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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5 <괴이> 봉인이 풀린 귀불 - '연니버스'에도 이젠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영화 <부산행>, <염력>, <반도>에 이어 최근 <방법 재차의>, 그리고 드라마 <방법>, <지옥>, <돼지의 왕>에 이르기까지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집필하거나, 연출한 작품들이다. 이젠 '연상호월드', 혹은 '연니버스'라는 고유명사가 등장할 정도로 초월적 세계관과 그로 인해 혼돈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상호 감독의 작품은 하나의 고유한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4월 29일 티빙을 통해 공개된 <괴이>는 그러한 연상호 감독 고유의 세계관에 기반한 또 하나의 시리즈이다. 연상호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 <괴이>는 이른바 '연니버스'의 전형성을 그대로 드러냄과 동시에, 연상호월드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귀불, 봉인이 풀리다
'발견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괴이>의 포스터는 말한다. 천보산의 절터에 오래전 묻힌 불상의 머리가 발견되었다. 거기에 '관광 산업'이라는 세속의 욕망이 곁들여 진다. 진양 군수 권종수(박호산 분)는 이를 파내서 사람들이 이 불상을 보러 진양군에 올 '관광산업'의 꺼리로 삼고자 한다.
하지만 스님들은 이에 반대한다. '귀불', 말이 불상이지 오래전 악귀가 들린 이 불상은 티벳어로 씌여진 가리개로 '봉인'이 되어 묻힌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 '봉인'이 풀리는 순간 세상에 재앙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그런 스님들의 반대가 '관광 산업'의 열망을 가라앉힐 수 없다.
예정대로 진행된 출토작업, 귀불의 눈을 가렸던 가리개를 치우자 그 눈을 마주친 인부로 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 오래전 자신과 어머니를 학대했던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 자신을 구타한다고 생각한 순박한 청년이었던 인부는 결국 아버지로 오인하여 술집 주인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어깨뼈가 튕겨져 나올 정도로 용을 쓰며 폭주한다.
게다가 귀불이 출토되자 진양군에는 검은비가 내리고 그 비로 인해 농작물의 피해를 본 사람들이 군청에 모인다. 그리고 그들이 보게 된 귀불, 사람들은 저마다의 지옥 속으로 빠져들어가 서로를 죽고 죽이는 처절한 폭력의 레이스를 벌인다.
그것이 좀비였든, 혹은 지옥의 사자였든, 그리고 귀불이었든 연상호 월드에서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지옥과 같은 상황'은 시작된다. 사람들은 그 자신이 '지옥'의 불쏘시개가 된다. 가장 평범한 갑남을녀가 귀불의 젯밥이 되어 서로를 해친다.
차별성인가 한계인가
그리고 이런 초자연적, 혹은 초현실적인 '현실의 지옥도'를 '배양'하는 건 부조리한 인간의 권력이거나, 그 권력에 편승한 인간들이다. 부산행에서 김의성이 분한 '용식'은 귀불을 파내 관광 산업의 재미를 보려는 박호산이 분한 권종수가 되어 돌아온다. 그들은 자신의 사적 욕망을 공적인 권위에 의존하여 풀어내고 그로 인해 '초현실적인 파멸'의 방아쇠를 당긴다. 군수라는 자릿값으로 큰소리를 펑펑치다가, 자신의 수하조차 필요에 의해서 기꺼이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비겁한 상사, 하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는 한참 어린 청년 앞에서 기꺼이 비굴함을 감내할 수 있는 인간의 가장 나약하고 비겁한, 그래서 비열한 모습이 '권력'이나 '권위의 탈을 쓰고 사람들을 '지옥'으로 내몬다.
