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tvn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피리 부는 사나이>는 2014년의 화제작 <라이어 게임>의 김홍선 피디와 류용재 작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카이타니 시노부의 일본 만화 원작에 대한 우려를 가장 잘 각색된 번안 드라마라는 평가로 응답했던 <라이어 게임>은 그 화제성과 함께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김홍선, 류용재 콤비가 선택한 건, <라이어 게임>이 아니라, 3월 7일 첫 선을 보인 <피리 부는 사나이>이다. 


물론 전작인 <치즈 인더 트랩>이 용두사미의 결말로 인해 물의까지 빚는 상황을 자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중파에 비해 다양한 장르와 작품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믿고 보는 tvn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거기에 전작 <라이어 게임>으로 인한 기대, 거기에 역시나 믿고 보는 배우 신하균의 tvn최초 출연, 덤으로 시도때도 없이 거의 홍수 수준으로 cj 케이블 각 채널을 통해 쏟아진 홍보 영상으로,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첫 선을 보인 <피리부는 사나이>는 어땠을까?
드라마의 시작은 두 갈래로 시작된다. 동남 아시아에서 발생한 인질극을 해결하기 위해 현지로 급파된 기업 협상가 성찬(신하균 분)과 경찰 특공대에서 위기 협상팀으로 자리를 옮긴 여명하(조윤희 분)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화면은 동남아시아의 화려한 볼거리와 인질 협상의 긴밀한 상황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극의 비중면에서 결코 성찬의 이야기에 밀리지 않고 진행되는 여명하의 이야기로 보았을 때, <피리부는 사나이>를 이끌어 가는 건 서로 다른 칼라를 지닌 주성성찬과 여명하 두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1회 마지막 경각에 따른 애인의 목숨을 앞에 두고 자신이 동남 아시아 인질 협상에서 했던 진실을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고백하는 주성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인을 볼모로 잡은 인질은 물론, '피리부는 사나이'에게도 '협상'의 기계라고만 오해받듯이, 극중 성찬은 능수능란한 협상전문가이지만, 1회 마지막이 애인의 죽음이듯이, 그것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자초하고 만다. 그런 그에 비해, 이제 막 위기 협상팀에 배치된 여명하는 훈련 과정에서 인질과 인질범의 숨겨진 진실을 간파하는 모습을 통해, 그녀가 본능적으로 '진실'에 대한 밝은 눈을 가진 인물임을 통해 성찬에 대비시킨다. 

