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마녀 사냥>은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인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금을 내세워, 금기시 되어있던 연예의 속사정을 다루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녀 사냥>은 그 존재만으로도 파격적이었지만, 2013년 8월에 시작하여 1년을 훌쩍 넘긴 <마녀 사냥>의 연예 코칭은 이제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결국, <마녀 사냥>의 이슈는, 프로그램 자체의 연예 코칭보다, 게스트가 누가 나와, 게스트와 mc간에 어떤 해프닝이 일어났는가가 화제의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한고은과 허지웅의 '썸씽'이 그것이며, 연애 고수 mc들을 넘어서는 최화정의 존재가 그것이다.
그렇게 정체기에 들어선 <마녀 사냥>이 2015년 연중 기획으로, 홍콩을 떠나갔다. '홍콩', 왜 하필 홍콩인가?라는 이유를 들기 위해, 과거 mc였던 샘 해밍턴 질문을 복기하고, 거기에 대해 장황한 변명을 늘어놓는, 그래서 결국 더 구차해지는, 하지만, 이른바 '음담패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홍콩'의 상징성을 부각하는 장소로서의 홍콩행을 각인시켰다. <마녀 사냥>다운 여행이다.
홍콩의 상징성을 넘어, 연인들의 여행지로 유명한 홍콩에서, 네 mc들은 미리 맛보는 연예 코스로서의 홍콩행을 부각시킨다. 연인들이 함께 하면 좋을 거리를 걸어보고, 둘씩 짝을 지어, 연인들이 해볼만한 것들을 해보고, 홍콩에서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아 다니고, 카니발 중인 곳에 가서, 대관람차와, 고공 놀이기구를 타본다. <마녀 사냥>답게 홍콩 한 노천 까페에 앉아 그간 타인의 연예 코칭 대신, 각자의 연애 스타일에 대해 탐색해 보기도 한다.
홍콩에서 뮤직 비디오를 찍기도 한 성시경의 능숙한 에티듀드, 즐기는 여행지로 자주 찾는 유세윤의 자유로움, 그리고 중년이 되도록 홍콩을 처음 가보는 신동엽의 설레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특집을 살린 것은, 예능인으로서 거듭나고 있는 허지웅의 면면이다. 이미 jtbc의 황태자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jtbc의 각 예능에서의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홍콩 특집에서, 허지웅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그저 심심하고 뻔한 여행 예능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 경제
본의 아니게, 허지웅은 홍콩행 출발지에서 부터,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완벽주의적인 그의 면모와 다르게 여권을 놓고 와서, 유세윤이 분량을 부러워 할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또한 그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찾는 여행지 중 하나인 홍콩이, 영화 평론가였던 그의 직업으로 말미암아, <중경삼림>과 <해피투게더> 등 대표적 홍콩 영화의 ost가 어색하지 않은 추억의 장소로 거듭났다.
어디 그뿐인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른 호텔에서는, 이런 건 편집할 거야 라며 위세도 당당하게 팬티 바람으로 활보하고, 웃통을 벗어제끼는 노출씬까지 마다하지 않는 눈요기꺼리도 제공해 주었고, 그의 페이스북에서나 조우했던 '허세 가득한' 셀카를 어느 연예인못지 않게 연출해 내었다.
무엇보다, 화룡점정은, 예능의 꽃인 고공 놀이기구 타기이다. 흔히 겁이 많은 여성 연예인의 전유물인 고소 공포증이 뜻밖에도 허지웅의 것이 되어, 다른 세 mc들의 회유와 협박으로, 'pd가만 안둬'등의 방언이 난무하는 가학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허당에, 노출에, 절규에, 이른바 예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갖가지 캐릭터를 단 한 회만에, 특집답게 허지웅 개인이 고스란히 전해준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쳤다면, 그저 <마녀 사냥>은 홍콩 여행을 간 평범한 여행 예능이 되었을 것이다. 여전히 야외 버라이어티에 어색한 신동엽,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 든지 예능적 재미를 선하하기 위해 쉴새없이 고군분투하고, 성시경, 유세윤이 예능에서 갈고 닦은 내공으로, 제작진이 내걸은 연인들의 홍콩 여행 코스프레를 충실히 하는 한편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프로그램으로 <마녀 사냥>의 정체성을 깊게 한 것은, 뜻밖에도 연인 코스프레를 하며 탄 대관람차에서의 진솔한 허지웅의 이야기들이었다.
가장 쿨할 것 같은 캐릭터를 가진 허지웅이, 가장 진솔하게, 선배 mc 신동엽에게 판을 깔아주어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나이가 들면서, 신동엽처럼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주는 어른의 존재가 새삼스럽게 존경스럽다고 했을 때, <마녀 사냥>의 홍콩행은 그저 즐기고 먹는 여행에서, 함께 오랜 시간을 나누었던 벗들의 MT같은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낯선 MT장소에서, 밤이 이슥해서, 촛불을 켜고, 혹은 한 잔 술을 나누며 그간 나누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나누듯, 단 15분의 연인을 위한, 공중에서 흔들거리며 홍콩의 전경을 즐기는 대관람차에서 허지웅은 진솔하게 풀어낸다.
허지웅이란 캐릭터는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심지어 최근에는 드라마의 단골 까메오까지 진출하고 있지만, <속사정 쌀롱>의 윤종신의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처럼, 언제라도 이 '속물적'인 혹은 '위선적'인 TV를 탈출해 도망칠 거 같은 경계인의 이미지를 전한다. 그래서 항상 그 누구보다도 거리를 두고, 쿨하게 전달하는 그의 발언들이, 그에 대한 극도의 호불호를 낳기도 한다. 그런 허지웅이, 나이가 들면서,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논하고, 서슴없이 신동엽과 성시경과, 유세윤이 좋다고 말할 때, 그 진솔함의 깊이는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덕분에, 그저 이제 조금씩 낡아져 가던 <마녀 사냥>이란 프로그램이, 허지웅이 먼저 자신을 허물고, 그의 허물어짐에, 신동엽이 응답하고 어우러지면서, 그저 남의 연애사에 간섭하는 MC들이 아니라, 사람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면서, 함께 오래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기대고 싶은 벗들이 있는 곳으로 오래오래 남아주기를 바래게 된다. 절묘하고도 탁월한 연중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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