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부터 시작하여,8월 20일 10부작으로 종영된 <도시의 법칙>, 평균 시청률 2.9%(닐슨 코리아 기준)로 세간의 관심을 얻지 못한 채 조용히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아마도, 조금 더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면 야심차게 또 다른 도시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을 '뉴욕' 시즌, 하지만 2%대의 시청률은 감히 또 다른 도시로의 도전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똑같은 '법칙'임에도 정글의 법칙이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12% 정도의 안정적 인기를 확보하고 있는데 반해, 동일한 제작진이 만든 도시의 법칙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말해야 뻔한 이야기이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도시'와 '정글'의 차이일 거이다. 정글이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조작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날 것'으로서의 감흥을 자아내게 하는 반면, <도시의 법칙>이 추구했던 리얼리티는 일관되게 심심했다. 생면부지의 이방의 도시, 뉴욕은 충분히 생각만으로는  정글 못지 않은 '어드벤처'를 제시할 거 같은데, 정작, 뉴욕팸이 살아냈던 도시는, 어드벤처인 척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감상을 뛰어넘지 못했던 것이다. 

<도시의 법칙>은 <정글의 법칙>처럼 연예인들을 집단적으로 '팸'을 이루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다루었다. 브루클린 허름한 뒷골목, 공장으로 쓰였을 법한 공간에 한 무리의 연예인을 던져놓고 지갑을 뺏은 채 살아보라고 할 때만 해도, 제법 날 것의 생존기가 씌여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이후의 생존기는, 물론 당사자 연예인들의 한국에서의 익숙했던 생활을 벗어나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힘들었겠지만, 그 힘듬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의 정서로 이어지기엔 무리가 있었다. 


20일 방송에서만 해도 그렇다. 패션지 화보 촬영장에 일을 얻으려 간 김성수, 이천희, 백진희 세 사람, 어렵게 일을 얻는가 싶더니, 바로 모델을 뽑는데 간여를 하는 특혜를 얻는다. 게다가 다음 날은 패션지 에디터로써 촬영에 씌일 옷을 고르며 전문 에디터와 충돌하기 까지 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 저런 일도 하는구나? 아니다. 백진희가 20일의 촬영 과정에서 보인 행동은, 마치 회사 ceo의 자식이 하루 회사에 나와 회사원 코스프레를 하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요즘 패션 화보를 찍는데 요즘 패션 트렌드에 대한 관심은 커녕, 오로지 내가 노란색을 좋아하는데, 나는 무늬가 있는 걸 싫어하는데, 나는 힐을 좋아하지 않는데 라는 식으로 접근하다, 전문적으로 그 일을 하는 패션 에디터와 마찰까지 일으키는 백진희를, 과연 누가 뉴욕에서 '생존기'를 쓰는 사람으로 보아줄까? 

안타깝게도 각자 개개인으로 보면 익숙하지 않은 일상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내어 일을 하는 과정이 고생스럽고 힘들었을지는 몰라도, 실제 그들이 하는 일이 보여지는 과정에서는, 백진희의 패션지 촬영처럼 어설프고, 생존기가 아니라, '생존 코스프레'처럼만 보였던 것이다. 다양한 뉴욕의 생활을 보여준다는 이유만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일을 해보였지만, 주만간산식으로 스쳐지나가는 그 일들에 '생존의 진정성'이 쉽게 전달되지 않았다. 정글에서는 하루 종일 숲을 헤치며 겨우 먹을거리를 찾아내야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설사 그것이 조작된 것이라도 그럴 듯해 보였는데, 미국 최고의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에 가서 다짜고짜 일자리를 얻고, 급조한 듯이 보인 그 일 자리라는게 출연자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해 준다는 식이라던가, 스프레이 몇 번 뿌리고 몹시도 고생스러운 일을 한 양, 서로 자화자찬을 벌이는 모습에서, 정글에서 느꼈던 날 것의 생존기는 멀어질 뿐이다. 