능수능란한 성찬과, 아직은 풋내기에 불과하지만 '진실'에 밝은 여명하, 이 두 대비되는 캐릭터에서 연상되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라이어 게임>의 천재 사기꾼이었던 교수 하우진(이상윤 분)과 무직의 고액 채무자이지만, 진심으로 그 모든 역경을 헤쳐가던 남다정(김소은 분), <라이어 게임>의 두 주인공이다. 마치 '버전이 바뀐' 하우진과 남다정처럼, '협상'이라는 판에 전혀 다른 캐릭터 주성찬과 여명하가 등장한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만이 아니다. 익숙한 목소리도 돌아왔다. 
<라이어 게임>은 몰래 카메라와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선출된 참가자들의 최종 라운드 100억을 향한 진실 게임을 드라마화 한 작품이다. 거기서 매 라운드 게임의 진행을 알리던 그 목소리, 강압적이며, 단호했던 그 낮은 목소리가, <피리 부는 사나이> 1회, 주성찬의 핸드폰 속에서 울려 나온다. 매 라운드 참가자들의 목줄을 쥐락펴락 하던 그 목소리가, 이제 주성찬의 애인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며 주성찬의 멱살을 잡으며 '진실'을 운운한다. 진행자의 자비없는 목소리 뒤로 벌어지던 생과 사를 가르던 '라이어 게임'은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익명의 존재로 주성찬과 곧이어 여명하까지 역시나 생사의 갈림길에 선 또 다른 게임의 전선에 내몰듯하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협상'이라는 소재를 차용해 왔지만, 1회에서 애인의 생명 앞에서 무기력한 협상 전문가 주성찬과, 그런 그는 물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인질범조차 쥐락펴락하며  '게임'과도 같은 한판 승부를 펼치는 어떤 인물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피리부는 사나이>가 단순한 협상 어드벤처물이 아닌, 협상이라는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한 <라이어 게임>과 같은 심리 추적극이 될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본 원작 보다도 훌륭하다는 평을 받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된 <라이어 게임>의 주제 의식도 이어진다. <라이어 게임>은 드러난 현상은 100억 상금을 둘러싼 인간들의 쟁투였지만, 매 라운드라운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승자 독식 사회 대한민국의 민낯이었다. 그저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피리부는 목소리라는 상징적 존재만이 아니라, 극중에 삽입된 피리부는 사나이 우화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용산 참사 혹은 쌍용차 진압 작전이 연상되는 장면은, <피리 부는 사나이>가 그저 협상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가 아님을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주제 의식은 극중 협상의 사례로 오정학 팀장(성동일 분)이 '유전무죄' 지강헌의 영상을 사용한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즉, 오정학 팀장은 지강헌 사건을 당대의 화제가 된 인질 사건이 아니라, 자신들의 억울함을 그 어느 곳에서도 호소할 수 없는 극한에 몰린 가지지 못한 자의 '한풀이'로 설명해 낸다. 또한 주성찬의 인질 협상의 이면에서도 우리 사회 가진 자의 전횡과, 가지지 못한 자의 억울한 죽음은 이어짐으로써, <피리부는 사나이>가 그런 우리 사회의 폐부를 <라이어 게임>이 강도영(신성록 분)을 통해 그러했듯,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위악적 존재를 통해 풀어낼 것임을 예고한다. 

시즌2에 대한 부담 대신, 판을 달리 벌리면서, 시즌1의 캐릭터와 주제 의식을 이어간, 1회의 '<피리부는 사나이>, 김홍선, 류용재 콤비의 또 다른, 버전을 달리한 <라이어 게임>이 기대된다. 

by meditator 2016. 3. 8. 05:59

tvn의 드라마 <라이어 게임>이 12부작으로 종영했다. 전회보다 0.2% 상승한 1%의 시청률(닐슨 코리아)로 종영한 <라이어 게임>은 종영도 하기 전에 시즌2에 대한 요청이 자자할 정도로, 수치로는 설명할 길 없는 인기를 누렸다. 그런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마지막 회, 악의 축이었던 강도영(신성록 분)이 호송 도중 실종되고, 하우진(이상윤 분). 남다정(김소은 분)에게 진짜 라이어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전화가 옴으로써, 시즌2의 도래를 예고했다.

 

카이타니 시노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미 <지니어스 게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메이크 <라이어 게임>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드라마 <라이어 게임>은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리메이크 드라마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내었다. 일본 드라마 <만능 사원 오오마에>를 <직장의 신 미스김>으로 리메이크 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의 문제, 비정규직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내 찬사를 받은 바 있듯이, <라이어 게임>은 일본 원작의 게임을, 우리 실정에 맞는 게임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를 거울처럼 비추는 듯한 정황을 역시나 실감나게 그려냈다. 정리 해고 게임을 통해, 정리 해고의 진정한 해법에 대한 고민을, 대통령 게임에서는, 진실의 중요성보다, 권력과 금권의 향배가 좌우하는 대통령 선거의 실체를, 그리고 밀수 게임을 통해, 통일에 대한 제언까지, 일본 드라마가, 돈 100억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려내는데 치중했다면, 리메이크 <라이어 게임>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그려내는 바로미터로서의 매력을 더했다.