<괴이>에서 이전 연상호 월드의 작품들과 차별성을 들자면 보다 강력해진 폭력성이다. 주인공보다 더 도드라진 캐릭터 곽용주(곽동연 분)에 의해 대표되는 무자비한 폭력이다. 이제 막 출소한 용주, 하지만 외려 그의 폭력성은 더욱 증폭되었을 뿐이다. 자신과 갈등을 일으켰던 한도경(남다름 분)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것으로 부터 시작된 그의 폭력성은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도' 안에서 외려 쾌재를 부른다. 그리고, 죽지 않기 위해, 검은비를 맞은 사람들, 혹은 귀불의 눈을 본 사람들을 앞장서 죽이기 시작한다. 사람을 죽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지지부진했던 그의 삶에 있어 유일한 즐거움인양, 결국 그 스스로 제물이 되어 죽음에 이를때까지 폭력의 질주는 그치지 않는다.
곽용주로 대표되는 가학적 폭력에 사람들은 고개를 조아린다. 그리고 어느새 만인대 만인의 투쟁 상황에서 우월한 수컷인 양 구는 곽용주가 내세운 힘의 논리 앞에 따라간다. 피가 튀기도록 때리고, 찌르고..... 무작정 나타나 사람들을 지옥으로 데려가는 <지옥> 속 죽음의 사자들처럼, 그 어떤 개연성도 없이 진양군에 지옥을 선사한 귀불의 등장이 주는 공포를 설득할 것은 보다 잔인한 설정 밖에 없다는 듯이 귀불의 등장 이후, 특히 진양 군청에 모인 사람들의 집단적 히스테리는 누가 더 잔인하게 '피의 카니발'을 벌이는가하는 '질주'이다.
가족만이 구원이다?
그렇게 개연성과 상관없는 초현실적인 공포, 그리고 거기에 제물이 된 사람들이 벌이는 폭력과 피의 향연, 그런 가운데 역시나 <부산행> 이래로 드라마의 중심은 '가족애'이다. <월간 괴담>의 정기훈(구교환 분)과 이수진(신현빈 분)은 티벳어를 능수능란하게 해석해 낼 수 있는 고고학과 문양 해석의 전문가들이다. 또한 이들 부부는 얼마전 잃은 어린 딸로 인해 서로에 대한 짙은 감정적 앙금이 남아있다. <괴이>는 초현실적인 현상으로 인한 사람들이 벌이는 피의 카니발이라는 한 축에 곁들여, 정기훈 이수진 부부의 트라우마를 귀불에 대한 제압 과정을 통해 해소해 나간다.
거기에 또 한 축은 파출소 소장이자 한도경의 엄마인 한석희(김지영 분)의 모성애이다.
정기훈과 한석희는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진양군청을 향한다. 부산행>의 장점이자 단점이 '신파'였듯이, 결국은 <지옥>의 감동을 끌어낸 것이 박정민 원진아 부부의 자식을 향한 살신성인이었듯이, <괴이> 역시 정기훈과 한석희 등의 '가족애'를 통해 드라마를 끌어간다.
부부였든 아는 사람이었든 부하 직원이었든 상관없이 귀불로 인해 정신줄을 놓고 칼부림을 하거나, 혹은 자신이 살기 위해 상대를 죽이거나, 위험에 내맡기는 상황에서 정기훈과 한석희의 몸을 던진 가족애는 당연히 흑과 백처럼 대비를 만들어 낸다. 고고학자거나, 파출소장이라는 그들의 '직분'은 '가족애' 앞에서 유명무실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넘치는 사람들의 폭력적 신들림이 밑도 끝도 없는 과한 폭력성으로 인해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듯 정기훈과 한석희의 가족애는 상투적이다. 또한 곽용주와 한도경의 우정인지, 사랑인지 미묘한 감정선은 뜬금없다. <괴이>는 연니버스 체인점의 메뉴얼을 다 갖추었지만 어쩐지 소스는 과하고, 재료는 설익은 듯 느껴진다.
그런 가운데 더욱 아쉬운 것은 여성 캐릭터들이다. 김주령은 <오징어 게임>보다 더욱 소모적인 캐릭터로 사라진다. 신현빈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은 이수진은 아이를 잃은 상실감으로 내내 전전긍긍한다. 문양 해석학자로서의 역할은 '장식적'이다. 파출소장 한석희는 제 아무리 파출소장이라 하더라도 부하 경찰에게 '야야' 거리는 호칭이나 '반말'로 일관하는 태도는 한석희라는 캐릭터의 미덕을 상실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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