당사자들이야, 멀고 먼 타향에 떨어져 매니저들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가는 생활이 고달프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겠지만, 그런 안락함과 익숙함을 벗어났다는 당사자들의 감회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까지 그들의 고군분투가 날 것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던 점이 <도시의 법칙>이 외면받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웃프게도, 그들의 고군분투기보다도, 마지막 회 잠깐 방문했던 이소은이 전한 뉴욕 생활기가 훨씬 더 뭉클했다. 어렵게 공부했던 시카고에서의 생활, 함께 어울리는 문화가 없어서 외로웠던 뉴욕 정착기가, 단지 이소은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데도 훨씬 더 날 것 같으니, 그간의 고생담이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어설프게 연예인들을 데려다 뉴욕에서 사는 척을 할 게 아니라, 진짜 유학생들의 생존기나, 취업기였다면 어땠을까? 


물론, <정글의 법칙>에 숨겨진 수식어, 김병만이라는 존재가 <도시의 법칙>에 존재하지 않은 탓도 클 것이다. 제작진은 출연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그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려고 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캐릭터로 등극하지 못했다. 이는 역으로, 그간 <정글의 법칙>의 인기를 이어갔던 요인이, 어쩌면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아니라, 일찌기 <개그 콘서트> 달인 코너를 통해 김병만 개인이 성취한 진정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해 낸 것일 수도 있다. 즉, <도시의 법칙>에 출연했던 개개인들은 각자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김병만이 가졌던 진정성을 넘을 캐릭터를 획득해 내지 못했다. 허당 천희를 넘어선, 능력자 천희도, 그에 반해 여전히 허당인 존박도, 4차원 정경호도, 야무진 백진희도, <도시의 법칙>안에서는 있었지만, 프로그램을 넘어 세간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마지막 회, <도시의 법칙>은 출연자들 각자가 카메라를 가지고 자신들이 그간 지내왔던 도시를 다시 한번 걸으며 뉴욕이라는 생면부지의 도시임에도, 그곳을 살아가며 서로가 관계를 맺고 어울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도시의 법칙'을 도출해 낸다.  결국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생면부지의 그곳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어울려 살아간다. 빵집에서 부터 시작하여, 마트, 미장원, 드라마 촬영장까지, 그리고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공원, 마라톤 경주 코스까지, 10회에 걸친 분주했던 뉴욕 관찰기, 생존기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생담을 통해 다가온 뉴욕 생활기는 안타깝게도 이소은의 몇 마디 뉴욕 거주기보다도, 어설펐다. 


by meditator 2014. 8. 21. 11:01

에일리까지 합류한 여섯 남녀들의 뉴욕 생활이 4회차에 접어들었다. 주변 탐색을 끝낸 이들 뉴욕팸은 이제 생활을 위해 뉴욕커들의 생활 전선에 뛰어 들었다. 말이 통하지 않은 김성수는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퀵서비스를 하고, 비련의 여주인공 백진희는 눈치를 보며 컬러스프레이를 뿌린다. 지각을 한 이천희는 그 감당을 하느라 그 어느때보다도 열심히 사포질을 하고, 정경호는 미드를 제작하는 공간에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 한다. 


4회에 들어선 <도시의 법칙>,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 허름한 건물에 떨궈진 채  지갑마저 빼앗긴 출연자들은 혼란스러워했던 것도 잠시 진짜 뉴요커로 거듭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생활해 간다. 덕분에 먼지가 풀풀 날리던 건물은 조금씩 사람사는 냄새가 나고, 입도 뻥긋하기 힘들었던 언어는 '호구지책'이 '궁여지책'이 된 듯 능력을 발휘한다. 

난생 처음은 아니더라도, 뉴욕이라는 도시를 여행이 아닌 잠시나마 뉴요커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한국의 연예인들은 최선을 다해 도전한다. 일뿐만 아니다. 즉석에서 탄생한 에일리의 <도시의 법칙>로고송처럼 함께 하는 시간 역시 충만하다. 어디 그뿐인가,  4회 마지막을 장식한 마라톤 대회처럼 10초 이상 뛰어본 적이 없는 에일리마저 함께 그 시간을 충실히 완수해 냈다. 


