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출연자들의 '자존감'을 향상시켜준다는 tvn의 리얼리티 쇼 <렛미인>, 하지만 그 그럴듯한 프로그램 소개에도 불구하고, 여성단체들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정도로 물의를 빚고 있다. 여성 단체들을 비롯한 다수의 네티즌들이 이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이유는 바로 '자존감 향상'을 빙자하여 성형을 당연시하며, 외모 지상주의를 공공연하게 설파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 양식 때문이다. 외모의 문제로 인해 가족 내에서, 혹은 사회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던 출연자들이 외모가 인위적으로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가진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은 애초에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가진 시청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쌍꺼풀 수술 정도는 '수술'에 들어가지도 않고, 연예인이 아니라도 보톡스나 필러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세태에서, 렛미인 프로그램의 생존 여부와 별개로, 외모 지상주의 세태는 쉬이 변화되지 않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10월 19일 방영된 <힐링 캠프> 장윤주 편은 '아름다움의 본질'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최고의 모델, 하지만 웃기게 생겨 개그우먼이 되고 싶었다던 장윤주
우리나라의 최고 모델로서 onstyle의 <도전 슈퍼 모델>을 진행하고 있는 장윤주답게 <힐링 캠프>의 시작은 그녀의 당당한 모델 워킹으로 시작되었다. 또한 33-24-34라는 신체 치수를 내걸고 시작한 프로그램은 최고의 모델 장윤주에 대한 거침없는 찬사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치지는 않았다. 당당한 자세로 앉아있는 장윤주에게 방청객은 짖궃게도 윗배가 좀 나왔다는 문자를 보냈고, 그런 문자에 대해 장윤주는 본능적으로 배를 가리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은 '배가 나온 모델'이라고, 그리고 먹는 것을 좋아하며, 오늘도 많이 먹고 나와서 그렇다고 응수한다. 

그렇게 가장 완벽한 몸매를 자신의 대표적 상품성으로 내걸었음에도 그 세간의 잣대에 자신을 꿰어 맞추는 대신, 배가 나왔다는 것과, 힐은 무대에서만 신는다며 소박한 하얀 운동화를 신고 힐링 캠프를 찾아온 장윤주는 그 하얀 운동화처럼 소박하게, 하지만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미스 봉'으로서 그렇게 잘 될 줄 몰랐음에도 졸지에 천만 영화의 일원이 되어 버린 첫 영화 <베테랑>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 겨우 6개월이 된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고 마는 신혼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지만, <힐링 캠프>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가장 걸맞았던 것은 이 시대 대표적 아름다운 사람이 보여준 진솔한 속내였다. 

서른이 되도록 자신이 못생겼다는 자괴감때문에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던 방청객 mc의 사연을 시작으로, 장윤주의 진짜 매력은 제대로 빛을 발한다. 한번도 자신이 이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던 방청객은 장윤주의 '이쁘네'라는 말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다가가 그녀를 따스하게 안아준 넉넉함에 허물어 졌다. 

안경을 쓰고 긴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 방척객 mc를 보고 대번에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이 없어하는 것을 눈치 챈 장윤주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못생기지 않았음을 역설한다. 오히려 그렇게 못생기지도 않은 그녀에게 '이쁘다'는 말을 한번도 해주지 않은 주변이 이상함을 지적할 뿐이다. 그런 그녀의 지적은 엄마와 함께 방청객으로 온 모델학과 학생에게도 일관된다. 못생겼다는 방청객 mc에 비해 훤칠하게 잘생긴 청년, 하지만 그런 그에게 장윤주는 그럼에도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것을 독려한다. 

이렇게 '자신감'을 강조한 장윤주의 '멘토링'이 설득력을 가진 것은 그 이후에 풀어놓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이다. 초등학교 때 언니랑 놀다 앞니를 뿌러뜨린 장윤주, 그 이후로 중학교 3학년때까지 앞니가 없이 지내던 그녀를 보고 친구들은 웃었고, 그런 친구들의 웃음 앞에, 장윤주는 초라해지는 대신, 차라리 좀 더 웃긴 모습으로 개그우먼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또한 그렇게 자신에 대한 평가에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은 이유는 오히려 딸만 내리 본 집안의 또 한 명의 딸로서 사랑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무이라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그런 그녀였기에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가장 당당한 모습으로 세계 무대에서 조차 인정받는 대한민국 최고 모델이 될 수 있었음을 구구절절한 설명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그 누구도 배려해 주지 않는 시간을 거쳐 스스로 쌓아올린 자존감으로 오히려 집안의 아들 노릇을 하는 딸로, 최고의 모델로 자리 매김을 했기에 방청객 mc들의 사연에 대한 충고가 당당하고 좀 더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평범하죠.
밥도 잘 먹고요.
......
걷기를 좋아하죠.
편한 차림으로
불편한 힐은 벗고 화장은 잘 안 해요.
.........
이대로 난 좋아요.    -장윤주 I'm fine 중에서 



장윤주의 매력을 배가시킨 안정된 <힐링 캠프>의 진행 
10월 19일의 <힐링 캠프>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누군가의 자존감을 위해 필요한 것은 유수의 성형 외과 의사의 도움이 아니라는 것을, 엄청난 시술과 뼈를 깍는 수술의 과정을 거쳐 달라진 외모가 아니라는 것을. 게스트 장윤주, 그리고 mc 김제동, 서장훈, 광희, 그리고 나머지 방청객 mc 들의 '이쁘다'는 한 마디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덕담에, 그리고 다가가 안아주는 따스함에, 오랜 시간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을 닫아 두었던 방청객의 상처는 눈녹듯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엄청난 시술과 수술이 없이도 아마 이젠 거울 속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없다는 방청객에게, 문제는 당신의 얼굴이 아니라, 당신의 친구들이라 말하는 김제동의 한 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 '촌철살인'이었다. 못생긴 걸로 치자면 김제동과 자기를 앞서 갈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서장훈의 말은 그 어떤 말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방청객에게 문제였던 것은, 그리고 그녀 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자존감을 잃은 사람에게 문제인 것은 그들의 외모나 현실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편이 되줄 사람들이 없어서라는 것을, <힐링 캠프>는 증명한다. 그리고 말 한 마디로 천 냥의 빚은 갚을 수 없더라도, 누군가의 자존감을 함께 들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렇게 방청객의 사연과 어우러져 게스트의 진솔한 속내까지 풀어내지는 시간으로, 비로소 개편된 <힐링 캠프>의 진가가 드러난다. 
by meditator 2015. 10. 20. 0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