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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여의 기다림 끝에 역시나 단 3부작으로 단촐하게 끝낸 영드<셜록> 시즌3에서 가장 무시무시했던 장면은 첫 회 셜록과 그의 조력자 왓슨이 엄청난 폭탄이 설치된 지하철에 갇혔을 때도, 왓슨이 불더미에 휩싸여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을 때도 아니었다. 정작 <셜록> 시즌3의 백미는 마지막 회, 모든 사건이 끝난 후, 지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 등장한 모리아티의 재등장이었다. 그런데, 셜록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았던 모리아티가 다시 살아올 수 있을까? 시즌2 마지막에 왓슨이 보는 앞에서 건물에서 떨어져 죽었던 셜록의 모습이 결국 적들을 속이기 위한 셜록의 한 수였다는 걸 보여준 마당에, <셜록>의 시청자들은 모리아티의 환생(?)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절대악의 귀환, 결국 시즌3는 시즌4에 대한 기대감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리고, 막강 탐정, 셜록을 늘 모험에 빠뜨리는 절대 악 모리아티의 귀환만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가 마구 부풀어 오르게 하는 것처럼,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도, 모리아티 못지 않은 절대악들의 활약이 빈번하다.
(사진; OSEN)
셜록의 주인공 셜록이 자신을 소시오패스라 규정하여, 그 용어가 사람들 관심을 끌기 시작했는데, 또 한 사람의 소시오패스가 우리 앞에 등장했다. 바로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신성록이 분한 이재경이 바로 그 또 한 사람의 소시오패스다. 카카오 톡의 으르렁거리는 모습의 개를 닮았다 하여, '카톡개'란 별명으로 친근해진 이재경이지만, 드라마 속 그는 정말 화가 난 개처럼, 늘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든 일에 으르렁 거리며 물어뜯어 버리고자 한다.
그런데, 이재경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제 종반부를 향해 가는 <쓰리데이즈>에서 또 한 사람의 절대악이 등장한다. 바로 재신 그룹의 사장 김도진이다. 자신의 가는 길을 막는 그 누구라도 설사 그게 대통령이라도, 그가 장난감 머리를 메스로 베어버리듯이 가볍게, '죽여' 해버리고 마는 악의 화신이다.
그리고 거기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인물이 있다. 바로 <골든 크로스>의 마이클 장(엄기준 분)이다. 이제 2회를 마친 <골든 크로스>에서 악의 중심으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경제 기획부 금융 정책 국장 서동하(정보석 분)이다.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은행과 은행 직원들의 밥줄을 주무르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 젊은 여성을 능욕하고, 그녀의 배신에 분노하여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파렴치범이다. 그런데, 그런 서동하를 말 한 마디로 꼼짝못하게 만드는 마이클 장은 다가올 이 드라마의 악의 실세로 보인다. '쌤'이라며 친근하며 불러주며, 하지만, 자신이 아직도 당신이 가르치던 과외 학생인 줄 아느냐며 이기죽거리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다하지 못하면 재미없을거라는 협박은, 그가, 그 누구보다 이 드라마에서 강력한 악의 포스를 지닐 것을 예견한다.
이렇게 드라마 속 절대악으로 등장한 이재경, 김도진, 그리고 마이클 장 사이에는 묘하게도 공통점이 있다.
(사진; 스포츠 경향)
우선은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들 모두가 자본을 휘두르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아버지의 회사 S&C의 후계자인 이재경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형조차 기꺼이 죽인 사람이다. 자신의 친 혈육조차 자신이 가는 길에 방해가 되어 제거한 그에게 더 이상 무서울 그 누구도 없다.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길에 방해가 되는 그 누구라도 거침없이 밟아버린다.
이재경이 로맨틱 코미디 속 악역이라는 범주에 갇혀, 자신의 첫 아내와, 내연녀, 그리고 자신의 범죄 행위를 목격한 사람들을 제거하는 쪼잔한(?) 짓을 저지르는 것과 달리, <쓰리데이즈> 김도진의 행동 반경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합참의장을 사주하여, 대통령의 경호실장으로 하여금 대통령을 암살하도록 종용하고, 그를 위해 EMP탄 몇 기 정도 터트리는 건 예사다. 이익을 위해 팔콘의 개가 되었지만, 수가 틀리면, 팔콘의 하수인조차 매수하고, 자기 뜻에 거스르는 국정원장, 여당 대표의 목숨도 그의 앞에서 가랑잎보다 못하다.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건 그의 목적 자체가, '아빠'가 가르쳐 준 대로 손해보는 짓은 하지 말라던, 바로 그 유지를 실천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는 북한과 손을 잡고 남한을 위기에 빠뜨리고, 제2의 IMF와 같은 위기 상황을 이용하여, 국가는 망하거나 말거나 자신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자본주이다.