 

 

그렇게 사회적 비판까지 곁들이며 진행되던 <라이어 게임>은 11,12회 마지막 게임 '라스트맨 스탠딩'을 통해, 그간 이 게임에서 악의 축으로 자리잡았던 강도영이, 무리를 해가면서 까지 '라이어 게임'을 진행해온 이유를 드러냈다. 즉, 거짓말 게임을 통해, 강도영과, 남다정, 그리고 하우진의 진실을 향해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강도영의 집착과 달리, 어린 시절 그들이 함께 했던 기억을 잃은 하우진과, 남다정은 그들이 함께 하우진의 엄마(김영애 분)가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함께 생활했던 사실을 들추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들추어진 기억 속에는, '엄마'라 함께 불렀지만, 결국은, 고아원 원생과 친아들이었기에 갈라진 강도영과 하우진의 인생 행로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했던 두 사람, 어려워진 고아원 운영때문에 입양 브로커가 내민 손을 외면할 수 없었던 하우진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을 제외한 강도영의 입양을 허용하고 만다.

부유한 미국인 교수 부부라는 입에 발린 거짓말과 달리, 사실은 월든2라는 심리 실험의 대상자가 된 강도영은 심리 분석의 대가가 된 하우진조차 그 속을 읽을 수 없는, 아니 속이 비어버린, 공허한 실험기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강도영은 그렇게 갈리어진 운명을 복기하기 위해, 그 날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써 남다정과 하우진을 <라이어 게임>으로 초대하여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끌고 왔다.

진실을 알고 스스로 아들의 손을 놓아버린 하우진의 엄마와 달리, 어린 시절, 엄마가 한 일을 알고, 엄마의 손을 놓았던 아들 하우진은, 마지막 라운드, 남다정의 총구 안에서 발사될 자신이 장전한 진짜 총알 앞에 초연하게 가슴을 들이대는 강도영을 구하며 뒤늦은 사과를 구한다.

함께 입양된 아이들이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자신을 비워내고 심리 실험 기계가 된 채 살아남아 절대악이 된 강도영과, 그런 그를 애증으로 바라보는 하우진의 사연, 그런 과정에서 '믿음'을 시험받는 남다정의 사연은, 이해하면 할 수록 애절하지만, <라이어 게임>은 그것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감정을 극대화하여 드러내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신파조을 삼간 채, 담백하게, 게임의 배경으로 그려내어, 여운을 남긴다. 악역의 사연은 존중하되, 악역의 미화는 삼간, 균형점을 <라이어 게임>은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았다.

또한, 착한 남다정에서 시작되어, 고아들을 거리로 내몰 수 없어, 입양 브로커의 거짓말에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어, 결국 처절한 보복을 받게 된  하우진의 엄마까지, 그저 사람을 믿고 살고 싶어하는 진실된 존재, 혹은 진실된 삶의 딜레마 역시 적나라하게 그려내었다.

 

리메이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재창조된 <라이어 게임>의 보는 맛을 더한 것은, 이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 연기자들 덕분이다. 잘 다듬어진 각본, 그리고 그 각본을 한층 더 맛깔나게 살려낸 연출 덕분에, 연기자들 조차,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미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소시오패스연기를 인정받은 강도영 역의 신성록은 <라이어 게임>을 통해 <별에서 온 그대>의 이재경을 뛰어넘는 악역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재경과 유사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그저 소시오패스의 흉내를 내는 듯하던 연기를 넘어,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속이 텅빈 강도영을 실감나게 그려내었다.

악의 축으로서 강도영의 신성록이 있다면, 그의 맞은 편에서, 감옥까지 다녀온 천재 심리학자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 하우진 역의 이상윤이 있다. 이 사람이 이런 배우였나 싶게,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부잣집 막내 아들같기만 하던 애매한 이미지를 이상윤은 <라이어 게임>을 통해 한방에 날려 버리고, 하우진이란 의심스러운 전력을 가졌지만, 믿고 싶은 다층적인 캐릭터를 진솔하게 그려내었다.