<도시의 법칙>을 보고 있노라면, 뉴욕에 떨어진 연예인들이, 연예인이었던 특별한 위치에서 벗어져 나와, 이른바 '뉴욕팸'의 일원으로 충실히 미션들을 수행해 나간다는데 이의를 제기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뿐이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즐겁게 생활하는데, 거기서 그친다. 그들의 일, 그들의 놀이 속에서 시청자들까지 이어지는 공감은, 4회에 이르렀는데, 여전히 글쎄다. 아마도 나날이 떨어져 가는 <도시의 법칙> 시청률은 바로 그들의 뉴욕 체험기가 시청자들의 공감까지 이르지 못하는 '불통'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선 <도시의 법칙>이 보여주는 뉴욕이라는 도시는 어떨까? 첫 회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내린 뉴욕은 우리가 몇 개의 다리로 연결된 지역에서 보여지듯이, 우리가 '뉴요커'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그 화려한 도시 이상의 여러 지역을 포함한다, 그 중 출연자들이 머무르게 된 맨하튼에서 한참 떨어진 거리는 뉴욕이지만 뉴욕이 아니다. 하지만 그뿐이다. <도시의 법칙>은 출연자들이 머무르는 그곳에 대해, 그렇게 뉴욕이다, 아니다, 뉴욕이 그것만은 아니다. 이런데도 있다 라는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맨하튼이 아니다. 뉴요커의 그곳이 아니다. 그 이상의 정취를,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런데서 한번 지내보고 싶은데? 라는 마음이 들 정도의 정취를 자아내지 못한다. 뉴욕이든, 맨하튼이든, 미국의 그 어떤 다른 도시이든, 크게 차별성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4회에 이르렀는데도, 그저 여전히 영어를 쓰는 이방의 도시 그 이상의 낯섬을 넘어서지 못한다. 

도시가 여전히 생경하듯,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호구지책'을 위해 여러가지 일들을 하는데, 미션이상, 뉴욕의 도시에서, 그들이 그런 일을 하는데, 한국의 연예인이 이런 일을! 하는 이상의 의미를 발견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이제 좀 알아준다는 이천희가 이국 목수 공방의 커다란 문짝을 사포질을 해도, 한국에서 좀 알아준다는 정경호가 '미드'가 만들어지는 스튜디오에서 고생하는 한국의 스탭들을 떠올리며 이국의 스탭들의 수발을 들어줘도, 김성수와 백진희가 허드렛일을 해도 그뿐, 그들이 왜 굳이 뉴욕까지 가서 '사서 고생을 하는' 공감이 딱히 전해져 오지 않는다, 그들은 힘들고, 즐겁고 한데, 그뿐이다. 

엄밀하게 공감의 근거는 없다. 그저 <도시의 법칙>이란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그 첫 여행지로 뉴욕이 정해지고 거기에 김성수를 비롯한 다섯 명의 연예인들이 던져졌을 뿐, 하지만, 그것이 기왕에, 프로그램으로 주중 11시에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 다섯 명의 이유없는 뉴욕 정착기가 이유있는 듯이, 무작정 뉴욕 거주기가 필연적인 운명처럼 느껴지게 하는 그 무엇을 부여해 주어야 하는데, 아직도 <도시의 법칙>에서는 그게 딱히 잡혀지지 않는다. 출연자들은 살기 위해 뉴욕의 생활을 이것저것 부닥쳐 보는데, 그들의 고생을 지켜보는 관음의 즐거움도, 고생 끝에 얻은 '낙'에 대한 공감도 아직 <도시의 법칙>에서는 미지수다. 출연자들만 부산스레 돈을 버느라 고생하고, 번잡스러운 상황처럼만 보인다. 