아직은 신비에 가린 <골든 크로스>의 마이클 장은, 대한민국 상위 1% 그룹의 핵심 멤버로 소개가 된다. 공홈에 실린 그의 소개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로서, 이미 멕시코민들의 살점을 발라내어 자신의 이익을 챙긴 전례가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건대, 그 멕시코인들의 살점을 발라내던 솜씨가 대한민국민들의 경우로 이전될 것임은 거의 확실시되어진다. 이미 <골든 크로스>는 그의 본격적인 활동 이전에, 강주완이라는 한 가정을 딸이 그녀의 스폰서였던 서동하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서동하의 활동에 방해가 되었던 아버지는 아내 가게의 폭파 위협이라는 협박에 못이겨 딸의 살인범으로 자수하는 과정을 통해 철저히 짓밟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런 서동하의 배후에서 그의 목을 조르는, 마이클 장의 잠재적 능력이야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목숨, 누군가의 가정, 그리고 누군가의 직장 쯤이 문제가 되지 않는 자본의 무한이기주의를 <골든 크로스>라는 대한민국 상위 1%의 그룹을 통해 충실히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재경, 김도진, 마이클 장의 공통점이 단지 자본을 움직이는 힘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드라마 속 이재경으로 분한 신성록, 김도진으로 분한 최원영, 마이클 장으로 분한 엄기준의 면면을 보자.
모두 훤칠하고, 잘 생기고, 게다가 드라마 속 그들은,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와, 그녀의 엄마가 '오빠'라 부르며 속사정을 의논하고, 나아가 자신들을 믿고 의탁할 만큼, 멀쩡하다. 심지어, 꼬박꼬박 존댓말까지 써가며, 매너까지 완벽하다.
그런데, 그 멀쩡한 그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라며 누군가의 목숨을 거둔다. 악의 축인줄 알았던 이들이 그들의 말 한 마디에 몸서리를 친다.
이재경의 극 중 설명처럼, 그들은 모두 소시오패스이다. 즉,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두려움, 죄책감, 슬픔 등에 대한 일반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타인에 대한 동점심 따위조차 없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이다.
김도진의 방 안에 있는 조립식 장난감 팔 다리을 싹뚝 자르는 것과, 실제 사람을 죽이는 것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장난감을 조립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마이클 장의 모습을 자주 비춰주는 것은 세상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듯한 이들의 심정을 단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연출적 장치들이다.
(사진; 뉴스엔)
이렇게 가장 멀쩡해 보이는 이들이 기실은 가장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를 가진, 피도 눈물도 없는 자기 이익만 탐하는 인물로 그려낸 드라마적 묘사는, 바로 우리 사회 자본주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가장 선의의 포장을 하지만, 가장 추악하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이 시대 자본의 모습을 드라마는 이런 소시오패스적인 절대악을 그려내는 것으로 설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젼을 틀면 나오는 대대적인 기업의 이미지 광고 뒤에, <또 하나의 가족> 속의 횡포를 부리는 자본이 존재한다는 걸, 드라마는 상징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시대 상황에 따라 드라마 속 악인 들은 변화한다. 한때는 지역 유지가 가장 최종 보스였는가 싶던 때가 있는가 싶더니, 정치적 실권자가 모든 악의 축으로 규정받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 속 절대악은 무한 이기주의의 자본주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대통령의 암살조차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시도한다. 원칙도 없고, 논리도 없고, 자비란 더더욱 없다.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라면 한 나라의 운명 따위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쓰리데이즈> 속 김도진이 처음 경호관 한태경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듯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은 그가 가지고 노는 체스판의 말 취급도 받지 못한다. 그리고 가장 멀쩡한 모습을 하고, 가장 비이성적인 모습을 횡행한다. 그래서 그 번듯한 미친놈들이 더 공포스럽다. 그리고 그 공포는 바로 우리들 삶의 공포로 전이된다. 모리아티는 영드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드라마는 충실히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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