하우진, 강도영만이 아니다. 조달구 역의 조재윤, 제이미 역의 이엘, 불독 역의 이철민, 장국작 역의 최진호까지, 매력있는 조연들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라이어 게임>의 재미는 한층 반감되었을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1. 26. 11:04

1월 17,18일에 방영된 <라이어 게임>, 동쪽 나라와 서쪽 나라로 나뉘어진 두 팀은, 상대방의 돈을 '밀수'하여 더 많이 챙기쪽이 이기는 게임을 진행한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진 동쪽 나라와 서쪽 나라 게임 형태를 보고,  조달구(조재윤 분)는 흡사 동독과 서독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하우진(이상윤 분)은 뭘 그리 멀리 찾을 게 있냐고 덧붙인다. 그렇다. 말이 동쪽나라와 서쪽 나라지, 서로 멀찍이 떨어진 두 게임 영역, 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오갈 수 없는 조건,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만이 나서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 이제는 통일된 동독과 서독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대, 한반도의 상황을 고스란히 빗댄 것이다.

그런데, 이 게임의 이름이 '밀수' 게임이다.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빗대어 게임 형상을 만들어 놓고, 게임의 방식이 '밀수'라니. 군사력이 아닌, 누가 더 상대방의 부를 몰래 빼내어 오는가가 게임의 방식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의 조력자를 얼마나 많이 구워삶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 결국은, '돈'이, '부'가 승패의 갈림길을 결정한다. 

두 나라의 게임 참가자들은, 매번 주어진 순번에 따라, 가방에 돈을 넣어가지고 가서, 상대방과 협상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런데 재밌는게, 싸들고 간 가방 속이 협상의 관건이 된다. 가방 속 돈의 액수가 얼마인가 알아맞추는 것과, 그것을 알아맞추지 못하는 것, 혹은, 애초에 가방에 얼마를 쌀 것인가 등이, '거짓말 게임'의 묘미를 드러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남북 관계를 비롯한 수많은 외교적 협상 테이블의 실상이다. 적이 생각한 것보다 적게 가지고 나가서도 문제요, 내가 가지고 나간 돈의 액수를 적이 대번에 알아맞추듯이, 내가 가진 패를 상대방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도 협상에선 낭패이다. 그 어떤 경우의 수도, 나의 의도를 적에게 읽히지 말아야 하며, 적의 의도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결국 '밀수'를 목적으로 진짜 속고 속이는 진흙구덩이에 함께 나뒹구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속일 것인가, 혹은 상대방보다 조금 더 나은 패를 가질 것인가로 딜레마에 빠졌던 상황을 타개한 것은, 언제나 예의 '남다정 식' 진심이다. 
즉, 서쪽 나라는 동쪽나라의 돈을 모조리 인출한다. 하지만, 서쪽 나라 사람들은 그 돈을 가지고 올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강도영의 독재에 시달리는 나머지 참가자들이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에게, 서쪽나라는 이번 라운드 게임에서 이긴 상금을 줄 것을 약속한다. 물론 그 약속은, 남다정이 하는 약속이기에 신뢰성을 얻는다. 즉, 서쪽 나라는 게임에서 이기지만, 그 상금은, 자신들에게 협조한 동쪽나라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이, 서쪽 나라의 '필승' 전략이다. 

이 서쪽 나라 필승 전략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그간 수차례 게임 과정에서 보여준 남다정의 신뢰이다. 정리해고 게임에서도 승자가 되었으면서도 부를 독식하지 않고, 자신의 불리함을 감수하고서도 게임 참가자들과 나누었던 남다정이기에, 독재자 강도영을 배신하는 피 말리는 상황에, 동쪽 나라 나머지 게임 참가자들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그런 그들에게 제공하는 약속된 '부'이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그들에게 강도영이 줄 수 없는 부를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부는, 서쪽 나라 참가자들의 '희생'에 기반한다. 

이렇게 상호간의 신뢰와, 원하는 경제적 부에 대한 약속으로 서쪽 나라의 필승 전략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강도영의 수는 이들을 넘어서는 듯 하다. 자기 수하의 세 사람의 배신을 감지한 강도영은 카드를 가지고 그들을 농락하고, 오히려 서쪽 나라의 제이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물론 제이미가 결국 남다정의 한 마디, 당신이 배신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바로 당신 자신뿐이라는 한 마디에, 배신을 포기했지만, 게임의 승자는 카드를 모두 손에 쥔 강도영이 된다. 