출연자들에 대한 감정 이입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의 법칙>은 섣부르게 뉴욕 생활에 천착하겠다며 어설픈 외국 이름을 들먹인다. 그렇다면 혹시나 <도시의 법칙>이 계속 생존하여 일본이라도 가게 된다면, 거기선 미찌코며, 히로부미며 하는 이름들을 지을 것인가? 영어 유치원도 아니고 이방의 이름짓기가 <도시의 법칙>의 무리수인지, 개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르기 편하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낯선 이방의 잭이며 스캇이, 이 프로그램의 정을 들이는데 방해가 되는건 사실이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도시의 법칙>은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다 그렇듯 분주하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잡기에 앞서 나간다. 마흔줄의 김성수는, 어느 틈에 어르신이 되었고, 백진희는 무한 긍정 막내이며, 정경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능 기대주다. 그런데, 이 발상 자체가 이젠 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또 다른 예능에서 한번쯤은 써먹었던 뻔한 캐릭터라는 거라는데 함정이 있다. 왜 나이가 좀 있으면 고리타분한 어르신이 되며, 막내는 언제나 무한 긍정이고, 신참은 신선한 캐릭터인지? 이렇게 앞서 나가며 지레 이름표 붙이듯이 지명한 캐릭터들이, 오히려, 김성수, 백진희, 이천희, 정경호 라는 인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방해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앞서나가는 캐릭터 만들기에 한 술 더 떠서 <도시의 법칙>은 관계 만들기에도 앞장 선다. 2회에선 백진희의 이천희 앓이를 만들기에 골몰하더니, 4회에선 백진희와 문의 핑크빛 모드에 열중한다. 물론,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새로운 인간 관계가 빚어내는 분위기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백미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시청자보다 앞서 나간다는데 있다. 시청자가 보기에, 이천희가 허당 천희인 줄 알았는데, 뚝딱뚝딱 못하는게 없고 멋진 남잔데? 라고 느끼기도 전에, 프로그램이 먼저 설레발을 친다. 이 남자 멋지다고, 정경호도 마찬가지다. 잘생긴 배우로만 알았는데 대뜸 수염부터 기르고 나와서, 이 사람 뭐지? 하는데, 자막이 먼저 예능 기대주라며 호들갑을 떤다. 유일한 여성 멤버 백진희는 제일 바쁘다. 이천희를 멋있다고 하다가, 어르신과 함께 낯선 뉴욕 생활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다, 이젠 문과 러브라인도 만들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둘이 좀 붙어있네 싶은데, 프로그램은 혼자 하트 뿅뿅이다. 이렇게 앞서 나가 관계를 설정해 버리니, 정작 할 말이 없다. 결론이 이미 났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가 뭔 소용이란 말인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과정은 어쩌면 콜롬부스의 신대륙 못지 않은 발견의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콜롬부스는 신대륙을 발견했지만, 죽은 순간까지 자신이 갔던 곳이 인도인 줄만 알았다고 한다. <도시의 법칙>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책상 위의 기획안에서 생각했던 메뉴얼을 넘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뻔한 정석을 넘어, 진짜 그들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빚어냈던 진짜 이야기에 천착해야, 시청자들도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도시의 법칙 in 뉴욕>의  in 뒤에 붙여질 지명들의 수가 점점 더 줄어들을 가능성이 높다. 


by meditator 2014. 7. 3. 11:31

6월 11일 sbs의 <도시의 법칙 in NEW YORK>이 첫 선을 보였다. 정글의 법칙 도시판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뉴욕 생존기를 다룬다. 물론 단순 여행은 아니지만, 뉴욕이라는 이국의 도시로 떠나간 사람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긴' 여행기에 가깝다. 그에 앞서, 6월 9일과 10일 양 일간에 걸쳐 <SNS  원정대 일단 띄워>가 방영되었다. 명목상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오로지 SNS에 의지하여 브라질을 문물과 먹거리를 체험하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SBS만이 아니다. MBC는 지난 5월 30일부터 <7인의 식객>이라 하여, 이른바 스토리가 가미된 음식 기행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봄 개편을 맞이한 공중파 예능들은, 현재까지 KBS를 제외하고, MBC와 SBS가 각가 한 두개씩의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왜 하필 지금 여행 예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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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런 여행 관련 예능의 시도에 있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나영석 피디가 만든 '꽃보다' 시리즈일 것이다.  과연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시리즈가 트렌드 상품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지 않았다면 이렇게 여러 개의 여행 예능이 거의 동시에 출격할 수 있었을까. 그저 여행을 하는 형식만이 아니다. <도시의 법칙>이나, <SNS원정대 일단 띄워>나, <7인의 식객>까지 내용면에서도 <꽃보다> 시리즈에 빛을 지고 있다. 

