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재방송이란 어떤 의미일까?

주말 혹은 일요일 한 나절 무료하게 거실을 뒹굴다 손에 잡힌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돌리다 어쩌다 눈을 맞추게 되는 그래서 시간 때우기 식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아니 그 조차도 이젠 자기가 보고 싶은 시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젊은 층들에게는 별 의미가 닿지 않는 시간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주말과 일요일, 약속을 차치하고라도 자리를 지키며 텔레비젼 앞을 사수해야 할 이유가 생길 지도 모른다. 본방 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재방송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바로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의 재방송이 그것이다. 

<쓰리데이즈>는 5,6일 본방에 이어 9일 1시 5분부터 시작된 재방송을 회 별로 종결 없이, 광고도 없이, 1,2회를 연달아 방송하는 연방을 했다. 본방 방영 당시, 1회가 드라마의 도입부라 친절한 설명을 위해 극의 흐름이 늘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2회는 그에 비해 장르극으로서의 박진감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쓰리데이즈>는 일반적으로 드라마들이 재방 시간을 위해 편의적으로 그래서 때로는 흐름이 끊길 정도로 장면을 들어내는 성의없는 편집을 하는 것과 달리, 연방을 위한 1,2회의 톤을 맞춘 편집을 해냄으로써, 재방 그 자체로 마치 한 편의 완결된 스토리를 가진 영화와도 같았다는 호의적 평가를 얻었다.

(사진; 쓰리데이즈의 한태경; 스포츠 월드)

그런 성의를 다한 재방송 덕분인지 그 다음 주 상승세를 이어간 쓰리데이즈는 결국 13일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쾌거를 달성했다. 그런 <쓰리데이즈>를 벤치마킹이라도 하듯이 같은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쓰리데이즈>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10%에 못미치는 시청률에 고전하고 있던 <신의 선물>도 15일 3,4회를 연방으로 방송하기에 이른다.

물론 연방이 모든 드라마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중간에 광고도 없이 한 호흡으로 드라마를 끌고 간다는 것은 자칫 드라마가 별 내용이 없거나, 지루해질 경우 오히려 이어진 다음 회까지 시청자들을 끌고가기는 커녕, 중간에 이탈하는 숫자를 배가시키는 위험성을 가지기도 한다. 즉,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의 '연방'이란 일정 정도 제작진의 입장에서 드라마의 내용 자체로 시청자들을 설득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의 선물>이나, <쓰리데이즈>의 경우, 장르물을 좋아하거나, 드라마를 즐기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방영이 되기도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기대작들이었으며, 매회, 드라마의 수준과 퍼즐같은 내용을 두고 수많은 리뷰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던, 단지 그에 비해 대중적 관심만이 부족한 그런 드라마들이었기에 연방이 가능했던 것이다. 

더구나 장르물의 경우, 추리에 추리를 거듭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중간 유입이 어려운 난점을 가지고 있는데, <쓰리데이즈>의 경우, 재방송 연방을 통해 극을 사건 중심으로 보다 명확하게 편집해 냄으로써, 중간 유입층의 증대를 가져왔다. 또한 지금까지 지난 회의 설명이나, 앞으로의 사건 전개를 위한 포석으로 상대적으로 늘어진 홀수 차와, 그에 반해,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상대적으로 스릴 넘치는 짝수 회차를 함께 이어붙여,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가짐으로써, 본방을 본 사람들 조차 재방이 본 것을 또 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맛을 가진 작품으로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여,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드라마란 입소문을 만드는데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신의 선물; 한겨레 신문)

또한, <쓰리데이즈>나, <신의 선물>의 경우, 장르물의 특성상 남여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급박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와중에, 섣부른 감정 양산을 오히려 드라마의 독이 되는 상황에서 본방에서 어설프게 끼어든 남녀 주인공 사이의 발라드 ost가 재방에서는 가차없이 삭제된 처럼, 이미 본방을 통해 방영되었지만, 다양한 사이트를 통해 올라왔던 시청자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 노력하는 제작진의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그저 보는 시청자층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시청자층으로 시청자들을 적극적으로 견인해 내는 자세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본방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이 해결되어짐을 보임으로써 드라마적 완성도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줘 시청자들의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렇게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의 재편집된 연방으로써의 재방은, 방송 트렌드에 있어서의 획기적인 시도이다. 그저 시간 때우기 용 재방이 아니라, 재방이 그 자체로 새로운 재미를 부여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등장한 것은, 방송가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이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본방 시간조차 맞추기 빠듯한 제작 환경에서, 그리고 안이하게 대중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트렌디한 작품들이 반복 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용기있게 장르극을 편성하고, 또 그 장르극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본방에 이은, 재편집된 연방이라는 시도는 장르극의 발전을 위해 노력의 일환으로 고맙기 까지 하다. 부디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가 좋은 성과를 거둬서, 그에 뒤이은 야심찬 시도를 하는 드라마들이 많이 제작되기 바란다. 


by meditator 2014. 3. 16. 16:25