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옥탑방 고양이>, <클래식> 드라마와 영화, 매체는 다르지만 김래원과 조승우, 두 배우는 '청춘 스타'로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옥탑방 고양이> 이래로 당대 최고의 청춘 스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김래원은 드라마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 <눈사람>, 영화 <어린 신부>, <ing> 등을 통해 사랑의 '전령'으로 그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김래원은 '사랑의 메신저'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짓지 않았다. 지금도 2000년대 젊은이들의 고전으로 통하는 <해바라기>를 통해 장르물에 첫 발을 내딛은 김래원은 이후 <강남 1970>, <프리즌>, <롱리브 더 킹; 목포 영웅> 등을 통해 자신의 연기 폭을 넓혀갔다. 그런 가운데 김래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작품은 2014년작 <펀치>일 것이다.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며 가족과 정의를 지키기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주인공을 통해 김래원은 '박정환'으로 거듭나며 청춘 스타를 넘어선 '연기파' 배우의 네이밍을 얻었다. 

그런가 하면 조승우에게 '연기파'라는 네이밍은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한 '호칭'이었다. <춘향전>으로 시작된 그의 연기 인생은 <클래식>의 준하에 머무르지 않고  <말아톤>의 초원이, <타짜>의 고니, <내부자들>의 우장훈, <마의>의 백광현, <비밀의 숲>의 황시목까지 다작은 아니었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조승우라는 이름보다 캐릭터로 그를 기억하게 만들 정도로 작품 속 그의 연기를 통해 오래도록 그를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그 역시 시작은 '청춘'이었지만, 자폐 청년과 놀음에 홀릭된 청춘을 지나며 조승우가 길어낸 청춘의 갈짓자는 그가 지나온 시대의 대명사가 되었다, 영화든 드라마든 그가 선택한 몇 되지 않는 작품이 그대로 당대의 최고 수작으로 기억되었다. 

그렇게 청춘으로 시작하여 장르물을 통해 연기파로 자리매김한 두 배우, 김래원과 조승우가 어느덧 40대의 고개를 넘어섰다. 그들은 이제 더는 청춘이 아니지만 우리 시대 40대를 더는 '중년'이라는 고정 관념으로 보기 힘들어지게 되듯이 마흔 줄을 넘어선 두 배우의 행보 역시 '중후함'이 무색하게 신선하다. 한편에서 여전히 종횡무진하는 두 40대의 중견 배우들의 활약은 그들의 뒤를 잇는 남자 배우 세대의 부재를 말해주기도 한다. 덕분에  <루카; 더 비기닝>, <시지프스; the myth>를 통해 김래원, 조승우 두 사람은 그간 해보지 않았던 판타지 장르물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 


 

조승우 버전 토니 스타크?
<시지프스; the myth> 1회, 조승우가 분한 한태술이 탄 비행기가 괴물체와 충돌하며 추락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퀸텀앤타임의 창업자이자 대표로 외국 경영 잡지에 소개되기도 한 한태술은 조종칸으로 가서 거의 '맥가이버' 급 기지를 발휘하여 단 몇 분 만에 비행기를 고쳐 수많은 생명을 구한다. 하지만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기의 상황을 돌파한 그의 '헌신'에 대해 그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그저 비행기를 고치고 싶었다는 공학도로서의 순수한 소망을 앞세운다. 

미래와 현재, 연결된 두 세계가 봉착한 '파멸'의 위기를 구하기 위하여 신화 속 숙명과도 같은 시지프스의 헌신을 내세운 판타지 장르물의 주인공으로 조승우가 돌아왔다. 언뜻 보면 쓰레기장 같지만 그 무엇도 한태술의 의지가 아닌 것이 없는 토니 스타크의 저택이 부럽지 않은 요쇄와도 같은 저택에 사는 그러나 이사회에 얼굴 한번 비추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 같은 제 멋대로인 괴짜 과학자이자 사업가가 이번에 그가 분한 주인공이다. 

한태술에게서 <비밀의 숲> 황시목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후드티나 남방을 입고 말끝마다 '뽕선아'를 외치며 너스레를 떠는  한태술은 수다쟁이 토니에 더 가깝다. 하지만, 10년 전 죽은 형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한 채 수시로 약병을 여는 그의 이상적 행동에서는 늘 '정상'이라는 바로 미터에서 조금은 비껴난 캐릭터의 연주에 능한 조승우의 장기가 발휘된다. 