무엇보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본적 전제 조건은 두 말하면 잔소리겠다. 그런데, 누가 여행을 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영서 피디의 <꽃보다> 시리즈는 기존 예능의 틀을 한 단계 뛰어 넘었다. 이른바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등 인기 MC는 물론, 그들을 대체할 만한 내로라하는 MC진들의 주도 없이,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 등, 예능은 물론, 연예계 자체에서도 뒷방 신세이던 할배들을 프로그램 전면에 끌어들였으며, 그들의 조력자로, 기껏해야 <1박2일> 게스트 경험만 있었던 이서진을 '짐꾼'이라는 희한한 캐릭터로 등장시킴으로써, 신선한 예능의 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성공은, 그에 이은, 하지만 사실 할배 시리즈에 비해서는 맛깔난 재미는 덜했지만, 할배 시리즈가 안정정 성공을 거두었기에 접고 보아줄 수 있는 <꽃보다 누나> 시리즈가 가능했다. 

이렇게 그간 예능이라면 늘 있어야 할 것만 같았던 존재인 MC, 그것도 개그맨 출신의 MC없이, 예능에서 낯선 연기자 출신들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 프로그램을 만듬으로써 나영석 피디는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도시의 법칙>, <SNS 원정대 일단 띄워>, <7인의 식객> 들의 출연자들의 면면도 김성수, 정경호, 백진희, 오만석, 서현진, 김민준, 이영아 등 신선한 연기자 출신들이 대다수다. 

(사진; 7인의 식객 중, OSEN)

<꽃보다 누나> 시리즈에서 후배 이미연은 늘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과연 자신들이 어디까지 보여주어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선배 윤여정에게 털어놓는다. 그런 후배의 고민에, 윤여정은, 자신들이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 온전히 날 것만은 아닌, 연기와 리얼의 경계에 놓여 있음을 지적한다. 즉, 연기자 출신 리얼리티 출연자들은, 각각 배우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실제와 연기의 경계 선상에서, 보다 풍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풀어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서 짐꾼 이서진, 직진 순재 등의 캐릭터의 성공이 바로  그런 연기자이기에 가능한 지점이었다. 시청자들은 몰래 카메라를 통해 보여진 이서진의 면면이 100% 그의 실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그 상황을 수용해낸 연기자 이서진의 진솔한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진짜인듯, 진짜가 아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간 연기 외에는 방송을 통해 노출이 되지 않은 배우들이기에 가능한 매력들이다. 

후발 주자로 출발한 <도시의 법칙>, <일단 띄워 SNS 원정대>, <7인의 식객>은 선배인 <꽃보다> 시리즈의 이 성공 사례를 충실히 답습한다. 상황을 벌여놓고, 그 상황 속에 던져진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배우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매력과 재미를 끌어내고, 그것을 프로그램의 주된 흥미 요소로 끌어 가고자 한다. 그래서 <도시의 법칙>은 예능 블루칩으로 가장 예능에서 낯설은 정경호를 밀고, <SNS원정대 일단 띄워>는 소탈한 오만석과, 자유인 김민준, 야무진 서현진의 매력을 발굴하는데 공을 들인다. 묘하게도 세 프로그램 모두에서 여성 캐릭터인 이영아, 서현진, 백진희는, 남성 못지 않은 털털함과 당당함으로 자리매김하며, 여행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간다. 

또한 <꽃보다> 시리즈의 주된 흥밋거리는, 흥청망청 여행이 아닌, 이른바 '배낭여행'으로서의 조건적 제한이다. 노년의 할배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배낭 여행'이라는 컨셉에 따라, 적은 돈을 가지고, 스스로 여행지와 맛집을 찾아다니며 벌이는 '고생'이 이심전심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로라 하는 인기인이지만, 그 사람들이 낯선 이국땅에서는 나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그 고생담의 공감이, 거기서 빚어지는 진솔한 인간적 매력들이 시청자들을 흡인시키는 매력이 된다. 

그리고 <꽃보다> 시리즈를 벤치 마킹한 후발 주자들은 빠짐없이 이런 요소들을 포함시킨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생존기라며, 가지고 있는 돈과 핸드폰부터 빼앗아 버리는 <도시 법칙>이나, 여행의 극과 극을 보여주겠다며, 배낭 여행팀을 정하고, 적은 돈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미션을 마쳐야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그 어드벤티지 조차도 과연 정말 어드밴티지조차 의심이 되는) 극한의 조건을 제시한다. 어떤 도움없이 SNS에만 의존해 여행을 가야 하는 <SNS 원정대 일단 띄워>의 모습은, 핸드폰에 의존해서 갈 길을 찾던 <꽃보다> 시리즈의 짐꾼이 연상된다. 
(사진; SNS원정대 일단 띄워 중, 오마이스타)