하지만, 그런 강도영에게 남다영은 주변을 보라고 한다. 카드를 모두 손에 쥔 강도영, 하지만, 그의 주변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그의 수하였던 게임 참가자들조차 이젠 서쪽 나라 게임참가자들과 나란히 서서 그들과 희비를 같이 한다. 그리고 그런 강도영에게 남다정은 '정신승리'라고 비웃는다. 카드만 가졌을 뿐,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가 의기양양하게 인출기에 넣었던 카드조차, 그와 같은 전략을 쓴 하우진으로 인해 쓸수 없는 카드였다. 결국 강도영은 돈도, 사람도 잃었다. 

도식적으로 분단된 국가를 설정해 놓고, 두 국가간의 '치킨 게임'을 다룬 '밀수 게임'의 해법은 외외로 간단했다. 일관된 신뢰와,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원하는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아량,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이장님이 '뭘 자꾸 멕이줘야지'하시던 말씀과, 바람과 해님이 나그네 옷을 벗기는 라퐁텐 우화도 떠오른다. 
그래서, 남다정 덕분에 돈을 손에 쥐고 더 이상 게임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는 동쪽 나라 게임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게임에서 손을 띠면 남다정이 불리해질 까봐 다음 라운드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물론, 남다정이 최종 상금을 타면 함께 나누겠다는 약속의 무지개빛 미래에 대한 기대도 함께. 

극한 심리 추적을 통해 가장 인간 본연의 감정에서 비롯된 '밀수 게임'의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나눔과 베품이었다. '라이어게임'에서 가장 무용할 것 같은 수단이 가장 효능있는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속고 속이고, 상대방의 패를 알기에 전전긍긍하다 그나마 기회도 날리는 아쉬었던 게임 전반부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상황이 더 안타깝다. 일관된 신뢰는 커녕 기왕에 쌓은 신뢰조차도 들어먹고자 애쓰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과연, 우리는 남다정처럼, 혹은 서쪽 나라 사람들처럼, 저쪽 사람들에게 우리의 몫을 나누어 주면서 까지 함게 갈 의지는 있을까? '통일'을 생각하기 전에, 우선 그 질문에 대한 답부터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라이어 게임> 9,10회에 대한 소회다. 


by meditator 2014. 11. 19. 15:01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라이어 게임>과 <지니어스 게임>은 모두 가이타니 시노부의 만화 원작으로 부터 비롯된 작품들이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의 게임을 충실히 반영하며, 게임 속에서 드러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심리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지니어스 게임>이 리얼리티 게임으로, 게임 자체에 충실하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람들간의 심리적 이합집산에 치중하고 있다면, <라이어 게임>은 비록 배경은 LGT사무국에서 리얼리티 쇼로 바뀌었지만, 원작의 캐릭터들이 온전히 살아있고, 거기에, 게임의 호스트가 구체적 인물로 개입되면서, 드라마적 요소가 보다 강화되었다. 특히나,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순수한 여대생 캐릭터 칸자키 나오의 한국 버전인 남다정(김소은 분)의 존재로 인해, <라이어 게임>은 게임 그 이상,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 해볼 여지를 남기는 드라마가 되었다.

 

11월 3,4일에 방영된 <라이어 게임>에서 등장한 게임은 이른바 '정리해고' 게임이다. 이제 게임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남다정을 포함한 여덟 명의 사람들이, 몇 차례의 투표를 거쳐, 서로에게 표를 나누어 주고, 그 과정에서 가장 적은 표를 받은 최후의 한 사람이 게임에서 '정리해고'가 되는 방식이다.

 

그간 게임 과정을 통해,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순수한 캐릭터로 인해, 팬들까지 생긴 남다정은 당연히 생존자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예상된다. 그에 반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게임 상대자를 속이며 살아남은 제이미(이엘 분)은 당연히 정리해고 대상자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제이미가, 남다정을 도와주는 조달구(조재윤 분)와 하우진(이상윤 분)의 존재, 거기에 함께 식사를 한 듯한 강도영(신성록 분)과의 사진까지 제시하자, 여론은 전반대의 방향으로 전환된다. 그러니, 당연히 두 번의 투표 과정에서 남다정이 '정리해고' 대상자로 찍히게 된 것은 당연지사다.

