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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드라마를 할 정도의 시간을 들여 <프로듀사>의 시청률을 끌어 올려 놓았던 kbs예능국, 그렇다면 예능국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새롭게 선보인 작품은 어땠을까? 6월 27일 <프로듀사>의 시간에 첫 선을 보인 건 파일럿 프로그램< 네 멋대로 해라>이다.
스타들의 옷갈아입기 패션 프로그램, 생뚱맞죠~
<네 멋대로 해라>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없이 협찬 의상이 아닌 자신의 옷을 입고 나타난 연예인들, 그들은 '연예인'이라는 화려함을 벗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천차만별 개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천차만별'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 첫 회 이른바 '패션 테러리스트'라 불리워지는 '성시경, 문희준, 택연, 강남'이 출연했다. 방송국의 카메라는 출연자 각자 집의 옷방을 훑고, 각자의 집에 있는 옷을 스튜디오로 가져왔으며, 출연자들은 스튜디오로 옮겨진 자신의 옷방에서, 주어진 상황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미션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첫사랑', 10년만에 만난 첫사랑을 만나러 가기 위해, 혹은 집앞에 찾아온 그녀를 위해, 그리고 그녀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러 가기 위해 출연자들은 상황에 맞춰 옷을챙겨 입고 등장한다.
이렇게 스타들의 옷방을 소개하고, 그들의 옷입기 과정을 소개하는 <네 멋대로 해라>, 이 파일럿 프로그램과 <프로듀사>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이전에 방영했던 <두그두근 인도>와는.
kbs예능국이 주체가 되었다는 점에 더해, 또 한 가지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그건 바로 '스타'가 아닐까?
<두근 두근 인도>는 네 명의 아이돌들이 인도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말은 인도 여행이었지만, 이 네 명의 아이돌들은 가는 곳곳마다 '한국의 아이돌'이라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데 연연하였다. 그 다음에 방영한 <프로듀사>, 말이 좋아 방송국 피디들의 체험담이지, 결국 당대 최고의 스타 김수현의 방송국에서 연애하기 아니었는가. 방송국 피디로 분한 김수현이 피디인 공효진과, 스타인 아이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야기. 결국 <프로듀사>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못했다.
<네 멋대로 해라>도 구구절절 그럴 듯한 설명을 붙였지만, '패션'을 명목으로 '스타'들의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렇게, kbs 예능국의 프로그램의 기저에는 일관되게 '스타'에 방점이 찍혀있다.
'스타'에 방점을 찍은 kbs 예능국에게 남겨진 과제
프로그램의 운영도 마찬가지다. 성시경, 문희준, 택연, 강남을 불러다 놓고, 막상 프로그램의 스포트라이트는 아이돌 '택연'으로 향한다. 패널로 등장한 홍진경은 다른 출연자들이 등장할 때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다가, 택연만 등장하면 환해지며 '이미 몸이 패션의 완성'이라며 극찬한다. 결국, 나름 일관적 컨셉을 가지고 예능 컨셉으로 옷을 입고 나온 문희준은 웃음거리가 되고, 성시경은 면피에, 강남은 하와이 거지 수준이지만, 택연은 그냥 그 몸매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호들갑으로 프로그램을 이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날 판정단이 손을 들어준 것은 프로그램 내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택연이 아니라 성시경이었다. 마치 반전 극장처럼 여대생 출연자들은 언제나 깔끔한 팬션 감각을 선보였던 성시경이 사실은 집에 제대로 된 옷 하나 없는 털털한 모습에 호감을 느껴 그의 노력한 패션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심지어 하와이 거지같다던 강남도 두 표를 얻었고, 문희준도 한 표를 얻었다. 프로그램 중 패널이 극찬한 택연은 프로그램 내내 웃음거리가 되었던 문희준과 같이 한 표를 얻었을 뿐이다.
그저 이 상황을 뜻밖의 반전이라고 하기엔 씁쓸하다. 프로그램 내내 다른 출연자들에게 노골적으로 옷을 못입는다고 '구박'에 가깝게 퍼부었는데, 정작 마지막 일반인들은 그 '구박'한 택연을 제외한 다른 출연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은, 애초에 <네 멋대로 해라>가 추구한 '패션'의 개념에 대해서조차 제고해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중파 프로그램 패널이라기엔 민망할 정도로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고 나와서 오로지 몸좋은 아이돌 바라기만 하는 홍진경이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패션의 관점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파일럿을 넘어서기 위한 <네 멋대로 해라>의 과제가 된다. 또한 이제 더 이상 '아이돌'만으로는 시청자의 관심을 잡아둘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삼시 세끼>도 아이돌의 원조 보아와 유해진을 함께 불렀을까? 더구나 그 편에서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보아가 아니라, 유해진이다.
<삼시 세끼>의 나영석은 그 몸좋은 아이돌 택연을 몰랐을까? 하지만 <삼시 세끼>는 몸좋은 아이돌 택연을 전혀 다른 쓰임새로 쓴다. 몸좋은 아이돌 택연은 <삼시세끼>에서 '빙구'가 되어 사람좋은 웃음을 날린다, 정선에 머무는 동안 제대로 씻지 않아 시커재민 발을 카메라에 노출시킨다. 그나마 예능감이 없던 택연을 살려낸 것은 바로 그런 <삼시세끼>의 인간미인 것이다. 그런데 그에 반해 <네 멋대로 해라>는 여전히 '아이돌'의 간지에 머무른다. 그저 운동복 뿐 제대로 된 옷 한 벌 없는 성시경, 실밥 뜯어진 반바지를 입고 나와 첫사랑과 함께 편의점에서 와인을 사서 평상에서 종이컵에 나누어 마시겠다는 그에게 여대생들이 왜 손을 들어주었는지, <네 멋대로 해라>는 설명하지 못한다. 나름 예능의 파격을 추구하겠다고 진행이 안되는 안정환을 불러온 파격은 그저 해프닝일뿐, 정작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알맹이인 것이다.
아니 무엇보다, 과연 금요일 밤 9시 대의 공중파 시간대에 스타들의 집을 뒤져 그들의 옷을 가져와서 제멋대로 옷을 입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패션'의 화두를 처음 꺼낸 것은 케이블이다. 하지만 이제는 케이블조차 '패션'은 그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의 주제가 아니다. 그렇게 한물 간 화두에 스타라는 소재를 얹는다고 달라질 것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스타'라는 화두 자체가 이미 철 지난 코드일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케이블의 본을 따자고 든다면 스테디 셀러 <썰전>도 있고, 외국인들의 난상 토론 <비정상회담>도 있고, 소박한 <삼시세끼>도 있는데, 굳이 생뚱맞은 패션을 끌고 오는 것인지. 아니 어쩌면 패션이라는 소재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와 관련하여 목요일 밤 조용히 시작했다 사라진 <대단한 레시피>(6,3~6,18)를 보면 어쩌면 문제는 무엇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가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공영방송 kbs에서 금요일 밤 금쪽같은 그 시간대를 활용하는 방법과 가치의 근본에 대해 생각해 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저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기에 급급하진 않았는지, 그래서 '스타'를 내새우려는 얕은 수는 쓰지 않았는지, 이제 <프로듀사>라는 신기루가 사라진 kbs예능국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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