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룸메이트>시즌2는 새로운 출연자들을 선보였다.
<룸메이트> 출연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물의를 일으켰던 박봄을 비롯하여, 다수의 출연자들이 집을 나가고(?), 배종옥, god의 박준형, 오나티 료헤이, 이국주, 갓세븐의 잭슨, 써니, 카라의 허영지 등이 삼청동 집을 찾았다. 시즌1의 멤버 중, 이동욱, 조세호, 박민우, 서강준, 나나가 잔류하여 이들을 맞이한다.
얼마전 <썰전>에서 추석 특집을 논하며,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이방인'이라고 정의했다. 그 과정에서 <룸메이트>가 추석 특집으로 이방인 특집을 해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김구라는 그러다, 그 이방인 특집이 시청률이 더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반응이 없는 <룸메이트>의 현 실상을 꼬집었다.
마치 그런 <썰전>의 평가를 참조하기라도 한듯, 시즌2로 돌아온 <룸메이트>에는 이른바 '이방인'같지 않은 이방인들이 즐비하다.
우선 박준형, 마흔 여섯 살의, 그룹 god의 맏형인 그는, 외모도 한국 사람같지 않지만, 하는 양도 여전히 이국적이다. 한국 말을 배우던 어린 시절 할머니 품에 자라, 말이 짧다는 그는, 그 짧았던 한국말의 기억만을 가진, 교포의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 사람을 만나면 다짜고짜, '헤이요'하며 팔을 엇갈리며 맞잡는 힙합식의 인사부터, 매사에 자연스러운 게 좋다는 그의 스타일은, 외양만 한국인이지, 영락없는 '외쿡사람'이다.
그런 그를 만나,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어 반가운 잭슨도 마찬가지다.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펜싱 선수 출신의, 자신을 소개할라치면 양말을 벗고, 덤블링같은 무술 동작을 선보이는, 아이돌 그룹 갓세븐의 잭슨은, 어눌한 한국말에, 박준형과의 영어가 더 편한 외국인이다.
천만을 훨씬 뛰어넘은 영화<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흠모해, 조국을 배신하고 조선을 위해 헌신하는 왜인으로 분한 오타니 료헤이는, 한국에서 활동한지 10년이나 되었다지만, 일본인이다.
이렇게, 12명의 멤버 중, 세 명이, 이국적인 인물로 채워진, <룸메이트>는 그 분위기에서 시즌1에 비해 한결 다국적이다. 비록 인원수로는 세 명에 불과하지만, 시즌2 첫회 분량에서도 보여지듯이, 박준형, 잭슨의 활약은, 두 사람이라는 숫자로 설명하기 힘든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진; osen)
그들과 함께, 시즌2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면모 역시, 예능에서는 신선하기 이를데 없다. 나이를 묻지 말라는, 하지만 박준형이 누님이라 부르는 배종옥은 중진 연기자로, 예능에서는 첫 나들이이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예능의 도움을 받겠다는 말과 다르게, 할 말은 하고야 마는 똑부러진, 그녀의 드라마 속 캐릭터가 어디 가지 않은 듯, 즉석 밥으로 김밥을 싸는 후배들에게 '화가 나려고 한다'는 발언에서 벌써, 주관이 뚜렷한 왕언니의 캐릭터가 드러난다.
대세 개그맨이 된 이국주 역시 고정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진출하는 건 처음이다. 서슴지 않고 웨이브와 자신 버전의 '빨개요'를 선보이는 예의 대세로서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어설픈 요리 실력에 손 걷어부치고 나서는, 또 다른 '맏언니'의 면모로서, 이국주의 활약이 기대된다. 자신의 곁에 들러붙는(?) 잭슨에게, 혹시나 자신과 엮어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이국주의 일침은, 그녀의 당당한 여성 캐릭터가 그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들과 함께 합류한 카라의 허영지는 아예 연예인으로 출발한 지 겨우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배 소녀시대 써니를 부르러 간 방문 앞에서 노크조차 하기 저어하는' 신참 소녀가, 낙지를 대하자 돌변한다. '맛있겠다'는 입맛 다심이 빈말이 아니게, 낙지를 쭉쭉 늘여, 턱턱 칼질해대는, 그녀의 캐릭터는, 여아이돌로써는 반전의 매력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렇게 신선한 캐릭터의 세 사람이 <룸메이트> 시즌2를 예측 불허의 기대작으로 만든다.
<룸메이트>를 기대작으로 만드는 것은, 신선한 인물들의 수혈만이 아니다. 그 캐릭터를 다루는 제작진의 시선이 기대 요인 중 하나다. 시즌1의 제작진이, 다수의 인물들을 모아놓고, 일본의 그룹홈을 다루는 예능을 흉내내어, 다짜고짜 러브라인 만들기에 고심했던 것과 달리, 시즌2의 제작진은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노골적으로 그 사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박준형에, 이국주에, 잭슨에, 시즌1과 멤버 구성의 성격도 다르다.
그리고 멤버 별 각자를 다루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오늘부터 출근>에서 마흔 여섯이나 먹었는데도 사회 생활을 모르는 망나니 같던 박준형은, <룸메이트> 시즌2에서는 여전히 자유분방하지만, 그 누구라도 선입견없이 따스하게 바라봐주는 오빠로 둔갑한다. 마흔 여섯 살의 그에게는, 소녀시대든, 이국주든, 그 누구든 이쁜 동생이다. 여전히 둘러대지 않고, 툭툭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거 같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주변 상황을 따스하게 만든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후배들과 함께 하는 예능이 걱정되었던 배종옥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가장 소통할 대상이 되는 것도 박준형이다. 똑같은 사람인데,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건, 결국 제작진의 깜냥이다.
잭슨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소개될 때까지만 해도, 또 한 사람의 '헨리'가 등장하나 했다. 하지만, 자유분방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던 그가, 한국어로 인사하며 급 공손해지는 것처럼, 천방지축일 거 같던, 외국인 잭슨대신, 그저 사람이 그리운 이방의 소년이 그려진다. 자신을 소개할 때, 다짜고짜 덤블링하듯 중국 무예를 선보일 때만 해도, 자신을 드러내는데 능숙하구나 싶었던 것이, 새로운 사람이 올때마다, 쿵쿵거리는 착지의 충격을 감수하고, 그것이 되풀이하는 모습에선, 안쓰러움마저 느껴지는 애교스러운 캐릭터로 변모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국주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이국주에게 매달리는 그의 모습이, 큰 누나에게 어리광부리는 막내 동생처럼 정겹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르겠냐마는, 시즌2를 여는 <룸메이트>는 그래도 어쩐지, 시즌1처럼 무작정 러브라인에 매달리다 침몰하지는 않을 거 같은 기대감을 준다. 이제야 비로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룹 홈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섣불리 해보게도 된다. 시즌1에서 우뚝 솟았던 조세호가, 대번에, 이번에는 만만치 않겠다는 듯 한 발 물러서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 그가 시즌1을 통해 재조명된 것이기는 하지만, 조세호 혼자 이끌어 가기엔, 주말 리얼리티의 하중이 너무 컸다. 그래서 그가 드러나보이지 않은 시즌2 멤버들의 존재감과 그들이 빗어내는 대안 가족으로의 하모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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