 

 

물론, 여주인공인 남다정은 '정리해고'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 투표를 앞두고 돌아온 하우진이 그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게임의 조건을 이용해, 그녀의 개를 자처하면서 게임의 방향은 달라진다. 지금까지 판을 흔들던 제이미 대신, 하우진의 도움을 받은 남다정이 게임의 중심에 서고, 그녀의 말 한 마디에 '정리해고' 대상자가 정해지게 된 것이다.

 

뜻밖에도 그녀가 고른 '정리해고' 대상자는 실제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는 바람에, 병든 어머니의 병원비도 제대로 못내 고통을 받다 라이어 게임에 참가하게 된 정과장(박노식 분)이었다. 자신이 다시 한번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 정과장은 분노를 뿜어낸다. 회사가 버린 자신을, 게임의 동료들이, 더구나, 그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던 게임 과정에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유일하게 위로를 건넸던 남다정이 자신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결정했음에 대해.

 

그런 정과장에 대해 남다정은 말한다. 당신의 정리 해고는, 그 예전 회사에서 짤린 정리해고와 다르다는 것을.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의 품으로, 병든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자신은 당신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결정했다고.

그러면서, 정과장에게 필요한 만큼의 돈을 자신이 벌어들인 돈 중에서 나누어 준다.

또한 남다정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에게 표를 구걸하여 빚진 나머지 게임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벌어들인 돈을 공평하게 나누어 준다. 먹고 먹히는 게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무엇을 해도 지탄받지 않는 곳에서, 남다정은, 역설적인 결정을 내린다.

 

물론, 거짓을 하지 못해 아버지의 빚을 대신 짊어지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늘 누군가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 남다정은 착하다 못해, 답답하고 바보같은 캐릭터이다. 게임 과정에서, 그녀의 '개'를 자처한 '하우진'이 없었다면 도저히 승리는 꿈도 꾸지 못할 어리석은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내린 자신의 이익조차 포기하는 뜻밖의 결정은, <지니어스 게임>처럼 게임 자체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발견하지 못할 뜻밖의 교훈을 남긴다.

 

하우진은 말한다. 애초에 '정리해고' 게임이 제시됐을 때, 남다정이 제시한대로 모두가 우승 상금을 똑같이 나누어 가지는 것을 약속하고, 그 누구도 정리해고 대상자로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게임의 승리 방법이었다고. 이것은 단지, 게임의 승률을 떠나, 실제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정리해고'에 대한 상징적 금언이 된다. 누군가를 해고 하는 대신, 조금씩 나누어 일하고, 조금씩 나누어 받으면 되는 것, 역시 우리 사회 '정리 해고'의 가장 이상적인 해법이니까.

 

하지만 하우진이 비웃듯이, 사람들은, 그렇게 힘을 모아 모두가 살아남는 가장 안전한 방법 대신,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음으로, 혹은 '내가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하고 싶다는' 이기심으로, 모두가 상생하는 방법 대신, 그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방법을 택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속고 속이는, 제이미의 방식이 다시 한번 판을 치고, 결국 하우진의 도움을 받은 남다정의 트릭에 놀아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즉, 제 아무리 나만 아니면 돼 라고 하지만, 마지막 투표를 앞두고, 모두가, 탈락 대상자가 되듯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게임을 조율하는 누군가에 의해 '장기판의 '졸'과 같은 존재가 될 뿐이다. 기세 등등하던 그들이 남다정 앞에 비굴하게 찾아와 표를 구걸하는 존재가 되듯이 말이다. 결국 나 하나의 약간의 이익을 챙기려던 것이, 나의 존재를 비굴하게 만들고, 정리 해고의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정리해고' 게임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결과가 보여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사회에서 정리해고를 당했던 정과장이 다시 한번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남다정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자신을 얽어매었던 '과장'이라는 직함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본래 이름을 되찾고 웃으며 물고 물리는 게임판을 떠날 수 있었다. 이것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업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고용 유동성이다. 즉, 기업의 입맛에 따라, 혹은 경기에 따라 마음대로 직장 내 인원을 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이에 대해, 고용되는 입장에서 원하는 것은, 그 반대의 고용 안정성이다.