이렇게 <꽃보다> 시리즈로 부터 시작된 여행 예능은, 이제 <도시의 법칙>, <SNS원정대 일단 띄워>, <7인의 식객>을 통해 만개하고 있다. 케이블의 아이디어를 공중파가 답습하거나, 확산시키는 컨텐츠의 역전이다. 
물론 <꽃보다> 시리즈 이전에도 무수한 여행 예능이 있었다. 하지만,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은 단지 여행을 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연예인의 날것의 모습을 통해, 나이가 들거나, 젊거나, 혹은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상관없이 인간 본연의 매력을 깊이있게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에 새삼스레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열정적인, 하지만 지는 석양의 아름다운 노을을 보는 듯한 안타까움에의 공감때문이 아니었을까? 후발 주자들이 성공을 거두가 위해서는, 그저 여행을 떠나거나, <꽃보다> 시리즈가 가진 재미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선배를 뛰어넘을 여행 속에서 발견한 인간미에 대한 천착이 있어야 할 것이다. 

<꽃보다> 시리즈건, 혹은 <도시의 법칙> 등 여러 후발 주자건, 자기 충전과 삶의 돌파구로서의 대안으로서 여행이 보편화된 세상을 반영한 모습이다. 일찌기, 들뢰즈는 노마디즘을 설파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나서는 유목주의야 말로, 몇 천년의 정주 문화 속에 숨겨진 진정한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21세기에, 여행이 삶의 주된 반전이 되며, 그것이 예능 컨텐츠로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삶과 생활 방식에 대한 권태와 회의, 새로운 삶의 대안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갈구의, 감각적인 반응일 지도 모르겠다. 


by meditator 2014. 6. 12. 17:29

6월 11일 밤 11시 15분 <도시의 법칙  in NEW YORK>이 첫 방송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의 피디 이지원은 이미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히말라야, 뉴질랜드, 캐리비안 편의 피디이다. 이지원 피디는 <정글의 법칙>을 연출했던 경험을 도시에 접목시킨다. 아예 제목부터, <정글의 법칙>이 오버랩되는 <도시의 법칙>은, 정글 대신 도시를 택한, 아니 '콘크리트 정글'에 던져진 연예인들의 생존기이다. 

성시경의 예능 첫 나레이션 도전기이기도 한 <도시의 법칙  in NEW YORK>은 나긋한 성시경의 목소리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하지만 달콤한 나레이션의 목소리와 달리, 전 세계 패션, 금융, 문화의 중심지 도시에 떨궈진 김성수, 이천희, 정경호, 문(로열 파이럿츠) 그리고 백진희의 뉴욕 도전기는 낯선 정글에 떨어진 병만족의 삶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도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철학적 화두를 내걸고 프롤로그를 시작했지만, 그 도시인을 설명하는 돈과 직업과, 안락한 삶의 조건이 박탈된 이방의 도시인들에게 이방의 도시란 낯선 정글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처음 뉴욕을 방문하거나(문의 경우 오랫동안 미국에서 이민을 했던 미국시민권자이지만, 정작 뉴욕에는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머물기는 처음인 다섯 사람의 시작은 그들이 영화 등을 통해 접한 이른바 '뉴요커'의 멋들어진 삶을 연상하는 꿈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꿈이 깨어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뉴욕을 상징하는 맨하탄의 문물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다리를 건너 브루클린으로 건너가면서, 마천루의 숲 뉴욕은 멀어져만 간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브루클린의 공장 지대와 같은 허름한 거리에 서있는 낡은 건물이었다. 유리창이 깨어지고, 문틈이 뒤틀려 있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가구 하나없는 광활한 공간이 바로 그들의 뉴욕 보금자리이다. 
그리고 콘크리트 정글 생존기 답게, 제작진은 출연진들의 지갑과 핸드폰 등을 탈탈 털어가 버리고, 이제부터 당신들의 뉴욕 모험기가 시작되었다고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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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타 뉴스)

낯선 도시, 그리고 예상을 벗어난 지역에서 시작된 뉴욕 도전기에 다섯 명의 도전자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지는 것도 잠시, 발빠르게 도시 생존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청소를 시작으로. 