2회가 끝나서야 기차역에서 만나게 되는 주인공, 미래에서 온 인물들이 '밀입국자'로 취급되어 단속대상이 되고, 그와 접촉한 인물들이 '처리'되는 상황은 모호하다. <주군의 태양>, <푸른 바다의 전설>의 진혁 피디가 야심차게 시도한 디스토피아 판타지 장르물의 서장에서 확고하게 중심을 잡아가는 건 여전히 조승우라는 배우의 연기이다. 


 

슈퍼맨이 된 김래원?
<해바라기> 이래 김래원에게 어울리는 모습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처절하게 얻어맞는 '연민'의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 <펀치> 속 박정환 역시 개천에서 난 용, 검사가 되었지만 그의 야망은 하늘이 그에게 준 '생명'의 시간과 세상이 그에게 허락하지 않은 권력의 한계 속에서 역시나 무참하게 짓밟혔고, 그로 인해 김래원은 빛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게 짓밟히지 않는다. 다종의 강력한 dna를 가진 생명체들의 집합체로서 '괴물'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dna를 백 명의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장렬히 '산화'할 운명을 가졌었다. 연구소에서 사라졌어야 할 그는 세상 밖으로 던져졌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억과 '전기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맞바꿨다. 

그를 다시 제물로 삼고자 하는 L.U.C.A프로젝트를 준비한 연구소와 그 배후의 세력, 그리고 그 세력에 의해 다시 연구소로 돌아간 김래원이 분한 지오는 그들의 '고문'과도 같은 실험을 통해 외려 진짜 강한 '슈퍼맨'으로 거듭난다. 

<손 THE GUEST> 김홍선 감독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은 <루카; 더 비기닝>은 윤리를 비껴간 과학을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도달하려는 무리들에 의해 탄생한 이종의 괴력를 지닌 생명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전작 <낮과 밤>과 변별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루카; 더 비기닝>의 중심에는 여전히 짓밟히고 당해도 자신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연민'의 아이콘 김래원이 버티고 있다. 아이를 가진 이혼남이었던 박정환이 세월을 거슬러  웨이브진 장발에 스니커즈를 신고 건물 사이를 뛰어오르는 모습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럼에도여전히 낮고 따스한 목소리로, 하지만 강단있게 괴물이라는 구름이의 말에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지오의 진심어린 눈빛과  대사는 드라마의 설득력이 된다. 




by meditator 2021. 2. 19. 21:28

2월 1일 밤 9시 tvn을 통해 <루카; 더 비기닝>(이하 루카)이 방영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김래원을 비롯하여 <보이스 1>,<손, 더 guesst>를 통해 장르물의 장인이 된 김홍선 감독, <추노>의 작가 천성일, 그리고 <베를린>, <도둑들>의 최영환 촬영 감독의 조합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제목의 루카는 L.U.C.A ,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의 약자이다. 모든 생명체의 기원을 거슬러 가장 원시적인 세포의 단계를 뜻하는 이 조어는 결정적인 순간 두 눈을 파랗게 빛내며 초월적인 에너지를 발생하는 주인공 지오(김래원 분)가 보이는 '괴력'의 기원이 된다.

 

 

2일 방영된 2회에서 이손(김성오 분)과의 격투 과정에서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지오는 의식불명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그의 혈액형 조차 판별할 수 없다. 국과수 오종환(이해영 분) 교수에 따르면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듯하다는 지오의 혈액형, 거기엔 과학적 금단의 선을 넘은 류중권 교수의 연구가 있다. 

루카 프로젝트의 성공작, 지오를 잡아라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과학자 류중권(안내상 분)은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단의 지원을 받아 여러 생물체의 가장 발달한 유전인자를 추출하여 하나의 세포에 넣어 초월적 존재를 만들고자 하는 과학적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언제나 분화 과정에서 실패했다. 유일하게 성공했던 사례가 z시리즈의 10번째 실험 대상자 지오(z-o), 하지만 그 성공은 류중권의 손을 떠났다. <루카>의 첫 장면 의문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의 무리에 쫓기던 한 여성은 지오로 추정되는 갓난 아기를 건물 난간에서 떨어뜨렸고, 그 아기는 2회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지오처럼 스스로 빛을 내며 폭탄처럼 주변을 파괴하며 자신을 지켜냈고 그를 실험대상으로 하는 무리들로부터 탈출했다, 

<루카>는 이렇게 실험 대상으로 인간을 넘어선 능력을 가지게 된 존재 루카, 그 이후 다시는 실험에 성공하지 못한 채 루카를 쫓는 국정원 김철수(박혁권 분)의 하수인들, 그리고 그 배후에 류중권과 김철수를 쥐락펴락하는 황정아(진경 분)가 이끄는 사이비 종교 단체의 두 축의 갈등으로 진행된다. 거기에 어린 시절 지오로 추정되는 아이와 함께 집을 나간 후 실종된 부모님을 쫓는 형사 하늘에 구름(이다희 분)가 끼어든다. 

