬다.
<피아노>는 2001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로 <못난이 주의보>처럼 사회적으로 못난 아버지와 잘난 엄마가 재혼을 하며 빚어지게 된 형제들의 이야기이다. 더구나, <피아노>에서도 못난 아버지의 아들은 의붓동생을 위해 그의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쓰는데, <못난이주의보>의 형 준수(임주환 분) 역시 동생을 위해 그럴 예정이란다. 이처럼, 간호사인 엄마(신애라 분)가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제는 한때 사기꾼이었던 아버지(안내상)를 무조건 사랑으로 감싸안고, 그의 아들을 품어주는 이야기는,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가 있었던 것처럼 신선하지 않다.게다가 재혼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과정 역시 어디선가 보던 그대로이다. 아버지는 생활고에 못이겨 다시 그 예전 사기꾼으로 돌아가려다 오히려 가족을 궁지에 몰아넣고 착한 엄마는 어린 동생을 낳고 역시 저 세상으로 가버린다. 이 스토리는 <피아노> 보다 더 오래 전 6,70년대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스토리이다.
못난이주의보는 화면을 가득차 내리는 벚꽃비처럼 아련하다. 사기꾼인 남편만큼, 새로 생긴 아들을 품어주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의 사랑에,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에 행복해 무한 애정을 베풀려고하는 어린 준수, 마치 골목에 튀어나온 과속 방지턱에 걸리듯이 드라마를 보다 울컥울컥 눈물이 솟는다. 악다구니같은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순애보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가슴은 먹먹하지만 한편에선 모락모락 현실과의 괴리감 역시 어쩔 수 없다.
분면 <못난이주의보>가 착한 드라마인 것도 안다. 동생을 위해 시험지를 숨긴 형의 마음을 감싸안아주는 엄마의 미소처럼 감동도 있다.그런데, 그 감동을 엮어내는 틀이, 아직 초반이지만 너무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이다. 그 따스한 메시지 만으로 이 드라마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기엔, 저쪽 방송국의 스토리가 너무 기상천외하다. 나도 모르게 리모컨에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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