뉴욕에 도착한 후, 출연진 중 연장자인 김성수가 강호동이나 유재석은 안오냐는 우스개 소리를 던졌듯이, <도시의 법칙> 출연진은 예능에서는 익숙한 듯 낯선 면면들이다. 
케이블 등의 프로그램에서 MC등을 봐서, 예능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김성수는 출연자 중 가장 연장자로 익히 아는 후배들을 긴장시키지만, 비상 식량으로 '가래떡'을 준비하는 반전의 용의주도함을 보인다. 하지만 정작 뉴욕에서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그의 실상은, 가장 연장자인 포지션에 반전의 묘미를 가져올 요소가 다분하다. 
이천희는 이미 <패밀리가 떳다> 시즌1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허당'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사람이다. 여전히 종종 몸개그를 보이지만, 이젠 아내와 딸을 가진 가장이 되어 돌아온 그는, 예전의 허당 천희와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특히나, 목공예가로도 자타가 공인한 그의 숨겨진 면모는, 허름한 빈 건물만 덩그러니 던져진 뉴욕이라는 정글에서,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케이블 캠핑 프로그램에서 이미 보여진 그의 여행 경력 역시, 백진희를 위해 텐트를 준비하는 것에서 부터, 예전의 '허당'과는 다른 '능력자'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제작진이 프롤로그에서 부터 '예능 블루칩'이라고 강조한 정경호는, 배우로서는 중견의 위치이지만, 예능에서는 신선한 캐릭터이다. 꽃미남 배우임에도 첫 방송부터 깎지 않은 수염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정색을 하며 제작진과 딜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멋진 배우 정경호를 넘어선 숨겨진 예능 블루칩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세 자매 중 맏딸이라는 백진희 역시 이쁜 여배우라는 수식어를 지워 버린 채, 네 명의 남자와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전혀 꺼리낌이 없다. 허름한 건물도, 지갑을 비워버리는 상황에서도, 언제 우리가 이런 걸 경험해 보냐며, 네 남자보다 호탕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남자들과 함께 하는 생존기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예능 여성 캐릭터로서의 바람직한 출발을 보여준다. 
애초에 프롤로그에서부터 '넌 누구니?'라고 시작한 문은, 이제 데뷔한 지 2개월이라는 일천한 연예계 경험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자라온 그의 경험이, 다른 네 사람과 동등한 , 아니 오히려 우월한 입지를 제공한다. 오래지 않은 연예계 경험이, 그리고 오랜 미국 생활이, 자유로운 당당한 캐릭터로 문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들과 함께, 그리고 이들의 조력자로서 등장할 미국이민자 출신인 이미 예능을 통해 그 진가를 발휘했던 존박과 언제나 솔직하고 발랄한 에일리의 합류 역시 다섯 사람과의 또 다른 시너지로 기대된다. 제작진이 가장 경제적인 출연진이라는 평가 답게, 익숙한 듯 낯선 다섯 사람의 조합이 적어도 첫 방송에서 거슬리거나, 되바라지지 않은 채, 기대감을 부여했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출발인 셈이다.

아예 대놓고, <정글의 법칙>의 도시 버전이라며 시작한 <도시의 법칙 IN NEW YORK>는 이방인 뉴욕이라는 도시에선, 정글에 던져진 병만 족과 다르지 않은 신세인 다섯 사람의 도전기로써 첫 방 후 , 적어도 다음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순탄한 출발이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시작된 '여행'을 화두로 내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낯선 이방의 문물을 주마간산격으로 스치듯 여행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현지에 머무르며, 생존기를 써내려가는 <도시의 법칙>은 적어도 첫 방만으로는 차별성을 충분히 갖춘 듯이 보인다. 더구나, '도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철학적 화두에 걸맞게,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생존해 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다섯 사람의 생존기를 통해, 제작진이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요리해 가는가에 따라, 도시에서의 삶, 그리고 무엇보다 첫 시즌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이라는 곳에서의 삶의 필요충분 조건을 반추해 볼 여지도 담긴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부디 프롤로그에서 야심차게 내보인 목적을 잘 수행해 나가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4. 6. 12.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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