강력한 세포 분화 과정에서 기억을 잃은 루카와 그를 쫓는 무리들의 대결은 이미 앞선 장르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 김홍선 감독의 장기인 액션씬을 위주로 진행된다. 특히 2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진 루카와 그를 잡으려는 이손, 유나, 그리고 하늘에 구름 사이에서 벌어진 액션 씬은 기존 장르물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좁은 장소라는 딜레마를 역으로 격투를 하는 자의 시선에서 장면을 재구성하며 긴박감을 증폭시킨다. 거기에 세포 분화를 통해 괴력을 발휘하는 전기인간 같은 루카의 특성은  <루카>만의 차별성을 만들어 낸다. 

 

 


낮과 밤, 그리고 루카; 과학적 디스토피아 시리즈? 
그런데 더 비기닝이라며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루카>를 보고 있노라면 동시간대 전작 <낮과 밤>이 떠오른다. 지금은 밤일까, 낮일까 라는 모호한 화두로 16부의 시리즈를 이끌었던 <낮과 밤> 역시 자신의 아이들조차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하얀 밤 마을 프로젝트'가 극중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재력과 권력을 가졌지만, 거기에 더해 영생을 추구하는 무리들이 과학적 욕망에 도덕적 윤리를 넘어버린 과학자 집단과 결탁하여 '하얀 밤' 마을을 배경으로 많은 아이들을 희생시켰던 것이다.  재벌이나, 권력 혹은 조폭이라는 악의 무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 모두가 '과학'을 매개로 하나의 이권 세력으로 뭉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밤'이자, '낮'인 선과 악의 이중 인격을 가진 슈퍼맨들이 탄생한다. 그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던 도정우(남궁 민 분)은 일찌기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하얀 밤 마을을 몰살시켰고, 여전히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공교롭게도 <루카>와 <낮과 밤> '과학적 윤리의 선을 넘어선 '연구'로 부터 주인공들이 '잉태'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 연구의 성공이자, 목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연구를 하는 단체로부터 '튕겨져 나와' 단체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그 싸움의 '수단'은 바로 그들이 '연구의 성과'로 얻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능력'이다. 

<낮과 밤>의 도정우는 탁월한 지적 능력으로 영생의 공식을 만들어 내는 한편, 한 사람쯤은 저 멀리 던져버릴 정도의 괴력과 건물 전체의 전기를 껐다 켰다 하는 염력 등을 발휘한다. 그의 '아킬레스 건'이라면 늘 사탕으로 위장한 진통제를 입에 물고 다녀야 할 만큼 뇌동맥류의 위험과 지킬 앤 하이드처럼 '밤'이라는 상징으로 드러난 '그림자'와 같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측면이다. 

반면 지오의 경우, 아직 그의 능력 전체가 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강력한 세포 분화를 거듭하며 신체적 능력이 증폭 되어가고 있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회복할 만한 능력을 가짐은 물론 1회에서 죽어가는 하늘에 구름을 살리는 전기 충격 정도에서부터 2회에서 보여지듯이 철로를 휘고, 열차를 멈출게 할 정도의 괴력을 가진다. 그의 아킬레스 건은 강력한 세포 분화 과정에서 뇌세포가 타버려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슷한듯한 설정을 가진 <낮과 밤>, 그리고 <루카>, <낮과 밤>은 주인공과 같은 하얀밤 프로젝트의 희생물이자 성과물인 능력자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 수사를 통해 과학적 욕망의 실체에 접근해 들어간다. 반면, <루카>는 1주일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루카를 잡기 위한 총력전을 통해 쫓고 쫓기는 액션 장르로서의 특성을 드러낸다. 거기에 남궁님과 김래원, 믿고 보는 두 중견 배우의 걸출한 활약에 의지하는 바에 있어서도 두 작품은 공통점을 가진다. 

비록 시청률면에서는 흡족하지 않았지만 신선한 이야기였다는 <낮과 밤>, 5% 후반대의 안정적 시청률로 첫 발을 내딛은 <루카>는 작품성과 시청률 두마리의 토끼를 얻을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21. 2. 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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