정과장의 게임 내 정리 해고 과정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문제는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제도를 운용하는 방식, 그것을 운용하는 사회가 문제임을 보여준다.

실제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은 높은 고용 유동성을 가진 사회이다. 하지만, 이들 사회의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해고가 되어도, 그들의 삶을 사회가 보장한다. 다음 직장을 위해 사회가 그들을 재교육 시켜주고, 아이들의 교육과 가정 경제를 책임져주기에, 직장에서 밀려나도 사람들이 생존권에 위협을 받지 않는다.

즉, 게임에서 정리해고가 되었지만, 남다정의 도움으로 경제적 위기를 모면한 정과장처럼, 정리해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리 해고 이후의 삶을 보장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정리 해고도 문제가 되지 않음을 드라마 <라이어 게임>은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정리해고가 두려운 것, 역시 재취업이 보장되지 않은, 사회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몰린, 보장되지 않은 삶때문 아닐까. 고용 안정성, 고용 유동성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사회의 복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남다정의 선택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고도 눈감았던 '정리 해고'에 대한 정리를 '정리해고' 게임을 통해 명쾌하게 정리해 준다.

 

착한 남다정은 결국, 아버지의 빚을 갚는 대신, 다음 단계에 진출하는 것을 전제로, 자신이 번 돈을 나머지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를 도왔던 하우진과 조달구의 입장에서는, 아니, 속시원한 결과를 바랬던 시청자들 입장에서 조차, 답답하다 못해 속이 터질 결단이다. 결국 누군가 이기고 지는 게임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그런 조력자들의 우문에, 남다정은, 답을 한다. 누군가에게 빚을 안기고, 자신이 승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그녀가, 우승 상금을 안고 게임에서 빠져나온 순간, 그녀가 승리를 통해 얻은 상금은, 나머지 참가자들에게 곧 빚으로 남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는, 전 단계의 그 누군가처럼, 은행에 자신을 저당잡히거나, 그도 아니면 야반도주를 할 신세가 되고 말 것이기에, 그런 처지를 겪은 남다정은 자신과 같은 처지를 물려주는 결정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밟고 일어서야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 세상에서, 남다정이 보여준 결정은, 우리의 생존 논리를 다시 생각케 한다.

 

아주 원칙적이면서도, 순진무구한 남다정이 내린 결론, 거짓말 게임, 누군가를 속고 속이면서도, 자신만 살아남으면 되는 게임을 통해, 도달한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도와, 힘을 합쳐 살아남는 것이 생존의 지름길이며, 경쟁이 아닌 '상생'이 살 길이라 말한다. 또한 그녀에게서, 사람이 사람을 믿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반문하며 죽어간 어머니의 모습을 느끼며, 그녀의 조력자를 자처하는 하우진처럼, 그리고 조달구처럼, 그녀의 순수함이, 진정한 조력자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경쟁이 아닌, 상생의 과정을 그려낸다

by meditator 2014. 11. 5. 10:59

또 한 편의 일본 원작 드라마가 찾아왔다.

일본의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였던 <노다메 칸타빌레>가 만화적 분위기와 일본의 정서를 한국적으로 걸러내지 못하여 자중지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다메 칸다빌레>에 못지 않게 한국에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라이어 게임>이 tvn의 드라마로 찾아왔다. 더구나, 카이타니 시노부 원작의 만화로 상금 100억을 쟁취하기 위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극한의 심리 드라마인 <라이어 게임>은 이미 tvn의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와 흡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로 돌아온 <라이어 게임>은 일본 원작과, 그리고 <더 지니어스>와 어떻게 다를까?

 

일본 원작 만화와 드라마에서 총 상금 100억을 쟁취하기 위한 게임을 벌인 곳은 LGT사무국이다, 그에 반해 TVN의 드라마는 보다 현실적으로 JVN이라는 가상의 방송국에서 벌이는 리얼리티쇼로 한국적 현실성을 높인다.

 

그에 따라, <더 지니어스>에서 처럼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게임 호스트는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의 강도영(신성록 분)이라는 구체적 인물이 되어 등장한다. 그는 위기를 겪는 JVN방송국과 손을 잡고,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투자자를 끌어들여, 총 상금 100억이라는 무지막지한 게임을 벌인다. 첫 회,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사행성 게임에 시니컬한 기자들을 향해, 광고료 5억을 걸고, 단번에 '라이어 게임'을 이슈로 만들어 버리듯, '라이어 게임'을 넘어 강도영이라는 캐릭터의 존재 자체로 드라마에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이렇듯 드라마로 돌아온 <라이어 게임>은 상금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대립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파헤치는 것과 달리, 게임 호스트를 구체적 캐릭터로 구현한 것처럼, 보다 사연있는 드라마로써 첫 선을 보인다.

 

 

아직은 그 존재의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을 상대로,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인상깊은 강의를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한 후 잡혀가는 심리학과 교수 하우진(이상윤 분)은 원작의 아키야마 신이치와는 다르지만, 이상윤의 캐스팅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여론을 첫 회의 한층 날카로워진 모습과 연기로 논란을 기대로 변화시킬 만큼, 신선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지나치게 순진하고,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라이어 게임에 반강제적으로 휘말리게 된 원작의 여대생 칸자키 나오와 달리, 라이어 게임의 초대장을 받는 과정은 비록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빚에 시달려 사라진 아버지, 그 아버지의 빚 독촉을 대신 받는 처지에서, 고등학교 은사의 부탁을 받아, 참가 결정을 보다 주체적으로 내리는 남다정(김소은 분)의 캐릭터 역시 일본 원작과는 그 주도성에서 결을 달리한다.

 

무엇보다, 일본 원작 만화와 드라마가, 게임 자체를 비밀리에 진행하는 것과 달리, TVN의 <라이어 게임>은 <더 지니어스>처럼 공개 리얼리티 게임이다. 물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사기 등 그 어떤 수단도 용인되지만, 공개 프로그램에서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일본 만화적 색채가 한결 덜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변화된 한국판 <라이어 게이>의 관전 포인트이다.

 

첫 회, 남다은은 거리 한 복판에서 길을 묻는 할머니를 외면하지 못한 채 길을 가르쳐 드리다 할머니의 가방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 가방은 착한 그녀를 '라이어 게임'에 초대하기 위한 초청장이자, 첫 번 째 관문이다. 매일 매일 찾아오는 사채업자의 유혹을 이겨내고, 돈 가방을 들고 경찰서로 향하는 남다은, 가장 정직한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여, 거짓말 게임에 참여하게된, 그 사연과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가 <라이어 게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마치 <더 지니어스> 매 시즌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참가자가 첫 번째 탈락자가 될 가능성이 높듯이, 중가장 정직해 보이는 그녀가, 과연 거짓말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즉, 결국, 진실의 힘이 거짓말이 판 치는 세상에서 무기가 될지, 그것이 <라이어 게임>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이렇게, 첫 선을 보인, <라이어 게임>은 <더 지니어스> 처럼 리얼리티 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가지만, 남다은이라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강직한 하지만, 빚에 시다리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보통 사람들의 대표자 같은 주인공의 사연을 극진하게 설명함으로써, 게임을 넘어 , 드라마로써의 강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첫 회부터, 고등학교 시절, 위기에서 그녀를 믿어주었던 은사님의 배신을 겪는 만큼, 그녀의 앞길이 순탄치 못할 것도 뻔해 보인다. 바로 그런 위기에서, 그 누구도 믿지 않는 하우진과,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남다은의 콤비가 엮어갈 이야기가 기대된다. '러브 스토리'를 배제했다고 하니, 그 어디서 무엇을 하던, 결국은 '사랑 놀음'으로 귀결되고 마는 TVN의 고질병을 <라이어 게임>이 지양할 수 있을지, 그것이 또한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이다.

by meditator 2014. 10. 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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